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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선, 20년의 기다림. 

29/12/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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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해선 전철이 우여곡절 끝에 오늘 개통을 하고, 내일 부로 영업운전을 시작한다고 합니다. 이제야 1단계 구간이 겨우 개통을 본거라서 아직 갈길이 많이 남아있습니다만서도.

 동해선 전철은 여러번 강조를 했었지만, 1974년 수도권전철 개통 이후 처음으로 비 수도권 광역전철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지평을 여는 사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도시에 지하철이나 경전철 같은 도시철도가 보급되는 와중에서도 광역전철은 수도권 노선의 확장이나 파생으로서만 국한되어 왔는데, 이제서야 이 주박이 깨진 셈입니다.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 자체는 구상 정도로 70년대부터 있었던 걸로 보이지만, 본격적으로 사업화의 가닥이 나온건 1993년 경으로 생각됩니다. 옆에 인용한 그림이 당시에 언급된 사회간접자본 확충계획의 개념도인데, 당시에는 꿈처럼 여겨졌던 사업들 다수, 신공항이나 항만, 도로사업 등 거의 대부분의 굵직한 사업들이 현실화가 되었지만 유일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두 사업으로 남은게 이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 사업입니다.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 사업을 추진하게 된 경위는 사실 도시권 교통 공급 그 자체보다는, 고속철도 사업의 파생사업에 가까웠던 걸로 보입니다. 당시 경부고속철도는 경주로 노선을 비틀어 지어지기는 하지만, 당초엔 서울-천안(현재의 천안아산)-대전-대구-부산 정도를 정차역으로 계획한 꽤나 터프한 계획이었고, 그러다보니 고속철도역이나 접속이 제공되지 못하는 도시들에 대해서 접속교통을 제공하는 문제가 제기되었는데, 그 차원에서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가 계획된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그래서 자료에서 부전이 아니라 부산~울산의 형태로 묘사가 된 거고, 초기 보도에서도 거의 부산을 기점으로 하는 모양새가 확인이 됩니다.

 다만, 저때의 계획은 계획이고 실제로 추진은 우여곡절이 워낙 많다 보니 참 보는 입장에서는 안구가 촉촉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수인선 표준궤화 사업이 1971년 경에 다뤄졌다 아직까지 완공을 못본거에 비하면 좀 낫지만 역시 한국철도의 베이퍼웨어로서 워낙 악명이 높달까.
그림

 실제 열차운행의 추세를 보더라도 동해남부선의 통근열차는 굉장히 유구한 역사를 가집니다. 1960년대에 대용객차 충당열차가 아닌 정규열차로 보이는 열차가 동래~부산간 아침시간대 1왕복이 설정되어 있는게 확인이 됩니다. 아마도 여객취급 자체보다는 60년대부터 무연탄 취급역으로 지정되어 있던 동래역까지 입환기가 다니는데 객차를 붙여다닌 정도, 그나마도 아침에만 겨우 다니는 거였을거라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마는, 여하간 꽤 일찍부터 단거리 여객취급이 활발했던 걸로 생각이 됩니다. 이후에도 이런 근거리 열차는 계속 존재했는데, 아마 통근열차로서는 가장 잘 알려지지 않았을까 싶은 동서통근열차도 바로 이 구간에 투입되던 통근열차였습니다. 80년대 처음 설정되어 지금까지 이어지는 해운대 착발 새마을호열차와 더불어 양대 간판이 아닌가 싶을 정도인데, 그런 이유에서 전철 투입을 90년대부터 생각해 볼 수 있던 배경이 되지 않았나 생각도 듭니다. 

 이런걸 보면 꽤나 빨리 될 수 있음직 싶었던 사업인데 안된걸 보면 뭐랄까 묘한 느낌이 들기는 합니다. 일단 철도청 시절의 계획에서 이후 철도시설공단과 철도공사로 나눠지면서 거기에 이관이 된 사업이 되었는데, 이 즈음에 이미 부전역에는 고상승강장을 미리 깔아두고 있었고, 울산쪽에도 복선화를 대비한 시공흔적이 여럿 있었습니다. 2006년 쯤에 부전~청량리간 밤 열차를 타고 가면서 그 공사광경을 보던 기억이 나는데, 거기서 10년이 더 걸릴줄은 아마 아무도 몰랐을겁니다. 그 이후에는 울산시의 광역분담금 납부거부로 불거진 사업중단이, 그리고 그 다음에는 고속철 민간개방으로 비채산 노선 운영권 문제로 격론이 오가면서 전철운영을 입찰에 붙이기로 했다 실패하는 일이 벌어졌고, 올해에는 연말이 오기전인 10월에 개통을 예정했던 것이 최장기 파업으로 딜레이가 되는 그야말로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습니다. 이정도면 염소의 저주나 커넬 샌더스의 저주에 버금가는 징크스가 아닐까 싶을 정도랄까.

