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말로는 뭘 못하겠습니까마는... 토건3총사가 그렇다고 하는데 미-개한 개돼지가 뭐라 하겠습니까.
솔직히 말해서 말로는 고속화하고 더 빠르게 하고 하는게 쉽지만, 문제는 그걸 유지하고 재정적 채산을 유지하는데 있을겁니다. 무궁화호가 250km/h까지 빨라진다는 이야기에는 그야말로 어이가 새턴V로켓을 타고 승천하는 거 같은 멍함이 느껴진달까. 지금도 무궁화는 입석을 세우는 수준까지 꽉꽉 채우지 않으면 인프라분의 투자액을 제끼고서도 흑자가 안나오는 레베루인데 그걸 250km/h급 열차까지 운임 그대로 받고 굴린다라... 정말 대단한 파퓰리스트가 납셨다 생각이 듭니다.
재정적 타당성이란 말은 결국 그 철도 서비스를 유지하는데 들어가는 총 비용을 운임과 보조금으로 충당할 수 있느냐에 걸려있다 할겁니다. 그리고 현재까지 무궁화호나 새마을호는 KTX로부터의 교차보전을 받지 않는건 당연한 취급을 받고 있다시피 합니다. 의원실에서 확보한 자료를 가공한 한겨레의 그래프를 좀 인용하면(링크), 일반철도는 3800억 정도의 적자상태에서 고착되어 있다시피 한게 현실입니다. 흑자전환은 KTX가 견인하다시피 하고 있는 상황인데, 여기다가 정상적인 코스트 보상이 불가능한 운임조건 하에서 고속화를 열심히 해봤자 지옥만 열어젖힐 뿐이랄까.
인프라를 건설하는 시점에서야 고속화를 하건 말건 현대적인 기준에 맞춰 시설을 짓는다면야 외려 비용절감 효과가 나올 여지도 분명 존재합니다. 근래엔 산악터널쯤 되면 고가건설비용과 생각외로 큰 차이가 안나다시피 하고, 곡선 파느라 인력작업을 대거 투입하느니 직선화해서 기계화작업으로 밀어버리는게 더 효과적이라거나 그런 경우가 흔하니 말입니다. 문제는 운영 측면입니다. 보통 직선화하면서 역도 줄어들고, 유지보수도 덜 투입되면서 코스트가 줄어드는 부분은 있지만, 하지만 고속화되면서 동력비가 늘고, 차량의 구입비와 유지보수비가 비싸지며, 레일의 마모속도가 증가하는 문제가 존재합니다. 시설 외에 전기나 신호, 통신, 보안설비 또한 그만큼 고성능, 고용량이 필요해지니 그만큼 비싸고 관리소요가 생기게 됩니다. 정밀한 자료였을지는 좀 의문이 있긴 하지만, 90년대 말에 고속철도의 영업속도를 300km/h로 규정할때도 저런 코스트 퍼포먼스를 시뮬레이션해서 최적점으로 뽑은거였습니다. |
결국 말도안되는 적자대매출을 안하려면, 합리적인 가격정책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지금까지 그런 정책은 정치적 이유로 회피해 온데다, 해당 구간에 잔존하는 기존의 열차들이나 병행노선들, 그리고 도로나 버스와의 가격 경쟁을 피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문제는 장기간에 걸쳐 저운임정책이 기본이 되다보니 다른 교통수단들 조차 낮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보니, 철도단독으로 합리적 가격정책을 펴면 수요 저미로 유지가 어렵거나, 수요가 나오더라도 정치적인 압력을 받게 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서, 무궁화호가 PSO보전을 받아 유지되는 한에는 해당 노선과 병행한 준고속노선의 영업은 무궁화로의 수요 유출에 시달릴 가망이 높고, 이걸 시정하려고 PSO를 날려 무궁화호를 폐지하면 ITX청춘이 그랬듯이 운임정책을 가지고 물고 뜯고 맛보는 상황에 빠지게 될겁니다. 경춘선이 겪었던 운임논쟁, 열차등급 논쟁을 온몸으로 다 겪게 되지 않을까 라는 우려부터 든달까.
물론 아주 대놓고 막장트리는 안가려고 준고속철도의 임율수준을 나름 새마을과 KTX의 사이쯤으로 만들겠다고 하기는 하지만, 그 사이에는 상당한 갭도 있는데다, 나중에 지역민원을 이유로 특별할인제도를 만든다거나 하는건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닐거고, 또 그렇게 임율을 처음에 세게 고시하고 상한선 인상을 인플레이션에서 유리시켜서 10년정도 꿔다먹으면 무궁화호 Mk.2 되는건 일도 아니기도 할겁니다.
이런 컨텍스트 없이 무궁화호 빨라집니다 드립을 치고 있는걸 보면 앞으로의 정책방향도 정말 뻔하게 보이는 부분이랄까 그렇습니다. 결국 지난 10년동안 하듯이 건설비용에는 매우 관대하게 손익관념 없이 "질러라!"를 외치지만, 운영비용에 대해서는 보전은 커녕 적자를 줄이려는 노오오오력이 부족하다고 열심히 채찍질 하던 방향에서 벗어나질 못할거고, 결국 그렇게 개판이 난 철도를 이게 다 공공의 비효율때문에 생긴 똥입니다 여러분 이거다 민영화하면 됩니다 약이나 팔고 말거라는게 예상되는 미래랄까. 그리고 요즘 나오는 꼬라지처럼 관치형 민간회사들 줄줄히 만들어서, 구토부 퇴직관료들 한 3년 꿀빨다 가는 자리를 양산하고 가끔 욕먹으면 기재부나 정치인 몇명 데려다 앉힐거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