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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차량의 충돌강도 : 표 한장으로.

18/1/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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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중이질에 인생을 건 찌질이의 악플놀이에 대응하는 거 부터가 굉장히 한심한 짓이지만, 혹자의 제보를 받았으니 간단히 해명은 해야 할 거 같아 옮겨 둡니다. 

 저 표의 내용은 각 고속차량 별 충돌대응 값들의 요약정리입니다. CEM(충돌 에너지 관리)에 관한 미국 논문에서 인용한 자료인데, 단위계가 마일인치긴 하지만 대체적인 이해에 어려움은 없을겁니다. 잘 보면 의외로 ICE-2, 3나 TGV-R에 대해서는 CEM 설계, 충돌 대응 에너지 용량이 없는 것으로 나오는데, 저건 설계시에 명시되지 않아서 적지 않은것으로 실제 충돌시의 완충 대응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 열의 최소압축력은 충돌시에 차량이 버텨내는 강도 정도로 이해하면 되는데, 유일하게 이 값이 명시되지 않은게 일본의 신간선 차량 N700입니다. 값이 없지는 않겠지만, 그걸 대외적으로 말 할 수 없으니 저렇게 명시했다 보면 됩니다.

 일본의 신간선 차량이 해외 고속철도 입찰에서 번번히 실패했던 이유중 하나가 충돌대응성능 자체를 입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전용선로와 ATC로 이른바 "충돌 회피(Crash Avoidance)"를 중심으로 설계했기 때문에, 충돌대응은 중량증가와 정원 감소 등을 일으키는 낭비일 뿐 없어도 된다고 주장을 합니다. 물론 기존선에서의 혼용 조건이나, 고속선에서도 다종 차량의 혼합운행이 기본인 해외 사업에서는 '아 네 좋은 제안 감사하고요, 저희는 쓰기 어려울 거 같네요' 라는 대답을 많이 들었던 모양입니다마는. efSET같은 수출지향 고속차량 개발을 새로 하는 이유도 이 충돌 회피 조건을 하나도 못맞추는 현행 개발모델들로는 노답이라 그리 하는 거라 보면 됩니다.

 기존선 운용을 전제로 한 차량은 일본에서도 충돌대응 설계를 포함하기는 합니다. 고운전대 사양이니, 본넷 운전대니 하는 것들이 그런 조건에서 나온 것들입니다. 이건 1960년대의 차량에서도 어느정도 반영이 되어 있는건데, 당시에 건널목 사고로 직무사상이 종종 생기자 노사협의 등에서 문제가 되어 도입되고 그런 역사가 있다고 합니다. 다만 고속철도 차량에 대해서는 애초에 그런 조건을 배제하기 위해 전 구간 전용선로와 전용 신호, 그리고 각종 방호대책에 더해서 운행방해행위에 대한 처벌 법규(1964년 입법)까지 올려서 특별히 다루고 있습니다. 그 결과가 저 표와 같이 아무런 지표 내지 설명이 없는 결과로 나온 거고 말입니다. 

 반대로 프랑스나 독일, 미국은 기존선 구간을 공용하는 것을 전제로 했기 때문에 애초에 기본설계에 차체강도를 일정 이상은 충족하도록 만들어두고 있고, 명시적인 CEM 설계는 없지만 충돌에서 기관사 등을 보호하는 설계를 차량에 반영해 두고 있습니다. TGV차량의 경우는 가스터빈 베이스로 만들던 프로토타입 시절부터 완충기+운전실 보강골조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데, 뭐 이건 사진류 조금만 찾아봐도 나오는 거니 따로 첨부는 하지 않겠습니다. 

 물론 충돌대응설계가 전혀 없더라도, 기본적으로 차량은 승객과 직원을 외부의 비래물이나 기후, 강풍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을 만큼, 그리고 주행중에 심각한 변형이 일어나지 않을 정도의 강도는 확보하는 건 기본적인 상식이라 할겁니다. 그 정도의 강도는 어느 차량이라도 확보는 되어 있는거고. 다만, 그 차량이 차량 간의 충돌, 또는 건널목 등지에서 자동차 같은 대형 장애물과의 충돌에서 보호를 보장하는 가는 별개의 문제고, 그 입증을 유럽산 고속차량들은 국가별 및 EU의 안전규제에 근거해 맞추고 있지만, 일본산 고속차량은 규제 자체가 명시된게 없기 때문에 아무런 설명이 없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뭐 안전에 대해서 워낙 잘 방어가 되어서 충돌 사례가 없으니 입증이고 뭐고가 없기도 하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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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탄소·친환경으로의 과제

7/1/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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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의 개통식 연설에서 이 저탄소, 친환경이라는 화두가 강조되었고 어느정도 반향이 있는 거 같습니다. 뭐 주식쟁이들의 반향이 반은 되는거 같습니다만서도. 코로나, 여름철 폭우 등으로 환경변화와 글로벌화의 위험이 다시금 주목받은 한해였고, 그래서인지 환경이라는 화두가 삶의 질을 넘어 생존의 문제에까지 닿아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사람도 늘어나는 느낌입니다.

 연설에서 세가지 정책 포인트가 언급이 되었습니다. 첫번째는 탄소 중립화입니다. 원문을 인용하면 "2029년까지 모든 디젤 여객기관차를 ‘KTX-이음’으로 대체" 하고, "중앙선, 경전선, 중부내륙선, 서해선, 동해선 등 전국에 빠르고 환경친화적인 철도교통을 확산", "탄소중립 사회"로 나아가겠다고 했는데, 아마도 KTX-이음으로 전부 대체는 비현실적인 이야기지만 전동차화를 강조하는 차원에서 저렇게 이야기를 한걸로 보입니다. 당장에 태백선은 EMU-150 투입이 예정되어 있고, 개량계획 자체가 수립되어 있지 않은 여객 비전화구간인 충북선이나 교외선, 경원선 말단부 등에는 KTX-이음을 넣을래야 넣을 수도 없습니다. 시점 면에서는 2029년, 즉 현재 사용중인 무궁화호 객차 및 이를 베이스로 한 객차열차 전부의 수명도래 이후이기 때문에, 적어도 내연기관의 폐지라는 데에는 의지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물론 이렇게 하더라도 화물철도는 필연적으로 디젤차량이 요구되는데다, 시설 유지보수나 차량정비 등에서도 내연기관을 써야하거나 유지류를 대량 사용하는 곳들이 많고, 또한 당장의 접객시설에서 냉난방과 조명을 안할 수 없으니 완전한 탄소중립, 이른바 RE100으로의 이행은 거의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여객부문을 선두로 적극적인 시설투자와 기술개발로 최대한의 노력을 집중하여 그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방향은 타당한 방향이라 할겁니다.

