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화의 강점은 일단 바닥 면적을 키울수가 있어서 그만큼 좌석을 더 심든, 입석을 더 태우든, 아니면 다른 서비스 설비를 더 올리든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겁니다. 부수적으로 공간을 세분화하거나 할 수 있고, 2층부분의 전망을 강화하는게 가능하다는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단점은 차가 무거워지는데다 무게중심이 올라가 주행안정성이 떨어지고, 자칫하면 축중 규제를 넘어가서 시설물에 부하를 가하며, 공간이 분리되다 보니 승무원이든 역무원이든 운임관리나 서비스를 위해서 인공이 더 들어가야 하고 또 2층이라는 구조상 계단이 필수적이어서 승하차 지연이나 안전사고의 가능성이 생깁니다. 정비성도 그만큼 나빠지고, 청소도 그만큼 번거로워지는데다, 차량 가격까지 비싸집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유효 바닥 면적을 늘리는 대신 나머지 모든 점에서 약점을 가지게 된달까 그런 방향이 됩니다.
특히 기술적 베이스에서 2층화는 굉장히 난해한 부분이 있는데, 이게 동력분산식, 이른바 동차화에는 굉장히 불리하게 됩니다. 2층 전동차가 없는 건 아닙니다. 일본에서는 도태중이긴 해도 E2, E4같은 신간선 차량이 있고, 유럽에서는 스태들러사의 베스트셀러 모델인 FLIRT 가 있기는 합니다. 다만, 실제로 까 보면 바닥 아래부분의 공간이 전무하기 때문에 운전실과 객실 사이, 또는 보통 화장실이 배치되던 끝단 공간에 전장품을 우겨넣거나, 아예 1량이나 2량의 객실 1층부분을 털어서 몰아넣거나 하는게 실제 설계의 핵심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도 모자라서 계단부분 아래에 우겨넣거나, 에어컨을 집약화시키고 공간을 번다거나 이런 식의 공간설계를 엄청나게 하고, 인버터 같은 것도 액냉식 같이 좀 공간절약에 목숨거는 타입으로 많이들 만들어 넣어야 합니다.
여기에 정비성에서는 그야말로 환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렇게 집약화 시키다 보니 차재 기기류를 분해하거나 하기가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아지게 되고, 객실쪽에서는 면적이 늘어나고 구조가 복잡해지니 그만큼 작업 인공수가 많이 들어가게 됩니다. 여기에 저 부품들도 집약화된 부품이 늘면서 정비성이 망할 가능성이 은근히 생겨나게 됩니다. 기존 전동차의 부품과 호환성이 확보되지 않을거야 불보듯 뻔하고 말입니다. 이래서 전동차가 아니라 그나마 노가다성이 적고 구조를 단촐하고 최대한 면적을 뽑아낼 수 있는 객차타입 모델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래 영상은 2층화 모델로 유명한 네덜란드의 DD-AR형 차량의 중정비 광경(다만 전장품이나 대차정비는 안보여줌)인데, 역시 설비면에서 1층차량에 비해서는 좀 난해해 보이는 감을 지우기가 힘들달까.
그런 의미에서 2층차량의 도입이 수익력의 강화로만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차량이란게 모델 바뀌면서 이런저런 변수가 있는 법이지만, 2층차는 그야말로 리스크가 큰 차량 설계랄까 그런 감이 있습니다. 북미의 커뮤터 쪽에서도 2층차량이 흔히 보이기는 하지만 이걸 선호하는 회사와 꺼리는 회사가 좀 극명하게 갈리는 감이 있습니다. 대개 열차투입횟수가 제한되는데 차량규격 제한은 적고 기관차 견인으로 일하는데는 2층을 쓰고, 전동차 베이스로 사업을 하는 데는 기술적 난제도 있고 고빈도 운전을 할 여건이 되니 그냥 1층차를 쓰는 방향으로 가는 편입니다. 유럽에서는 2층차가 근래 보급이 좀 되고 있긴 하지만, 영국이나 스페인, 벨기에, 이탈리아 같은데서는 극혐....인 분위기고,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는 좋아라하고 그런 감이 있습니다. 결국, 취향과 서비스 모델, 그리고 기술기반을 바탕으로 판단을 내려야 할 요소라 할겁니다.
