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영상은 우연찮게 발견한 건데, 기존 철도의 궤도측에 리니어모터를 설치해서 차량을 가감속시키는 기술입니다. 철기연이 VHST-600X컨셉을 2016년에 발표했으니, 컨셉 잡은건 엇비슷하거나 철기연 쪽이 조금 빨랐을거 같은데, 실물시험에서 한타이밍 늦었다는 점은 이래저래 유감이라 할 수 있을거 같습니다. 근래 R&D 예산삭감 이슈까지 겹쳐서 보면 꽤나 휘발성이 있는 건수라 생각이 든달까.
사실 리니어 모터로 기존 철차를 굴리는 컨셉 자체는 오래된거고, 경전철 정도 수준에서는 상용화된지가 꽤 된 물건입니다. 그런의미에서 보면 위 컨셉은 굉장히 묵은 걸 "일반철도"에 썼다는 것과, 차량측이 아닌 지상측에 모터를 두는 기존의 LIM 전동차 구조를 뒤집은 것이라는 점에서 차별이 있다 하겠습니다.
다른 영상에서 저 기술의 활용방안으로 화물이나 여객열차의 초기가감속을 부스트 하는 게임에서 보는 부스트 발판과 같은 그런 컨셉과, 화물터미널에서 화차이송장치로 사용하여 입환기 없이 야드 자동화에 가깝게 운용하는 컨셉, 그리고 기존 시설에 자기부상설비를 넣어 기존선 기반으로 고속철도차량 인프라를 넣는 그런 개념을 들고왔습니다. 사실 마지막 컨셉은 좀 실용가능성이 없지 않나 생각은 들지만 아마 투자자 내지는 연구기금에 어필하기 위한 용도같고, 나머지 두 개념은 좀 검토를 해볼만한 부분이 있는 정도로 보입니다.
가감속 부스터 용도로는 사실 고가감속 운전을 실현하는 차원에서는 어느정도 의미가 있기는 할건데, 문제는 Fail-safe하게 동작할 수 있냐가 문제가 될겁니다. 감속 부문에서는 저걸로 고성능의 제동동작을 걸어버린다면 마찰 브레이크 사용을 크게 줄여서 분진이나 소음을 감소시키고, 완해불량 같은 화물 특유의 트러블을 많이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는 나쁘진 않지만, 저게 만약 충분한 제동력을 담보해 주지 못한다면 공기제동으로 백업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가기 때문에 이래저래 애매한 기술이 될 수 밖에 없을겁니다. 한편으로 가속이라는 측면은 조금 매력적인 구석이 있는데, 점착력의 한계를 넘어 가속할 수 없기 때문에 아무리 강력한 화물기관차라 하더라도 초기가속은 굉장히 답답한 수준으로 갈 수 밖에 없습니다. 또 급구배 구간에서 화물은 그야말로 숨이 넘어갈 정도로 속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과거엔 보조기관차를 줄줄 붙여서 이걸 벌충하는 그런 운전을 하는지라, 이 기술을 잘 배치한다면 미세한 운전시간 단축이나 운행안정성을 보강하는 차원에서는 의미가 있긴 할겁니다.
하지만, 실은 화물의 경우 가감속 자체에서 까먹는 시간 로스보다 대피선으로 들어가느라 거치는 분기기 통과 시간이나, 제동동작을 걸거나 풀 때 발생하는 시간 지연 쪽이 더 영향이 크다 할겁니다. 비교적 단촐한 한산선구나 산악구간의 교행역에서는 분기기 통과 시간 자체는 큰 무리가 아니지만, 공간압박을 많이 받는 도시구간이나 터미널역 인근에서는 분기기 통과시간이 분 단위로 걸려버리는 그런 케이스도 종종 나오게 됩니다. 이런데서는 리니어 모터 할애비가 와도 고가감속 운전의 효과가 나오기는 무리라 할겁니다.