 두번째로 언급된건 해외진출과 디지털 뉴딜 이야기가 나왔는데, 사실 이건 아주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고 꾸준히 진척되어오던 이야기 중 하나였습니다. 언급된 철도무선통신망 이야기는 LTE-R이야기인데, 일단 파편화된 고속선 무선망 문제같은게 있기도 해서 조만간 추진한다는 말이 많았던 사안이었습니다. 예산투입과 사업화만 남았던 만큼 아마도 좀 더 속도를 내게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사물인터넷 이야기도 센서 네트워크화 등등 많은 사업화 여지가 있고, 현장인력 확보에 그리 쉬운 상황이 아니었던 만큼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 되어가고 있기도 합니다.

 다만, 해외진출 이야기는 현실적으로는 쉬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일단 기술면에서는 가격에서 중국에 치이고, 품질이나 기술력에서 일본이나 유럽에 비해 불리한게 현실인데다, 해외사업, 주로 개발도상국 사업에서는 기술과 가격 외에 금융지원 등이 그 향방을 바꾸는 면이 있습니다. 이걸 적극적으로 푸시한게 지난 수년간은 중국이었고, 뭐 이래저래 제국주의 논란까지 일으키기까지 해서 썩 좋은 평을 듣는 건 아니지만, 그런 적극적인 금융지원과 원조, 차관제공을 통해 사업화를 엄청나게 많이 일궈냈었습니다. 우리가 이정도를 할 수 있을지는 솔직히 기대하기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결국 저런 건 현지의 부패문제나 정치문제까지 얽히는 사안이 되는지라, 역으로 국내정치 스캔들화 하기 쉬운 사안이기도 합니다. 기술의 보급으로 전세계적인 탄소중립화 노력에 기여해야 한다는 선도국가로서의 책임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게 국내 정치, 행정, 경제에의 평지풍파를 감내해야 할 사안인가는 고민이 될 수 밖에 없을겁니다.

 마지막으로 철도망 확대 이야기, 향후 5년간 약 70조원의 투입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처음엔 예산안에 태워질 숫자로 거의 2배 이상의 증액을 이야기한거라 생각했는데, 좀 찬찬히 뜯어보면 이 숫자는 아마도 제3차 철도망 구축계획의 후반기 사업총량 35조원과, 제4차 철도망 구축계획의 전반기 물량을 합쳐서 나온 이야기일겁니다. 현재 열심히 각 지자체가 요망선을 들이밀고 있고해서 이미 계획된 선 외의 증가분을 여럿 태워넣겠다고 해석을 하면 그리 틀린 방향은 아닐거라 봅니다. 

 다만 좀 아쉬운 부분은, 정작 3차때도 2차 철도망 계획의 한계점을 적시하면서 말했던 용량확충과 시설수준의 일치화를 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이를 위한 핵심 사업들은 예타면제를 걸어서 겨우 사업기획 단계에 들어간 평택~오송 2복선화와 동해선 전철화 정도밖엔 달성을 못했다는 점입니다. 수색~서울~금천구청간의 별선이나 망우~청량리간 2복선 사업은 기획이 10년도 더 전에 돌아갔음에도 아직까지 진척이 없습니다. 애초에 언급조차 제대로 못한 용산~청량리간 경원선 용량문제나 너무 해묵어서 손댈 생각도 안하는 경원선 용량문제 , 올해 중 착공이라는 인천착발 KTX사업 관련 수인선, 안산선 용량문제, 서해선 시내구간 문제 같은 것도 방치중인 셈이고. 건설물량을 위한 건설이 아니라, 철도의 효율화, 이용객의 편의 개선을 위한 기능확보라는 점에 좀 더 천착할 필요가 있다 할겁니다.

 또한 한편으로 부전-마산선 전동차 예산배정 논란에서 보다시피, 각 광역도시권의 광역철도 개발이나 운영에 대해서 관계당국들은 철저히 본전주의, 즉 예산투입 자체를 거부하려 드는 행태를 보인바 있습니다. 물론 국비로 이런걸 다 해주다 보면 광역시가 아닌 일반시나 군 레벨에서는 우리는 빙다리 핫바지냐 라고 할 수 밖에 없고, 이정도로 무책임한 예산팽창은 국가재정면에서나 철도경영 면에서나 별로 바람직한 일은 아니기는 합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간선은 200키로를 넘어 300키로에 육박한 고도규격으로 정비하면서, 기존선로는 사업성 부족이네 뭐네 하면서 차량과 서비스 자체가 고갈되어 서비스의 품질이 급전직하하고, 결과적으로 이렇게 가다가는 지상에서 발끝이 떨어져 목만 날아다니는 철도가 되고 말겁니다. 광역권 내, 그리고 중소도시간의 철도교통 자체의 빈약화 내지 공백화를 보충하기 위한 사업의 발굴과 이를 배려한 예산정책이 필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런 광역권 철도망의 운영지원과 사업 개발은 철도 외의 사회의 탄소중립화에 있어서도 필요합니다. 고속철도나 간선철도를 타기 위해 주요 정거장까지 한참동안 자가용을 이용해 접근해야 하는 모순을 해결하려면 광역권의 철도망 확충, 그리고 트램, 신교통, 경전철과 같은 도시철도 네트워크의 확충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일상 생활에서 철도의 활용 빈도와 총량을 늘리는 것이 곧 탄소 중립의 첩경이라 할 것인데, 이건 고속철도 단독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 할겁니다. 

 앞으로의 10년은 이제 어떻게 성숙화된 경제를 유지하고 장래의 발전을 도모할 것인가에 있어서 중요한 기간이라 할겁니다. 이제는 과거와 같이 국가 총량의 발전이 곧 지역과 개인의 발전으로 직결되지 않는 시대가 되어, 국가는 신 열강에 들어가더라도 반대로 지역은 쇠퇴하고 공백화되며, 개개인의 빈부격차는 극단화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10년 역시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이고, 이로 인한 절망과 분노를 어떻게 완화, 극복할지를 정치와 행정이 많이 고민해야 할거라 봅니다. 철도가 할 수 있는 범위는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클 수 있을거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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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이음,  테이프를 끊다.