일단 한국에서 2층차를 도입한다면, 일단은 고속철도에 도입을 생각해 볼 수 있을겁니다. 장기적으로 어떻게 될지는 애매하지만 일단은 서울대전간에는 수요가 확실히 터져나가는 감이 있고, 그래서 2층차로 좌석공급량을 올려볼 필요가 있어는 보입니다. 또 차량 구상 자체가 이미 어느정도 진척이 되어 있기도 해서, 가장 현실적으로 가능해보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실제 도입과정에서 문제가 될 부분이 많은데, 일단 통상대차 차량을 베이스로 양단동력형으로 만드는 점입니다. 통상대차 방식의 2층차는 좌석공급 증대효과가 관절대차 방식에 비해서는 아무래도 떨어지는 편이고, 차량이 더 길고 무거워지는데다 2층까지 끼얹으니 중량증가가 상당히 현저해 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걸 20량 편성처럼 객차 14량에 양단 PP로 굴리면 동력성능이 ICE-1정도가 되니 300km/h급 노선에 쓰기엔 성능이 미달이 될 가망이 높고, 10량 편성으로 한다면 중련운전을 해도 지금의 KTX-1편성보다 정원증가 효과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큽니다. 4량을 벌써 동력차로 날리고 시작하니, EMU-300보다 수송력 우위를 보이려면 2층부분에서 200명 가까운 정원증가를 뽑아내야 합니다. 이건 아무래도 무리수 설계가 많달까.
그래서 고속철에 쓰려면 EMU-300과 결합시켜서 생각을 하는게 맞을겁니다. 물론 전2층에 비하면 정원증가가 그야말로 미미한 수준에 그칠 가망이 높기는 합니다.하지만 EMU-300에서 제어전동차 모델을 도입하고, 부수차 집중배치를 통해 16량 조성에서 4~6T정도를 2층으로 교체하는 방식으로 도입을 한다면 최적화된 도입이 가능할겁니다. 저 DD-AR에서 한 꼼수인, "동력실이 있는 차의 바로 인접한 대차까지 전동대차로 쓰기"를 쓴다면야, 현 EMU-300 기반 16량 조성으로도 3량의 2층차를 뽑아낼 수 있을겁니다.
이미 ITX새마을을 도입해 버린지라 답이 아니기는 하지만, 경부나 호남 기존선용의 2층 전동차 도입도 검토는 해볼 수 있을겁니다. 저 DD-AR이나 일본 215계 같은 타입이나, 아예 객차타입으로 독일이 들인 Twindexx 모델같은 걸 생각해 볼 수 있을겁니다. 공급능력면에서 그야말로 폭탄인지라, 공급 자체에서는 그야말로 궁극기라고 해도 되기는 할겁니다. 같은 량수의 무궁화에 거의 1.5~1.7배쯤 공급이 늘어나고, 8량 조성이라면 3M5T정도의 MT비가 나오는 전장품 집중배치 타입의 2층동차 구조라면 ITX새마을과 비슷한 동력성능으로 좌석공급을 극대화할 수 있기는 할겁니다.
하지만, 기존선에서는 여러모로 좀 복잡한 부분이 많은데, 일단 평일 RH나 주말을 제외하면 의외로 열차의 좌석구하기가 어렵지는 않은 편입니다. 그리고 ITX새마을이 비교적 높은 공급능력을 자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궁화와의 운임차이로 인해서 무궁화로의 이용객 유출이 심해서 좌석에서 의외의 여유가 나기도 합니다. 통근정기권 대신에 착석을 보장받기 위해 매일의 열차를 미리 끊어두거나, 현장발매를 노리는 사람들이 은근히 있는데, 이 사람들에게 ITX새마을은 운임으로 경원시당하는 분위기랄까. 2층차를 투입하더라도 이런 운임차등으로 인한 변수가 있어서 쉬운 대안은 아닐 가망이 높습니다.
