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라선 SRT추진은 차량기지 내 추돌사고로 운행중지된 차량의 수리 후 복귀로 편성 여력을 확보해서 1왕복 정도를 추진한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는 SR의 차량임대 숫자를 변동하지 않아 임대료 문제를 최소한도로 건드리는 조건으로 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철도공사에 수익기여를 안주면서 최대한 수익확대 내지는 지역민원 해결을 하려는 의도를 깔고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데미지를 꽤 줄 가망이 높은데, 일단 영업범위가 확장되는 만큼 역 등의 업무대행 위탁도 어느정도 증가가 생기고, 병행선 영업에 대해서는 더 변명할 부분이 없다 할겁니다. 여기에 차량고장시의 응급수리나 대체편성 조달 문제까지 가면 영업개시로 생기는 부담은 확실히 더 얹어진다 봐도 무방할겁니다.
SR입장에서도 이게 반드시 이득이 되는가 하면 그렇다고 하긴 어렵습니다. 일단 편성 하나를 빼서 지선에 넣게 되는 것이니, 본선, 즉 경부고속 본선이든 호남고속 본선에 비해서 승차율이 낮아질 가망은 다분하고, 여기에 KTX와 운임수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KTX의 일반선 운임을 맞추거나 거기서 10% 할인을 해서 투입을 해야하는데, 이는 객단가의 저하를 초래하게 됩니다. 승차율 빠지고 객단가가 빠진단 이야기는 이익이 준다는 뜻이고, 여기에 편승을 하든 익산에 주재를 두든 이 열차를 운전할 승무원을 배치해야 하니 그만큼의 인력운용 비효율이 생겨나게 됩니다. 모 정치인에게 짜웅을 할 의도가 아니라면, 이건 그야말로 알아서 수익을 뱉겠다는 건데 이걸 곱게 볼 이유가 있을까 싶습니다.
1왕복 정도가지고 너무 오바하는 거 아니냐 라지만, 오히려 1왕복 정도만 겨우 넣기 때문에 고정비를 과다하게 부담해야 해서 더 비채산, 비효율이 된다는 모순도 있게 됩니다. 철도공사에 위탁으로 업혀가지 않는다면 이건 그야말로 고정비 낭비의 대향연이 되는 택인지라. 그리고 이점 때문에 사실 KTX가 수서를 가는 쪽이 더 바람직하고, 규모의 경제를 살리기 좋은 구조가 됩니다.
철도공사가 수서행으로 운용한다고 하면, 전라선에 한정하면 애초에 이미 익산과 여수에 전라선 승무를 담당하는 인원배치가 이루어져 있는 고로, 증원이 어느정도는 따르긴 하겠지만 그 외에는 관리비용이나 고정비용을 추가로 지출할게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또한 인원이나 차량의 예비율이나 응급조치 체계도 이미 운행중인 만큼 전부 마련되어 있을 뿐더러, 역 등의 위탁수수료 문제는 애초부터 생기지 않습니다. 차량임대 문제도 자기 차로 자기가 영업하는 거니 그걸 가지고 판을 다시 짜네 재정산을 하네 할 이유도 전무해지고.
여기에 철도공사는 마침 EMU-260/320도입으로 차량의 증비가 잘 이루어진 상태에, 특히 EMU-260은 개량선 건설의 지연 등으로 인해서 영업투입 시점에 비해 조기에 도입되어서 그 단기간의 활용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급거 강릉선KTX를 EMU-260으로 대체하려는 이야기가 나온 거 같고, 또 이렇게 된다면 반대로 KTX-원강 차량이 대거 잉여되어서, 어떻게 이 여력을 돌려야 할지를 고민해야 할 판이 되어있습니다. 경영난으로 늘 최소투자 상황에 시달리던 철도공사로서는 갑자기 묘한 타이밍에 투자가 남아돌아버리는 좀 골때리는 상황이 현재 벌어지게 생겼다는 이야기입니다.