5/1/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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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 사람은 이미 다들 알고 있었지만, 철도공사에서 티켓예약에서까지 KTX-OO으로 표기해 여하간 엠바고를 잡아두던 KTX-이음이 오늘자로 영업운행을 개시했습니다. 일반철도 사업으로 건설해서 사실상의 고속철도로 운용되는 이른바 ‘준고속철도’로서는 강릉선에 이어 두번째 사업이고, 기존 노선 중에서는 첫번째 개통 사업이며, 그리고 이른바 동력분산식 고속차량의 최초 투입 사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EMU-260이라 불리던 차량의 투입은 여러모로 고속철도 시대의 새로운 한 페이지가 시작되는 역사적 순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애초에 강릉선에 투입이 검토되다 급구배, 강설, 혹한 등 환경 적응에 대한 우려, 그리고 무엇보다 신규모델 투입까지 시일이 워낙 촉박해서 검증된 주자인 KTX-산천의 신형이 들어가게 되었던 경우였는데, 절치부심 끝에 2년여의 시간이 지난 오늘에야 그 데뷔를 하게 되었습니다. 뭐 좀 걸리는 부분이라면 고유모델이라기엔 봉바르디에 Zefiro 컨셉과 좀 지나치게 닮기는 했다는 거지만 어느정도는 수렴진화의 결과물이라는 면은 있을겁니다.

동력분산식 차량은 고가감속 성능과 더 많은 수용능력이라는 두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상대적으로 경량화로 인한 견인력 등의 성능저하가 덜하고, 발전제동이나 회생제동과 같은 전기제동을 적극적으로 쓰기 유리하다는 점, 그리고 인버터 등의 소자들을 상대적으로 경박단소한 것을 쓸 수 있어서 전력변환 효율면에서 좀 더 유리하다는 점 때문에 종합적으로 보면 전력효율이 높아진다는 강점을 보일 수 있습니다. 물론, 비용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비싸게 치이는 점이나, 점착성능 등으로 인해 고속역으로 갈수록 효율이 저하되는 점, 차량하부에 핵심기기가 집증되어 있다보니 자갈비산, 착설 등의 동절기 장애에 취약하다는 점 등의 약점이 있기는 하지만 한국의 철도망은 전자의 장점이 점점 더 요구되는 환경이 되어가는지라 장래에는 동력분산식이 주력의 위치를 점차 차지하게 될 거라 예상됩니다.

그리고 이음은 또한 두가지 과제를 더 받아든 면이 있는데, 하나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른바 준고속철도로의 개량이라는 사업방식이 운영면에서의 타당성이 있는가 라는 점입니다. 강릉선 사업으로 중앙선 공용 구간에서 전동차, 일반여객, 그리고 화물과 섞여 다니는 운전방식의 타당성을 어느정도 확인한 바 있지만, 좀 더 본격적인 수준, 즉 200키로 이상의 고속운전 대역에서 운행안전이 담보되고, 지연파급 등에서 운행관리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미지수인 부분이 있는데, 중앙선이 그 검증의 장이 될거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남은 하나는 경영상의 변화라 할 수 있습니다. 준고속열차 투입은 노선의 임률을 끌어올려 수익을 증가시킬 것이라 쉽게 예측이 됩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대폭 정리가 따라야 할 일반여객의 정리가 제한된 채로 혼합운행되면서 수요나 수익의 향방이 어떨런지, 또한 어떤 정치적 논란을 야기할지는 예측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 할겁니다. 이는 코로나19 크리를 맞은 철도공사로서는 장래의 전망, 더 나아가 미래의 생존에 관련된 사안인 만큼 민감하게 살펴보아야 할 부분이라 할겁니다.

앞으로 EMU-260의 강화형인 EMU-320도 조만간 실물이 등장할 것으로 보이고, 이에 따라 추가적인 동력분산형 고속차량 베리에이션이 전개될 여지도 다분하다 하겠습니다. 고속철도의 제3장을 여는 차량으로서 추후가 기대될 따름입니다.

P.S.:여담이지만 작명에서 철도현업 내지 관계자의 영향이 적긴 한거 같은게, 이음이라는 단어는 좀 예전의 철도 용어긴 하지만 보통 차체나 선로쪽에서 정상적이지 않은 이상 동작음, 즉 異音이라서 썩 좋은 뜻은 아닙니다. 해무와 비슷한 정도의 어감이라면 어감이랄까. 그런데도 이걸 고른건 아무래도 이런 뉘앙스를 모르는 사람들의 선정이다 보니 그럴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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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5일자 시각개정.

3/1/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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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펴보기는 좀 일찍 했지만 요즘 연말연시에 이래저래 일이 꼬여들어서 지금에야 이야기를 해봅니다. 

 일단 이번 개정의 가장 메인 포인트는 역시 EMU-260열차의 데뷔를 포함한 중앙선 대개정일겁니다. 원래 강릉선에 투입이 검토되다 올림픽 등의 일정사정이 걸리면서 다음 기회로 밀렸고, 투입이 결정된 서해, 경전, 동해남부 등의 노선과 경쟁 끝에 첫 테이프를 중앙선에서 끊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복선전철화 정비가 완결되기 전의 조기투입이다 보니, 도입된 차량 숫자 대비 노선연장이 긴건 아니어서 예상보다 많은 평일7왕복, 주말 8왕복 체제의 데뷔가 되었습니다. 

 일단 최속달 2시간, 평균 2시간 4분 운용으로 기존 구선 경유 무궁화의 3시간 20분에 비해서 1시간을 단축하였고, 개정후 현재선 무궁화의  2시간 40분에 비해서도 30분 이상을 단축한 그야말로 기록적인 속도향상이라 할 수 있기는 합니다. 다만, 시간단축은 주로 청량리~원주에 거의 20분 이상이 집중되어 있고, 이후 구간에서는 소소한 차이밖에 나지 않습니다. 도는 말 대로 신설구간에 대해서는 200km/h이상의 운전을 실시하지 않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아마도 고속화개량이 완비되지 않거나 일단 시설의 안정화 기간을 두는 차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또 단선운전을 실시하는 구간들은 고속화를 하더라도 그리 실익이 없기도 하고 말입니다.

