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남북철도 쪽 일을 하는 분들은 지금 말 그대로 멘붕 상태일거라 생각이 듭니다. 비영리, 공공사업으로 다루어지던 철도가 한순간에 군수기재가 되어버렸으니 말입니다. 물론 병참에 있어 철도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기는 했지만, 직접적으로 병기로서 전용되는 경우가 나왔으니 좀 시끌할 수 밖에 없어졌달까 그렇습니다.
일단 해외 민간 그룹에서의 분석으로는 발사 위치는 양덕 인근 평원선, 정확히는 석탕온천~거차 사이의 구간에서 발사시연을 한 것으로 이야기가 됩니다. 이쪽 구간은 급구배 연속으로 악명높고 도중에 대피선 스타일의 스위치백 역이 있을만큼 선형이 좋지 않은 편인데, 그래서 터널이 많고 연선 주민이 적어 은폐와 보안유지가 쉬워서 선택된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또한 해안지대에서는 여러모로 준비과정이나 발사행위가 관측당하기 쉽다는 점 때문에라도 기피를 했으리라 생각도 되고 말입니다.
철도를 발사시스템으로 쓰는 탄도미사일 시스템은 사실 소련이나 미국이나 한번씩 시도를 해봤던 것이기는 합니다. 양 국가 모두 7, 80년대 냉전이 한참 심화되었을때 ICBM의 육상 이동발사를 목적으로 이런 시스템을 개발을 했었고, 또 기동성이 상당히 확보되는데다 철도망이 수만km단위가 넘는 두 국가 모두 상대가 감시하기엔 너무 방대하다는 점이 있어서 서로 예의주시한 부분이 있습니다. 결국 SALT나 START 같은 군축협정에 의해서 운반체의 정수 제한 같은 규제가 생겨나면서 결국 별다른 우위가 있지도, 숫자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닌 철도 발사 시스템들은 포기되기는 합니다. 그걸 다시 들고나왔다는 점에서는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면 일입니다.
사실 이게 포기된 이유는 ICBM을 베이스로 하다 보니, 미사일의 크기나 중량이 어마어마해서, 러시아의 경우 발사대 화차의 중량이 120톤쯤 나가고, 미국의 시제차도 4축 복식대차를 끼워 쓸 정도로 육중하고 거대했습니다. 이런 물건은 고속운행이 제한될 수 밖에 없거니와, 설사 다른 여객열차나 고속화물열차 정도 속도의 고속운행을 허용한다고 해도 말 그대로 철도 시설을 갈아먹으면서 달리게 되는지라 그야말로 철도운영자 입장에서는 욕나오는 민폐열차 그 자체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보안 유지면에서도 거대한 전용 화차가 전용 기관차에 연결되어 특정한 보안시설에서 나와 돌아다니는 형태가 되니 지상에서건 항공이나 위성에서건 관측을 피하기가 그리 용이하지 않다는 점이 있습니다. 그나마 발사체 차량보다는 좀 합리적인(?) 크기기는 한 모양이라 러시아의 경우는 실전배치해서 정기 순찰운행을 하기도 했었다고 하기는 합니다마는.
북한측의 것은 이런 문제를 어느정도 인식해서인지 통상적인 화차 규격에 맞춰서 만들었고, 화차도 자국 내에 운용중인 유개화차의 디자인과 구분이 어렵도록 만들어둔 점이 포인트기는 합니다. 이걸 위해 중량을 일반 보기대차를 써서 최대 6~70톤 정도 수준으로 상당히 희생했고, 미사일의 길이 역시 10m 전후로 억제해서 고른 것으로 보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래서인지 북한이 자랑하는 장사정 전략 미사일이 아닌 800km정도 사거리를 가진 신형의 고체연료를 쓰는 미사일을 올린 것으로 보입니다. 자동차로는 도로사정이 열악해서 배치가능한 지점이 제한적이니 좀 더 내륙지역으로 배치범위를 확장하고, 겸사겸사 부족한 발사차량숫자도 늘려잡으려고 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실제로는 생각만큼 효용이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저렇게 성대하게 화염을 뿜어대는 미사일을 안전하게 발사할 수 있는 위치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배기가스와 화염으로 발사대와 인근 주민, 시설에 피해를 입히지 않을만한 위치는 생각만큼 많을 거 같지는 않아 보이는지라. 여기에 저걸 이동시킬때는 다른 화차들과 섞어 편성할 수도 없을테니, 전용의 견인기를 써서 전용 열차로 돌아다녀야 할 건데 그런 운행패턴은 아마도 항공이나 위성에서 상당히 눈에 띄게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애초에 소련이나 미국에서 이걸 일찌감치 포기한데에는 협정이라는 문제 외에 운용상의 난점이 많아서였던지라, 이걸 북한이 딱히 극복했을거 같지는 않달까.
그리고 사실 가장 결정적인 문제가 하나 있는데, 북한철도는 주요 구간이 단선 전철화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이런 전철구간에서 10m짜리 미사일을 들어올리려면 꼭 해야 하는 일이 생깁니다. 바로 전차선의 일시 철거입니다. 이건 뭐 기술적으로 아주 불가능한 작업은 아니지만, 전력공급을 중단하고 인원을 투입해서 전차선을 한쪽으로 접어치우는 작업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물론, 이 작업 자체는 미리 준비하고 필요한 장비와 기자재, 그리고 충분한 인원이 들어간다면 꽤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기는 합니다. 수 시간 정도는 걸리긴 하겠습니다만서도. 하지만, 이 경우 해당 구간의 열차운행은 전면 중단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즉, 교통과 병참의 마비를 스스로 초래하는 상황이 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비전화 구간을 찾아 들어간다면 이야기가 좀 달라지기는 할겁니다만... 북한에서 비전화구간은 주요 간선에서 가지쳐 들어간 지선철도에서나 보이는 것이고, 그나마도 한 반수 이상은 방치상태에 가까운 국지적인 철도일 수 밖에 없습니다. 즉, 관리되지 않아 운행의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곳들 투성이인 곳에 전략적 가치가 있는 자산을 쳐박아야 한단 이야기가 됩니다. 뭐 북한처럼 당이 결정하면 우리는 깐다는 마인드가 충만한 동네라면야 전차선을 걷어내서 철도가 마비가 되건 말건, 그 국민들이 피해를 보건 말건이긴 하겠습니다마는, 정작 이게 그들이 선호하는 기습적 운용하고는 좀 거리가 많이 벌어지는 이야기가 될 수 밖에 없달까 그렇습니다.
여하간 남북관계가 다시 꼬이는 상황이고, 정권 말에 무언가 반전을 기대하기도 어려워진 듯 싶습니다. 북한의 호오를 떠나 참 골치아픈 판국이라 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