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철도개혁을 두고 영국정부의 논리를 그대로 따가지고 와서 영국은 유럽에서 가장 빠른 여객수송 확장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운운하는 말을 그대로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뭐 이거보다 더 중증인 사람들은 스웨덴 철도의 민영화와 개혁을 두고서 우리철도에 많이들 적용하려 시도를 합니다. 뭐 한국철도가 아직 4000km에 불과한데 스웨덴만 해도 우리나라의 3배 이상인 1만km가 넘는 대규모 철도망을 가지고 있더라, 우리 인키로 다 털어봤자 저동네엔 게임이 안되더라 그런 부분은 있습니다마는 그래도 우수사례를 봐야한다면서 저걸 많이들 끌고 옵니다.
저렇게 보면 영국이 돋보이는 거 같기는 하지만, 사실 까놓고 말해서 그냥 유럽지역의 대세상승기가 지난 10년이고 여기서 워낙 난맥상의 경제와 행정을 보인 이탈리아 정도만 뒤쳐졌다 보면 될겁니다. 스웨덴의 경우는 오히려 철도개혁의 선두주자라면서 많이들 높게 평가하지만 그래프의 추이를 보면 뭐 밋밋하다고 하는게 맞을겁니다. 즉, 구조개혁이 철도실적의 절대적인 핵심변수였다면 위 그래프를 설명할 방법이 없다 하겠습니다.
사실, 저걸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요소를 하나 들자면 그 나라의 경제환경이라 할겁니다. 다만 단순히 경제성장률만으로 설명하기에는 2008/09 시즌의 공황이 다르게 나타나는 걸 설명할 수가 없다 할건데, 사실 정확히는 도시화율이나 이에 따른 부동산 이용 패턴에서 기인한다고 보는게 맞을겁니다. 영국의 경우는 2000년대 이후 주택가격이 급등하면서 장거리 통근객이 급속히 늘었는데 비해, 독일의 경우는 거의 변동이 없다시피 했습니다. 프랑스의 경우는 영국에 비하면 완만한 편에 가까웠고 말입니다. 여기에 영국은 런던 일극에 가까운 인구집중이어서 그레이터 런던 정도면 8백만의 인구, 인구밀도 평방 km당 5천명 정도에 달하고 있어서, 파리 대도시권이라 핢만한 일드프랑스의 1200만명, 평방km당 1천명 정도에 비하면 인구압이 강하다 할겁니다. 독일의 경우 베를린이 340만 정도다 보니 비할바가 아니고.
인구집중과 과밀, 그리고 비싼 부동산은 여객철도의 존립에 핵심이라 할건데 그 조건이 유럽에서 가장 잘 맞춰진게 영국인 셈입니다. 이 조건 하에서 본다면 일본철도의 흥망도 어느정도 이해가 될 수 있을겁니다. 8, 90년대엔 도심에서 1, 2시간쯤 걸리더라도 단독주택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이들이 그 철도 과밀을 만들어냈다는게 맞을겁니다. 그리고 교외 부동산의 몰락과 함께 장거리통근이 줄어 철도 수요자체가 감퇴하는 현상이 생기고 말입니다. 도쿄권은 그래도 여전히 일극집중이어서 혼잡이 존재한다고 하지만, 그 외의 도시에서는 전성기의 과밀은 옛 이야기고 그냥저냥한 수준까지 내려오게 된거고 말입니다.
물론, 철도개혁 자체가 완전히 무의미한건 아닙니다. 재무적으로 실패한 철도는 신규투자 여력도 없고 기존 운영도 그만큼 감퇴되기에 적절한 재정안정성과 효율성 확보는 철도의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는데 중요한 요소기는 합니다. 거시경제 환경이 큰 그림을 그린다면, 그 그림 안에서 서비스를 지속 유지해 나가는 것이 철도정책과 경영의 핵심이라 할겁니다. 이게 반드시 극단적인 개혁, 예를 들어 분할 민영화나 자유경쟁에 의해서 성취될 수 있다기 보다는, 꾸준한 재정 지원과 관리, 그리고 효율성을 유지하기 위한 경영개선이 지속되어야 가능하다고 보는게 맞을겁니다. 절대총량 자체가 부족하던 시대에는 고속철도같은 이벤트 하나가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었지만, 이제 와서는 그정도의 극적인 이벤트가 있을걸 기대하면 안되는 시대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