 중앙선 일반열차 면에서는 가장 먼저 ITX-새마을 전부삭감을 포함한 일반열차편의 삭감이 눈에 띕니다. 안동착발 무궁화의 경우는 전부 폐지되고 2왕복의 누리로만 남겨지게 되었습니다. 이는 안동역이 기관차의 회차를 실시하기 어려운, 2면4선의 측선이 없는 구조인데다, 마침 중앙선 영주이남 구간은 화물열차 운행도 제법 빈번해서 강릉역 처럼 여유시간대에 어떻게든 회차입환을 할 상황도 아니었던걸로 보입니다. 물론 수틀리면야 할 수는 있겠지만, 고가 위의 좁은 공간에서 곡예를 하는 건 그리 달갑지 않을테니 그냥 쿨하게 다 날리고, 아예 부전까지 전구간을 주파하던가 아니면 제천 아래로는 내리지 않는 방향을 잡은걸로 보입니다.

 또 동시에 태백선 무궁화는 누리로 대체로 전폐 수준까지 갔다가 차량부족인지 야금야금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지금 지역에서 고속열차로 기대를 하고 있는 EMU-150의 데뷔까지 버티기 시간표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다만 기대를 너무 키워놓았다가 ITX-청춘처럼 요금논란이 따라오거나, ITX-새마을처럼 서비스 품질 이야기가 나올 위험이 있지 않나 우려가 들기는 합니다. 현실적으로 선로여건이 그리 좋지 못하기 때문에 증속은 크게 기대하기 힘들거고, 구 새마을처럼 안락도나 편의면에서 평가를 받을만한 열차도 아닐거라.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일단은 그날까진 쉬쉬하면서 가게 될거라 보입니다.

 그리고 이번 개정에서 결국 중앙, 태백선 야간열차가 전폐되었습니다. 예전에 이래저래 돌아다니면서 신세를 종종 졌던 열차들이라 아쉬운 감이 많이 듭니다. 태백선의 경우는 연말연시에는 매진까지 보는, 그래도 꾸준하던 열차였고, 부전착발 열차는 중간구간에서는 좀 이용이 적지만 동해남부선 구간이나 원주 이북에서는 막차, 첫차 기능을 하던 열차라 의외로 흥하는 면이 있었는데 역시 이정도로는 어림없었던 모양입니다. 복선화와 고속화를 하면서 작업시간대를 심야에 한정해야 하는 상황이 왔고, 또 운행하는 열차도 고속운전을 하다보니 인접해서 작업하는 직원의 안전확보 문제도 대두될 수 밖에 없어서 적극적으로 야간열차를 운용하긴 쉽지 않긴 했겠습니다만, 많은 아쉬움이 있습니다.

 
 중앙선계 외의 개정사항은 장항선 시각조정, 경부선 및 그 직결계통 열차들의 시간변경과 순서조정, 그리고 몇몇 임시증결/대체열차의 폐지가 눈에 띄는 정도입니다. 영동선 경유 열차 중 부산발 경북선 경유 주말열차가 삭감된게 눈에 띄지만 딱히 호응이 많던 열차는 아니라서 조용조용한 걸로 보입니다. 경부선 통근편, 서울~수원간의 열차횟수 면에서는 변동이 딱히 없어보이지만, 퇴근시간대 하행편은 18시대에 경부선 1개열차가 증강된게 좀 달가운 소식일 듯 합니다. 이 시간대의 급행전동이 민감했던 이유중 하나였는데, 이 불만이 좀 완화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하지만 사실 이번 개정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바로 KTX의 열번개정입니다. 101번 부터 배정하던 KTX의 열차번호가 1번부터 배정하는 것으로 변경이 되었습니다. 즉, '전설의' #001, #002 열차가 다시금 시각표에 나타나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최상위 열차의 상징으로, 20세기 극초반부터 1,2번 열차의 상징성은 엄청났고 한자리수대 열차는 대개 급행 중 최상위 아니면 특급에게 배정되는, 대개 국제편이거나 최속달편에 붙는 번호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개정에서는 그런 의미 없이 그냥 101열차가 1열차가 되는 식의 개정이 되었습니다. 상징성을 생각하면 좀 아쉽기는 하지만, 중앙선 KTX개업으로 인해 열차번호가 포화상태였던지라 어쩔수 없었던 개정으로 보입니다.

 번호배정을 살펴보면 0번대가 경부고속선 열차, 100번대가 구포경유나 수원경유 같은 기존선 경유 열차편, 200번대가 경전선 및 동해선으로 변경되었고, 400번대에 호남선, 500번대에 전라선이, 그리고 전라선의 700번대는 중앙선이 가져가는 식으로 들어오게 개정이 되었습니다. SR이 쓰는 300번대와 600번대는 변동이 없는 눈치고, 800번대는 여전히 강릉선이 쓰는 걸로 가닥이 잡혔습니다. 이렇게 정리를 한건 장래의 확장성을 감안한 배정이라 생각이 됩니다. 아마도 100번대는 아직 삽도 안뜨기는 했지만 남부내륙선 직결편이 150번대 대역을, 250번대는 경전선 및 부전마산선, 동해남부선 계통의 EMU-260이, 550번대 대역은 아마도 서해선 및 장항선  EMU-260이 쓰는 식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다만 이후 추가로 고속선이 생겨나게 되면 어떤 번호대역이 추가될지 궁금해 지기는 합니다. 유럽처럼 5자리 열번까지 동원되는 상황이 와야할 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들고.

 겸사겸사 ITX새마을과 새디자인 새마을도 열번이 살짝 바뀌어서 1000번대에 모두 몰아넣어지는 개정이 되었습니다. 이걸로 1100번대가 결번상태인데, 아마도 장래 추가되는 열차들이 여기에 끼어들게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는 공사 출범 즈음해서 열번개정을 할때 1000번대와 2000번대로 열차를 나누어 1000번대가 직결열차, 즉 전국구 열차고, 2000번대가 구간열차, 주로 통근열차에 배정되던 번호로 나눈게 있었는데, 차라리 이런 계열화를 좀 해봤으면 하는 생각은 듭니다. 

 
 일단 중앙선 신설 이설은 안동역에서 모종의 장애 발생으로 좀 모양새를 구기는 개통이 되었고, 들리는 말로는 공정관리에 문제가 있었는지 일정이 엄청나게 밀려서 1월 개업이라는 좀 기이한 개업이 되어버리기는 했지만 고통의 2020년을 피해 2021년 벽두의 개업이 된 만큼 약간의 버그패치나 해프닝은 따르긴 하겠지만 무탈하게 이행이 될 수 있기를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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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토부는 변치 않는다.

