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2차대전 정도를 기점으로 해서 그 전 시대는 육운은 곧 철도라고 해도 그리 틀린말은 아니던 그런 시대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이해가 안되는 기괴한 철도들이 많았는데, 도서철도(Inselbahn)이라 불리는 노선들도 그런 부류입니다. 말 그대로 바다 가운데 있는 섬 내부의 철도를 의미합니다. 특별히 산악이 발달하지 않은 북해 연안의 섬들이다 보니 크고작은 도로 외에 철도를 쓰게된게 아닌가 생각이 되는데,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그야말로 존재가 가능한게 신기한 그런 철도들입니다.
독일 관할의 북해 연안 섬들엔 거의 다 있었던 모양이지만, 아무래도 협궤가 기본이고 길어야 수 km의 궤도다 보니 대개 자동차의 발달과 함께 사명을 다하고 일찌감치 사라진 노선들이 여럿이기는 합니다. 다만 개중에서도 꽤 늦게까지 버티거나, 지금도 유지되는 노선들이 종종 있습니다. 아직도 지역 교통의 일환으로 유지되기도 하고, 각종 공사 자재를 나르는 화물용 철도로 남아있는 경우도 있고 그렇습니다.
저 사진의 유이스트 섬의 도서철도는 20세기 벽두에 만들어져서, 태풍에 몇차례 유실되기도 했지만 초기의 마차철도를 극복해서 가솔린 기관차로 운전을 하는 노선으로 발전한 2.8km 연장의 미터 궤간 철도입니다. 이후 2차대전 때엔 해안포의 탄약수송용으로 징발당했던 역사도 있지만, 어찌되었건 그 질곡을 넘어 1982년까지 여객과 화물 영업을 지속하였다고 합니다. 지도나 위성사진을 보면 왜 저런 기괴한 노선을 섬 한쪽에 만들었어야 하는지가 잘 이해가 되지 않기는 합니다. 특히, 지금은 항만이 바로 읍의 코앞에 있어서 필요가 있는가 싶어 보인달까.
그러나 거기엔 다 이유가 있었는데... 저 지역은 수심이 얕고 모래톱이나 뻘이 발달해 있어서 섬 바로 앞에 접안을 시키기가 굉장히 어려운 지형조건이기 때문입니다. 19세기말이나 20세기 초의 기술력으로는 저런 악조건을 극복하기가 어렵다 보니 섬에서 떨어진 곳에 저렇게 접안시설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근 1km가까이 떨어져 있는 저 시설까지 접근로를 만들기는 어렵다 보니 석재로 기초를 다지고 거기에 목재 교량을 만들어 저렇게 철도를 만든거였습니다. 오히려 저런 저규격 간이규격의 철도는 도로보다 만들고 유지하기가 쉽다 보니 저런 방법을 취했던 모양입니다.
결국 저 무지막지한 철도는 섬에 직접 붙은 항구가 마련되면서 용도가 없어져서 폐지됩니다. 기술발전 덕에 저런 70년쯤 묵은 구시대의 인프라는 필요가 없어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사진 정도로만 남고 시설물의 흔적도 지금은 남아있지 않은 구시대의 전설이 되었습니다. 뭐 독일쯤 되는 나라니 저런걸 근 한 세기 전에 만들고, 또 그걸 그렇게 오랫동안 굴려먹은 거겠습니다마는, 저걸 볼때마다 고군분투를 반복하다 사라져간 수인선 같은 협궤를 왜 남기지 못했나 아쉬움이 들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