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현실적으로 본다면 과연 그게 가능할까... 라는게 현재의 상황이랄까 그렇습니다. 현재 사업비 변경안은 노선 총연장 38.1km에 총사업비는 1조 4837억원인데, 이는 노선 킬로당 단가로 환산하면 389억원 정도가 나옵니다. 워낙 파천황적인 숫자증가 덕에 사람들이 좀 놓치는 거 같지만, 그렇게 바꾼 숫자 조차 도시철도로서는 굉장히 낮은 수준에 해당합니다.
도시철도 사업 총사업비 간이비교
잠시 짬을 내서 대충 완공되었거나 공사중인 도시철도 및 경전철 노선들 중 기억나는대로 데이터를 추려서 정리해 봤습니다. 덤으로 비교차원에서 근래 개통된 광역전철 서해선과 경강선도 참고로 넣어두었습니다. 총사업비 숫자는 경상가냐 아니냐, 또 최종적인 금액이냐 아니냐에 따라서 좀 오락가락할 수 있어서 엄밀한 숫자라긴 그렇지만, 대충 볼륨이 이정도쯤 된다 정도로 이해를 하면 될거라 봅니다. 대충 노선km당 단가를 비교해 보는게 이 자료의 핵심이라 생각하면 맞을겁니다.
여기서 대전2호선과 비슷한 단가를 찍은 사업은 광역전철로 혹독한 사업비 절감이 들어간 경강선 전철구간 정도밖에 없다시피 합니다. 경전철 중에 고가로 건설하고 역시 사업비 절감 노력을 엄청나게 끼워넣은 의정부경전철이나, 지하경전철이지만 역 수를 엄청나게 날려서 만든 김포경전철 정도가 그나마 단가면에서 킬로당 500억원 아래를 겨우 맞추다시피 했고, 그런대로 싸게 지었다고 하는 대구3호선 모노레일 조차 1킬로당 600억원을 넘는 금액이 나옵니다. 즉, 대전2호선의 현재의 순환선을 유지하는 조건 하에서는 트램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는게 현재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합리적 대안이라 믿었던 광주2호선의 경우도 현재 보도가 나오는 대로 9,000억원 수준의 사업비 증가가 들어간다면 사실상 킬로당 750억원 수준까지 증가해 버리는지라, 사실상 멸망각이 섰다고 봐도 과언은 아닙니다. 모노레일로 짓는다 하더라도 지금의 물가와 인건비, 금리 상승 조건 하에서는 아마 원 사업비의 4배 정도를 올려야 가능하지 않을까...라는게 현재의 상황입니다. 트램 외의 대안을 찾으려 한다면 순환선을 포기하던가, 아니면 정말 극단적인 설계, 모노레일로 하되 노선의 직선화를 포함 역 숫자를 현재의 반 이하수준까지 삭감하거나, 아니면 AGT로 역 숫자 절반에 단선 건설을 하거나 하는 정도의 대책이 들어가야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물론, 어느쪽도 정시성 외에는 트램보다 나은 서비스가 될지 장담할 수 없는 설계가 되겠습니다마는.
대전시의 트램 계획이 좀 많이 무모한 계획이기는 했습니다. 유럽의 재래식 트램처럼 도로 병용구간을 많이 두는 설계라면 지나치게 긴데다 도중반복, 구간운전이라는 개념이 반영되기 어려운 일직선 순환선이어서 실질적으로 납득가능한 서비스가 나오기 어려운 노선이었고, 북미의 LRT처럼 지상전철에 가깝게 지어지는 조건이라면 동력성능의 제약이 강한 배터리식 차량에 시내 도로공용 구간을 늘리는 형태는 그리 바람직하지 않은 형식에 가깝습니다. 더욱이, 시내 방향으로의 노선망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순환선을 덜컥 질러넣은 점이나, 보통 10~15km정도로 계획하는 시가지형 트램 노선을 거의 2배가 넘는 규모로 계획한 점, 유럽도시에 비해서 밀도가 상당히 높은 한국의 도시에서는 과연 이게 무탈하게 돌아갈지 우려가 많이 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는 합니다.
여기까지 와서 백지화를 고르기도, 그렇다고 무턱대고 고를 하기도 어려운 굉장히 난감한 상황에 빠져있다 할건데, 사업비 동등 기준으로 완전 순환선이 아니라 노선을 좀 잘라서 2개의 계통을 건설하고, 남은 구간을 장래사업으로 미뤄두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대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차량기지가 1개 더 들어가는 압박은 생기긴 하겠고, 일부 구간은 원 선형과 다르게 정리가 되어야하는 지점이 생기겠습니다마는. 뭐 이러나저러나 쉬운게 없는 상황이기는 하니... 집권당이 바뀐 현 시점에서 좀 공론화 과정을 거쳐 뭔가를 해보기는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