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또 삽질을 하는 모양입니다. 어차피 내부적인 원가데이터 분배로 추이를 보는 관리회계에 불과한데다, 국철 노선의 특성상 노선 하나에서 완결되는 트래픽 자체가 적은데, 그걸 또 노선별 회계를 해야 한다고 덤비는 걸 보니, 갑질하고 싶어서 아주 몸이 달아오르는 모양입니다. 교차보조를 해소할 의지도 별로 없고, 그냥 주먹구구식으로 여론따라 정치인 세력 따라 이리저리 휘둘릴게 뻔히 보이고 뭐 하등의 개선점이 없는데, 그냥 잘난척 갑질하면서 "철도공사가 노오오오력이 부족했네"이소리나 하려고 해달라고 징징대는게 참 에지간하다 싶습니다. 권력지향형 짐승들 그 자체랄까.
비용구조의 왜곡이고 어쩌고 간에, 기본적으로 선구 구분이라는게 건설상의 구분이나 회계상의 구분, 그리고 실제 영업체계상의 구분이 다 따로놀 수 밖에 없습니다. 간선철도 중에 영업거리표 상의 단 1개의 선구 내에서 운행이 완결되는 노선은 현재로서는 단 2개 노선, 경부선과 중앙선 정도고, 그나마도 이들 노선 운행열차의 절반 이상은 다른 노선으로 직결해 운행하고 있습니다. 경부선의 경우 조차도 회송열차들은 경의선을 통해 가기 때문에, 완결성이 완전무결하다고 하긴 어려울 정도고. 즉, 이 시점에서 이미 노선간의 수익과 비용의 연결고리가 굉장히 심하게 얽혀있다는 이야기고, 이걸 나누는 것은 어디까지나 편의적일 수 밖에 없어서 현상을 그대로 투영한다고 하기가 애매해지게 됩니다.
이런 구조는, 누가 어느 선구의 이름으로 묶이느냐, 회송 같은 비수익성 열차운행을 누가 부담을 하냐에 따라서 그야말로 망한 노선이냐 흥하는 노선이냐가 갈리게 됩니다. 예를 들어서 2009년 선별 데이터를 보면 KTX 수익구간 중 경의선이 누락되어 있는데(행신-서울역간), 아마 이 수익이 경부선으로 계상되면서 경의선은 바가지를 쓰고, 경부선은 이익을 보는 그런 구도가 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좀 극단적인 사례지만, 경원선의 경우는 실제 운행계통이 전혀 다른 3개 노선이 묶인 구조에 가까운데다, 실제 수도권 전철의 운임수익 배분은 최단거리 기준에 초승은 승차기관이 먹는 구조로 인해서 그야말로 복마전에 가까운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어서, 만약 데이터를 경원선으로 뽑아낼 경우 이게 정말 경원선의 열차운영 효율이나 수익성을 제대로 반영하는지 의심되는 수준에 이르게 됩니다. 즉, 선별 데이터를 쪼개놓는다 하더라도 이건 어디까지나 "아 이정도 쯤이구나" 정도의 의미밖에는 가지지 못한단 이야기가 됩니다.
사실 이런 문제는 해외의 구조조정에서도 아주 빈발하는 케이스인데, 가장 극적인 케이스가 일본의 폐선인 마츠마에선이었습니다. 마츠마에선은 에자시선의 지선 격으로 Y자형으로 분기되는 노선으로 하코타테까지 에자시선에 직결해 들어가는 식으로 운영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87년 당시에 폐선을 전제로 하는 특정지방교통선 지정 시에, 정작 구간 단위로 볼때 에자시선의 잔여구간 승하차량 보다 마츠마에선 승하차량이 더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선 자체가 에자시선의 지선으로 분류되어 있었기에 그 결과 폐선이 되어버린 케이스가 있습니다. 즉, 선구 구분이 어느쪽으로 묶이느냐에 따라 생사가 갈려버린 케이스랄까. 이런 문제를 인지하면서 봐도 데이터 숫자에 휩쓸리기 쉬운데, 아무것도 기본인식이 없이 선구별 손익데이터를 보면 그야말로 선무당이 작두질 하러 다니는 꼴이 되고도 남을겁니다.
