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에 쓰는게 사실 가장 간편하고 큰 돈 안들이고 쓰는 방법이기는 합니다. 물론 시설적으로는 보강이 제법 들어가야 하고, 막상 해보려고 하면 쓸 수 있는 구간 자체가 굉장히 협소하기는 합니다마는 사업 자체를 발굴해 만들 수 있는 사용법이다 보니 스타트업 투자 하듯이 시도해볼 만한 부분은 분명 있긴 합니다.
다만, 이 외에 좀 생각해 볼 수 있는게 대체차량이 들어오면서 임무에서 해제되어 "여력"으로 남겨진 차량이라는 지점입니다. 이 말은 운행가능한 구간이라면 꽤나 편한대로 굴려볼 수 있단 이야기인데, 이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게 ITX청춘처럼 고성능 고규격의 특급차량이 아니라, 임시전세열차 같은걸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이 듭니다. 과거와 달리 전철구간이 굉장히 넓어진데다, 앞으로도 더 확대될 전망이 있다 보니 과거에 경인, 경부, 경원 3선만 보고 다니던 때에 비하면 사용범위가 확 늘어났고, 이걸 좀 응용해 볼 차로서 저항차를 개조 모태로 쓰면 어떨까 생각이 듭니다.
물론 고물차라는 비아냥을 듣는 저항차다 보니 내장재 개조에 꽤나 힘을 들여야 하기는 할겁니다. 개조의 포인트에서 내부 설비를 관광열차 만큼 휘황찬란하게 개량하는 것 보다는, 지금껏 전철에서 가질 수 없던 요소를 제공하는게 좋다고 생각이 듭니다. 가장 큰건 역시 객차에 가까운 설비일겁니다. 다만 소음 차단이나 승차감에서는 아무리 개조를 해도 숨길 수 없는 구식차량의 한계가 있는 만큼, 아예 컨셉을 현대적인 통일호나 비둘기호 정도의 느낌을 가져가면 어떨까 생각을 합니다. 즉, 고상홈 전용에, 가로방향 좌석을 기본 레이아웃으로 잡고, 중간의 출입문을 1개나 2개소로 축소하면 낡은차의 부정적 이미지 대신에 좀 추억보정을 받은 낡은차로 이미지를 박을 수 있을겁니다.
조성 자체는 6량 정도로 해서 200명 정도의 수용정원을 기준으로 개발을 하고, 1량 정도는 이벤트 객차나 라운지 정도로 설비를 갖추어서 2~3개 편성 정도를 만들어서 임시전세열차나 주말열차로 써보는 걸 생각해 볼 수 있을겁니다. 또 개조의 범위가 커지겠지만, 4량 전체를 M차로 조성해서 120명 사이즈로 맞춘 편성도 만들어서 급구배가 낀 루트에 쓰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을거고 말입니다.
이런 차량이 평소 용도가 없다는 점에서는 좀 리스크가 있는데, 정 사업을 만들어야 한다면 거점기지인 시흥이나 구로/영등포를 기점으로 해서 문산이나 양주, 팔당, 송도 등의 고성능이 크게 필요없는 구간 위주로 화물처럼 무정차 완행처럼 굴리면 어떨까 생각이 듭니다. 요금 징수를 제대로 할 수 없는게 약점이긴 하지만, ITX청춘이 어느정도는 타협을 보던 것 처럼 무궁화 특실 운임 정도를 기준으로 해서 굴려보면 되지 않을까 좀 생각이 듭니다.
전세열차로 전철 베이스의 차량을 쓰는건 꽤 호사기는 한데, 대신 괜히 기관차 견인열차 굴려보겠다고 다른 전동열차를 줄줄히 지연먹이거나 승강장에서 버벅대는 걸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은 해소가 가능할거고, KTX나 일반열차편으로 단체객이 왔을때 구간을 연계하기 위해서 버스를 쓰는 대신 이런 임시전동열차를 써먹어 보는 것도 생각은 해볼 수 있을겁니다. 일반전세열차들이 거의 300명 넘는 대규모 정원을 맞춰야 유치가 되는데, 그 대신에 200명이나 120명 정도까지 전세열차의 사이즈를 줄이면, 단가는 좀 박해질지 모르지만 그만큼 유치할 수 있는 객의 범위가 다변화될 수 있다는 장점도 생깁니다. 전철구간이 넓어지면서 생긴 운신의 폭을 이렇게 좀 써보면 싶달까.
물론 사용기간은 개조 이후 4~5년, 길어야 7년 정도긴 하겠습니다마는, 이 컨셉이 성공적이라면 스테인리스제 구식 전동차를 비슷하게 재활용하는 방법을 취하거나, 아예 전용편성을 신조해 보는 것도 생각할 수 있으니 한번정도 스타트업을 벌이는 셈 치고 해볼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