 어렵게 개통을 했지만 사실 우려되고 아쉬운 점이 몇 개 있습니다. 일단 배차간격 문제는 말잔치로 다룰게 아니라 일단 개통하고 나서 머릿수로 제대로 보여주면 쉽게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겁니다. 수요기반의 한계도 있고, 1단계 개통구간이 좀 어중간한 일광까지다 보니 쉽지는 않겠습니다만, 그래도 부산의 쟁쟁한 동네들과 해안관광지를 여럿 끼고 있으니 뭔가 보여줄 수 있을거라 기대는 됩니다. 사실 수요기반 자체는 수도권을 빼면 나름 강자 축에 드는게 부산이기도 하고.

 다만, 그럼에도 아쉬운 점이라면 부산역까지의 직결운행이 안된다는 점입니다. 이게 소극적인게 부산1호선과 병행노선이 되는 점이나, 동해남부선 부전~부산진간이 단선인데다 유수의 화물역인 부산진역의 막대한 화물 트래픽, 그리고 자칫하면 가야선의 회송열차 트래픽까지 비집고 들어가야 하는 운전상의 난점이 커서 그런걸로 생각이 듭니다. 요즘 열차빈도가 거의 없는듯 하지만, 우암선은 확실히 평면교차를 해야만 하고 말입니다. 당장에 추진하기는 쉽지 않아 보이기는 하고 또 대대적으로 이 구간을 정비하는 사업은 돈도 돈이고 향후 부전~마산선이나 경부선 일반열차의 계통변경, 그리고 이들 시설의 레이아웃까지 감안한 종합적인 복안이 필요해서 간단하게 할 일은 아닙니다만, 현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고 투자를 최소화하는 범위에서는 뭔가 해봐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좀 잠정적인 개업인 만큼 바로 결정하기는 어렵겠지만, 관광영업에 맞는 특별열차를 하나 정도 생각해볼 수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 관광벨트 사업에서 동해남부선을 대상으로 한 열차를 검토했었던 흔적이 얼핏 보이는데, 이걸 좀 본격화 해서 전동차 기반의 전망실이나 개방감을 제공할 수 있는 열차를 하나 정도 개발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야말로 동해남부선판 바다열차랄까. 선로가 그리 고규격이 아니고 또 막상 울산광역시 구간에는 관광스폿이 거의 없다시피 해서 ITX청춘처럼 준고속열차로 이 수요를 다 포괄하기는 어려우니, 아예 장거리 통근객은 향후 들어올 준고속 전동차나 전동급행, 아니면 ITX새마을 연장운행 같은걸로 해결을 보고, 관광열차를 한번 좀 시도해 봤으면 바램이랄까.

 이외에, 차량에 여력이 있다면 부전~마산간의 선행 부분개업을 동해남부선의 연장개업 형태로 좀 생각해 봐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경부선 각역이나 김해시 구간에서는 시설투자 없이는 열차를 세울수가 없지만, 대신 창원시 관내 각 역에는 이미 고상홈이 설치되어 있는 역들이 존재합니다. 창원시 각역에 정차하고, 이후 경부선 구간은 무정차로 운행하는 전동급행을 만들어 보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왕 지르는 김에 경부선 부산, 양산 구간에 전동차영업을 끼워넣어 보는 것도 해볼만한 거 같기도 하고 말입니다.

 잡론이 길었습니다마는 여하간에 동해선이 그 모든 징크스를 깨고 2016년을 단 2일 남기고 개통했다는 점에서는 여러모로 기쁜 일이라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수요기반에 우려가 많이 보이기는 하지만 제대로 9회말 만루 홈런을 터뜨려 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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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년 만에 깨진 서울역 체제?

26/12/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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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117년 만에 깨진 서울역 체제... 수서역이 몰고 올 변화는?

 이 기사에서 부정청탁법 위반사례의 냄새가 납니다마는 뭐 그건 사실관계를 국외자가 알기는 어려우니 그냥 그런 기운이 느껴진다 라고 생각을 하는게 맞을겁니다. 적당히 사실관계를 끌어다가 썰을 풀었는데 보면서 참 뭐 이런 뻘소리를 까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는 점에서 줄타기는 잘한 거 같아 보입니다.

