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MBC가 꽤 깊숙하게 잘 찔러들어간 연속보도를 내놨습니다. 좀 사실관계면에서 고리가 약하거나 틀린 부분들이 있기는 하지만, 왜 이지랄들을 국토부가 하고 있는가를 꽤나 잘 다루고 있다고 읽을 수 있습니다.
무궁화호는 이미 차량 신조가 끊어진지 20년이 되어가고, 그나마 같은 임율을 적용받는 누리로 차량 조차도 2007년 제조분이 전부인 만큼 2020년대 중에는 아마 명이 끊어지기는 할겁니다. 노후화된 차량을 정리하고 새로운 차량, 시스템으로 대체하는 것 자체야 시대적 흐름을 따라가는 거니까 그렇게 이상한 것은 아닐겁니다.
사실 저 보도에 나온 #1517 전라선 무궁화 밤차나, #1421/#1422 경전서부선 직결 무궁화의 경우, 이전 글에서도 이야기를 했지만, 승하차 성적이 별로 좋지도 않을 뿐더러 반드시 필요한 필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열차라기는 어렵습니다. 밤차가 없더라도 야행 고속이나 시외버스가 서비스를 대체할 수 있고, 서울직통편이 없더라도 환승편 서비스가 있다면 최소 서비스는 유지된다 할 수 있기도 합니다. 어디까지가 최소서비스, 대체가능한 서비스인지는 꽤나 논란이 있는 영역이기는 합니다마는, 어찌되었던 완전히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이용이 어려울 만큼의 삭감은 아니기는 하니 말입니다.
문제의 본질은 무궁화호 적자의 본질을 따져보는데 있다 할겁니다. 사실 기본 서비스가 돈이 안되고, 심지어 적자상태로 빠지는 경우는 공공 사업에서는 종종 나오게 마련이기는 합니다. 철도의 적자 문제는 반 세기를 넘게 거의 주요 국가에서 논쟁을 해왔던 문제기도 한지라. 그래서 운임수준을 적정히 관리를 하고, 필요에 따라서 보조금을 태우는 식의 정책은 세계적으로 흔하게 돌아가는 편입니다. 이걸 하면서 위탁사업자를 따로 굴리거나 하는 것도 종종 있는 일이고.
하지만, 무궁화호의 적자 문제는 저런 지방 노선의 적자에서만 기인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무궁화호 적자의 '몸통'은 주요간선의 무궁화 서비스에서 기인한다 할 수 있습니다. 당장에 무궁화로 수송하는 인원의 자릿수만 봐도 경부선이 10이면 호남, 전라, 장항 각 선을 다 합쳐야 2~3정도가 되고, 저기 언급되는 경전서부선이나 근래 셔틀화 당한 경북선쯤 가면 소수점 자리, 심하면 소수점 한자리도 못잡아먹는 그런 수준까지도 내려가집니다. 저기 보도에 언급되는 39억 적자라는 이야기는 몇 개 열차의 운영 유지로 발생한 적자액인데, 실제 무궁화호 적자는 과거 데이터에서 천억 단위를 우습게 넘나드는 경우가 많았던걸 생각하면 이건 전형적인 '꼬리'라 할 수 있습니다.
주요 간선 무궁화를 수익성의 관점에서 제대로 정리를 하지 않은 결과가 10년 가까이 스노우볼링 되면서 지금에 이른거라 할겁니다. 그나마 감차와 축소, 그리고 수도권에서 광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운임과 속도 경쟁력이 올라가면서 얻은 혼잡으로 인해서 어느정도 합리화가 되기는 했지만, 본질적으로 KTX서비스와 자가용 같은 도로교통으로 대체되거나 지방인구 감소와 경제 축소로 줄어드는 수요에 맞춰 삭감과 합리화를 잘 해오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에 운임조정 조차 방기하다시피 했으니 그저 폐차로 형식정리가 되어 ITX새마을이든 EMU-150이든 강제적인 정리가 되는 형태가 되어가고 있다 할겁니다. 민원 이유로 공사나 정부나 일을 안한 결과랄까.
사실, 그렇게 적자가 나더라도 제대로 보조금을 태워서 서비스를 유지시키는 노력을 했다면 문제를 꽤나 완화 가능했을겁니다. 맨날 보조금 괴물이라 욕을 하면서도 교차보조를 대체할 만큼의 보조금을 절대로 못준다, 꼬우면 민영화하라 이기야 하는 수준의 정책이 한 20년간 질질 끌다가 코로나 파국을 쳐맞으면서 제대로 노정이 된거랄까. 하지만 아마 이 문제를 개선할 가망은 별로 없을겁니다. 이런 건 철도공사같은 실행형 공기업이 몸빵하라고 방치하면 되고, 좀 여론이 안좋으면 방만경영™이라 타자화해서 비난하고, 노조 새끼들 때문에 일이 안돌아간다 욕하면 그만인지라.
그리고 나으리들은 이런 천하고 폼 안나는 노가다 드잡이질 대신, 준고속선 고속선이 얼마가 되든 펑펑 질러대면서 예산을 이만큼 쓰면서 경제활성화를 한다고 자랑질을 하고, 한번씩 업자들 불러다 목에 힘도 주는걸 하고 싶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경쟁체제®든 민영화든 논리를 만들어서 조직을 하나 만들고, 사업성 좋은 선로만 체리피킹 하거나, 보조금을 체리피킹 하면서 대접받고 꺼드럭거리는게 훨씬 남는 일이 될테니 말입니다. 그렇게 기관장 자리로 나가면 각종 예규와 지침으로 묶였있던 봉급보다 더 받아가면서, 빡세게 근무하지 않고 골프나 치고 근무시간도 자기 편한대로 짜가면서 일을 할 수 있을거고 말입니다.
물론, 철도망의 고도화와 확장 자체는 필요한 일이기는 합니다. 그걸 하면서 민자사업으로 이것저건 땡겨다 건설하고, 그 민자회사가 관청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 전관들을 땡겨다 쓰는 것도 좀 먹고살자고 하는 짓거리기는 하니까 그럴수도 있다고 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짓거리를 하면서 기존의 철도망을 해먹고 국고를 털어먹는 짓거리는 좀 따끔하게 손을 봐주긴 해야 하지 않나 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