23/12/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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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창흠, 코레일-SR 통합 '신중'…관제권은 "철도공단 이전 검토"

 그저 철도를 털어먹을 생각만 할 뿐이죠. 이쯤 하면 그냥 만주당은 자기들이 내건 공약파기했다 인정하고 사죄나 하는게 합당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관제권 같은걸 노리는 이유가 갑질하기 좋게 철도를 밥으로 만들어 놓고, 이후에는 영국처럼 영업권 분할해서 프랜차이즈 장사나 하며 갑질하고 꺼들먹거리려는게 궁극적 목표이니 저렇게 10년 가까지 논쟁을 해도 물밑에서 열심히 길을 닦아놓는게 아니겠습니까. 민영화라는 이름만 안붙었으면 된다 이거겠지요.

 중립적 관제라는 것 자체가 말장난에 가깝다고 보는데, 항공이나 해상 관제와 달리 철도는 길과 운반구가 결합성이 강합니다. 사고가 났을때 공항 외에라면 결국 지상으로 떨어져 나가는 항공이나, 진주만이나 스캐퍼플로 같은 협수로가 아닌 이상에는 피해갈 길이 있는 해양과 달리 철도는 그대로 길을 틀어막게 됩니다. 그걸 수습하는 건 차량, 시설, 영업, 전기 전부가 달려들어야 하는 과정이고, 어차피 민간이나 외부의 장비 조달로 해결을 할 수 있는 범위는 제한적이기 때문에, 철도가 자체의 차량을 동원해서 구난하는게 기본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즉, 명령체계의 일원화, 그리고 그 명령과 책임의 일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내부화가 되어 있는 거였고, 그래서 과거엔 사령이라는 표현을 쓴거라 할겁니다. 중립적으로 관제가 일처리를 해야한다면 각 역에 국가소속 구원기와 기중기를 두고, 별도의 복구반원을 두어 굴리지 않으면 달성되기 지난한 이야기가 될겁니다.

 고속선에서 운전정리의 중립성 같은 이야기를 가지고 침소봉대하는데, 본선과 분기해 나가는 지선이 기계적으로 동일 지연시간이 나오게 만드는 것 만큼이나 비중립적인 이야기도 없을겁니다. SR분기의 경우 제한속도 170, 여기에 분기측은 구배구간인 만큼 교차지장 시분이 길어지는건 상식이고, 최대한 교차지장시분을 줄이는 의사결정을 한다면 본선측인 광명방향 선로쪽 열차를 먼저 빼내는게 상식이라 할겁니다. 두 선로에 동시 도착이 예상된다 쳐도, 속도제한이 없거나 약한 쪽이 제동으로 날려먹는 시간 내지 에너지가 많은 만큼 동일조건에서는 합리적으로 속도제한이 적은 측에 우선권이 부여되는게 맞고 말입니다. 

 이런 사기극을 감사원까지 동원해서 쳐먹었다는 점에서는 정말 그 노력을 좀 건설적인데 좀 썼으면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복선도 하나 똑바로 못뚫어서 부분단선으로 찌질대고, 교차지장 분석을 못해서 강릉선 KTX시내구간을 걸레짝을 만든 수준의 관료들에게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거 같기는 합니다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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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역, 새 역으로.

17/12/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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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자로 송하동 터미널 옆으로 안동역이 나가면서 1931년 경북선의 종점으로 건설되어 중앙선의 한 축이었던 운흥동의 안동역이 그 사명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90년 만의 이전이라고 지역에서는 상당히 시끌벅적한 듯 합니다.

 중앙선 철도가 종관철도로서 양대 간선이라 할만한 노선이었지만, 상대적으로 인구가 많고 지형적으로 비교적 평탄한 호남, 전라, 장항 각 선에 비해서는 개량은 그리 빠르지 못한 노선이었습니다. 애초에 '귀축영미'의 해양력으로부터 철도수송을 방호하기 위해 경부선과 달리 산간을 관통하는 내륙선으로 계획된 노선이다 보니 산악을 뚫어가면서 놓은 선로라 개량에 들어가는 비용이 과거 기준으로는 그야말로 재정 참사 급이던게 한 이유고, 그런 간선임에도 막상 1960년대에 이르러서야 충북, 경북선이 개통되면서 연계노선이 확보되고 연선에 대도시가 마땅히 없다는 점에서 여객투자의 우선순위도 적고, 80년대 이후에는 석탄화물의 중요성이 떨어지면서 위상도 내려가게 된게 한 이유일 겁니다.

 중앙선 구간중에서도 개중 안동역 만큼 그 위상의 절하가 컸던 곳은 잘 없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2차대전으로 인해 선로공출을 당해 도중역이 되어버렸지만 원래는 경북선의 종점으로 중앙선과 경북선의 연결지점이었으며, 해방 직후에 전국의 지방철도국 중에서는 나름 규모가 있던 곳이 안동철도국으로, 북부의 경기권역을 제외하면 중앙선 연선의 지선들을 총괄하던 위상을 가지고 있었던 곳이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중부전선의 보급을 추진하는 거점으로서 상당한 중요도를 가지던 역이기도 했습니다. 지방도시의 역 치고 구내가 넓고, 차량기지 등의 기능이 집약되어 있던 것도 이런 연원이 있었다 할겁니다.

 그러나 60년대에 석탄 수급이 중시되면서 영동, 태백선의 화물취급이 국가적 관심사안이 되고, 이에 따라 경북선 복원은 영주 방향으로 집약되면서 영주에 지방철도청이 들어서게 되었고 안동역의 위상은 상대적으로 많이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경북의 주요 도시 중 하나로서의 위상이 있어서 지금까지 일반열차의 도중 시종착역으로 유지되어 왔지만, 전성기의 위상을 생각하면 여러모로 아쉽다 할겁니다. 

