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안경을 늘 끼고 볼 수 밖에 없는 한국경제 기사고, 여기에도 쓸데없는 뻘소리가 좀 붙어있기는 한데 기본 논조인 "통합개발계획"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상당히 공감이 가는 부분입니다.
기사에서도 지적하고 있지만 삼성~동탄급행철도를 필두로 한 GTX가 2개선이나 경유하는 걸로 계획이 되어 있고, 여기에 서울시가 계획한 위례신사선이 걸려있기도 합니다. 또한 KTX 연장계획도 자꾸 언급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이 말인 즉슨 최소 3개 이상의 철도가 한 지점을 경유한다는 이야기고, 여기에 영동대로에 한전부지 개발과 엮어서 환승센터 설치까지 이야기가 되고 있어서 사실상 서울 초유의 교통 결절점이 마련될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설계가 다 따로 놀고 있는데다 아직 계획중인 철도까지 몇 개가 걸쳐져 있다는 점입니다. 더욱이 이미 남쪽과 북쪽으로 2호선과 9호선이 통과하고 있는 상황이고, 2호선의 경우 역 개량사업의 이야기도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인천에서 기존 GTX 계획에서 타당성이 안나와 무산위기에 빠진 송도~여의도 경유 노선을 서울시 구상으로 가지고 있던 2호선 복층, 즉 급행화 철도로 대체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야말로 난개발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랄까.
이런 상황에서 마스터 플랜을 하나 만드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은 매우 적확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어디에 어떤 역을 두는 정도가 아니라, 미국의 그랜드 센트럴 역이나 워싱턴 유니언 역 처럼 통합역사에 가깝게 유기적인 역사로 계획하지 않으면 안된다 할 것입니다. 현재의 서울역이 나름 잘 만들어진 역이긴 하지만, 다른 노선과의 연계 면에서 동선이 꽤나 불합리하다거나 용산역과의 유기적 연계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거나 하는 부분들이 걸리고 있습니다. 또 KTX수서역의 경우 2개지하철 접점에 입지해 있고 또 두단식 역사로 꽤나 짜임새를 갖추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환승거리가 길어지는 등의 약점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과거 철도청 시절의 노선들은 이른바 "선시공부"를 여러곳에 만들어 두고 있었습니다. 안산선 같은 경우 한대앞에서 수인선의 연계부분을 미리 건축해 두었다던가, 경부고속철도의 경우도 제대로 써먹진 못했지만 도심구간을 위해 사전 선시공부를 만들어두기도 했습니다. 지하철 1호선도 활용은 못했지만 추가 지하공간을 둘 수 있도록 미리 배려해서 종로3가역의 혼잡개선이나 동묘앞역 신설 같은게 이루어질 수 있었던 전례가 있습니다. 물론 계획시점에서 어느정도 틀이 잡혀야 가능한 일이고 나중에 불용처리가 되는 리스크는 있겠습니다만.
가장 필요한건 진입하는 노선이 몇 개나 되는지를 명확히 하고, 이게 지하냐 지상이냐를 따지고, 또 영동대로 하부에 어떤 노선이 먼저 들어오고 어떤 노선이 나중에 건설되어야 하는지를 정해 수평/수직 평면도를 뽑아두어야 할겁니다. 특히나, KTX의 진입과 관련해서 저상홈의 설치와 정차여력 같은걸 종합하면 홈 숫자가 늘어날 수 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아무리 광폭도로라지만 다층형 구조로 갈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에 따른 선로의 어프로치 부분도 고려해야 할거고, 당연히 기존 2, 9호선의 구조물 통과 문제도 다루어야만 합니다. 여기에 기설노선 및 환승센터와의 접속방안, 그리고 환승거리가 긴 만큼 이를 보조할만한 설비의 추가 설치 같은것도 모두 고려가 되어야 할거고, 복층형 구조에 따라 통로 구성도 여러모로 고민이 들어가야만 할겁니다. 이런 걸 그냥 일단 질러놓고 보자는 식이 되면 그야말로 망하는 지름길이라 할겁니다.
따라서, 1년 정도가 지연되더라도 기관간의 격벽을 털어놓고 큰 그림을 잡아놓고 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한, 이에 따른 부가적인 예산 부분에 대해서 좀 고민해서 기관간의 분담원칙을 새로 잡는 노력도 들어가야 할거고. 일본의 신주쿠 역 같은 마경을 영동대로 하부에 만들 생각이 아니라면, 여러모로 고민이 필요한 타이밍이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