물론 극단적인 데이터가 나온다면 그걸 근거로 해서 특정 노선에 뭔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런 판단이 나올 수는 있고, 그런 상황에서 세부적인 분석, 정부의 빈 카운터들이 하듯이 책상머리에 앉아서 수익성이 나오네 안나오네가 아니라, 승하차 패턴이나 열차 패턴, 주변 개발환경 같은걸 종합해 분석해서 대책을 마련하고 하는 것은 필요하기는 합니다. 그래서 관리회계로서 선구별 수익구조 분석은 의미가 있는 것이고. 문제는 쌍용역 가지고 침소봉대질을 하던 수준이하의 분석집단인 정부나 그 관변연구기관들 손에 던져주어도 되는가 라는 부분일겁니다. 보나마나 노오오력충들이 말 그대로 목청을 높히고, 일베같은데다 "철도공사 철밥통들 쳐죽어야 하는 이유.ssul" 같은거나 막 뿌려대면서 여론선동이나 할게 뻔할 뻔자고 그래서 망가지는 철도는 전 국민이 피해를 부담하게 될겁니다.
그리고 교차보조가 마치 비정상적이고 악인 것 처럼 자꾸 선동을 해대는데, 세계 어딜 가도 교차보조가 없는 철도는 없다시피 합니다. 다만 그 교차보조를 정부가 자기 사정에 의해서 하냐, 아니면 철도회사가 경영적 판단 하에 하느냐의 문제에 가깝습니다. 영국이 구조조정 할때 교차보조를 가지고 약을 팔아댔지만, 정작 구조조정을 싹 하고 나니 결국 정부가 임의적으로 보조금을 분배하던가, 아니면 사업 수수료나 임대료 같은데서 이리저리 조정을 해서 수익배분을 하던가 해서 노선간의 교차보조를 하는 구조로 바뀌었을 뿐이었고, 일본의 경우도 결국 수익성 있는 회사가 지방 로컬선 적자를 부담하고, 철도운수기구와의 채권, 이자거래를 통해 경영안정기금 운용이익의 재원을 제공하는 식으로 교차보조 구조 자체는 살아있는 상황입니다.
심지어 교차보조 자체를 임의로 한다고 비난받아야 하는가도 말이 안되는게, 일본은 선구별 적자 데이터 같은건 철저하게 비공개일 뿐더러, JR 섬 3개 회사가 사실상의 보조금 격인 경영안정기금 운용이익의 용처나 내부분배 구조에 대해서 정부가 개입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돈은 주되 돈의 쓰임을 따지지 않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 JR화 당시에 굉장히 고심하는 광경이 엿보이기도 했습니다. 그 원죄가 정치와 거기에 결부된 관료집단의 방만함이 있었기 때문이니 그렇기는 합니다만.
앞서 이야기한 경의선 서울~가좌간이나, 부산쪽에 붙은 가야선 같은데는 회송열차가 워낙 쇄도하기 때문에 여객이나 화물열차를 설정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구간들입니다. 그래서 선구를 잘라서 여기를 보면 그야말로 처참한 실적들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수익은 100원인데 선로 유지보수에 한 500~600원을 쓰고, 뭐하는지 모르겠지만 중간역에 역무원들이 좀 있고 이런 식으로 나올테니. 이걸 보고 경영개선 노오오력이 부족했다고 난리치면, 전체 시스템이 개판나게 될겁니다. 이런 판단은 사실 경영적 판단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판단 자체를 정부가 개입해서 하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공산당 경제를 하잔 이야기랑 다를게 없을겁니다.
공공부문이 어느정도 정부나 여러 이해관계자의 개입이 들어갈 수 밖에 없고, 그로 인해서 분명 비효율이 생기는 점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 80년대에는 민영화라는 방법론을 통해서 이런 개입과 비효율을 쳐 나가자는 이야기를 해 왔던 것이고. 그리고 공사화는 비록 저런 복잡한 지향문제는 남지만, 정부현업이 가지는 단년예산제도나 경제적 효율이나 경영효율성보다 관료들의 의향, 민원, 정치가 우선되는 특유의 비효율적 구조를 풀고 자율적 경영을 장려해서 경영과 공공성의 균형을 맞추자는 차원에서 도입된 체계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정부가 선진화네 효율화네 어쩌네 하면서 하는 방향은 경영 효율성을 올리는게 아니라, 말 그대로 정부의 갑질을 편하게 하고 관료의 의향과 정치가 우선되도록 자꾸 몰고가는 형태로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교차보조를 핑계삼아 그런 갑질의 근거를 만들어 달라고 덤비는 상황이고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런 선구별 데이터가 공개되었으면 하는 바램은 있지만, 이걸 가지고 개드립이 남발되고 논쟁과 엉터리 정부개입을 초래하게 되느니 차라리 안하는게 낫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처럼 관료집단 스스로의 권력욕에 미친 정부가 그렇게 하겠다면 더더욱 그렇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