 이번에 이전해 나가는 안동역은 여기서 차량기지 기능조차 없는 도중역이 되었는데, 고가역으로 짓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비용절감이긴 하겠지만 세월 무상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도 서울에서 가려면  예전에는 4시간 넘게 걸리고, 지금도 무궁화호 기준으로는 3시간 반이 걸리던 거리였지만, 조만간 2시간 대가 될거고 준고속열차 개통 이후엔 그야말로 극적인 시간단축이 예상되는 만큼 과거와 다른 새로운 존재감을 가질 수 있을거라 기대가 됩니다. 그만큼 시내 연결 교통 대책이나 주변 지역으로부터의 유입교통을 처리하는 문제가 따라오겠지만, 그건 뭐 시의 역량에 딸린 문제가 될거고 말입니다.

 운흥동의 안동역 부지는 재정적인 형편상 주거 또는 상업적 개발을 피하기가 어려울거라 생각됩니다. 현재의 도로 구조도 장래 종관도로를 예상하고 계획이 된 느낌이고, 강변으로의 접근성이나 구시가지의 활성화 차원에서라도 시가지로의 활용이 모색되기는 할 수 밖에 없기도 하고 말입니다. 다만, 역사적인 가치를 감안해서 철도가 존재했음을 알릴 만한 시설을 유치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국가박물관이 아니라도 좀 소규모의 지역 철도 박물관이나, 부지나 기존 시설을 활용해서 트램거점이나 보존철도 시설로 활용하는 걸 생각해보면 어떨까 싶지만 시세가 그리 크지 못하고 대도시로부터 거리가 먼게 좀 발목을 잡지 않을까 생각은 듭니다. 그래도 지혜를 모아보면 뭔가 좋은 방안이 나올 수 있을거라고 생각됩니다마는.

 여하간 새 안동역이 지난 90년 만큼이나 앞으로의 90년이 융성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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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외선, 이번엔 다를까?

7/12/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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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주시, 교외선 운행재개 탄력

 몇 년 전 부터 이야기가 나오던 교외선 부활이 이번에 국비예산 40억원을 반영하면서 새 국면을 맞이하게 된 듯 합니다. 배정된 내년도 예산으로는 타당성이나 설계 정도까지 일부 진행하는 수준 정도에 그치긴 했지만, 일단 발끝을 밀어넣었으니 2022년도 정도엔 좀 더 본격적인 그림이 나올 수 있을거라 보입니다.

 보도에서 언급된 부분 중에 포인트라 할 것은 시설 개보수비 500억원에 연간 운영비 53억원이라는 숫자입니다. 500억원이라는 숫자는 예타를 거치지 않고 동원 가능한 최대한의 금액인데,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돈이라 할겁니다. 반면 연간 운영비 53억원은 차량 등의 감가상각비를 제외한다 치고, 동력비와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그리 풍족한 금액은 아니어서, 과거 운영권 입찰 등에서 나왔던 예상 운영비를 생각하면 시간당 1회 정도, 일일 15~20회 정도의 디젤차량 운행 정도로 산정한 금액으로 보입니다.

 일단 어떻게든 얼음을 깨고 들어가는게 중요하다 생각되는데, 그점에서는 평가할 만 하다 생각합니다. 고양시 측이 시청 주변 외의 주요 인구밀집지를 지나지 않아서 불만이 있다는 보도가 나온적이 있어서 향후를 좀 두고는 봐야겠지만, 일단 킥 오프가 되면 어떻게든 돌아는 갈 수 있을거라 봅니다. 

 좀 바라는 부분이 있다면, 일단 정차역 운용 면에서는 영업적 가치가 없이 실질적으로 도중분기 운영 때문에 설치한 중간역들, 대정, 온릉과 사실상 폐역상태인 삼릉 3개역은 아예 폐지를 전제로 접근하는게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반면 관산이나 고양시청 둘 중 한 개 정도는 추가 가설을 감안할 필요는 있을거라 봅니다. 교외선의 목표가 고양과 의정부, 양주 간의 이동 수요, 그리고 장래 서해선 완공 후 한강 이남으로부터 의정부, 양주 등지로의 이동을 서울 도심경유보다 빠르게 하는데 있다 할건데, 이를 위해서는 최대한 정차역을 최소화하는게 핵심이라 할겁니다. 또 이와 이율배반적인 목표지만, 연선에의 접근성을 개선하는 것 또한 고려해야만 하는지라, 이를 배려해서 정차역의 재배열을 검토해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차량면에서는 구래의 CDC차량을 20년이 지난 오늘에 와서 다시 도입하는 건 굉장히 넌센스라 할 수 있을겁니다. 일단 성능면에서도 한계가 명확한데다, 환경규제를 맞출 가망도 없고, 또 최소 3량 이상 조성이라는 건 공급량 과잉의 여지가 다분하다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배터리 카나 수소 차량은 제대로 모델이 나온바도 없고, 도입까지 장시간이 걸리는 만큼 다른 대안을 찾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하이브리드 차량을 조달하지 않더라도 하이브리드나 배터리화 개조의 여지가 있는 차량, 가능하다면 최고속도가 100km/h이하이더라도 저상 내지 초저상형의 노면전차 기반 디젤차량을 도입하는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고상화 추세에 역행하는 감도 없잖아 있지만, 교외선을 현 시설 수준으로 계속 운영할지도 마땅찮은데다, 이제 남은 비전화 구간들에 대대적으로 고상홈을 확보하는 공사를 할 이유도 거의 없는 만큼 차량 형식을 저상 기반의 별개 시스템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시설 개보수에 투입되는 500억원이라는 금액을 시설에만 전부 투입한다면 현재 시설에서 가장 압박이 될만한 일영~의정부 구간의 노후 터널들을 개량하고, 방호 펜스의 확충이나 낡은 건널목들, 그리고 심각하게 낡은 역사들을 일제히 리모델링 하는 정도까지는 가능할거라 생각됩니다. 반면 적극적인 고가화나 선로 이설, 입체교차화, 역사 신축을 하기엔 불충분한 금액이라 할겁니다. 어차피 개량사업 이야기는 서해선 완공 이후부터 생각해야 할 사안이기도 한 만큼, 당장의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하는데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저 예산 금액에서 차량 도입비를 갈라 써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더 조밀하고 최적화된 시설개선 계획을 잡아야 할거고 말입니다.

