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선적으로 시장이 얼마나 될 수 있는가 부터 보아야 할겁니다. 단둥 내지 심양까지의 철도 연결이 달성된다면 거기서부터는 중국의 고속철도망을 활용할 수 있을겁니다. 하지만, 이동에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실제 항공편보다 충분히 경쟁력있는 시간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생각만큼의 이익을 볼 수 있을거라 하긴 어려울겁니다.
중국철도 관련 사이트를 통해서 실제 이용 가능한 열차 시각정보를 기초로 계산을 좀 두들겨 보면 좀 참고가 되는 값을 뽑을 수 있습니다. 단둥을 경유해서 다렌이나 심양, 그리고 중국 동북지역의 철도 허브라 할만한 심양을 기준으로 베이징, 하르빈, 그리고 옌지(연변)으로 가는 시각을 계산해 봤습니다. 간단히 뽑은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중 D, G가 고속열차에 해당하지만 G쪽이 더 고급, 고속의 차량을 의미하고, K는 이른바 쾌속이라 불리는 기존선 열차들로 대개 침대열차입니다.
좀 설명이 길었지만, 저 데이터를 기준으로 하면 서울-베이징 간의 전 구간 고속선을 전제로 가도 8시간 이상이 걸리는 상당한 장거리 구간이 됩니다. 보통 국내선의 경우 고속철도로 네 시간 정도, 국제선이라면 여섯시간 정도가 항공과 철도의 점유율이 반반 정도가 되는 교차지점으로 말을 합니다. 따라서 이 기준으로는 항공수요를 대체할 가망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하겠습니다. 다만, 하르빈이나 심양 정도는 항공보다 우위를 가질 수 있긴 하겠지만 이것도 고속철도가 전제된 이후, 가능하면 직결운행으로 소요시간을 최대한 단축했을때나 가능한 이야기라 할겁니다.
물류에 있어서도 이건 엇비슷한 이야기가 될건데, 대륙횡단 물류같은 먼 이야기는 수요예측을 다루기가 매우 난감하고, 화물마다 시간과 비용에 대한 태도가 전부 다르기 때문에, 여기에 철도쪽은 러시아나 중국, 그 외의 중앙아시아, 동구권 국가의 정책변화에 영향을 받는 부분도 있어서 논하기가 어려울겁니다. 하지만, 실제 매일 운행을 기대해 볼만한 지역이라면 중국과 러시아 정도로 압축이 될겁니다. 문제는 심양을 기준으로 봤을때 베이징 까지의 일반열차 소요 시간은 10시간 반, 즉 화물로 간다면 거의 12~14시간이 걸리는 루트가 됩니다. 심양-단둥 간 이동에도 두어시간은 걸릴 거리인걸 감안하고, 경의선 개량 이후의 이동을 가정해도 만 하루정도의 운송시간, 만약 세관이나 조차장에서 열차간 중계나 환적을 전제한다면 만 이틀 정도의 운송시간이 들어간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 경우 각종 페리선을 통한 해운수송에 비해서 속도 경쟁력이 있다 하긴 쉽지 않을겁니다. 물론, 베이징이 아닌 상하이 등지로 간다면 경쟁이 성립하기 어려울거고 말입니다.
2.
공사비 면에서도 사실 2조원 정도면 고속선을 둘 수 있다는 낙관론이 퍼지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건 너무 우습게 본 숫자라고 봅니다. 이런 낙관의 근거는 북한은 토지매입비용이나 수용에 들어가는 부담이 없을거라는 좀 북한의 계획경제 체제를 만만하게 본 이야기라 생각합니다. 기실, 토지소유권이 없는 국가라 하더라도 실제로 토지를 국가가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리 간단하지는 않습니다. 중국도 비슷하게 토지소유가 없지만, 실제로 토목공사가 이루어질때면 늘 알박기 논란을 일으키는 기묘한 사진들이 나오는걸 봐도 이런게 성립이 되지 않는걸 알겁니다.
일단, 북한에서의 토지사용을 한다고 가정하면 최소한 직접 영향권에 들어가는 각 주택이나 농경지 등에 대해서는 이전보상을 전제로 해야 할겁니다. 즉, 다른 주거를 제공하고, 농경지나 공장, 축사라면 그에 대한 영업보상을 전제로 해야할겁니다. 아무리 가난한 나라라고 해도 이게 그렇게 쉽게 타결될 수 있는 일은 아니고, 오히려 명확한 권리관계가 아니기에 권리자를 확정짓거나, 권리자에게 얼마의 보상을 할 건지를 두고 상당히 지리한 협상이 될 가능성이 높을겁니다.
여기에 북한의 기반시설은 90년대 초반의 한국에 비할바가 아닐만큼 낙후된게 현실입니다. 즉, 건설장비와 자재를 투입하는데도 상당한 노력이 들어가야 하고, 또 현지에서 건설을 하기 위한 인원의 체제에도 상당한 부담이 생기게 될거란 이야기기도 합니다. 현지동원된 인력들의 노무능력이나 고용조건에서도 어떤 리스크가 있을지 모르고, 또한 수도, 전기, 연료를 현지조달할 수 없기 때문에 이로 인한 비용증가도 만만하지 않을겁니다. 당장에 고속철도 운영단계까지 간다고 했을때, 북한으로부터 양질의 전력을 공급받기는 매우 난감할거고, 추가적으로 발전소를 짓고, 여기에 공급할 연료를 기존선이나 항만으로부터 수급해야 할 가능성도 다분할겁니다. 즉, 본사업 외에 부대사업으로 들어갈 비용이 얼마나 나올지 고민이 들어가야 할겁니다.
