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이게 불거진게 태백선 사고 조사보고서에 다뤄진게 그 촉발된 시초라 할 수 있습니다. 권고 정도로 다뤄진거지만, 일단은 공식적으로 제기는 된거니 어찌되었든 밀어보려는 정부나 사측과, 여기에 반발하는 노측의 대립구도가 나오는 모양새입니다. 뭐 권고 자체가 국토부 입김이 들어가는 사고조사위원회에서 나온거니까 정부의 "길들이기"성 의도가 없다고는 하기가 어려울겁니다.
그러나, 실제 이게 사고조사나 안전 증진에 기여를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상당히 회의적입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사고조사보고서에서 중요한 참고자료로 사용하는 정보기록장치에는 열채운행정보기록장치와 무선통화기록장치가 있고, 공식적으로 장치로 구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전자연동장치와 신호보안장치의 로그 자료, 그리고 근무자의 근무계획과 기록을 모두 인용해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이중 열차운행정보 기록장치의 내용을 보면, 차내의 주간제어기(이른바 놋치라 불리는), 제동장치, ATS 등의 신호보안장치 동작 등을 모두 로깅하고 있고, 차량의 속도 등 정보도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한, 무선통화기록장치 또한 무선통화한 내용을 녹음해 보관하고 있어서, 사실상 항공기의 블랙박스에 상당하는 정보량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블랙박스가 비행기록장치와 조종실녹음장치로 구성되어 있으니, 이 둘에 해당하는 기록이랄까.
여기에, 철도는 지상측에서도 궤도회로의 점유상태나, 전철기의 상태, 신호기의 신호현시 등 기록이 남아 있는게 보고서에서 확인이 됩니다. 즉, 열차가 역의 어느 선로로 들어왔었고, 거기서 어느 궤도회로(위치)를 언제(시기) 점유했는지가 확인되며, 전철기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신호기에 어떤 신호가 표출되었는가를 기록으로 확인하는게 가능합니다. 이런 자료와 차상측 기록의 조합으로 열차사고 당시의 열차가 어떤 상태에 있었는가에 대해서는 대부분 규명하는게 가능한 수준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영상기록장치가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모호합니다. 사고조사에서는 솔직히 말해서 별 의미가 없지 않나 싶습니다. 그나마 휴먼에러에서 기관사가 중과실이냐 아니냐의 판별, 즉 누가 잘못했는가를 따지는 책임소재에나 초점이 맞춰지는거에 불과한거고, 이건 원인 규명을 위한 안전의 개선이라는 측면에서는 외려 부정적 효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본 철도가 사고조사를 객관성과 원인규명에 초점을 맞추고 책임 규명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 것도, 거짓보고나 은폐로 오히려 사실이 호도되고 정말로 안전을 개선하는데는 기여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아마가사키 사고 보고서를 보면 이런 부분이 여실히 드러나는데, JR서일본의 강압적인 다이어 준수 사풍 덕에 경력이 그리 길지 못한 운전사가 1차 오버런 사고를 낸 이후 정신적 압박을 굉장히 심하게 받았고, 결과적으로 관제사와 차장의 열차무선 통화에 정신이 팔려 제동취급이 늦어지는 결과를 초래, 100명이 넘는 인명을 희생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습니다. 영상기록장치가 과연 의도되로 역할을 할지, 아니면 역으로 사고를 칠지를 예단하긴 어렵지만 부작용이 그리 작지는 않을거라 봅니다. 더욱이, 이미 정부나 사측에 대한 신뢰가 빈약한 상황이고, 뻑하면 개인정보 오남용 문제가 정부나 사회 도처에서 나오는 상황에서 영상기록장치를 온전히 사고조사에만 사용한다는 보장이 없다시피 하다면 아마 굉장히 우울한 결과가 될겁니다.
사실 정말 필요하다면, 열차의 정면 시야를 촬영하는 장치 쪽일겁니다. 이런 장치와 증강현실 기술을 결합해서, 모 네비게이션의 장치처럼 정지위치를 검지해 주거나 신호현시를 체크하며, 외부요인으로 기록되지 못하는 각종 현상들을 잡아내는 쪽이 더 안전에 기여할겁니다. 물론, 이런 장치가 철도 이용자의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기 때문에 최종적인 도입은 신중하기는 해야하겠습니다만서도.
뭐, 현실적으로도 이런 영상기록장치를 탑재하기 위해서 차재형 컴퓨터와 카메라, 기록장치를 설치하고, 이후의 유지보수와 자료관리 부담을 대충 어림짐작해 보면 초기에 수백억 단위의 투자가 들어가고, 이후로도 연간 수십억원 수준의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을 하는데 그걸 부담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가 부터 좀 고민이 있어야 할겁니다만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