전통적으로 이런 여유가 생겼을때 KTX-원강 차량의 활용은 임시열차 투입인데, SRT개통 이후에는 평택~오송 구간이 포화되어버려서, 아예 수원경유편으로 돌리거나, 아니면 기존에 산천이나 원강 단독편성으로 다니는 열차를 복합열차화 하거나 중련화 해서 좌석공급을 늘리는 방향으로 대응을 해 왔습니다. 문제는 요즘은 산천 단독으로 다니는 열차의 대부분이 입출고 열차거나, 아니면 주말증강, 그도저도 아니면 좌석점유율이 정말 안나오는 서대전경유편 정도라서 이런 활용 범위도 한계에 봉착해 있습니다.
여기에서 만일 KTX가 수서 착발을 개시한다면, SRT와 복합열차로 운행하면서 그야말로 여력을 적극 소진할 수 있게 됩니다. 여기에서 한가지 포인트가, 이 추가로 투입되는 열차들을 기존의 고속본선이 아니라, 각 지선들, 즉 전라선, 경전선, 동해선 포항착발, 또는 경부선 구포경유나 아예 새로운 루트를 개척해 볼 수 있게 됩니다. 여기에 각 지선은 어차피 기존에 다니던 차가 있는 만큼, 철도공사가 충분히 조직을 확장해서 대응하는게 가능하고, 역으로 고정비를 그만큼 분배받을 열차가 늘어나니 지선의 영업성 개선효과도 나오게 됩니다.
또한, 지선쪽은 배차가 부족한 것 때문에 지역 내의 정치나 경제계에서 늘 불만이 나오고 있었지만 서울/용산착발은 이미 배차가 포화라서 더 할 여력이 안나오는 판인데, 수서행이 생겨나면 이 서울/용산방향 포화문제를 자연스레 분산할 수 있게 되어서 총 배차량수를 늘리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또한, 수서행 영업으로 SRT와 KTX간의 수요전이 문제도 KTX가 들어가서 영업하게 되니, 수요전이로 인한 수익감소 문제도 크게 대두될 여지도 없고 말입니다. SR을 이용해 환승하던 수요가 전이되는 역 수요전이 문제가 좀 나오기는 하지만, 총 공급확대로 본선으로 수요집중이 가능해질테니 그렇게까지 크리티컬하진 않을겁니다. 여기에 철도공단이 먹는 선로사용료 문제도 어차피 KTX가 추가공급으로 영업수익이 늘어나니, 총 선로사용료는 증가하면 증가했지 감소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차량이 없어 단편성으로 다니는 열차들을 보강하는 거니 말입니다.
KTX-원강 차량이 총 15편성 운용이고, 이중 이미 경부/호남축에 전용된게 4~5편성 전후로 알고 있는데, 강릉선의 EMU-260 전환으로 최소 8편성 정도는 돌려막을 여력이 생길거라 어림잡아 볼 수 있을겁니다. 이중 1~2편성을 예비차 내지는 정비차로 돌려서 정비쪽의 시간압박을 경감하는데 쓴다 쳐도, 적어도 6편성 정도는 복합열차화에 투입할 수 있는 여력이 나올만 할겁니다. 보통 KTX가 지선에 들어갔다 나오면 1왕복은 충분히, 2왕복은 빡빡하게 가능한 눈치인데, 어차피 시간 경합 문제를 좀 빼놓고 본다 치면 총 12왕복의 증강이 가능하다 할 수 있고, 이걸 전라선, 경전선, 동해선에 나눠주면 각각 4왕복을 증강할 수 있게 됩니다. 이정도면 노선마다 정도는 좀 다르지만 20% 정도씩은 배차가 개선된단 이야기가 됩니다.
즉 KTX 수서착발 지선운행은 철도공사, 철도공단, 각 자치체에 모두 이득이 되고, SR 측에서는 약간의 전이수요 문제는 있겠지만 영업 자체에 큰 변동은 생기지 않으며, 구내영업 활성화 같은 이득이나, 장래 수서역 개발 등의 수요확장이라는 이득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걸 안하겠다는 건 그야말로 특정 관료마피아들의 자기이익을 수비하기 위한 행태라고 해도 그리 틀리지는 않을겝니다. 참 흉악한 노스페라투들이 아닐 수 없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