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철도 물류의 핵심이라 할만한 고타르트 베이스 터널이 화물열차 탈선 사고로 말 그대로 월 단위로 사용 불능 상태에 빠졌다고 합니다. 사고는 8월 10일에 발생했지만, 거의 1개월 가까이 여객열차 운행이 전면중단 상태가 된건 16일 경에 들어서 언급된 상황이고 이 때문에 여객열차들이 기존의 산악구간으로 우회 운행을 실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행히 해당 터널은 단선터널 병렬 형태로 건설되어서 이번에 사고로 막힌 서측 선로 대신 동측 선로를 써서 화물열차를 운행시키고 있지만, 해당 단선으로 통행능력이 하루 90회 정도로 빠듯한 상황으로 여객열차와 20회 정도의 화물열차가 산악구간 우회를 해야할 상황이라고 합니다.
사고 개황은 독일어를 번역기로 읽어 보는지라 명확하진 않지만, 운행중에 차축 절손이 발생해 탈선했다고 전해지며, 다른 보도에서는 약 8km에 걸쳐 시설 데미지가 발생한 상황에 차량도 아직 구난 중이라고 합니다. 일단 터널 한가운데에 그렇게 쳐박힌 상황인데다, 터널 내부 온도는 40도에 육박하는 고온이어서 작업 여건이 굉장히 불량한 상태인 걸로 보입니다. 보통 지표에서 깊이 들어갈수록 지열로 터널이나 갱도 온도가 올라가는 현상이 있는데, 저 언급으로 봐서는 터널의 최심부 근처, 표토로부터 거의 700m아래쯤 지점에서 탈선된 상태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검색으로 찾아본 현장 사진들은 참 볼때마다 심난한데, 화차가 넘어지거나 우그러진건 당연한거고, 침목과 레일이 박살나 있거나, 실려있던 화물이 사방으로 내팽겨쳐져 있다던가 해서 정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됩니다. 여기에 크레인 작업으로 복구가 거의 불가능한데다, 재크키트 같은 장비로도 작업방법이 상당히 제한되는 단선 터널 내 사고기까지 하니, 복구작업은 그야말로 상당한 도전이 될 걸로 보입니다.
이 고타르트 베이스 터널은 알프트랜짓 사업으로 스위스 정부와 철도가 상당한 공을 들여 건설한 사업이기도 합니다. 이 고타르트 베이스(산뿌리) 터널과 로취베르크 베이스 터널이라는 두개의 장대 터널과 여기에 부수된 여러 터널과 선로 정비사업을 진행하고, 이를 통해 알프스를 횡단하는 트럭 교통을 철도로 전환해서 환경보전을 꾀하고자 하는 그런 사업이어서 그 막대한 사업비에도 불구하고 수십년간 꾸준하게 진행되어 몇 년 전에 개통을 본 그런 사업입니다. 특히 고타르트 선은 독일과 이탈리아를 연결하는 최단루트에 가까운지라 그 운행 여건이 태백선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수준임에도 2중 루프선과 15킬로미터의 정점 산악터널을 가진 복선전철이 건설된 그런 구간입니다. 왕년엔 틸팅열차로 여객수송을 할 만큼, 여객수요나 화물수요 모두 만만찮은 그런 구간에서 수송속도와 효율을 잡기 위해 57km의 베이스 터널을 건설했던 그런 곳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개통후엔 3000톤 견인 화물열차가 다니는 손꼽히는 물류루트가 되었고 말입니다.
여기서 좀 봐둘건, 통상적으로 단선터널이 안전도가 높아 화물운행에 바람직한 구조라고 하지만, 역설적으로 여기서 사고가 나면 수습이 정말 난감해져 버리는 그런 광경이 나와버렸습니다. 여기에 터널연장이 57km쯤 되다보니, 도중의 기술역이라 부르는 구난 거점을 두고 해도 사고시에는 상당기간동안 운행이 막혀버리는 그런 상황이 벌어져 버렸습니다. 또 아무리 철저한 정비와 감시체계가 있더라도 차축파괴 같은 순간 발생하기 쉬운 사고에서는 완전 예방이라는게 어렵고, 특히나 장대화물에 고속운전을 실시하는, 여기에 장거리를 다니는 물류에서는 이 부분이 참 어려운 부분이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보전체계를 최대한 끌어올려서 최소화한다고 하더라도 화물 특유의 중후장대함을 생각하면 언제나 블랙 스완의 가능성은 상존하지 않나 그렇습니다.
장래 장대터널을 경유하는 화물은 필연이라 할 만큼 여럿 생길거고, 건설 편의를 운행여건보다 우선시하는 국내 관행상 더 복잡하고 까다로운 운행시스템 하에서 운행이 될 겁니다. 여객열차 사이에서 잦은 가감속을 반복하면서, 후미에 보조기관차까지 붙여서 다니는 그런 난감한 운행을 하게 될 가망이 높지 않나 생각이 드는데... 좀 더 안전한 방법을 찾아볼 필요가 있지 않나도 생각되고, 또 민원과 개발이익에 이끌려 기존에 확보된 지상구간은 가능한 한 지켜내야 하지 않나도 생각됩니다. 저 고타르트 베이스 터널의 경우도 기존의 산악선 복선전철을 폐지하지 않고 일종의 보존철도 겸 지방교통선으로 유지를 했는데, 이번 사고로 이쪽으로 대거 우회를 잡을 수 있게 되어 피해 파급을 그나마 줄여볼 수 있게된 모양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