일단, 급행열차의 본래 목적은 거점간의 속달 운송을 통해 이용객을 끌어들이고자 하는 시장 구획화의 한 수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말하는 급행은 다른 열차보다 빨리 간다는 점을 어필해서 그에 상응하는 요금을 부과해서 더 비싼 돈을 주더라도 빨리가겠다는 업무목적이동이나 유한계급을 끌어들이는데 의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의 급행열차에 과금 요소가 있는 경우는 없다시피 합니다, 즉, 이런 시장 구획화의 의도는 이미 상당히 희석이 되었다고 봐도 될겁니다. 이건 명칭의 차이는 있지만 JR계열에서 "급행"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쾌속"이라는 용어를 쓰는 형태로 정리가 된 점만 봐도 일본이나 우리나 큰 차이가 있는 현상은 아니라 할거고 말입니다.
사실 현대적인 급행열차의 존재의의는 운임이나 요금으로부터의 이익을 얻기 위해 굴리는 경우보다는, 한정된 인프라와 차량 등 설비의 처리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도입하는, 또는 공공사업으로서 연선 지역의 요망에 부응하기 위해서 도입하는 그런 서비스라 할 수 있을겁니다. 즉, 사업적인 합리성의 영역이 없는건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그게 1차원적인 상품 개념으로서의 합리성과는 거리가 먼 그런 개념이라 할 수 있을겁니다. 보통 급행열차가 다니는 노선들의 면면을 보면 명확한데, 이미 대도시 통근구간으로서 일정이상의 혼잡도가 상존하는, 그냥 완행만 디립다 굴리더라도 성립할 만한 혼잡노선들이 주 타겟이지, 애매하게 걸친 지방노선이나 외곽노선에서 급행운전은 흔치 않은 편입니다.
이는 즉슨, 사업자의 필요가 더 중요하게 다루어저 생겨난 것이라 할 수 있고, 이 관점에서 본다면 급행을 굴리는 것은 이미 한량없는 수요를 쳐내기 위해 한정된 인력과 설비, 주로 단가가 비싼 차량들을 적은 숫자로도 최대한 많은 열차를 만들기 위해서 도입하는 방법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똑같은 열차 횟수라고 하더라도, 급행 운전을 실시해서 운행시간을 단축하는 열차 숫자가 많을 수록, 투입되는 편성 숫자를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말은 기관사 등의 승무원의 소요를 줄일 수 있다는 의미도 되고, 더 나아가면 차량기지의 정비공수 절감, 그리고 기지나 역의 유치선 소요량도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됩니다. 운전비는 다소 늘어나고, 대피선을 확보하는 부담은 생기지만, 총량으로 본다면 미묘하나마 이익이 있기 때문에 급행을 도입하는거라 할겁니다.
여기서 분기가 하나 생기게 되는데, 일단 적절한 급행열차가 투입되면 여행시간이 단축되고 잦은 정차와 승하차로 인해 승차중의 쾌적성을 해치는 것도 줄어드니까 이용객의 유입을 기대하는게 가능해집니다. 이건 경인선이나 9호선의 급행 쏠림현상을 보더라도 인지상정인 이야기라 할거고. 따라서 몇몇 급행열차에 사람들이 몰리는 현상이 생기고, 이게 다시 혼잡을 일으키니 급행의 증강압력이 생겨나게 됩니다. 문제는, 급행용의 별도선로가 없는 대개의 노선에서는, 급행의 증강은 곧 완행의 여행시간 증가와 배차 악화로 이어지게 되고, 이말은 완행열차 측의 편익이 떨어지는 그런 현상으로 이어지게 되는겁니다. 이런 편익의 교차가 생기다보니 급행 미정차역에서는 급행을 잡아세워서 이익을 얻고자 할거고, 그냥 말로해서는 안되니 각계요소에 민원을 뿌리고, 또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같은 유력자를 끌어들여서 철도회사에 압력을 가하는 그런 방향으로 흐르게 됩니다.
한편으로, 급행을 만드는데 공급자의 편의 위주, 또는 특정 역의 이해관계에만 딱 맞게 투입이 되어버리면 정작 급행열차를 이용하고자 하더라도 타기 위해서 상당한 여행시간을 낭비하게 되거나, 대기시간이 길어지거나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 극단적인 케이스가 경부고속선의 무정차KTX인데, 정차역 삭감으로 15분 정도의 시간을 벌어들이는게 가능했지만, 정작 도중역에 타고내릴 수가 없으니 오로지 서울과 부산 간의 이용객만이 선택하는 열차가 되어버렸고, 그결과 다른 시간대의 열차들에 비해 이용수요가 많이 떨어져서 결국 오래가지는 못한 그런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급행열차라는 것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써서 수요를 받아치고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인 것이라 할겁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보면 이런 전략을 쓰기가 상당히 안좋고, 사회적으로도 그다지 찬동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지지부진함이 있다고 할 겁니다. 사실, 기술적으로 보자면 분기기 돌리고 신호를 전환하는데 드는 스위칭 타임이 완급대피나 운행선 변경시에 들어가게 되니, 도시철도나 경전철처럼 5분 이하의 시격으로 다닥다닥 차가 다니는 경우에는 외려 이 스위칭이 까먹는 효율저하 문제로 급행을 못넣는 그런 경유도 왕왕생기게 되는게 있고 말입니다.
좀 더 현실적인 영역으로 들어와서 본다면, 급행운전을 적극적으로 잡아넣을 수 있기 위해서는 운행구간 전반에 대한 충분한 통제력이 있어야 하고, 저렇게 돌발되는 민원을 막아주던가 아니면 어떻게든 억제시켜줄 수 있는 제도나 관행이 있어야 가능할겁니다. 뭐 현실은 집단민원 동원으로 급행 갖다노라 안갖다노면 방법한다 수준의 힘싸움 머릿수 싸움이나 벌어지고, 정부나 지자체도 여기에 편승해서 수수방관이 일상다반사이니 간단히 되기가 어려울 수 밖에 없을겁니다. 당장에 1호선 급행의 경우도, 민원 많다고 정차역을 늘려버린다거나 해서 역으로 불만을 쌓는 그런 그림이 나오고, 그걸 해결하려고 또 이상한 개정을 끌고들어가는 방향이 들어가버리니, 결국 돌고돌아 원상복구, 아니면 상습지연의 급행이 되어버리는 거라 할겁니다.
한편으로 설비적으로도 기성설비에 대피선 하나 없고, 그나마 신규 설치는 죄다 지하구간에 쳐넣어서 기술적으로나 비용문제로 무리라고 나자빠지는게 일상이고, 지하철과 연계운행이 되는 1~4호선에서는 급행을 걸고 싶어도 지하구간에서는 급행운전을 받을 수 없으니 반쪽 급행 상태가 되어버려서 하나마나한 그런 상황이 됩니다. 신규노선에 대해서 급행운전을 위해 대피선 설치를 요구하더라도 건설비 절감을 이유로 기형화시키거나, 아예 제거해 버려서 장래의 상황변동에 대응할 여지조차 없애는게 일상다반사이고. 이런데서 급행운전만 목청높혀봤자 이용자에게 외면받고 돈은 돈대로 쓰고 딱히 얻는거 없는 생색내기 급행이 되어버리게 되는 거라 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