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판 허핑턴포스트 기사기는 한데, 사고원인에서 가장 큰 부분인 ATP의 무단해제 문제를 둘러싼 지리한 책임전가는 둘째치고, 구조적 문제를 이야기한 부분은 좀 참고의 여지가 있다고 할겁니다. 주장의 요지는 공공예산 투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한편으로 운임수준은 억제하고, 경쟁수단 등으로 수요는 유출되다 보니 재투자의 능력이 극히 제약되다 보니, 결국 그나마 병행 고속철이 없고 도로망이 부실한 동부간선에 틸팅특급을 집중하는 등 수익 극대화를 하다가 그 한계를 넘어섰다는 이야기입니다.
제대로 된 백데이터가 없다보니 주장을 액면대로 받아들이기는 좀 애매하기는 합니다. 데이터 공개가 썩 잘되는 편도 아닌데다, 언어적 장벽도 어느정도 있다보니. 선별 데이터 같은게 좀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게 제대로 공개는 안되는지라, 일단 2017년도분 영문판 연간보고서를 좀 찾아 읽어봤습니다. 그리고 대충 경영상태나 흐름이 어떤지는 대충 볼 수 있었습니다.
데이터로 보면 재정적으로 어느정도 압박을 받고 있는지는 잘 보인다 할겁니다. 273억 대만 달러(약 1조원)를 벌어 15억 대만 달러(약 55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발생했습니다. 당기손익의 비율만 보면 5% 정도 수준이고, 전년도에는 그래도 300억원 정도에 묶어두는게 있어서 꾸준 손실은 보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개막장은 아니네 라고 생각할 수 있을겁니다. 한국철도처럼 4조원을 벌어서 5천억씩 깨먹는 구조보다는 확실히 그럴싸해 보이기는 하니 말입니다. 실제 회계자료의 상세나 대만의 회계기준을 좀 더 파봐야 사실 정확한 평가가 되겠지만, 일단 굵직한 숫자만 보면 그렇습니다.
확실히 이건 대만철도 당국의 그야말로 영혼까지 끌어모으는 자구노력의 결과라면 결과일겁니다. 비교적 인건비가 억제되어 있는 대만의 사회적 분위기를 생각하면 한국철도의 정부현업 시절과 비슷하게 인건비를 죽어라 억제하고, 이번 사고의 기관사가 그런거 처럼 사무직 직원들을 주말에 동원해 현업에 투입하는 식으로 인건비 증가요인을 최대한 줄여치는 관행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을겁니다. 또, 사업면에서도 본업 외의 부대사업에서 그럭저럭 잘 돌아간다는 점에서도 평가를 할만합니다. 부동산 개발사업 들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점도 유리한 요소라 할겁니다. 아무래도 인허가권을 가진 정부의 현업이고, 상대적으로 고만고만한 도시규모에서 철도역의 거점성이 여전히 높다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부대사업 중 특히 재미있는 부분은 식음료부문인데, 화물수익을 압도하고 임대나 구내영업수익과 맞먹는 식음료부문의 수익은 그야말로 "성공한 국영식당"이라 해도 틀리진 않을겁니다. JR화 이후의 일본철도의 관행을 적극적으로 배워온 결과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겁니다.
문제는 본업에서의 실패라 할겁니다. 대충 부대사업의 수익을 합치면(일단 자산개발 부문은 좀 숫자의 정합성이 없으니 논외로 하고) 13억 대만달러(470억원)에 달해서 순손실 금액에 거의 육박합니다. 즉, 본업은 이미 영업계수가 120~130정도까진 올라가 있고, 정부현업으로서 아마도 경상보전도 어느정도 받고 있을걸 감안하면 본업의 부실화는 제법 진척이 되었을거라 보입니다. 물론, 일본처럼 깡촌의 농어촌 버스 수준의 사업들이 거의 안남아 있고, 한국처럼 운임 억제는 심해도 화물쪽 부실은 거의 떨어낼 수 있을만큼 화물이 미미한게 그나마 유리한 정황이기는 합니다만, 그리 경영상태가 좋지는 않을거라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대사업을 더더욱 강조하는 것이라 할거고.
운송 본업의 부실은 양면 전선이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는데, 일단 간선은 인구의 70%를 포괄하는 서부간선에서는 대만고속철도(THSR)에 치이고, 그나마 도시노선은 MRT라 불리는 경전철 및 도시철도에 치이는 구조가 수송분담률 자료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할겁니다. 일단 자료가 인킬로 자료가 아닌 인원 자료라서 해석의 제한이 있긴 하지만, 일단 숫자만으로 보면 고정되어 있는 총량에서 기존철도는 거의 멈춰있는데 비해서 고속철도와 도시철도의 점유율은 빠르게 상승을 하고 있습니다. 해석의 여지는 있지만 그나마 대만철도가 이른바 첩운화라 불리는 구간차수송에 집중하여 서부간선 축의 수요를 근거리화 시키고, "타로코"나 "푸유마" 같은 동부간선의 틸팅 투입으로 수요의 감소를 열심히 방어하여 고속버스가 우위를 가지는 동부간선에서 셰어를 가져온거라 볼 수 있을겁니다.