EMU-250에 대해서는 EMU-300과 비슷한 입장이 나옴직 한데, 다만 EMU-250자체가 대수요를 기대하는 노선에 투입되는 차량이 아니어서 2층차 도입의 필요성에서는 좀 애매한 위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한 EMU-250과 등가의 동력성능을 가지는 전2층 전동차라는건 현재 기술수준에서는 반쯤 유니콘에 가깝기도 하고 말입니다. FLIRT같은 모델이 200km/h 운전으로 2층까진 구현을 하긴 하지만, 이건 사실 동력대차를 6량에 2개 배치하는 수준으로 거의 PP동차 레벨의 MT비를 자랑하는 놈이라서 입환면에서의 이득을 빼면 EMU도입의 목적 자체와 대치되는 타입들에 가깝습니다.
의외의 변수가 있는건 광역전철 쪽입니다. 일본에서도 주오선을 시점으로 2층 부수차를 통한 보통열차의 예약제 좌석 판매를 꾀하고, 이미 현장 정원제 판매 개념으로 2층 특실을 여러 통근노선에 적용을 하고 있기는 합니다. 또 사람들의 착석 통근 열망 같은걸 생각하면 사업모델로서 성립의 가능성은 넘쳐나는 거 처럼 보이기는 합니다....만.
현재로서 광역전철에 대해 도입하려면 세 개의 난제를 극복해야 합니다. 첫째는 난무하는 부정승차를 통제하는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사후적인 단속강화로는 아무래도 무리수가 있는데다 일단 군중이 덤벼버리기 시작하면 답이 없는게 문제입니다. ITX청춘이 반쯤 무법열차가 되어버리는 상황에서 그보다 더 객분리가 안되는 혼합편성 등의 모델은 한국에서는 도저히 안되는 물건에 가깝지 않나 싶습니다.
둘째는 차량 투자규모가 너무 방대해진다는 점입니다. 현재 철도공사 관할 구간의 광역전철은 하루 2천회를 넘어선 수준이고, 이를 위해 배치되어 있는 전동차의 숫자도 수백 편성에 달합니다. 이 차량에 2층차를 충분히 배치하지 않으면 사업모델로서 성립하기 어려운데, 이 충분한 수량을 배치하려면 차량의 대폐차 시즌이나 아니면 일부러 차량의 돌려막기를 해서 한 노선씩 몰빵으로 교체사업을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도 이미 막대한 투자가 들어가게 됩니다. 검증되지 않은 광역 착석모델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벌이는건 역시 너무나 리스크가 큰 사업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안그래도 차량가격도 비싼데 말입니다.
셋째는 투입범위의 한정성입니다. 일본에서 2층차를 끼워넣어 영업을 하는 노선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긴테츠 정도는 예외지만), 모두 10량 이상의 장대편성을 운용하는 구간이라는 점입니다. 즉, 2층차는 부수차 위주로 투입을 해야 하고, 투입한다면 가급적 집약적으로 2~3량을 넣어야 효과를 볼 수 있는데, 이정도를 끼워넣으려면 결국 10량편성 정도는 되어야 여력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게 안된다면 1량 정도나 끼워넣게 되고, 이걸 가지고는 인력검표를 넣기도 애매하고 공급량도 제한적이어서 결국 비즈니스 모델로 성립하기가 어렵습니다. 결국 광역쪽에서는 최선의 모델은 ITX청춘 정도가 한계일거고, 이정도라면 구태여 2층차를 끼워넣을 가치는 별로 없다 할겁니다.
한국철도에서 새로운 여객사업 모델을 시도하는 거 자체는 여러모로 필요는 합니다. 그리고 2층차 도입같은게 어느정도 그런 모델을 환기시키기 위해서 필요할 수는 있는데, 사실 반드시 이 모델이어야만 한다라는 점에서 확신이 들지는 않는달까 그렇습니다. 외려, 일반여객에서는 차량모델의 난립이라는 약점을 초래하고, 광역이나 이런데서는 어설프게 도입하면 아주 제대로 망테크를 타는 길이 되지 않을까 우려가 더 크고 말입니다. 그만큼 심사숙고가 좀 필요한 화두가 아닌가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