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새마을 열차 운행 중단 정도로 보면 지역에서 화를 낼만한 건 처럼 보이기는 하는데, 사실 이 열차의 히스토리를 보면 좀 그렇게 단순하게 볼 건수는 아니기는 합니다. 과거 객차형 새마을호 열차로 영동/태백선과 중앙선에 새마을이 각각 2왕복이 존재했었습니다. 2005년 시각표에 따르면 청량리에서 안동행이 9시와 16시 출발로, 강릉행이 8시 25분과 17시 출발이었으며, 안동 출발은 10시와 14시 30분, 강릉 출발은 9시 5분과 16시 25분이었습니다.
이 열차들이 보기에는 그럴싸했지만 실제로는 2001년 중앙고속도로 개통 이후에는 도로가 30분에서 1시간 가까이 빨라진 덕에 그야말로 괴멸적인 타격을 입은 후였습니다. 덕분에 이미 2000년대 들어서는 그리 인기있는 열차도 아니었고, 공사화 이후에는 실질적으로 새마을호 열차가 다니는 간선이라는 이미지 차원에서의 유지 정도밖에는 남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2007년에 새마을호가 폐지되고 그 대신 각 무궁화호 열차에 특실을 1량씩 연결하는 조정이 이루어졌습니다. 청량리 착발 열차에만 무궁화 특실이 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연원을 합니다. 실제 이 객차는 용도를 잃었던 과거의 특실객차를 전용한 것도 있지만, 새마을호 객차를 그대로 특실로 전환해 연결한 것도 쓰였습니다.
이후 2010년에 중앙선만 새마을호가 복귀하게 됩니다. 국정감사에서 지역구 의원이 “열차 이용객들의 편의를 도모하고 운행시간 단축 효과를 배가하기 위해서" 새마을호 운행 재개를 종용했고, 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재개가 되었습니다. 사실 객차형 열차에 비해서 ITX새마을 쪽이 가감속 성능이 좋아서 시간단축 효과가 어느정도는 있긴 하지만, 실질 영업시각표 상으로는 동등 정차역의 무궁화호 열차와 아무런 차별성이 없이 그저 지연내성 정도만 좀 있는 수준이었고, 거기다 중앙선 복선화 공사도 제천~도담간의 완공이 2011년, 서원주에 이른게 2012년으로, 당시엔 청량리~양동간만 복선화가 된 상태라 실질적으로 복선화 효과라는 것도 제한적이던 시점이었습니다. 뭐 말을 빙빙 돌려서 적었지만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중앙선 새마을호는 태생부터가 "정치적인 열차"인 셈입니다.
정치의 치적쌓기용 열차를 굴리면서 예산조치가 따르면 그것 나름의 의미는 있습니다. 정치라는게 어느정도는 지역의 여망을 반영하는 것이고, 그 여망을 살리기 위해 지자체가 예산조치 등의 적극적인 지원을 한다면야 누가 더 토를 달겠습니까. 문제는 날로 먹어서 남들에게 민폐를 끼치는게 문제지. 왕년엔 유한계급이나 타던 열차인데다 무궁화호가 이미 기저 교통을 제공하는 상황이고, 심지어 그 새마을 폐지 보상차원에서 예외적인 특실영업까지 받아먹고서 거기다가 "내가 깔고 안진 새마을호 갔다노라 안갔다노면 방법한다" 라고 압박한 결과로 받아낸거라는게 문제일 뿐입니다.
들리는 말로는 ITX새마을 열차의 승하차량이 주중에는 딱 객차 1량분, 주말에는 조금 나아서 편성의 절반 정도는 채운다고 하긴 합니다. 주말에 조차 좌석이 남아도는게 나름의 차밍 포인트인 모양이기는 합니다마는. 여기에 ITX새마을의 서울측 거점은 수색으로 일원화 되어있다 보니 조조나 야간에 회송으로 수색까지 출입을 하는 모양이기까지 한지라, ITX청춘이나 향후의 경강선KTX의 증차여력까지 갉아먹고 있는 지경이기도 합니다. 당장에 중앙선 원주 이북으로 올라가는 무궁화를 4회 잘라내는데다, 화물도 운행조정을 한단 이야기가 나오는 판에 저정도로 정면충돌하는 열차를 유지하기는 많이 어렵다 할겁니다.
사실 까놓고 말하자면 2011년에 평창올림픽 유치 확정을 짓고서 준고속선 공사 하나 따먹는데만 혈안이 된 나머지 별로 치적도 안되는 서울시내 철도 용량 문제는 방치하고, 심지어 입체교차화 조차 안하고 배째라로 일관한 철도예산절감공단과 국토부 나으리들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겁니다. 경의중앙선 쪽의 선로 난맥상은 진짜 욕이 안나올 수 없을 만큼 개판이니 찔끔찔끔 뭘 해가지고는 수습의 여지도 없다시피 합니다. 여기에 아몰랑 내가 탈 열차 다 시내까지 우겨넣어줘 하면서 징징댄 결과 망우에서 경춘선이 평면교차를 하고, 청량리에서는 ITX청춘이 평면교차를 하고, 용산에서는 서울역 방향으로 KTX가 평면교차를 하게 된데다 상봉 정차를 위해서 KTX가 또 상봉역에서 평면교차를 하게 생겼습니다. 증기시절 인프라로 굴리다보니 평면교차로만 시설을 굴린다는 영국 런던도 이정도는 아닐겁니다.
그런데 정작 이 개판 인프라 덕에 도저히 답이 안나오는 판에서 열차를 어거지로 우겨넣다 못해서 포기를 한 철도공사가 모든 욕을 다 들어쳐먹고 늘 까이고 다니니, 그야말로 긍휼이 여기지 않을 수가 없다 할겁니다. 솔직히 말해서 어디다가 "공단 개새끼들아! 선로 좆같이 깔면 열차 꼬이고 지연되고 그러면 죽고 그러면서도" 이렇게 울부짖고 있지 않을까 싶을 지경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