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하간, 이런 와중에서 그나마 걸어놓은 걸 좀 하는 시늉이라도 하려면 가급적 사업비를 최대한 절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겁니다. 당장에 투입되는 돈을 아끼는게 그나마 공공사업이 조금이라도 빨리 달성될 여지를 만드는 걸테니. 문제는, 이 사업비 절감의 방향이 그냥 차량 폭을 줄이거나 하는 식으로 가기 일쑤라는 점인데... 차라리 이럴바엔 지상으로 노선을 꺼내거나, 트렌치화 하는게 좋지 않나 생각을 합니다.
가장 먼저 이걸 지적하고 싶은 노선은 월곶-판교선과 신안산선입니다. 월곶-판교선의 안양시 구간은 도저히 어떻게 견적이 나오기 힘든 상황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지역민원 때문에 우회를 집어넣고, 또 입체교차가 필요한 구간도 여럿 있는데 이걸 지하화 하면 그만큼 막대한 비용이 깨지게 됩니다. 어차피 월곶-시흥시청-광명 사이 구간에는 대규모 밀집주거도 없고, 대개 산악터널로 대체가능한 구간이 많습니다. 이 구간을 지상화하고, 공동주택 등이 인접한 구간은 약간 우회하거나 방음터널화를 하면 얼마든지 해소가 가능할걸로 보입니다.
신안산선 중앙역 방향 또한, 지상화를 검토할 여지가 있는데 일단 목감 일대부터 성포 전까지 구간에는 고층주거가 별로 없습니다. 따라서 지상화가 그리 곤란한 지역이라고 하긴 어려운 곳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덤으로 안산 시내 구간을 지하로 들어가지 않고 42번 국도의 완충녹지 같은걸 이용해 고가화 한다면 지상연장을 늘릴 수 있게 됩니다. 수요중심지에서 좀 떨어지는게 뼈아픈 대안이기는 하지만, 어차피 도시내 이동보다 서울 시내까지 도시간 이동 목적이 될 노선이니 버스 환승으로 가닥을 잡아 이용하는 수요를 받아내면 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소사-대곡선의 경우도 한강도하를 하저로 계획하고 있는데, 고양시에서 중간역 하나 만들어달라고 몽니를 부리고 있기도 하고 하니, 과감하게 한강도하를 지상화해 버리면 어떨까 생각이 듭니다. 개화산에서 지상으로 기어나와 행주산성 앞쪽의 난개발지 가운데를 뚫고, 좀 장황한 곡선을 그리면서 고양기지를 고가로 넘어가야 하는지라 좀 쉬운 루트는 아니긴 하지만,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오는 구배보다는 고가에서 내려가는 구배쪽이 완만하게 잡을 수 있고 그만큼 능곡역 접속부 설계도 융통성 있게 할 수 있을겁니다. 덤으로 구조물 설계 잘하면 행신쪽에 그동네서 그렇게 원하는 역도 만들어 줄 수 있을거고 말입니다.
7호선 의정부 연장건도 비슷한데, 여기도 어차피 기왕에 있던 장암역이 있는 만큼 지상 복선으로 계획해서 의정부경전철 탑석-기지 사이에 환승역을 하나 새로 만들어 붙이는 식으로 계획하는게 낫지 않은가 생각이 듭니다. 어거지로 지하 단선으로 만들다가 열차는 30분에 1대 겨우 다니고 운영비는 운영비대로 깨지고 이러느니, 과감하게 포기할 건 포기하고 가는게 나을겁니다. 덤으로 1역 추가를 시켜주면 경전철 이용률 올리기도 되어서 운영비 부담 문제를 좀 풀 여지도 있을거고 말입니다.
작금의 상황에서 경제성도 망하고 미래도 없는 지하화를 자꾸 하느니, 수도권은 지상화가 불가능하다는 식의 자기실현적인 경구를 만들기 보다는 한번 좀 정면돌파를 해 보는 그런 접근이 좀 필요는 하다고 봅니다. 그게 싫다면 사업이 한 10년 뒤에 된다 그런 방향이 되어야 하는거고 말입니다.
P.S.:
근래 좀 관심을 끄는 노선이 울진-분천선입니다. 이건 보나마나 여당지역구 의원의 치적성이고, 적자선 당첨이 거의 확정적인 그런 노선이기는 한데... 2000년대 초반 국철 계획선에 당당히 들어가 있다가 사라진 그런 계획선인지라 그냥 안해도 그만이긴 한데, 좀 욕심을 부려본다면 이걸 정규 철도선으로 하기 보다는 산악트램 요소기술을 차용한 일종의 변종 노선으로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왕년의 일본 신에츠 본선같은 스타일로 치차식 표준궤 철도로 만들어서, 영동선과 직결하는 거점노선이 되면 어떨까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물류기능을 분담할 관광겸용의 정규철도로 할라면 철암-가곡천-호산선이 차라리 나은 루트라고 보는데, 이 물류기능을 싹 포기하고 간다면 저게 맞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