 일단, 기사 말미에 적지만 서울역 체제 117년 어쩌고 하는거 부터가 이미 망한 드립에 가깝습니다. 서울역의 남대문정거장 연원은 공식간행사에서 자주 다루지만, 그 기준으로 말하기 시작하면 원 경인선의 시종착으로서 쓰인 서대문정거장이나 경원, 경의선 거점인 용산, 신촌같은데는 또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실질적으로 서울역이 중앙역으로써 입지를 다지게 된건 1923년에 경성역이란 이름을 받은 이후로 봐야 할겁니다. 1921년에 수색~신촌~서울간의 경의선이 개통되기 전까지는 경의선이 오지도 않았고, 이 시점 이전까지는 터미널이 모두 다 따로 놀던 시대라서 독점 어쩌고를 논할 상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남대문정거장이 독점체제의 거점이 된 것도 무슨 경쟁체제에 의한 것도 아닙니다. 그냥 일본이 가진 철도사업의 경험에서 나온 결정이기 때문입니다. 도쿄의 경우 19세기에 철도건설을 시작해서 일단 1895년 시점에 관설철도 간선(현재의 도카이도 본선)의 신바시, 도호쿠 방면으로 일본철도주식회사의 우에노, 그리고 코우부(甲武)철도(현 주오 선)의 이다쵸 3개 터미널이 성립하고, 이후에 만세이바시, 료고쿠 등의 터미널이 중구난방으로 설립됩니다. 이후 어느정도 재정이 확충되면서 고가철도 형태로 도심관통선을 두게 되고, 이를 통해 1914년에 중앙역이라 할 수 있는 도쿄역이 설치됩니다. 도쿄역 플랜 자체가 천황제 제국주의의 완성을 선언하는 그런 도시계획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데, 마침 서울역 건설을 검토한 1910년대 후반은 굵직한 무력투쟁을 진압하고, 마침 전시특수와 경제활황 덕에 철도재정도 상당히 좋던 시점이라서 대규모 건축을 지를 수 있는 여건이어서 식민지배체제의 성과물로서 그런 과감한 투자를 한거라 봐야할겁니다. 그게 당시의 정비경험을 집약한거다 보니 지금까지도 잘 우려먹은 것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동경성(청량리)이나 남경성(영등포) 같은 역을 둔건 그냥 그 당시의 도시행정 유행이던 광역화(대도쿄나 greater london같은)의 유행에 따라 경성부가 영등포까지 포괄하게 되고 하면서 그렇게 한거였고, 무슨 시종착역을 갈아치우겠다는 발상에서 나왔다고 하기에는 좀 썰렁한 이야기라 할겁니다. 두 역의 이름이 높게 나온건 그 두군데가 각각 경인선과 중앙선의 분기역으로 서울시계 안에 있던 중요한 역이라 그리 붙였다 봐야지, 간선철도의 거점역이 되고 어쩌고를 논하는건 많이 나간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광명역의 경우는 도전장을 냈다기 보다는 건설관료와 철도관료의 마인드 차이에서 벌어진 일에 가깝다고 보는데, 구도심 따위 어찌되건 말건 새로 지으면 그만이고 대규모 교통시설은 공항처럼 시외에 지어놓고 자동차로 연계하면 그만이다라고 생각하는 관료들의 마인드가 친 사고라 봐야할겁니다. 덤으로 철도청의 기존시설에 의존없이 아예 독립된 고속철도를 별도 사업으로 분리하려고 하던 사심 가득한 양반들 덕에 망한 역이 되었다 봐야할겁니다. 결국 광명역도 활성화가 되기는 하지만, 경기도 주변 도시가 과밀화되고 버스와 도로가 확충되는 시점까지 10여년과 막대한 예산을 허비한 셈이고. 용산역의 중앙역화 관련한 이야기도 솔직히 말해서 그걸로 이득보는 누군가의 이해관계가 개입하지 않았다고 누가 단언을 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경쟁강도가 미흡하다면서 까는 포인트가 철도공사가 중구난방으로 신설된 역사에 KTX를 모두 정차시키는 배짱영업을 고수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전형적인 마타도어라 하겠습니다. 주간조선에서 함안역 가지고 철피아 드립을 치던 것도 있는데(링크) 그걸 무슨 배짱영업 운운하고 있는건 비열한 비유랄까. 까놓고 말해서 철도공사가 배짱영업을 하는게 아니라, 그걸 그렇게 만든 보이지 않는 손들, 정치와 관료, 지역의 이해관계자들 작품이라 할겁니다. 정차역 논란같은걸 열심히 보도해서 불질하는 양반이 어디의 누구였을까 스스로 반성이나 하고 말을 했으면 싶은 생각도 많이 드는 부분이고. 지금도 김제, 장성, 광주 운행중지가지고 지역에서 불뿜는 양반들 수두룩하고, 언론에다가 기사들 열심히 태우려 시도하는데 그때마다 만만한 홍어좆이 철도공사였지, 철도시설공단이나 철도국을 깐 언론사는 한 곳도 없었던 기억이 나는데 말입니다. 

