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한계에 달한 용량도 있고, 대피역이 불충분한 점, 화물, 간선, 고속이 다 섞여 다니는 선로에 전철까지 기어들어가서 운행관리의 난맥이 펼쳐지는 점 등이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하나입니다. 바로 평면교차입니다. 경강선 열차는 서울 시내 모든 정차역에서 평면교차를 하지 않으면 안되게 인프라를 계획했기 때문에 운행에 끼치는 민폐가 이루 말할수가 없는 정도입니다. 그나마 이전에는 ITX청춘이 상봉 초입에서 중앙선에 들어오기 위해서 그리고 용산에서 회차를 하느라 발생시키는 정도였고, 그외에는 중앙선 일반열차가 청량리에서 시종착을 하기 위해서, 그리고 예외적으로 경원선 화물/회송이 청량리에서 평면 교차를 하는 정도가 전부였습니다만, 이제는 상봉, 망우에서 상시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용산에서는 ITX청춘의 회차 처리에 경강선 KTX의 평면교차, 그리고 필요에 따라서는 교행까지 처리해야 하면서 도저히 답이 없는 수준에 이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강선은 덤으로 만종에서도 중앙선 일반열차와 평면교차를 하고 장래적으로 서원주에서 그렇게 하는데 이건 그나마 애교 수준이랄까.
이 문제의 본질은 깊게 보면 선로용량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나 대책 없이 막무가내로 우겨넣으면 다 들어간단 발상으로 일관한 당국에 책임이 있다 할겁니다. ITX청춘에서 첫테이프를 아주 지랄맞게 끊어놓고 보니 이젠 이게 막 해도 되나보다 생각을 했는지 서울시내 선로를 열심히 헤집어놓는 짓거리를 해놨습니다. 망우의 조차장 기능을 포기시킬거면 아예 경춘선 개통 시점에 정리를 해서 역 시설이나 배선이라도 정리를 좀 했어야 했고, 청량리의 승강장 배치도 경강선 공사를 하면서 간선 승강장을 포입식 구조로 바꿔서 평면교차를 최소화하도록 배선했다면 문제를 상당히 경감할 수 있었을겁니다. 이도저도 아니게 해놓으니 전동차는 전동차 대로 장시간 정차가 빈발하고, KTX나 일반열차는 원활히 다니지 못하는 병크가 터지는 겁니다.
일단 이미 이지경이 되어버린데다 상봉-망우간은 그야말로 걸레짝만도 못한 배선이 되어버려서 앞으로도 계속 속을 썩일겁니다. 현재로서 배선 정리를 하는 건 평면교차를 극력 줄이고, 하더라도 "짧은" 교차를 해서 교차지장을 최소화하는데 노력을 기울여 나가는 수 밖에 없을겁니다.
1) 망우-상봉 구간의 정리
여기는 청량리-망우간 복복선화를 하면서 정비를 해야만 그나마 "선로 꼬라지는 나오는" 정리가 가능할겁니다. 하지만 당장에 그게 될리가 없는 상황이니 한동안은 현행유지를 피할 길이 없을겁니다. 그러나, 일단 복복선화 이전에 경춘선의 평면교차를 해소할 수 있는 직결 고가를 선투자 개념으로 조속히 착수해서 현 망우역 전동 상선 홈으로 이어놓고 시작을 해야할겁니다.
현재의 경강선 저상홈이 붙은 전동 하선 홈을 사실상 섬식 홈으로 써서 망우선용 홈을 중앙 하선이 쓰는 식으로 1개 선로씩 정리하도록 개축을 합니다. 이렇게 하면 상봉에서도 망우선용 홈을 쓰게 되어 다시 중앙선 홈에 따라붙게 정리가 될겁니다. 이렇게 정리해도 지금의 기형적인 배선구조가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지만 지금처럼 미친 평면교차를 지속하는 문제는 해소가 됩니다. 덤으로 직결 고가가 되면 ITX청춘 및 경춘선 전동열차 일부의 평면교차가 없어지니, 이것만으로도 교차지장 발생으로 지연이 생기는 건 일단 깎을 수 있습니다.
현행 구조에서 문제가 되는건 경강선 홈의 위치가 애매해서 하행의 경우는 경강선 KTX가 정차해 있으면 상봉역에서 전동차가 길이 막혀버리고, 상행의 경우는 반대로 승강장 선단부를 KTX가 먹고 있어서 후속 전동차가 진입을 못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이건 애초에 망우역을 정차역으로 계획해서 화물중계용 선로들을 일부 정리하고 저상 1면2선을 추가하고, 또 경춘선 승강장쪽 선로를 정리해서 중앙 하선 정도로 쓰게 계획했다면 깔끔하게 처리가 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상봉에 붙이겠단 욕심에(환승편의를 감안하면 이해가 안되는건 아니지만), 또 건설비 절감에 초점을 맞추다가 이도저도 아니게 정리가 된거 같습니다.
2) 청량리 구내의 정리
청량리는 기존의 구조를 계속 유지하려 들다 보니 지금처럼 망한 구조가 확립되어 버린 감이 있습니다. 아마 환승통로 건설비용 문제 때문에 적극적인 구조변경을 할 수 없었던게 사정이긴 하겠지만, 적어도 KTX/EMU용 승강장 만이라도 포입식으로 개축을 했다면 문제가 많이 압축될 수 있었을겁니다. 물론 통로가 카오스가 되기는 합니다만, 지하 환승통로가 이어져 있다면 안내표지 정도로 해결을 볼 수 있고, 기존의 서울역에서 실시하던 환승개찰제로 처리해서 선상통로를 횡단할 수 있게 정리할 수도 있었을겁니다.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구조에서 동측에 유치선로를 걷어내고 여기에 고상홈 1면2선을 추가해서 이쪽을 중앙선 전철 상행선으로 쓰고, 현 ITX-청춘 춘천방향 열차나 시종착 열차가 쓰는 승강장을 중앙선 전철 하행선으로 쓰도록 구내구조를 개편하고, 이 승강장 사이에 고상 1면2선, 저상 2면 4선을 운용하면, ITX청춘의 시종착이나 향후 EMU-250용 고상홈도 자연스레 확보가 되고, 객차열차 처리엔 문제가 생기긴 하겠지만 일단 시종착이 중앙선 전철 소통에 영향을 주지는 않게 될겁니다. 객차열차 처리가 문제가 되기는 합니다만.
