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은 서울연구원의 "서울시 버스 준공영제 정착 위한 제도화 타당성"이라는 보고서에 인용된 그래프입니다. 2004년부터 2014년까지의 표준운송원가 산정액의 추세를 보여주는 그림이라 할겁니다. 저 그래프를 보면서 코스믹 호러가 느껴졌다면, 왜 이렇게 인용을 하는지도 이해를 하실겁니다.
한국의 개발연간과 고도화 기간을 지탱했던 대중교통은 버스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상태로 지금의 고도경제의 문턱에 이를때까지 그야말로 확장의 연속을 거치면서 간선과 지선, 시내와 근린 교통을 망라하는 그야말로 거대한 네트워크를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이정도의 방대함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고, 서울 시내망쯤 되면 세계에서도 손꼽을만한 고품질 고수준의 네트워크라 함에 손색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방대한 사업이 과연 지속가능한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습니다. 그 핵심은 위의 그래프입니다. 다른 경비나 이윤의 증가폭을 압도하는 급격한 인건비 증가가 지금까지 이어져 왔고, 이제는 예외업종에서 제외됨에 따라서 근로시간 단축과 빠른 최저임금 상승으로 임금 상승의 압박은 저 그래프가 묘사한 10년간에 필적하는 추세가 될 걸로 예상이 됩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서서히 일어날 걸로 예상되는 일이 급작스럽게 닥쳐오게 된거라 말이 많을 수 밖에 없지만, 이미 수년 전부터 졸음 운전과 같은 안전 문제가 노정되어오던 상황에서는 구 체제를 무작정 잡아늘리는 건 거의 불가능하게 되었다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다른 운수업종도 이 압력 자체는 비슷하게 겪고 있는 상황이지만 버스업계는 특히나 취약성을 보여주고 있다 할 수 있습니다. 일단, 철도나 지하철은 공공부문에 속해있다 보니 법규의 준수가 상당히 첨예한 문제가 되어왔기에 그만큼 "과감한" 경영을 하는데 제약이 있었다 할겁니다. 인건비 따먹기 하겠다고 어설프게 덤비다가는 노사분규의 쓴맛을 보던가, 아니면 법과 정치의 불빠따를 맛보던가 둘 중 하나일 수 밖에 없으니. 하지만, 버스 업계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민간 기업인데다 다수의 기업이 소재하다 보니 비교적 타겟이 덜 되는 부분이 있어왔습니다.
여기에 버스는 철궤도에 비해 비교적 소단위의 수송력을, 인프라의 구애를 덜 받으면서 유연하게 노선과 배차를 설정하는 것이 핵심적인 경쟁력이었습니다. 이는 대규모 수송력을 공급하는 경직된 철궤도에 비해서 이익을 따라 움직이기 쉽단 이야기지만, 뒤집어 말한다면 정말 수요가 폭발하는 핵심 노선에서는 수송 효율이 떨어진다 할겁니다. 특히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원가의 거의 60%를 넘기는 인건비라 할 수 있습니다. 철도나 버스나 1열차, 1차량의 운행에는 기관사 또는 운전사의 인건비가 들어가는데, 도시철도 1열차 8량 정도면 거의 1천명이 넘는 수송력을 보여주지만, 버스 1대로는 100명도 수송을 하기 어렵습니다. 정비나 경영, 영업 등의 인건비 부담이 철도와 버스간에 차이가 제법 있긴 하지만, 러프하게 본다면 1인당의 생산성은 상당한 차이가 나고, 과거 들은 바로는 실제로 버스가 2배쯤 1인km당 단가가 비싸다던가 그렇게 알려져 있습니다.
즉, 지금 추세가 계속 연장된다면, 다시 말해 인건비의 압박이 매년 강해진다면 버스로서는 현재의 시스템으로 대응하는데에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걸 극복하기 위해서 관절버스나 2층버스같은 시스템을 도입하고, 차량의 대형화를 꾀하고 있지만 도로 규격의 제한이 있기 때문에 한계는 명확하다 할겁니다. 운임 인상이 인건비의 상승속도를 따라잡는다면 완화가능하겠지만, 그게 용납되는 사회도 아니고.
이점에서 결국 버스는 현재의 수익 사업에서 서서히 지출을 동반하는 공적 서비스의 형태가 되어갈 수 밖에 없다 할겁니다. 그러나, 이렇게 본다면 80년대 이래 오래 묵은 화두인 공공사업의 효율성 문제를 마주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자가용 이용자들이나 고가치 부동산 소유자들에게 비용을 조세 등의 형태로 부과한다 하더라도 무한정 할 수는 없을 뿐더러, 운임을 부담하는 대중교통 이용자들보다 더 극렬하게 저항을 할 수 밖에 없다 할겁니다.
이 상황에서 좀 아이러니 한건, 결국 대중교통 네트워크의 효율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결국 철궤도 교통의 확대, 즉 건설이 더 일어나야 하고 이를 위한 재정 확장이 따라야만 합니다. 즉, 욕들어쳐먹는 철도, 경전철이나 트램 따위의 사업을 통해 장기 지속되는 교통 흐름을 효율적으로 다루어야만 대중교통 사업 전체의 효율이 올라가고, 담세 부담의 증가도 억제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갑툭튀한거 같은 서울시 등의 경전철 사업이나 여러 지자체의 철도 사업을 무작정 내로남불 토건사업이라 비난하기가 미묘하다 하겠습니다.
여기에서 조금 더 말을 얹어본다면, 서울시의 경전철 사업 중에서 민자 협의 조차 제대로 못들어가는 노선들은 좀 더 빠르게 궤도 시스템으로 대체하기 위해서라도 AGT나 철차륜경전철같은 고비용, 대규모 사업 대신에 트램 부류, 철차륜 트램이나 유도륜부 고무차륜 트램같은 노면 공유가 가능한 시스템을 활용해야 하지 않는가 생각을 합니다. 현재 면목선과 목동선이 애매하게 뜬 상태고, 이래저래 이야기 되던 여러 자치구 궤도교통 사업들이 붕떠 있는 감이 있는데, 정시성을 갖춘 궤도 시스템으로 전환이 가장 이상적이긴 하지만, 그 전에 빠른 사업화가 가능하고, 향후 망의 확장과 변경 여지가 있는 버스의 확장판인 트램류를 적용해 볼 필요가 있다 생각을 합니다. 물론, 이게 성립가능한지, 정 안되면 프리메트로 같은 지하화 절충을 어느정도 포함해야 하긴 하겠습니다만, 일단 전선지하화를 전제로 하는 지금의 경전철 구상으로는 어찌하긴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버스가 소수 영역으로 떨어질지는 모르겠고, 0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축소될리는 없기는 합니다마는, 지금의 방대한 서비스 네트워크를 10년뒤, 20년 뒤에도 유지할 수 있을거라고 하긴 쉽지 않을겁니다. 따라서, 10년 정도 선제적으로 대중교통의 미래상을 고민해 지금부터 계획과 구상에 맞춰넣을 수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