 정작 열차 삭감이나 역 삭감을 하려 들면 네마와시 죽어라 돌고 나중에 불나는 건 철도공사지, 국토부나 언론들은 그 꼴을 보면서도 심심하면 합리화 노오오오력이 부조카네 드립이나 쳤지, 뭐 도와준것도 개뿔도 없는 사람들이 말은 참 쉽게들 합니다. 왜 경산역 KTX정차하게 된거 가지고 비슷하게 관피아나 영남대줄기 드립좀 쳐보시지 그러셨습니까들? 만만한 진영역에 대고 노통 고인드립좀 그만 치시고?

 전라선이나 경전선 도중 정차역의 경우는 KTX 기존선 직결운행이 새마을호의 확장판인 점도 감안을 해야할겁니다. 무정차로 내빼봤자 기존선에서는 겨우 역당 2~3분 정도를 버는게 전부인 상황이고, KTX운행으로 새마을호 운행횟수를 삭감당한 상황에서 그 이용객이 도로로 빠져나가느니 철도로 흡수하는게 나은 방향일겁니다. 어차피 이런 상황에서라면 선택정차를 통해 수요를 적당히 유지하고 시간 손실은 줄이는 방법으로 가는게 합리적인 방향일겁니다. 배짱장사가 아니라. 물론 전라선이나 경전선은 오랫동안 단선이었으니 새마을호도 교행덕에 정차를 많이 해야했고 그래서 정차역이 많다는 역사적인 부분도 있고.


 그리고 가장 스위치가 눌리는 부분은, 사설철도를 왕성하게 허용한 조선총독부 철도국 체제를 빠는 포인트라 할겁니다. 이전에 민영철도로 시작한 경부·경인철도 운운하는 멍청이가 있었단 말을 듣고 시껍했는데, 이번엔 나름 언론사에서 일제때의 사철 개념이나 이런걸 참 아름답게들 보는 글을 봐서 여러모로 아연실색이랄까 그렇습니다. 그냥 그당시에 총독부 재정이 그리 풍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국철선의 대행으로서 내지의 민간자본을 동원하려던 차원에서 그렇게 한거에 가깝지, 경쟁이고 나발이고의 대상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찍해야 762mm 협궤나 깔고 다니던 회사들이 경쟁체제라고 하면 자전거나 마을버스도 철도와 경쟁한다 해야 할겁니다.

 일본철도의 관민 병행 정책은 기본적으로 영국의 자유주의적 발상이나, 프랑스의 민간지원적 발상에서 출발된 게 아니라 절대적으로 부족한 인프라를 없는 재정으로 빨리 하려고 시도하면서 그렇게 된 거에 가깝습니다. 어느정도 재정적으로 안정이 되고 나서는 오히려 관의 통제를 강화하고, 간선의 일원적 수송체계를 확립하는게 중요하다 생각해서 1900년대의 대대적인 간선사철 매수정책을 집행하기도 했었습니다. 사실상 20세기 이후의 일본에서 사철은 국철의 보조로서 자잘한 지선이나 도시내 수송을 하는 역할만 하게 되었지, 경쟁체제 운운은 뭐랄까... 도시권의 대규모 사철 종사원의 부심부리기 차원에서나 나왔다 봐야 할겁니다. 당장에 지방사철의 존폐가 국철의 승차권 대행발매나 환승처리에서 판가름이 나는 판에 뭔 경쟁을 하겠습니까.