좀 대안이라면 망우역을 객차열차용 터미널로 개축해서 객차열차를 모두 망우로 밀어내고, EMU나 전동차, KTX만 쓰도록 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을겁니다. 이경우 청량리의 기관차 설비가 전부 망우로 가던가 해야하겠지만 일단 승강장 추가 없이 기존의 기차용 저상 승강장을 고상화 하는 정도로 추가 승강장 건설 없이 포입형 구조를 맞출 수 있을겁니다. 매몰비용이 사방에 속출은 합니다만 앞서의 증설방안 보다는 좀 합리적이고, 객차열차들을 "정리"해내는 명분을 취할 수 있으니 이래저래 명분은 세울 수 있을겁니다. 또 분당선이 자체 전용 선로를 가지고(평면교차가 아니라) 청량리로 들어온다면 일단은 승강장이 추가 확보된다는 장점도 생기고 말입니다.
애초에 지을때 배선계획을 길게 내다봤다면 현재의 4면 8선이라는 방대한 규모를 짜임새 있게 쓸 수 있었을겁니다. 하지만 그런것도 안하고, 건설공사가 돌아갈때도 아무 생각 없이 굴려서 지금에 이르지는 않았을겁니다. 뭐 그이전에 무궁화호에 집착해서 EMU-150으로의 전환을 안한 운영측의 안일함도 있긴 하지만, 여긴 내일 생각을 못할만큼 쪼달리니 그게 될리가 없었고 말입니다.
3) 왕십리~서빙고 간 3선화
이건 장기적으로나 봐야할 거 같지만, 도중 대피로 불만이 상시적으로 나온다면 한번정도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뉴욕 지하철의 3선구조나 미국 화물철도에서 잘 쓰는 3선 레이아웃을 참고해서, 없는 부지를 쥐어짜서라도 왕십리~서빙고 구간을 3선화 해 보면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3선으로 굴릴때 가장 이상적인건 모든 역이 온수나 청담역 처럼 2면3선구조를 전제로 지어지는 거지만, 현실적으로 그건 불가능한 이야기고... 그나마 차선은 중선을 일종의 추월차선 비슷하게 활용해서 일정 섹션에서는 하행을 위주로, 일정 섹션에서는 상행을 위주로 굴리는 방식으로 배선을 해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왕십리는 선로를 확보할만한 여지가 없다보니 방법이 마땅찮은데... 일단 왕십리 이후 부터 응봉~옥수까지는 구선 부지나 공공용지로 하행선 쪽으로 부지여유가 좀 있는 듯 하니 일단 여기는 하행선 쪽이 2개선이 되는 구조를 전제로 배선을 하고, 옥수 서단에서는 분기기를 붙여서 반대로 상선 쪽이 2개선이 되도록 배선해서 서빙고까지 선로를 빼 나갑니다. 한남대교 하부 부지가 문제가 되는데, 여기는 한남역을 서쪽으로 살짝 이설해서 교상역으로 신축하되, 대피선을 완비한 역으로 처리하는 방식을 취하면 될거라 봅니다. 상선쪽 부터 교상화 신축을 해서 단계적으로 공사하면 안될것도 없을거 같고.
용산~서빙고 간은 답이 없는 구간이고, 용산삼각선이 걸리적 거리기 때문에 사실 3선화를 제대로 써먹기 어려울걸로 보이는데, 대신 용산삼각선을 아예 서빙고까지 연장을 시켜버리면 어떨까 생각은 듭니다. 복선 용량을 제대로 써먹기 위해서라면 좀 과한 거 같기는 해도 말입니다.
4) 광운대 착발 화물 우회로 확보
이건 이전의 우회루트 구상에서 잠깐 이야기 했는데, 좀 염가판으로 구상을 하자면 덕소에서 사릉까지의 우회 단선을 부설하되, 평면교차를 피해서 덕소역 북단, 상선쪽에서 고가로 중앙선을 넘어서 사릉역 남측 상선쪽으로 접속을 시키면 어떨까 싶습니다. 물론 기능 자체는 단선과 동일하게 갖춰야 하겠지만, 하행쪽은 기존 중앙선 경유로 다니는 걸 기본으로 하고 예외적으로 사릉 경유를 시키되, 상선은 덕소에서 경춘선을 타도록 하는겁니다. 이러면 상행선 쪽은 평면교차 없이 망우역에 진입이 가능해지고, 이는 즉슨 망우선 진입시에도 평면교차를 극력 회피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물론 왕복으로 열차를 설정하지 않아서 생기는 비대칭 마모 문제가 남지만, 여객과 달리 화물열차는 비대칭, 편도운행을 설정하는게 그리 이상한 것은 아닌지라 한번정도 과제로 검토는 해볼 만 하지 않나 싶습니다.
여담이지만, 조만간 경강선 전구간 승차를 해볼 예정인데 서울시내를 저모양을 만든걸 봐서는, 아마 강릉쪽의 단선운행도 가관이 아닐까 생각은 듭니다... 그 부분은 나중에 겪어보고 나서 말을 써붙여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