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국에 꽤나 흥미로운 뉴스가 21일 부로 영국에서 나왔습니다. 바로, 영국 철도 민영화의 핵이라 할 수 있던 여객철도의 프랜차이징 시스템을 정부가 중단하기로 결정을 했다고 합니다. 명분은 코로나19에 따른 비상조항 발동이기는 하지만, 과거부터 누적된 회사간 비협조와 운영 혼란 등의 이유가 누적되어 2018년부터 재검토 위원회가 돌아가고 있었고, 이번 코로나19가 그야말로 모든 여객철도를 초토화해서 다수의 여객 프랜차이저들이 사업포기 후 탈주를 치는 상황이 속출하면서 결국 정부가 손을 들었다고 봐야 할겁니다.
영국철도에서 프랜차이징 시스템이란건 각 선구 및 계통 단위로 운영 희망자들에게 소정의 비율의 프리미엄(적자선구라면 마이너스 프리미엄)을 정부가 받고 독점 사업권을 부여하되, 소정의 요건, 즉 정차역과 정차횟수. 열차편수 등의 조건을 맞추고, 영업제도에서 정기권 등의 규제대상 운임제도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비규제 요금의 자율권과 함께 영업방침 면에서 자율 경영을 실시하여 얻는 이득은 전부 운영사에 귀속되는, 일종의 BTO와 비슷한 영업제도입니다. 다만, 자산의 양수도나 건설의무가 없이 말 그대로 사업기간 동안의 영업독점권만을 장사하는 그런 시스템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보기에는 꽤나 잘 돌아갈 거 같은 시스템이기는 합니다. 영업노력이 곧 운영자의 이익에 직결되니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하고 모객활동에 나설거라 생각되고, 또한 노선망이 비교적 조밀한 영국에서는 비슷한 축선들, 즉 서해안선이나 동해안선, 중부선 등의 노선들 끼리 영업경쟁도 촉발되어서 철도가 굉장히 활발해 질거라고 기대를 했습니다. 국철시절의 침체가 워낙 심각했기 때문에, 민영화 이후 레일트랙 사태 정도를 빼면 그런대로 여객수요는 꾸준히 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매년 대책없이 오르는 운임, 국철시대에 비해 별로 나아진게 없는 혼잡도나 서비스 품질, 몇몇 비채산노선의 극단적인 디마케팅 행위나 덤핑이나 평면교차 등을 활용한 슬롯점유 등 경쟁저해행위 등, 부작용도 만만찮게 심각해졌습니다. 여기에 결국 돈놓고 돈먹기에 가까운 여객철도 운영자는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등의 국철의 출자회사들이 끼어들고, 심지어 홍콩 MTR이나 일본의 JR동일본/미츠이 계열등이 끼어들기까지 하는 등, 기껏 낸 운임은 재투자나 교차보조가 아닌 자본이득으로 유실되는 구조로 변질되었고 말입니다.
프랜차이즈는 이미 리먼 사태때 양대간선 중 하나인 동해안 간선의 사업포기 후 정부 잠정운영이라는 사태가 나서 리스크 셰어링 같은 대책이 들어갔지만, 그 신제도 하애서도 삐걱대기 일쑤였다가,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미증유의 침체경기에서 리먼 사태와 비슷한 사업포기가 속출함으로서 사실상 제도의 파탄이 도래하게 되었습니다. 영업노력을 백날 해도 록다운으로 여객수요가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 치는데에는 대책이 없었고, 회복도 매우 오래 걸릴거라 예상되면서 손절을 해버리는 사업자가 속출해버렸달까. 이상황에서 정부 개입없이 손절치려고 각만 재는 사업자들을 눌러앉힐 방법은 없다시피 했고 결국 정부가 결단을 내렸다 봐야할겁니다.
일단 다른 보도에서 언급되는 바로는 프랜차이즈를 컨세션 형태, 즉 운영을 각 사업자에 위탁하는 형태로 굴려서 운영자가 사업손익의 책임을 지지 않는 형태의 위탁경영으로 전환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바 있습니다. 이는 유럽 대륙이나 영국 내 도시철도, 트램, 버스에서는 일반적인 위탁방식으로 간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경영개선에 따른 이득은 일부 사업자에게 귀속되기는 하지만, 열차 시각표, 정차역, 영업제도는 전부 정부 등 공공의 관할로 전환되게 됩니다. 영국 내 노동당이나 노조 등지에서 요구하는 재국유화 내지 공영화는 정부당국이 부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장래적으로는 결국 효율확보를 위해서라도 통합론이 거세지지 않을까 생각은 듭니다.
코로나19가 결정타였긴 하지만, 결국 영국의 민영화는 이도저도 아닌 실험으로 끝나게 되는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론과 실제의 괴리라는게 얼마나 큰 갭인지를 다시 한번 보게 하는 이야기랄까. 장래적으로 어떤 제도로 수습이 될런지는 지켜볼 필요는 있겠지만, 적어도 영업노오오력이니 민간의 선진 경영이니 하는 이야기의 공허함은 잘 보여주는 그런 사례가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