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임단협 앞두고 쟁의를 슬슬 끌고 올 즈음에 이런식으로 배싱과 이슈만들기를 던지기 시작하는데, 이 쪽은 좀 많이 망한 주장에 가깝다 할겝니다. 팩트도 좀 미묘하게 틀린데가 보이고, 기본적인 벤치마크를 잘 뽑지 못한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도쿄메트로는 사업연혁으로 보면 1941년에 국책회사로서 사철 지하철을 반쯤 강제로 인수합병해 사업을 정리하여 성립된 제도교통영단을 원류로 하는 회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와 도쿄도의 지분이 반반이라는 특이한 구성이었고, 2004년에 IPO를 염두에 둔 주식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도쿄메트로가 되었습니다. 지하철 치고 흑자를 상당히 거두는 구조라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지하철이지만, 이게 가능한 배경은 단순히 경영이 우수해서 내지는 일본 수도권의 어마어마한 철도수요 정도로 정리한다면 많은 우를 범하는 주장이라 할겁니다.
과거 도쿄도의 23구 지역만을 관할하던 도쿄시는 1920년대부터 이른바 시내영업의 시영주의라고 해서, 흔히 말하는 야마노테 선의 안쪽구간에 사철의 진입을 결사방어하던 관행이 있습니다. 야마노테선 각 역에의 접속은 허용했지만, 그 내부로의 노선연장이 하나도 없다시피 한게 그래서인데, 이 배경에는 시영 노면전차의 사업성을 보호하려는 의도와 함께 무분별한 시내진출로 토지를 철도용지로 점유당해 환경이 악화되고 도시계획이 비틀리는 걸 기피해서 그리 되었다고 보는 편입니다. 이후 지하철 건설을 사철회사에 허용하기는 하는데, 이건 도쿄시가 지하철은 당장 필요할 정도로 교통이 악화되었지만 관동대지진 등으로 인해 재정적 여유가 빈약해서 그리 되었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결국, 이런 주장이 힘을 받아 전쟁기간인 1941년의 교통영단 성립으로 사철을 일소해버렸기도 하고.
도쿄도로 바뀐 전후에도 이런 지하철의 독점주의는 여전했는데, 교외에서 시내로의 통근수송의 압박이 워낙 거세지게 되면서 마냥 독점주의를 주장할 수는 없게 되어서 나온 일종의 타협안이자 지하철의 사업성을 극대화하는 정책이 나오게 되는데, 바로 상호직결운행이라는 제도입니다. 즉, 야마노테선 외부의 사철 노선과 연결선로를 건설해서 단순한 환승운영을 하는게 아니라, 사철이 지하철 내로, 역으로 지하철이 사철 노선으로 서로 직결운행을 하게 해서 환승에 따른 혼잡을 줄이고 차량, 열차의 효율적 운영을 꾀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직결운행으로 생기는 여러 제약과 장애들이 있지만, 당대의 상황이 혼잡률 300%가 우습게 벌어지는 시대였고, 사철입장에서는 노선을 연장할 수 있고, 지하철로서는 승차율을 끌어올릴 수 있으니 Win-win이 성립되는 딜이었달까. 물론 시내구간의 배타적 접근성은 엄수되는 체제라 할 수 있었고 말입니다.
뭐 애초에 일본에선 도쿄도 정도를 빼면 보통 지하철 사업은 수도와 비슷하게 지자체의 현업부문으로 남아있는 경우가 흔합니다. 근래 오사카가 정치쪽의 드라이브로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외의 도시에서는 그렇게 덤비는 경우가 잘 없다시피 합니다. 공채에 의해서 건설되다 보니 대개 채무부담이 과다한 편이라서, 운임수준도 상대적으로 높은게 지하철의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반면 도쿄메트로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노선투자를 일찍부터 누적해 왔고, 수요가 좋은 구간이 많아서 채무를 많이 떨어놓았다는 점도 어느정도 유리한 정황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좀 지적할만한 부분은 도쿄메트로가 단순히 생산성이 좋고 경영체제가 우월해서 흑자를 누적해 IPO 민영화를 시도할 수 있었던 것인가 라는 점입니다. 서울교통공사가 그만큼 시궁창같은 경영상태인가를 좀 들여다 볼 필요는 있지 않나 싶어서, 2019년도 자료(도쿄메트로는 2020년 3월기 결산) 기준으로 데이터를 정리해 봤습니다. 이 시점은 코로나19 이전의 수요 급감과 비용구조 악화가 몰려오기 전의 숫자로, 외부요인을 어느정도 걷어낼 수 있는 숫자여서 좀 더 정확한 실태비교가 가능한 자료라 생각되어 선택하였습니다.
