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컨셉 자체는 사실 일본에서 한 20년 전부터 꽤 떠들석하게 떠들어대던 기술입니다. 망해가다시피 하기 전의 JR홋카이도가 밀도가 극히 낮은 지방선에서 시설투자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배차를 늘리고, 또한 도로의 정체를 회피할 수 있는 그야말로 혁신적인 차량으로서 고려를 했던 물건인 DMV가 바로 동일한 컨셉의 차량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차량은 개발을 거의 20년 가까이 하다가 결국 JR홋카이도는 경영재건에 전력한다는 명분으로 아웃을 쳐버리고, 지방 제3섹터들이나 한번 기웃거려보는 그런 물건이 되어버렸습니다. 사실상 개발에 실패했지만 으르신들의 사정으로 실패라고 말을 못하는 그런 케이스랄까.
사실 DMV 20년만 보면 뭐 자기부상도 40년이상 한건데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아이디어에는 출발점이 있는 법, 실은 이 개념의 원류는 독일연방철도가 1952년에 개발한 철도-도로 버스(Schienen-Straßen-Omnibus), 줄여서 쉬스트라 버스(Schi-Stra-Bus)의 발전형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아예 철도전용으로 쓰는 레일버스나, 이런 여객용 듀얼 모드 버스는 얼핏 보면 굉장히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거 같아 보이는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실제 사용단계에서 보면 철도 사양과 도로 사양을 모두 만족시키는 차량을 확보한다는게 그리 원활하지도 않고, 또 이때문에 차중이 늘어나거나 불필요한 기계장치가 더 달려 유지보수가 난감해지는 등의 약점이 생기기 일쑤이며, 대개 철도도 영업이 안되는 동네면 도로도 같이 열악해서 도저히 견적이 안나오는 경우가 허다한 예가 많습니다. 여기에 철도차량의 운용기준으로 보면 버스의 운용기준은 사실 널널한 편이고, 또한 내구성 요건도 철도에 비하면 까놓고 말해 허접한 수준이어서 내구성에 대한 불만족이 굉장히 많은게 보통입니다. 여기에 보통 서스펜션이 부실하고 2축차 구조가 되다 보니 승차감이 아주 말아먹히는 경우가 많은데, DMV도 시운전 당시에 타본 경험담을 보면 비교적 고물차에 관대한 사람들 조차 승차감이 아주 구리다는 평가 일색인걸 보면 짐작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 2축차의 구림에 타이어 구동에 의한 진동과 소음까지 겹쳐서 그렇다던가. 여기에 면허가 도로와 철도 이중으로 필요한 것이나 정비면에서도 복잡한 정도는 좀 사소한 단점에 불과할 정도입니다.
사실 저걸 구상하는 이유가 짐작은 되는게, 정선선 같은 곳은 일단 선로는 있지만 교행가능 역이 현재로서는 없다고 봐야할만큼 취약한게 현실이고, 또한 노선이 맹장선이 되어버려서 임계나 평창 읍내, 그리고 경강선 주요역까지의 접속이 확보되지 않아 수요 확충이 제대로 되지 않는 취약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교행역을 늘리지 않고 도로를 경유해서 교행시설을 늘리지 않고 빈도수를 늘릴 수 있도록 하고, 동시에 철도종단에서 환승없이 연장해서 주요 수요처를 연결하는 식으로 대처하는 식의 운용을 생각해서 도입을 했을거라 봅니다. 일본의 DMV 개발에서 차량 외에 도로접속시설이나 GPS를 기반으로 한 신호시스템 까지 개발하려던 배경도, 센모본선의 낮은 수송밀도에 맞는 소단위 고빈도 수송력 공급과 동시에 시레토코 반도같은 관광자원에 직결하는 서비스를 만들려던데 있던거라 정선에서도 이런걸 좀 응용해보려는 의도는 있음직 합니다. 다만 그게 좀 안되는 컨셉이었다는게 함정이라면 함정인 셈입니다.
디젤동력 차량의 향후가 워낙 난감하기 때문에 사실 양용차량이라고 해도 양용으로 쓰지 않고 걍 철도 위주로 쓰는 방법으로 비용절감을 하는 것도 대안이기는 합니다. 문제는 과거 레일버스라는 전용의 소형 디젤동차를 굴려본 해외의 경험들을 보면, 철도차량에 비해서 절반 정도밖에 안되는 수명에, 차량의 수용능력이 절반이하에 불과해서 파동수요 대응에 아주 쥐약이 되어버리는게 가장 큰 패착이 되어버렸습니다. 거기다 2축차에 허접한 서스펜션, 낮은 출력 덕에 구배선 대응이 어렵다거나, 막상 버스에 비해서 속도경쟁력이 떨어지거나, 또 승차감이 버스만도 못하다는 취약성까지 줄줄히 달아서 소수파로 그치는 경우가 흔한게 이 장르였기에 지금은 80년대 도입차들의 말예만 남게 되었습니다. 대개 구조개혁의 압박 하에서 "좋은 생각"으로 출발해서는 그대로 사장된게 이 레일버스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 하겠습니다.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가지고 시도해 보는 노력은 평가할 만 하지만, 아무래도 저 기술은 지선철도의 여객서비스를 위해서 쓰기는 어렵고, 좀 특수한 구간들, 예를 들어 아주 단거리의 평탄한 전용선을 활용한 특수한 관광노선 정도에나 쓸 수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달까. 지선 서비스를 어떻게든 해보고 싶어하는 노력은 평가할만은 하지만 그냥 왕도를 걷는게 답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