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비 피해는 상당히 초유의 사건을 많이 일으키고 있는데, 이 와중에 소리없이 발생한 꽤 중대한 위협요소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철도로 수송되는 물류의 중단입니다. 그리고 이번 피해에서 가장 국지적으로 크게 데미지를 입은 구간들이 철도물류의 급소를 제대로 타격했다는 점에서, 꽤나 큰 위협인데도 관심도는 상당히 옅다는 느낌입니다.
이번 피해보도는 어째 철도공사는 물론이고 철도공단도 별로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으려 하는 그런 모양새입니다. 2020년의 비 피해가 이번 건과 비슷한 수준의 광범위한 피해를 야기했던 전력이 있었고, 이 당시엔 가장 심각했던 삼탄역 인근을 포함해서 구체적인 피해지점이 여럿 언급되었던 기억이 나는데, 이번에는 정말 단신 수준으로 충북선 주덕~소이간과 영동선 춘양 인근 정도가 언급되고, 도데체 어떤 피해가 더 있었는지를 함구하는 그런 모양새입니다. 뭐, 지하화 좋아하다 대형사고를 잘 쳐놓은 오송 지하차도 건에 이래저래 관심이 집중된 탓도 없진 않겠습니다마는.
사실, 충북선은 한국 철도화물의 양대산맥이라 할 수 있는 컨테이너와 시멘트 중 시멘트의 주 수송로입니다. 대충 수도권으로 오는 시멘트 열차의 7할 정도쯤, 그리고 대전권 주변으로 가는 시멘트열차들의 주된 루트로, 충북선이 두절되면 사실상 수도권의 시멘트 수급은 반쯤은 꺾인다고 해도 그리 잘못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결국 선박편으로 길게 우회해 오거나, BCT라는 전용 트럭에 의한 수송에 의존해야 하는데 전자는 수송력이 좋지만 억세스 가능한 공장 숫자가 제한적이고, 후자는 수송력이 많이 떨어지는지라 수급을 받아내는데 한계가 있어, 이번 사안이 장기화된다면 수급문제로 이어질 개연성이 존재합니다.
그나마, 시멘트쪽은 이래저래 말은 많지만 중앙선이나 과거 임시열차 실적이 있는 경북선 경유가 가능합니다만, 이번 사안에서 가장 크리티컬한건 역시 영동선 경유의 화물들입니다. 이쪽은 상당히 유니크한 화물이 많이 다니는 편이지만, 특히 주목할만한건 황산과 아연, 그리고 컨테이너라 할 수 있습니다. 일반 소비자 지향의 물품이나 중간재 위주의 경부선축 컨테이너 수송과 달리, 이쪽 축의 컨테이너는 숫자가 적지만 좀 특이한 원자재, 물자류의 수송들이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는, 산업의 펀더멘털에 직결되는 수송이 이 루트를 많이 다닌다는 이야기로, 두절시에 파급이 만만찮을 그런 물자류라 할 수 있겠습니다. 상대적으로 격오지가 많은 영동선 연선의 복구공사가 그리 수월하지 않을 개연이 많고, 또 대체수송로가 가장 "빡센" 노선인 태백선이라는 점에서는 또 어떻게 번질지 모를 일이랄까 그렇습니다.
2020년의 장애때 처럼 대체수송을 적극 운용한다면 그냥 우려로 끝날 수 있긴 하리라 봅니다. 하지만, 또 그당시와는 상황이 다른게 여객 수송력도 핍박받고, 인력이나 차량의 압박도 제법 받기 시작한 지금의 상황에서 대체수송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을지의 우려는 있다 할겁니다. 그리고, 2020년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던거 같지만, 강릉선 경유 화물열차를 일부러라도 1왕복 정도는 유지해서 태백, 영동선 두절시의 대체수송능력을 배양해 둔다거나, 충북선 우회가 막혔을 때를 대비해서 중장기적인 시설확충이나 개량을 해둘 필요가 있지 않나 했었는데, 준비기간이 그리 길지 않았지만 그 사이 아무것도 이루어진게 없는 듯 하다는건 좀 유감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