또한 우리도 같은 고민이 있지만 북한도 평양처럼 도시화된 지역에서는 토지사용 문제가 지극히 난감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권의 치적사업으로 지은 토목시설이나 건축물을 부술수도 없고, 또한 기존선 운영에 필요한 설비들을 없앨수도 없으니 근래 시내 구간을 짓듯이 기존 설비를 마구 밀어버리면서 노선을 뚫기가 간단치가 않을 가망이 높습니다. 그렇다고 시내까지 들어가지 않는다면 고속철도의 가치가 크게 떨어지게 될거고 말입니다.
이런 고민을 다 묶어서 보면, 현실적인 경의선 고속철도 정비 비용은 2012년 즈음에 철도공사 및 철도기술연구원이 국내 건설단가를 기준해 추계했다는 복선전철 건설비 13조 8539억원 정도가 들어갈거라고 보아야 할겁니다. 여기서 인건비나 토지매입비를 절감하더라도, 철도건설에 부대되는 전력, 유류, 도로, 기타 관리목적 시설물들을 모두 감안해야 할겁니다. 또한, 차량구입비는 별도로 가야 할건데, 실질적으로 노선연장과 운행차량 규모를 생각하면 1조원 정도의 추가비용 소요는 각오해야 할거라 봅니다.
물론, 저 투입비용 중 순수한 예산투입분과, 향후 운송수입으로 부담할 수 있는 채권조달분은 좀 분리해서 접근할 필요는 있을겁니다. 수요쪽도 국제선의 경우는 비용부담능력이 더 높은 편이고, 또 노선이 생겨서 생기는 유발수요로 인한 수익증가분으로 재정적인 부담여력이 더 생길 수도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게 막 장미빛 뭔가로 보인다면 평소의 경제생활을 돌아볼 필요는 있을겁니다.
3.
장래적으로 대륙철도가 들어오게 된다면 어떤 모양새가 될 것인가... 이걸 좀 더 구체성있게 생각을 해 봤으면 합니다. 지금 지자체들이 설레발 치는 것 처럼 오송이나 광명이 기점역이 될거라는 건 그냥 망상 수준이라 봐도 될거고, 실제 철도운영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기종점을 논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해야할겁니다. 한국 철도망 전체가 기종점이라 하는게 맞을겁니다.
일단 여객에서는 걍 도라산과 제진역이 기점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중국도 좀 문제가 있는 눈치지만 북한은 CIQ(세관, 이민, 검역)에서의 통제가 굉장히 미비한 국가라 봐도 될겁니다. 즉, 안되는것도 되는것도 없는 그런 상태일거라 봐야할건데, 이런 나라로부터 시내 한복판의 역까지 직결하는 열차편을 넣고, 전통적인 운행중인 열차 내에서 CIQ를 해결하는 고전적인 형태로는 답이 없다 할겁니다. 결국 도라산과 제진같은 경계역에서 정리하고 국내선편으로 갈아태운느 운영이 전제가 되어야 할겁니다.
물론 장래적으로는 서울시나 그 근처에 환승가능한 주요역에 국제여객 구획을 두고 CIQ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가 되기는 해야할겁니다만, 당장에 지하화를 하겠다고 날뛰고 토지매입을 두고 벌벌떠는 꼬라지 하에서는 이게 제대로 기능할 수 있을지는 많이 의문이 듭니다. 이걸 예비하는 어떠한 움직임도 없고 말입니다. 입으로만 펄쩍 뛰지 정작 뭘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고민 자체가 전혀 없달까.
먼 훗날에 남북이 하나의 국가가 되어 양국간의 통행이 완전히 자유가 되었다고 해도, 중국, 러시아로부터 국제선이 들어오는 이상에는 국제선 열차의 취급역에서는 CIQ가 완비되어야 할겁니다. 또한, 이를 위해서는 열차 전체가, 아니면 최소한 여객동선의 분리가 필수적이라 할겁니다. 이걸 생각하면 그냥 감상적으로 그런건 필요없다고 할 문제가 아니랄까.
화물의 경우라면 터미널은 현재 존재하는 ICD와 CY들이 모두 착발역이 될거고, 좀 굵직한 벌크 화물역들도 취급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 상대로라면 한동안은 편방향 수송이 주류가 되긴 하겠지만 말입니다. 이경우 어디가 기점이고 종점인지를 논하는건 멍청한 이야기일거고, 규모가 갖춰진 곳이라면 하루 1왕복 정도의 국제화물 정도는 다니는 수준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의왕이나 부산신항 같은 곳은 더 많이 다닐거고.
다만, 이걸 기대하기에 앞서서 국내에서 화물 터미널이나 수도권 등지의 과밀구간을 우회하기 위한 외곽노선을 제대로 정비하였는가를 생각해보면 암담하기 그지없습니다. 수도권은 거의 40여년전 부터 외곽우회선로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지만, 제대로 완성을 본 노선은 하나도 없다시피 하고, 심지어 수인선, 경강선 같은 곳은 화물우회 구상이 있던것 조차 날려먹어버린 곳이기도 합니다. 또 10년 전에도 보았던 이야기지만, 경기북부에 화물 취급을 위한 물류기지를 만들겠단 이야기는 계속 나오지만, 삽을 뜨긴 커녕 제대로 위치선정을 하지도 못하고 표류하기 일쑤고 말입니다.
물론 현실적으 물류기지 깐다 그러면 인근 주민들이 난리를 치고 집단민원을 남발하고 다니니 지자체는 의지가 없고, 여기에 투자비용을 갹출할 데가 없으니 정부나 철도공사나 엄두를 못내는게 일상다반사였기는 합니다. 다만, 이제는 정말 더 미룰 수 없는 시점까지 몰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자세변화가 필수적이라 할겁니다. 적자사업이라고 두들겨패기 일변도로 해온 과오를 좀 벗어나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