 일제당시의 사철은 크게 2개 층위로 나뉘는데, 하나는 1917년 이후 등장하는 20년대 사철들이고, 다른 하나는 30년대 중반쯤 등장하는 사철들입니다. 전자는 실질적으로 국철의 대행노선으로서 운영되던 것들로 이후 총독부 철도국이 매수해서 국철노선에 편입해버리거나 하는 경우가 여럿이고, 후자는 그나마 지선망으로서 독립노선이 제법 되기는 하지만 지선철도에 가까운 것들입니다. 그나마도 이들 노선들은 대부분 총독부가 제공하던 적자 경상보조나 차입금 이자의 보조금을 파먹던 노선들이 대부분이어서 제대로 경영체제를 갖춘 건 그나마 노선이 많고 몸집이 큰 조선철도 주식회사 정도, 그나마도 철도국 관료 낙하산 자리 수준이던 회사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해방 이후에 21%의 사철이 있는데 왜 그게 다 없어졌는가에 대해서도 고민이 없이 참 해맑은 모양새인데, 그걸 없앤게 바로 미 군정청입니다. 1946년에 군정청 명령으로 시행된 '조선철도의 통일' 명령으로 각 사설철도가 그대로 교통부 철도국에 설비일체와 직원 일체가 그대로 통합이 되어서 지금의 국철로서 이어져오게 됩니다. 적산몰수로 아예 국유상태이던 삼척철도는 저 명령 적용 없이 그대로 철도국에 병합이 되었고 말입니다. 정책의 기저에는 국내 정치인들의 의향같은게 있긴 하겠지만, 군정청에서도 통합운영이 바람직하고 효율적으로 봤기 때문에 저렇게 된거라 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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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도가 도로에 대해 완패하게 된게 저 철도 단일화같은 정책변화의 결과라는 주장도 좀 말은 안되는게, 적어도 90년대 이전까지는 철도는 계속 수송량의 증가추세가 이어집니다. 그 처리능력을 압도할 만큼 도로수송량이 더 빠르게 확장되어서 철도의 역할이 줄어들었다는게 맞을겁니다. 1960년대 이후로도 90년대까지 철도 여객 수송량은 단 한번도 감소추세로 전환된 적이 없었던 게 그런 반증이라 하겠습니다. 투자가 못따라갈 만큼 빠르게 경제와 사회가 확장된 결과기도 하고, 철도가 모든 수송을 포괄하는게 비효율적인 체제로 점차 빠졌기 때문이기도 한 셈입니다. 선진국에서 철도몰락의 원인으로 꼽는 자동차화는 한국에서는 아무리 빨리 쳐줘도 1970년대 이전까지 올라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랄까.

 이점에서 철도경영이 완전한 독점사업 운운하는 건 말이 안되는건데, 그렇게 완전한 독점사업이라면 왜 버스나 자가용을 신경쓰겠습니까? 그바닥은 그 바닥대로 알아서 돌아가고, 철도는 수익성이 최대가 되도록 경영을 하면서 수익안되는 사업은 버스나 자가용으로 가든 말든 내팽겨쳐야 정상인거 아니겠습니까. 외려 고속철 때문에 국내선 항공이 무너지고, 버스가 프리미엄 버스를 찍어내고 이러는게 실질적으로 교통수단간의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단 증거에 가까울겁니다. 그게 아니었으면 당장에 철도운임이 2배쯤 뛰었던가, 고속철 입석으로 좌석정원의 2배쯤 태워다니던가 그랬을겁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결론부분에서 철도운영과의 모 씨가 “당초 경쟁체제 도입에 대한 철도노조 등의 반발로 주간선(경부선, 호남선)에서만 제한적으로 경쟁체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한걸 인용해서 약을 파는걸 거드는데... 까놓고 말해서 차량회전율이나 승무인력활용을 최대한 효율화하고, 최대한 돈되는 수요만 빼먹어 보겠다고 그렇게 체제를 몰고간 게 뻔히 보이는데 저렇게 약을 파는 건 참 견강부회의 극이라 해야 할겁니다. 언제부터 정부가 그렇게 노조 눈치 보고 일했다고 떠드는지 참 엄살도 가지가지다 싶달까. 그렇게 주간선만 다녀야 할거 같으면 기존선 직결로 다니는 광주송정~목포는 왜 다니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어차피 평택분기에서 오송까지의 복선에 최대 170~180회 이상의 열차를(복합열차는 1회로 쳐 봤을때) 우겨넣는게 불가능한 상황에서, 적자부담을 가지고 운행해야 하는 지선 직결구간 운전을 회피하고 흑자를 볼 수 있는 고속전용선에 올인하는 게 빤히 보이는데 사기를 치고 있으니 참 소오름끼치는 사람들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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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선 셔틀 운행 개시.

22/12/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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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800명이 마지노선' 광주 셔틀열차 운명은

 우여곡절 끝에 12월 19일 부로 광주선 구간 셔틀열차가 운행개시되었습니다. 아직 수요에 대한 확신도 없고, 들리는 말로는 아직까지 잘 보급되었다기는 어려운 모양새라서 밝은 미래가 있다기에는 어려움은 있긴 합니다. 개인적으로 꽤나 지지하던 열차인 만큼 잘 되기를 빌어 마지 않기는 합니다마는, 과연 사람들의 선택이 어떨지를 말하긴 좀 불확실하긴 합니다. 하루 800명은 작다면 작지만 또 크다면 큰 숫자인데, 경부선의 주요역을 빼면 무궁화호 이용객 숫자가 하루 800명을 찍는 역은 흔치 않기도 한데다 최저운임구간 50km보다 짧은 열차다 보니 체감 임율이 확 올라가는 점 때문에라도 사실 녹록한 목표치는 아니기는 합니다. 