사실 이보다 좀 더 매력적인 포인트는, 조차장이나 화물터미널에서 화차이송 장치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한번에 몇량을 어느정도의 속력으로 이송할 수 있는지가 문제기는 할거지만, 일단 10량정도의 단위로 위치를 정밀하게 제어하면서 이송할 수 있다면 입환의 무인화, 입환기의 생략으로 이래저래 생기는 각종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을겁니다. 우리나라엔 없지만, 험프 조차장 처럼 차량을 이리저리 굴려가면서 정리입환 작업을 하는 곳에서는 기계 요소를 대폭 줄일 수 있을테니 리타더나 카캣쳐 같은 마찰제동장치를 굴리느라 들어가는 유지보수 소요도 꽤 많이 줄여먹을 수 있을거고 말입니다.
하지만 역시 가속보다 제동 성능에서 신뢰가 문제가 있긴 할거고, 또 결국 화차를 적정 량수단위로 해체하고 공기제동을 해제하는 과정은 또 사람에 의존해야 할거라 유인지역과 무인지역을 오가는 인터페이스 문제가 완전히 해소될 수는 없기는 합니다. 또 화차를 정위치에 정차시키고 구르지 않도록 조치하고, 하역작업을 준비하는 과정은 또 사람이 필요할테니 극적으로 투입인력은 줄어들지언정 시설 자체의 생산성이 막 뛰기는 그리 간단치 않다는 점도 있을거고 말입니다. 하지만, 가장 결정적으로 남는건, 저 묵직해 보이는 리니어모터 설비를 설치하고 운용, 유지보수하기 위해 들어가는 투자규모나 관리노력이 얼마나 될 것인가 라고 할겁니다. 기존시설 개량이라고 하지만, 모터장치와 그걸 제어하기 위한 인버터, 컨버터, 그리고 이걸 총괄제어하는 야드 컴퓨터, 여기에 전력공급을 위한 변전소 같은 설비가 그리 싸진 않을거고, 보통 모터 동작전압을 생각하면 저거 가동중에 야드 출입을 통제하는 등의 난점도 꽤 있을거라 보입니다. 허들이 만만찮아 보인달까.
여기에 위 개념은 대차 또는 차체에 리니어모터 리액션 플레이트를 달아서 쓴다는 점인데, 이건 뒤집어 말하면 이 시스템을 적용받을 수 있는 차량은 ***전부*** 사양에 맞게 개조 내지 제작되어야 한단 이야기가 됩니다. 한국처럼 철도화물이 엄청 활발하지 않은 동네도 화차의 보유수량은 만 단위가 넘고, 그나마 좀 차종을 제한해서 컨테이너 같은데만 쓴다 해도 수천량 단위의 개조물량이 나오게되는 사태가 벌어지는데... 이게 사실 가장 난점이라 할겁니다.
사실 리니어모터로 화차를 움직인다는 컨셉은, 1970년대 일본국철에서 이미 해보기는 했었습니다. 물론 차량의 대규모 개조는 어림도 없는 이야기다 보니, 그냥 선로 사이에서 화차 아래쪽에서 움직이는 이송장치를 두고, 이 물건의 동력과 제어를 리니어 모터로 한다는 그런 개념이었습니다. 이른바 YACS 라고 불리는 기술개발이었는데, 그중 L4형 화차가감속장치라는 이름으로 시오하마 조차장에서 시험운전을 돌렸던 기록이 있습니다. 예전에 어디서 동작하는 광경의 동영상도 본 적이 있는데, 이건 요즘처럼 동영상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시대에도 다시 찾기가 어렵기는 합니다. 논문은 찾아보니 하나 나오는게 있기는 합니다마는.
사실 리니어모터를 직접 선로측에 설치하는 게 무선송전으로 열차를 구동할 만큼의 전력을 공급하기 보다 유리해서 나오는 컨셉같단 느낌도 들기는 합니다. 보통 무선송전의 로스율을 20% 정도로 이야기를 하는데, KTX정도쯤 되면 이 손실분이 어마어마한 정도까지 갈테니, 차라리 그럴바엔 지상측 전력으로 열차를 사출시키고, 열차 자체의 서비스나 제어전원은 차축발전기를 쓰거나 아니면 배터리로 때우는 방식이 더 싸게 먹일거 같긴 한지라. 여하간 이래저래 발전시켜볼만한 아이디어기는 하고, 실제적인 적용에 있어서는 좀 더 많은 시행착오가 들어가기는 해야겠지만, 좀 신뢰성있게 할 수 있는 수준이 나온다면 현재 정체상태에 가까운 증속이나 에너지 효율 문제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도 있어보이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