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치고는 사실 좀 화끈한 숫자가 아니라 좀 어중간한 숫자긴 하지만, 토요일에 타 교통 접근성이 애매한 말단구간 우선개통, 그리고 경로무임 배제라는 조건 하에서 저정도 숫자가 나온건 뭐 선방했다고 할 수 있을법한 숫자긴 합니다. 평일 통근량이 얼마나 나올지가 관건이겠고, 아마 다음주 주말 정도까지의 흐름을 봐야 결론이 나긴 하겠지만, 뭐 극단론적인 해석이 나오기 보단 딱 그레이스케일의 중간 언저리쯤이 나온 듯한 첫 성적표랄까 그렇습니다.
일단은 북부구간 개통과 남북구간 연결까지는 이루어져야 본격적인 수요견인이 나올거고, 그때 가서야 이게 정말 교통혁명이라는 드립에 걸맞는 시스템인지, 아니면 돈지랄 망작인지 판가름이 나긴 하겠지만, 현재까지의 흐름으로 봐서는 ITX-청춘과 비슷한 도시철도풍의 중거리 간선여객열차같은 물건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아예 직접후계가 될 B선이나, 좀 더 복잡다단한 나머지 거의 ITX-청춘의 경원선 버전이 될거같은 C선은 더더욱 이런 흐름이 강해질거라 보는데, A선 또한 "이제까지 없던 교통"이 아니라, 그냥 발전된 간선여객열차로 자리매김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조금 드립을 치자면 "상당히 발달한 무궁화호는 GTX와 구분할 수 없다"가 되지 않을까.
GTX가 좀 바꾼 부분중 의미있는건, 거리비례요금과 기본요금 양쪽에 모두 별도과금을 넣고 수도권 통합환승제에 들어온 철도사업이라는 점이라 할겁니다. 이른바 "별도추가요금"이라는 부분을 별도계산해서 교통카드에 합산청구하는 방식을 가져온건데, 기본요금을 추가청구한 사례는 민자노선에서 종종 있었지만 아예 운임체계를 투피스로 나누고 이걸 기반으로 과금을 거는 시스템이 나온건 장래에 여러 철도사업에서 응용할 가능성이 높은 방식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수도권에서 좀 급행 영업을 빡시게 한다거나, 아니면 아예 전용 장거리 간선 서비스를 한다고 하면 이 방법을 응용해서 사업을 시도해 볼수는 있을거라 보입니다. 물론... 동선분리가 전제가 되어야 하니 승강장도 별도, 계단통로도 별도, 개집표기도 별도, 그리고 이걸 위해서 역에 추가공간을 확보해야 할테니 쉽지는 않을거 같기는 합니다마는.
그리고 우려가 되는 점 하나는, GTX를 3월 30일에 개업을 시키기 위해서 상당한 무리를 했다는 점입니다. 뭐 공사기간을 맞췄으니 대충 OK 아닌가 라고 하지만, 정작 주요역 중 하나인 구성역은 6월 개업에, 북부구간은 연말 개업으로 예정이 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또 내년도, 아마 연말까지는 삼성역 공사 관계로 해당구간의 통과가 불가능하기에 남북 분리영업은 최소 1년 반 정도는 지속되어야 한단 이야기인데, 이걸로 인해 차량정비를 임시시설에서 실시를 해야하는 점이나, 차량 교환을 위해서 막대한 철차수송이 생겨 탈이 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있다 할겁니다. 뭐 이번에도 예의 국민호구인 철도공사 팔 비틀기를 해서 어떻게 하는 거 같긴 합니다마는.
뭐 카더라로는 일단 다짜고짜 차부터 다니느라 운전 관계로는 이래저래 미비한게 꽤 있다는 소문이 나오는 모양이기는 한데, 결국 그렇게 나으리들이 혐오해 마지 않는 철도공사 같은데서 파견받거나 출향받아온 고숙련 노동자들의 경험으로 그걸 땜빵하고 있는 중일겁니다. 이러는게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그러면서 후진적 일처리니 부실한 노무관리니 타령이나 하고, 그렇게 여력을 이리저리 땡겨다 쓰면서 왜 인력효율화를 안하고 자빠졌냐 방만경영™ 하고 있다고 약들을 팔긴 할겁니다만.
사실 이런 문제는 뭐 리스크테이킹을 할 수 있고, 어쨌던 "대국적"인 방향에서는 해야하는 것이며, 선개통을 통해 베타테스트를 좀 해봐야 본개통에서 찐빠가 작렬하는 그런 불행한 사태를 줄일 수 있다 라고 할수는 있을겁니다. 뭐 정치적인 "컴컴한 속내"의 득실을 떠나서, 일단은 대국민 홍보 면에서 조기개통만한 홍보도 없는 건 사실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하지만, 이걸 위해서 재정 지출을 꽤나 얼큰하게 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우려가 많다 할겁니다. 보통 민자사업은 개통 시점부터 자금회수기간의 시작점을 잡게 마련입니다. 문제는 이런 과정에서 풀스케일 영업개시가 아닌 잠정영업개시를 하는 경우에는 당연히 운수수입이 많이 쪼그라들게 마련이고, 따라서 이자비용보다 운수수입이 많이 작은 상황이 예상되면 구태여 개업을 하지 않는게 맞을겁니다. 게다가 민자의 자금회수 기간은 30년 정도로 제한이 있는지라, "풀영업"이 아닌 상태에서 이 기간을 시작해버리는 부분개업을 한다면 그 손해가 작지 않을거고 말입니다. 결국 정부가 조기개업을 요구하려면 그만큼 수입부족분을 많이 물어줘야 한단 이야기가 됩니다.
삼성역 개업 지연 분은 뭐 협약 레벨에서 어느정도 반영을 해 두기는 했을거라 보지만, 이번 말단구간 조기개업분은 이러니저러니 해도 최소 2년을 당겨버렸는데, 세부적인 정보가 없으니 얼마의 예산을 보전에 태웠는지 알 수는 없지만 수십억 정도는 태워버리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참.. 재정 가지고 양념질 하면서 뒷구멍으로 줄줄 흘리는 거 하루이틀 보는게 아니지만, 방만드립을 치는 한편으로 이러는걸 보면 배알틀리지 않을 수가 없달까 그렇습니다. 누구 입은 주둥이 아가리고, 누구 입은 구강이고 그런 모양인 셈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