  시설 개량에서 일단 방호 펜스와 함께 고민할 부분은 영업기반시설 쪽입니다. 역사들이 워낙 낡고, 아예 역 건물 자체가 없거나 부실한지라 최소한의 이용을 위해서라도 손을 볼 부분이 많을 겁니다. 편의시설들 외에, 개인적으로 좀 욕심을 내 볼 부분은, 이 구간의 차량 형식에 관계없이 수도권통합요금제를 응용 적용해 보면 어떨까 생각이 듭니다. 문제는, 무배치역에 승차권 자동발매기를 전부 배치하는건 상당히 난감하고, 1~2개 역 정도의 짧은 지선이 아니다 보니 요금 적용 문제가 관건이 될만 한데, 해외의 지선 영업 체계를 참조해서, 카드전용의 간이개찰과 승차증명 발급기, 그리고 환승역 및 중간 유인역에 정산소를 두는 식으로 운영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이 듭니다. 장래 늘어나는 구간들은 영업성과를 기대하기 힘든 곳들 투성이고, 이런 곳에 인원 배치를 하기도 어려운 만큼, 새로운 지선망 영업체계를 만들어서 시험해 보는 플랫폼으로 활용해 보면 좋을거라 생각됩니다.

 장래의 개량계획이 언제쯤 실현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교외선 연선은 수도권 철도망에 있어 일종의 유보지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수색지구의 각종 시설을 지역개발로 재배치할 때 그나마 활용할 수 있는 지역이 교외선 주변 정도밖에 없고, 또한 지금껏 실현하지 못해서 병목과 여러 문제를 초래하는 외곽 우회순환망으로서 유일하게 정비된 노선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번 시도를 불씨로 해서 노선의 발전과 전반적인 개량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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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철도의 프론티어 : 광주.

5/12/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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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사업화가 된 대구나, 카운트다운 중인 대전, 그리고 운행중인 부산을 제외하고 이제 남은 광역철도가 가능할 만한 구간은 전북권과 그리고 광주권 정도가 남아있습니다. 이중 전북쪽은 2017년에 트램 트레인 이야기가 나온 이후에는 딱히 이야기가 없는 편이지만 물밑에서 트램 베이스로 뭘 해보려는 움직임이 있는 듯 하고, 마침 얼마 전에는 광주권 외에 나주, 목포를 포괄하는 광역철도 구축 이야기가 나온바 있습니다.(링크) 

 광주권의 경우는 구상으로서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노선의 구조상 깔끔하게 한 두 노선으로 정리 가능한 축이 없다 보니 잘 안되는 느낌은 있습니다. 그나마 광주-광주송정간 셔틀이 요금인하를 바탕으로 조금씩 수요확장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광역철도라고 할 정도가 되기엔 아직 많이 미약한 수준에 머무르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런 바탕 하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지역간 연계를 이야기하기 시작한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로서는 속도대역의 문제와 KTX와의 선로공용이 걸리는 과제가 있긴 하지만, 광주~광주송정~나주~목포 축과, 경전선 이설 사업 이후의 혁신도시 축 두개가 가능할 걸로 보입니다. 여기에 장래 사용폐지되는 구 경전선 구간을 도시철도에 편입해 활용하거나 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여지는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광역철도의 도입에서 가장 관건이 되는 부분은 접근성입니다. 중간 정차역을 너무 남발해서 노선 경쟁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겠지만, 현재로서 광주역 셔틀이나 장래의 광주권 광역철도의 경우는 역으로 정거장의 추가가 너무 없어서 여러모로 무리수가 있는 노선이 되지 않나 생각됩니다. 광주선 구간의 경우, 2호선 환승역 내지 수요 예상지점에 역을 추가하는 과정이 일단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이고, 그 외에 나주 방면으로의 노선 연장에서는 구 나주역 정도를 빼면 정말 도중역 둘 데가 거의 없기는 하지만, 과거 정거장으로 사용했던 시설 중 수요가 있을만한 곳은 어떻게든 살려내려는 시도는 해봐야 할 거 같습니다.

 일단 비 경부선 구간 중에서는 그나마 가시적으로 사업성을 기대해 볼 만한 구간이고, 또 영업개시 시점도 비교적 빠른 시점에 기대해 볼 수 있는 만큼 기대가 가는 구간인데,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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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선 백가쟁명

30/10/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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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선KTX 고속화 방안 개량이냐 신설이냐 놓고 우왕좌왕

 전라선 고속화 내지는 고속선 신설을 두고 3개 도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모양새입니다. 아예 신규선로를 놓겠다고 나오는 대전안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자기들 편의대로 하고 싶어하는게 뻔히 보이는지라 그야말로 백가쟁명이라 할겁니다.

 사실 전북, 정확히는 전주에서는 이전부터 삼례쪽의 R=400 커브로 감속하는걸 굉장히 못마땅해 했고, 그래서 여기에 포인트를 두고 기존선 개량 이야기를 꾸준히 하는 모양새에 가깝습니다. 사실 저걸 개량한다손 쳐도 시간단축 효과는 기사 본분에 언급되다시피 3분 단축에 불과한, 그야말로 기분의 문제에 가까운 사업이라는게 문제입니다. 유지보수나 이런 측면에서는 곡선이 압박스러운 감은 있긴 하지만, 그리 큰것도 아니고, 안전 문제도 모든 신호보안이 먹통이 된 상태에서 기관사의 중과실까지 겹쳐야 탈이 날 구간이라, 이게 문제가 되면 경부선 기존선은 쓸 수 없는 선로라고 해야할 정도의 과민반응이라 할겁니다.

 한편 전남쪽에서는 총 소요시간 자체에 불만이 컸던지라, 한때 언급되었던 경전선 경유안 같은 이야기도 나온적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또 아예 현 선로를 별개로 두고 고속선 신설을 이야기를 하는 게 속달성 차원에서 이야기를 하는거고 말입니다. 하지만 일단 총 사업비를 조 단위로 들여가는데도 불구하고 시간단축은 30분 이하라는 점에서는 시급성이 있다고는 차마 말하기가 어려운 사업이랄까 그렇습니다. 즉, 이 이야기 자체가 정치권의 설레발에 가까운 그런 부분이 명확하다 할겁니다.

