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합리화 과정에서 KTX특송으로 명맥만 남고 전부 폐지되었지만 과거엔 주요역 한켠에 소화물이라 해서 택배편 비슷하게 물건을 보낼 수 있는 서비스가 있었습니다. 원래 연원을 따지자면 여행객이 들고다니던 수화물을 같은 열차편에 따로 수송해주던 서비스가 바뀐거라고 하는데, 이걸 위해 전용 열차가 다닌다거나, 장거리 완행열차편에 연결해서 수송한다거나 했던 시절이 그리 멀진 않습니다. 다만 이후 택배편의 발달이나 도로수송이 늘어나면서 노동집약적인데다 요금 규제도 심했고, 무엇보다 문전수송이 안되는 점 때문에 말년에는 도서류나 신문, 농산물 정도나 좀 수송하는 정도였던걸로 압니다.
이런 시대에 밀려난 서비스를 전동차를 통해 하겠다고 이야기가 나오는 데에는 교통체증 외에 워낙 폭주하는 택배수송량 덕에 노동력 소요량이 어마어마해졌고, 반면 요율을 조정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서 합리화가 필요한 상황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사실, 이런 경향은 일본이 더 빠르게 돌고 있는 편인데, 아무래도 직고용 인력에 의해 운영되다 보니 단체협약 같은 것에 의해 제약받는 것도 많기도 한데다, 노동력 부족현상은 그야말로 심각해지고 있어서, 대도시 서비스 외에 전국망의 유지도 한계에 부딛히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기존 버스나 철도를 활용한 수송모드를 개발하려는 시도가 굉장히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시도 자체는 좀 시의성은 있어 보이기는 합니다. 다만 문제는 기반 시스템이 제대로 지탱할 수 있는가에 있을겁니다. 택배가 근래 한계에 도래한건 교통체증같은 것 보다는 노동력 투입이 한계를 보이고 있다시피 한데 있습니다. 상하차, 분류, 배달 등의 과정이 전부 인력을 갈아넣어 돌아가는게 기본이다시피 한 상황이고, 워낙 쥐어짜기 운영이 되다보니 대대적인 터미널 투자같은걸 생각할 만한 상황이 아닙니다. 게다가 기성의 택배 시설들이 이미 도로기반으로 완비된 상황에서 지하철이 끼어든다고 해봤자 트럭수송 구간의 일부를 대체하는 정도에 그칠 뿐, 노동력 투입의 절감같은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감이 있습니다. 즉, 어디에서 인력작업 소요를 절감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이 필요할 겁니다. 단순히 저가노동을 투입하는 걸로 해결본다는 건 더 이상 가능한 이야기가 아닌 시대인지라.
물론 10여년전에 그저 "좋은 생각"정도에 그치던 구상에서는 좀 진일보 했을거라 생각되고, 10여년전과 달리 무인택배함 같은 인프라가 역에 갖춰졌다거나 전동카트같은 어시스트 장비들이 비교적 싸고 합리적인 수준에 이르고 있고, 드론이나 자율주행같은 기술들이 나오고 있어서 사회나 기술적 기반은 많이 바뀌기는 했습니다. 배리어 프리 차원이기는 하지만 역들은 이젠 엘리베이터가 거의 완비되다시피 한 모양새기도 하고 말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걸 어떻게 꿰어 쓸 것인가, 또한 어떻게 합리적인 서비스를 만들 것인가에 대해서는 정립된 무언가도 없다보니 아직은 스타트업 수준의 초보적이고 위험투성이의 영역이라 할겁니다.
좀 개인적으로 생각이 드는건 지하철 무인택배함이나 대규모 빌딩의 중계수송, 그리고 역내 또는 역 인근의 매장들 기본물류에 우선적으로 적용해 보고 이후의 연계수송은 이 수송이 어느정도 궤도에 오른 시점에서 확장해 나가는게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물론 어중간한 투자와 사업이 되어 실패할 위험은 있긴 합니다마는, 할 수 있는 범위부터 해보는게 낫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