 이 사업에 의미를 크게 두는 건 동해남부선 광역전철 투입과 함께 지방철도의 미래상을 결정짓는 시도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동해남부선이 대대적인 시설개량을 전제로 지방교통 시장을 완전히 새로운 사업모델로서 공략하는 방향에서 의미가 있다면, 광주선 쪽은 철도부문이 처한 재정적 한계와 수요기반의 불확실성하에서 기존 모델의 변용을 통해 지방교통 시장을 공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대규모 시설투자 없이 있던 자산을 최대한 활용하는 모델이 과연 어느정도의 성과를 뽑아낼 것인가, 그리고 그게 확산가능성이 있는가가 결국 한국에서 지방철도가 존속될 수 있는가를 가늠해 보는 척도가 될거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게 전혀 안먹히는 상황이 된다면 한국에서 지방철도의 존속은 답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해외에서는, 일본같은 경우 분할민영화 이후 지방밀착형 영업체제를 구축해서 간선 연변의 주요 지방도시에 전동차나 디젤동차 베이스로 고밀도 운전체계가 들어가서 나름의 실적을 거두어내기도 했고, 독일도 연방철도에서 주식회사로 전환하면서 지방화를 적극 추진해서 과거 대도시에 국한되어 있던 운수조합이 전국 각지의 지방도시로 확산시켜 나가서 철도의 역할을 강화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은 인구밀도가 높고 도시화율이 높아서 잠재력은 충분하다 보는데, 특유의 저운임 기조로 인한 경영취약성이나 도로친화적인 도시행정과 분위기 덕에 사실 쉽지 않은 상황이라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우선 사업의 디테일을 보면, 재정적으로 감가상각비를 포함해 연간 42억원의 운용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철도공사는 추산을 하였고 이에 대해서 시에서는 겨우겨우 의회를 설득해서 12억원의 운영보조를 제공해서 하루 30회(15왕복)의 열차를 운영하는 것으로 협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기왕에 있던 디젤동차를 투입하는 차원이다 보니 순전히 열차의 러닝코스트 부분만 지원하되 그것도 전액지원은 하지 않는 것으로 조정해서 나온 숫자라 보입니다. 어차피 감가상각비나 정비비 자체는 기왕에 운용차량이 있다면 발생하는 비용이고, 역 부문의 비용은 다른 열차가 부담하는 공통비긴 할테니, 아주 말은 안되지만 좀 씁쓸한 이야기기는 합니다. 

 이래서 아마도 전동차 투입을 꺼린게 아닌가도 싶은데, 전동차를 가져오면 코스트를 완전히 분리해 발라낼 여지가 생기기도 하고, 또 역에서도 업무가 완전히 분리되니 러닝코스트를 싸게할 수 있어도 결국 비용부담분은 늘어나는 문제가 생기게 되긴 합니다. 또한 고상홈과 과선교 같은 구조물 설치개량비나 역무자동화설비 같은 것도 덩달아 부담해야 하니, 이건 아무래도 좀 어렵기는 하달까. 수요가 어느정도 검증된다면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당장에는 일이 되게 만드는게 중요하다 봤을 거 같습니다.

 열차 투입을 살펴보면, 하루 15왕복 운행은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크지만, 운전시간대가 새벽5시부터 00시까지로 분산되고 단 1개편성만으로 운행하다 보니 여러모로 배차간격에서는 조금 실망스러운 감은 있습니다. 시간 안배 면에서도 패턴 다이어 개념도 아니고, 접속다이어라기도 조금 어중간한 느낌인데 단선구간에서 다른 열차들과 경합관계도 있고 또 반복으로 돌아오는 타이밍까지 감안해야 하다 보니 그렇게 된거 같아 보입니다. 의외로 정규 다이아 대로라면 극락강역 교행이 거의 없이 운행을 하는 눈치라서 사실 차량 정수만 확보되면 배차를 더 쪼아버리는 것도 가능할 듯도 합니다. 