 이제는 전국망이 완전히는 아니지만 어느정도 수준까지 올라와 있는 상태다 보니 여기에서 전라선은 참 애매한 위치기는 합니다. 경부, 호남처럼 트래픽이 화끈(호남은 좀 쳐지기는 하지만서도)하게 나오냐 하면 그렇다고 하긴 좀 애매하고, 그렇다고 중앙, 태백, 경전같은 구 노선처럼 망 자체가 너무 구 규격이냐 하면 그것도 아닌데다, 현재 개량공사하는 중앙선이나 경전선 일부 구간처럼 준고속선이라는 이름값을 할만큼이라기엔 아주 미묘하게 떨어지는 그런 규격이라서 이런 논란이 생긴다 할겁니다. 현 선로도 200km/h 운전이 가능하고, 순천 이남은 230km/h운전 규격으로 지어서 사실상 국내 준고속선 규격의 테스트베드로서 잘 사용된 선로다 보니 아예 기존선처럼 개량으로 얻는 시간편익이 화끈하지도 않고 그렇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익산~전주 구간은 애초에 고속전용선과 400~600R정도 규격으로 기존 역세를 유지하는 기존선을 병용했어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철도청 시절에 이쪽에 다니던 통근열차를 전동차로 대체하려던 계획도 있었던 만큼, 구선 복선화 내지는 부분복선화 정도로 로컬과 화물을 빼고, 간선이나 고속은 고속선으로 돌리는 시스템이 맞는 구간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지금은 도중 소규모 역의 역세가 다 죽었으니 롤백할 수도 없고, 또 현 선로를 놔두고 고속전용을 뺀다 하더라도 현 선로에서 영업할 수 있는 로컬 서비스가 없는 상태니 하나마나한 사업이 되어버렸달까 그렇습니다. 소소하게는 익산쪽에 연결고가들 용량 문제나 장항선 직결문제도 있어서 로컬화를 하려고 해도 병목 해결이 안될거 같고.

 그래도 시도를 한다면 익산~전주 구간에서는 기존선 영업성을 개선할 수 있도록 중간역을 추가, 개량하고, 동익산~전주구간에 고속별선을 두는 정도의 접근은 검토해 볼 수 있긴 할겁니다. 비용채산이 전혀 안맞기는 할겁니다만서도.

 반면 전주~순천 구간은 별선으로 뽑아서 시간이득을 얻을만한 포인트가 별로 없다시피 합니다. 그나마 있다면 남원~동운 정도를 별선화 하는 정도가 가능할건데, 일단 산악구간이라 건설비 부담이 걸리는 게 있고, 도중에 있는 곡성역과 구례구역을 버리다시피하는 선형이 될테니 지역 협의가 사실상 제대로 되기 어려울거라 생각됩니다. 또 그렇게 해서 얻는 시간절감이 10분 남짓 정도면 조 단위 돈으로 10분을 사는 꼴이니 하나마나한 이야기가 될거고 말입니다.

 오히려 이쪽은 소규모 개량 방안을 찾는게 합리적인 길일거라 보고, 사실 지역 균형 이야기를 한다면 오히려 적극적으로 기존 역세를 유지하는 방안을 찾는게 합리적이라 할겁니다. 선형 개량 외에 궤도나 토목구조물, 분기기 등의 개량으로 현재보다 약간의 증속 여지는 있을거라 생각이 되는 구간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과거 언급되던 서부경전선 개량사업에서 호남고속선 차량의 직결운행을 더 받아내는 걸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기는 할겁니다. 이지역의 불만은 속도 자체보다 배차나 좌석공급에 있는 편이니 전주 경유 외의 추가공급을 찾아내는 쪽이 더 바람직한 결과를 얻을 거라 생각이 됩니다.

 요즘 지역진흥 문제 때문에 토건사업에 대해서 좀 전향적으로 정권이 접근하고 있는 편인데, 솔직히 말해서 이런 사업은 우선순위를 상식인이라면 높게 줄 수 없는 사업이라 할겁니다. 아직 경전선 개량도 완수가 안된 상황이고, 사업성은 애매한 곳 투성이긴 하지만 동서방향 신규간선 제안들도 두어개쯤 지역연대로 나오는 상황에, 남부내륙선/중부내륙선 축선 정비도 아직 결론이 덜 난 상태에서 있는 선로에 조 단위 돈을 투입해서 30분 정도를 개량하자는 주장은 수긍하기가 많이 어려운 이야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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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만경영™ 비난자들의 실제.

24/10/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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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난리통 여행상품 홍보·판매에만 열올린 '코레일'

 국K-1 나으리가 철도공사보고 국민상대로 장사질하고 방역에 훼방을 놓았다고 욕을 박는 광경입니다. 같은 사람이 얼마전에는 이런 이야기를 한 바 있습니다. 

 "현 정부서 국토부 산하기관 인력 늘고 경영 악화"
​
 넵. 교과서에 실릴만한 방만경영™ 타령입니다. 비슷한 타이밍에 언론을 탔으니 국감장에서 떠들어 댄 이야기일겁니다. 한쪽에서는 경영개선의 노오오력이 부족하다 인력과잉이다 라고 두들겨패면서 한쪽으로는 경영개선 노력을 위해 여행상품 판매질에만 열을 올린다고 비난을 날리고 있으니 이게 그 유명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흑자내면 국민상대로 장사질한다고 비난하고, 적자나면 방만경영™ 한다고 비난하고 말이죠. 뭐 당연히 국감장에서 자기 지역구에 사업성이 되든 안되든 철도 갓다노라 안갓다노면 방법한다는 기본이고 말입니다. 여기서 가끔 특정기업에 원한있는 사람 투서 좀 받으면 민영화™ 해야겠다고 부들거리는게 아주 전형적이라 할겁니다.

  뭐 이런 소리도 못하냐 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국가적인 상황이 그야말로 심각한 상황에서 영업노력을 똑바로 안한다고 패고 인원감축과 고용유연화를 강력하게 주문하고 다니는 당국자가 있다는게 참 할 말이 없달까 그렇습니다. 역시 뭐가 달라도 다른 그 쪽 사람들이랄까.

 철도공사가 여행상품 문제로 오락가락 하는거야 올해 종종 있던 일이고, 정부 정책과의 일치성이 부족한 부분은 지적할 만한 사안이기는 합니다. 유례없는 거대한 적자의 쓰나미 앞에서 조금이라도 버텨보려는 발버둥이겠지만, 그런 식의 단발적 행동이 왜 생겨나는지 그 원인에 대한 분석 없이 그냥 장사질 한다고 욕박기를 하는 건 장삼이사라도 할 수 있는 일일겁니다. 그 뒤에 어떤 사정이 있는가를 보고 그 대안이나 대책을 지적하는 것이야 말로 정책당사자에게 요구되는 역량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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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도와 관련된 이것저것들. 
    혐한과 개는 출입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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