다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운수본업의 수익성이 개선되지는 않았을거라 생각이 듭니다. 낮은 운임수준으로는 첩운화를 하더라도 이익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데다, 인킬로가 상대적으로 짧다보니 수요는 어느정도 나오더라도 적자가 나는 외화내빈이 되기 쉽습니다. 물론 이미 깡통화되어가던 서부간선의 장거리 열차를 지키다가 말아먹는거 보다는 그나마 잘 할 수 있는거에 집중하는 것이 낫긴 했을겁니다만, 수익성 기조에서는 비채산 구간들 문제가 남았을거고, 민영화된 일본처럼 이걸 내다버릴 수는 없으니 적자를 보면서 어떻게든 꾸역꾸역 굴리는걸거라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부실화에 기여요인으로 지하화가 있지 않나 의심도 듭니다. 타이베이의 경우는 거의 30년간 20조원 가까이, 가오슝도 3조원쯤 들어가는 지하화 공사 비용이 발생했는데, 역부분의 지상은 고밀도 개발을 통해 어느정도 보전을 했을거고 도로나 공원 등으로 사용되는 본선부분은 국가나 지자체로부터의 사용료나 토지매각대금을 받아냈을거라 생각은 드는데, 문제는 그게 저정도의 대규모 장기간의 공사비용을 충분히 보전할 수준이었을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대신 정부의 보조금이 있긴 했겠지만, 대신 지하화로 발생하는 시설의 유지보수비용, 공조, 전력등의 경비 증가, 차량교체비 등 비용 증가 문제는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을거라 추정이 됩니다. 물론 워낙 심각하던 인프라 수준이라서 사회적 비용이 상당히 생기는 문제는 있지만, 그걸 오롯히 철도가 부담하는 구조가 되었다면 부실화를 피하기가 매우 어려웠을거라 봅니다.
본업의 부실화는 부대사업에 열을 올리게 만드는 한편으로 본업의 저비용화에 목을 매게 했을겁니다. 대개 저비용화를 강조하다 보면 동아시아 국가에서 잘 나오는게 정신론인데, 덕분에 차량교체나 아예 운행중지를 감행해야 할 상황에서도 꾸역꾸역 차를 굴리도록 압박하는 분위기가 나왔을거고, 덕분에 시설물이나 차량의 정비도 부실화되는 걸 사람으로 때워넣는 그런 상황이 이어지지 않았을까 의심이 됩니다. 저런 상황에서는 군기잡기용 근로동원도 상시적일테니 제대로 휴무를 가지지 못하거나 업무에 염증을 느끼는 직원들이 종종 나올거고 덕분에 본업의 부실화를 넘어 현업의 황폐화 단계까지 진척했을 가능성도 있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사실 좀 더 아이러니 한 부분은 고속철도 부문은 민자도입을 통해 그런대로 수익을 내고 있음에도 그 수익이 투입자본을 회수하는데 모자라서 재구조화 같은 적극적인 재정조치를 해서 공적 재원을 빨아들이는 방향으로 동작을 했는데, 반대로 기존선 쪽은 정말 한계까지 쥐어짜면서 굴러가면서 대형사고를 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겁니다. 만약 대만고속철도의 수익을 고속철도로 인해 부실화된 기존선에 어느정도 활용할 수 있었다면 이 지경에까지 이를만큼 부실문제가 생겼을까 라는 생각이 남기는 합니다. 서부간선이 이미 항공과 고속버스에 잠식상황이긴 했겠지만, 철도 자체를 선호하는 수요가 없지는 않을건데 고속철도 덕에 그 마지막 보루를 싹 털린 택이니 말입니다. 또 민간 투자자에게 나가는 재정을 철도 내부로 수용할 수 있었다면 사업 운영의 여력을 확보해서 좀 더 안전한 철도를 운영할 수 있엇을거고 말입니다.
구체적인 자료가 부실하다 보니 인상비평적이기는 합니다만, 흑자부문을 털어먹고 적자부문을 꾸역꾸역 끌고가다 말아먹는 것은 민영화 좋아하던 나라의 공통된 말로다 보니 대만의 케이스도 그런게 아닌가 라는 추정이 안들래야 안들수가 없달까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