 덤으로 광주송정역에서 장시간 대기하는 다이어들이 좀 보이는데, 이건 아마도 다이아 혼란시의 버퍼링이나 승무원 운용상 생기는 틈으로 보입니다. 광주역 쪽에서는 열차 편성을 교체하거나 하는 용도로 이 틈을 운용할 수 있겠지만, 광주송정역 쪽은 단순 대기가 될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데, 대충 보아서 #1852, #1864, #1872가 40분 정도씩 대기시간이 주어져 있습니다. 운행시간이 16분 정도, 3량편성이니 반복 자체는 5분 정도라서 여유가 있긴 한데, 이걸 나주연장 정도로 하기엔 너무 이르거나, 기존 열차와 중복되거나 해서 #1864-#1863 정도 빼면 마땅한 열차가 안보인달까 그렇습니다. 이것도 승무원 운용이나 차량 트러블 시의 예비시간 확보 같은걸 감안하면 막 쓰긴 좀 애매한 자원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셔틀 운행에서 수요창출을 더 하기 위해 필요한건 도중 역의 증강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을 합니다. 물론 지금처럼 광주~광주송정간을 16분에 끊어서 사실상 택시나 자가용 운행에 맞먹는 속달성을 가진건 강점이기는 하지만, 14km 거리에서 도중 정차역이 극락강 1개소라는 건 간선철도에게는 어울리지만 지선철도에게는 7km 간격 정차라서 지나치게 긴 역간이 되기는 합니다. 디젤동차의 성능 조건상 조밀한 역간은 좀 무리기는 하고, 또 운임구조상 극락강~광주송정간에는 정차역을 잡아도 수요창출을 기대하기가 어렵다고 보는데, 좀 더 시가지가 형성되어 있는 극락강~광주역 간에는 1개소 정도 임시승강장을 설정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경유 버스가 많은 정류장 인근에 설치해서 버스 환승을 유도해 보는게 필요하다고 보는데, 일단 좀 가능해 보이는 지점으로는 야구장 북측 경기장건널목 주변과 동림교 인근 두 곳이 후보가 될 수 있음직 합니다. 경기장건널목 쪽은 안전성이 좀 문제기는 하고, 부지도 협소해서 사실 좀 한계가 있는 위치기는 하지만 북쪽 대로는 버스의 요지고, 남쪽으로는 야구장 수요를 볼 수 있어서 주변 부지 정리와 같이 해서 임시승강장을 설치해 볼 여지는 있지 않나 생각은 듭니다. 동림교 인근은 외진 위치고 부지면적이나 진입도로가 썩 좋진 않지만 대로에 버스가 많이 집약되고 운행구간 중 적당히 양분이 되는 위치여서 임시승강장을 둘만한 입지에 가깝다고 봅니다. 그 외에 과거 운암역 터 주변이 승강장 같은걸 둘만한 부지가 확보는 되어 있어 그럴싸는 해 보이는데, 버스 접속이 취약해서 후보로는 둬도 실제 올리기엔 애매한 그런 위치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저번에도 주장을 했던 거지만, 실적이 어느정도 올라가고 객 흐름이 어느정도 안정화가 된다면 역시 4량전동차나 더 극단적으로 축소한 2~3량 전동차를 도입해서 본격적인 광역전철로 운전을 시도해 봤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구간 도중에 교행가능한 역을 설치하거나, 극락강역 전후, 대략 우산동에서 동림동 간의 미개발지 구간을 부분복선화 해서 운전상 제약을 줄이는 방법이라면 도중에 조금 인터벌이 벌어지지만 평균 20분 시격 정도까지는 줄여서 다닐 수 있을거란 생각은 듭니다. 이러면서 도중역도 기존역 포함 4~5개 정도로 늘린다면, 또 영업도 광역전철처럼 교통카드 베이스로 돈다면 도시철도 0.5개 노선 정도의 역할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뭐 말이 길어졌지만.... 하여간 잘 되서 다른 지역에도 파급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호남선 쪽은 철도가 묘하게 대도시를 비껴가도록 노선이 짜여져 있다보니 이런 구간연계가 절실히 필요한데 이번 시도가 성과를 거둔다면 win-win 게임이 될 수 있지 않나도 생각이 듭니다. 

P.S.:
 기왕의 잉여력을 발휘해서 스프레드 시트로 광주~광주송정 구간의 열차시각표를 작성해 봤습니다.(자작 광주선 시간표 링크)
 이 관련해서 좀 불만이, 기껏 정기열차 열차번호를 부여해서 매일 운행을 시키는 상황인데 정작 철도공사가 공개하는 공식 시각표에서는 누락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티케팅에서는 정상적으로 표시가 되고 있기는 합니다마는 이건 좀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또 어차피 연간단위 게시를 할거면 사실상 정기열차에 준해 다니는 관광열차들도 시각표에는 포함을 시켜야 되지 않나도 싶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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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T : 관제(官製) 경쟁의 시작.

