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쪽이 폭설과 강풍으로 차단된 상황에서 추가로 선박편까지 모조리 풍랑으로 취소되면서 교통이 2일간 완전 두절이 된 케이스인데, 사실 이정도로 장기두절이 되는 경우는 보통 태풍이 오는 경우 정도, 그것도 하루 정도 단위에 그치는 일이 많았지만 이번에는 2일 이상, 거기다가 주말이 낀데다 예측하기 어렵게 일이 발생해서 크게 이슈가 된 걸로 보입니다. 여기에 근래 제주도 관광이 국제선 주도로 크게 부풀어 오르다보니 일이 커진 케이스로 보인달까.
이번 건에서 철도쪽에서 좀 주목을 끄는 부분은 공항철도의 24시간 운행일겁니다. 편도방향으로만 운행하고, 1시간에 1대 꼴이기는 했지만 전철선에서 전일운전을 하는 예는 그야말로 극히 드문 케이스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물론 이게 1회성으로 벌어진 거라서 심야 시간대의 보수작업을 전면 중단하고 한걸겁니다. 심야시간대에 차량 보수까지 생략하고 한걸텐데, 아마도 정비주기가 도래하지 않은 예비차 1~2대를 가지고 최대한 빡빡하게 굴린 결과가 이게 아닌가도 싶습니다.
다만 이번 건의 경험에서 좀 주의할 부분은, 그렇게 대대적으로 비상가동을 돌렸는데 실제 비상가동을 해야 했을 만큼의 트래픽 처리가 있었는가를 봐야할겁니다. 이번 건으로 9만명이 고립되었다가 풀렸고 2일에 걸쳐서 비상수송이 돌아간 셈인데, 6량편성 전동차가 5회 운행을 했다면 정원대로 승차했을 경우(입석이 생기긴 하지만) 4000명 정도의 수송이 가능해 집니다. 문제는 심야에 전동차를 이용해 이동하는 사람이 그정도 규모가 되었는가에 대해서 좀 고민은 있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실제 전동차는 열차당 재차인원을 제대로 체크할 수가 없으니 실제 데이터가 집계되긴 어렵기는 할겁니다만서도. 막말로 전동차 한 대에 10명 정도 타는 수준이었다면, 차라리 이런 비상수송 대응으로 철도회사 측이 대형 버스와 운전자격자를 확보해 두었다가 심야 운행을 하는 쪽이 나았을지도 모릅니다. 특히나 이런 비상수송 대책을 내면서 임시차 투입을 관례적으로 하는 경우가 종종 보이는데 정말로 이용율이 얼마나 나오는지를 좀 체크해 볼 필요는 있을거라고 봅니다. 과거와 달리 심야교통편이 극히 적은 시대도 아니고, 또 자가용 보급도 많아서 과거와는 양상의 차이가 제법 있다고 보여지는지라.
그리고 이번 사태에서 공항공사가 청사 난방가동 비용 문제로 제주도와 티격댄 부분이 구설에 오르고 있는데, 사실 이 문제가 공항공사를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흐름이 된건 좀 기이한 감이 있긴 합니다. 공기업이니 그만한 사회적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견 수긍은 가지만, 실제 이렇게 대규모 재난사태가 벌어졌을때 정부가 비상자원을 동원했을 때 제대로 보전해 주거나 이 부분에 대해서 어느정도 납득할 만한 지원을 해 줬다면 이런 논란이 생기지도 않았을겁니다. 평시에는 공기업들이 경영합리화 노오오오오력이 부족하다고 말 그대로 쥐잡듯 갈궈대면서, 일이 터지면 왜 안해주냐 빼애애액 하고 난리를 치고, 그리고 나서 또 나중에 가면 또 노오오오력 드립을 치면서 왜 그렇게 돈을 많이 썼냐고 비난하는게 일상이기 때문입니다. 당장에 난방비 가지고 논란이 난건 아마 지자체 측이 자기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언플이 묻어들어간거라고 생각이 들지만, 실제 저런 일이 터졌을 때 저렇게 당한게 한두번이 아니니 반응이 저렇지 않나 싶습니다. 아마 비상동원으로 발생한 연장근로 인건비나 이런 쪽에서는 아주 이런게 일상이 되지 않나 싶기도 하고.
여기에 하루 정도 지나니 대가리를 쳐드는 드립이 있는데, 바로 제주해저터널입니다. 모 신문사가 사설을 가지고 약을 팔아대고 있고, 여기에 부화뇌동해서 전남도에서 무안공항 경유 고속철까지 1+1끼워팔기를 시전하고 있는데 참 징그럽다 싶기도 합니다. 대충 57km짜리 고타르트 베이스 터널의 2010년 기준 총사업비가 101억 달러, 53km짜리 1989년 기준 세이칸터널의 공사비(해협선 부대시설비 포함)가 1조 7백억엔 상당 정도 됩니다. 대충 우리돈으로 환가를 치면 50km정도의 대규모 터널쯤 되면 10조에서 11조원 정도가 들어간다고 봐도 될겁니다. 제주해저터널 구상에서 해저터널 70여 km와 해상교량 약 22km 정도를 포함해 100km정도의 토목구조물이 요구가 되는데, 딱 2배 정도 나오니까, 20~22조원 정도 들어간다고 보면 맞는 돈입니다. 4대강을 한번 하고 나니 20조원 정도는 우습게 보이는 사람들이 요즘 참 많이 늘어났는데, 경부고속철도 총 사업비가 18조원, 이것도 도심구간을 뺀 숫자가 그정도입니다.
대략 20조원 정도를 박아넣으면 이걸 전액 회수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하루 20만명 정도의 이용객이 해당구간에서 유발되어야 할겁니다. 초기의 경부고속철도 계획에서는 예측치가 하루 30만명이어야 18조원에서 20% 정도를 상환불요의 정부보조로 해결해서 가능하단 결론이 나왔었는데, 이건 금리 비싸고 그런 시절의 결론이니 좀 봐줘도 저정도 될겁니다. 근데 이번 주말 대란으로 고립된 인원 총계가 9만명이니, 하루 20만명 선은 커녕 하루 10만명 이용선을 확보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한 이야기가 됩니다. 세이칸 터널의 경우는 세이칸연락선의 운영경비와 재투자경비까지 엎어서 보면 건설투자를 어느정도 합리화 할 여지라도 있었지만, 제주해저터널은 이럴만한 볼륨이 나온다기도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뭐, 건설투자가 아닌 터널의 유지보수 경비부담 문제로 가면 세이칸터널은 실패한 투자에 가까운데, 제주해저터널 역시 건설은 어느정도 합리화 되어도, 시간당 500톤 정도씩 물을 퍼내느라 연간 유지비가 3~4천억씩 드는 애물단지가 되어 차라리 다시 되메우잔 이야기나 안나오면 다행일겁니다.
여하간, 해저터널 알기를 우습게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거 그렇게 하고 싶으면 지방공사 하나 세워서 하는 쪽을 권장해 드리고 싶달까 그렇습니다. JR홋카이도가 저 해저터널에 꼴아박는 돈 덕에 지방선 유지를 포기해가다시피하는데, 기왕에 지방공사를 세우면 철도경쟁체제 2단계 플랜에 따라서 그쪽 로컬선들도 다 같이 묶어서 가져가는 패키지 딜을 좀 하는게 좋지 않나도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