잘 보면 시설 여건에서는 역의 밀도는 큰 차이가 없고, 다만 차량숫자면에서 도쿄가 노선연장에 비해서 많은 수량을 가지고 있고, 더 높은 수송밀도를 가지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상호직결운행에 따라 차량소요가 많고, 그만큼 수송밀도를 올릴 만한 여건이 확보되어 있다는 이야기여서, 영업환경 면에서 도쿄메트로가 확실히 우위를 가지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사업구조에서는 흔히 일본 철도의 장점이라 말하는 부대사업 비중이란건 지하철은 거기서 거기라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오히려 서울지하철 쪽이 운수사업비중이 미묘하게 낮게 잡히는데, 이건 부대사업의 범위 차이, 그리고 지하상가 스톡을 더 많이 가지고 있어서 정도로 생기는 현상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다만, 어디까지나 부대사업이라고 할 정도의 비중, 즉 일반적인 일본 사철들 처럼 운수사업 비중이 50% 이하까지 내려가는 그런 수준에 비하면 그리 큰 건 아니라고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비용과 수입 구졸를 보면, 서울지하철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가 보인다 할겁니다. 그냥 객단가가 일본의 절반 이하라서 적자인거라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낮은 객단가의 원인은 뭐 말할 것도 없이, 정치적 부담이 생기는걸 꺼려서 운임인상을 무작정 뭉개고 본 시장들과, 운임인상이든 영업노력이든 죽어라 해서 객단가를 끌어올려봤자 무임승차인원의 증가가 더 빨라서 그 수익개선효과가 상쇄되어 버리는데 문제가 있다 할겁니다.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객당 원가는 일본의 70% 정도에 그치는 수준이어서 효율면에서는 일본보다 상당히 괜찮은 편입니다. 직원 평균 인건비 역시 직원의 평균근속이 워낙 높다 보니 일본에 비해 약간 밖에 낮지 않은 수준임에도 저렇다는 건, 경영체제가 과하게 방만하다고 할 수 없단 이야기기도 하고 말입니다.
효율성 부분을 보면 특히 이런 효율성 문제가 잘 드러나는데, 직원 1인당 영업km는 대동소이한 수준입니다. 소수점을 뭉개서 그런데, 실제로는 서울교통공사가 0.0192km, 도쿄메트로가 0.0168km로 서울교통공사가 외려 영업규모에 비해 직원수가 적은 편에 들어갑니다. 수송인원을 보더라도 서울교통공사 쪽이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여객을 수송하고 있는게 드러나고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원당의 매출액은 1/3토막이 나 있으니, 이건 결국 운임수입이 지나치게 억제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보는게 정상적인 해석이라 할겁니다.
사실, 저운임 기조 자체는 사회후생을 늘리고, 요즘처럼 모달 시프트가 강조되고 도시의 에너지 효율 문제가 제기되는 시대에는 수요증진을 위해서 적극적인 운임정책을 통해 수요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 저운임 기조로 생기는 결손을 누가 벌충할 것이냐라는 점입니다. 대개 해외의 지하철도 누적채무의 문제는 종종 생기지만, 적어도 결손분에 대해서 정부든 자치체든 공적 재정을 때워넣는 것에 대해서 적극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 편입니다. 이게 안되면 반대로 운임을 적정수준으로 관리해서 적어도 결손이 누적되지 않도록 관리를 하던가, 그도저도 아니면 아예 부동산이나 주택 부문을 끼워넣어서 그 수익으로 운송사업 결손을 어느정도 메꿀수 있게 하던가 말입니다. 이런 걸 아무것도 안하고서 그냥 노오오력이 부족하네, 방만경영™, 귀족노조® 타령만 하는 건 그야말로 지극히 게을러빠진 논리라 할겝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