14/12/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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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렁탕...아니 SRT가 운행을 개시한 걸 두고 한동안 언론사들이 열심히 나발을 불고 있습니다. 광고 떡고물을 먹어서 물켜는 거기도 하고, 구토부가 열심히 언론사를 뽐뿌질해넣어줬을수도 있고 뭐 그렇겠습니다. 뭐 비교는 되기는 하니, 아주 모양새가 안사는 경쟁은 아니기는 하지만, 뭐랄까 결국 둘이 상전 시키는대로 적당히 합을 맞춰 대련이나 하는 그런 보여주기식의 관제경쟁의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운임인하 자체는 정부가 시켜서 내리든 아니면 운임규제로 인해 억제되든 어떻게든 가능한 요소라서 경쟁체제가 있어야만 한다는 건 솔직히 말해서 궤변에 가깝다 생각을 합니다. 어차피 매출액 비율로 인프라 코스트가 날아가는 상황에서 수익을 내야 한다면 운임결정의 운신폭은 장기적으로는 운임상한 규제선 근처로 묶일 수 밖에 없고, 운임상한 규제를 풀어준다고 해도 같은 교통수단간 경쟁으로서 운임수준이 결정되기 보다는 독점시장에서의 가격결정 메커니즘 대로, 수요보다는 모자라지만 잉여없이 최대한 팔려서 수익이 최대화되는 지점 근처에서 가격이 결정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서비스 경쟁같은 걸 이야기 하지만, 어차피 배차가 빤하고, 다이야 세팅이 뻔한 상황에서 나오는 객실에서 입정할 부스러기가 나오냐 마냐, 객실 승무원에게 뭘 시킬수 있냐 아니냐 정도의 서비스 차이가 전부고, 사실 KTX도 개통 초기에는 항공기 레베루의 서비스를 하겠다고 웰컴 드링크니 뭐니 많이 하던 경향이 있긴 했었습니다. 결국 그 서비스들이 부스러기 밖에 안되고 수익기조나 승무원 고용문제 터지고 등등 하면서 다들 공중분해되었고, SRT도 결국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은 서비스는 곧 "합리화" 될겁니다. 한국사람들은 LCC를 타도 수화물은 공짜로 보내야하고, 기내식은 꼬박꼬박 나와야 하고 그렇기는 하지만, 그지랄 떨어서 LCC가격이 얼마 나오는지 생각하면 뭐 멀리 볼 거 없지 않나 싶습니다.

 속도경쟁에서도 SRT가 특출날 수 없는게, 본선이 아닌 브랜치인 만큼 SR분기점에서 감속은 피할 수가 없는 부분이고, 그나마도 고속철도 전체의 운행계통이 워낙 다양해지면서 다이야를 쪼이기도 어려워진데다, 배차도 최대한 집약해 넣으려고 부산과 광주송정(목포) 정도로 압박했지만 근본적으로 인프라를 갈라쓰는 관계로 한계가 명확해졌다 할겁니다. 그렇다고 인프라를 추가해 넣어줄만큼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지도 수요가 충분하지도 않은게 현실이고 말입니다.

 역설적이지만 철도공사가 기존선에서 손해막심인 상황이기 때문에 SR이 아무리 영업전략을 쥐어짜도 수요확대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기도 합니다. 고속선 상의 각 역에 자동차 억세스나 버스 억세스는 개량에 개량을 거듭해도 영역면에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수요팽창을 시킬수록 주차장 부족이나 교통혼잡이 수요팽창을 일정수준 근처에서 억제시킬 수 밖에 없는 구조랄까. 결국 대안은 지하철과 철도공사의 기존선 철도인데, 그런데 철도공사는 계속 골병이 들도록 정부가 보조금을 쳐내고 운영 합리화를 압박하고 있고, 기껏 적자수송해서 남 좋은 일 하게 되니 막말로 짜게 식는 분위기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에다 SR에 대해서 적자사업을 강제하고 싶은 연선 지자체들이 수도권고속선 주변에 여럿 있다는 점도 걸리적거릴겁니다. GTX뽕으로 무마시키고는 있지만, 이미 영업을 개시한 동탄에서 통근차 1왕복씩을 공급하도록 압박이 걸려서, 승차율이 안습함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꼴아박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핌피력으로는 경기도 대단지 아파트들은 악명높은지라, 앞으로 얼마나 저 돈안되는 적자성 사업에 개처럼 끌려다닐지가 아주 기대가 크달까. 경쟁체제나 민영화를 가지고 저런 정치에 끌려다니지 않는 철도를 만들겠다 운운하던 양반들은 저런거 보면서 손모가지 좀 반납하셔야 하지 않을까 싶은 부분이기도 하고.

 관제경쟁을 아무리 빵빠레 불어제끼며 조장을 하더라도 결국 장기존속 가능하냐의 문제로 갔을때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으면 그냥 잠깐 지나가는 유행으로 끝나게 될겁니다. 그리고 괜히 철도부문에 지랄해놔서 적자만 잔뜩 더 쌓고 회복불가능한 피해만 입혀놓고 말겁니다. 뭐 그 즈음이면 고공단 계시던 관료충들은 다들 정치나 어디 관변단체 낙하산으로 다들 튀고, 책임추궁 당할 사람이 없어서 대충 넘어가지기는 하겠습니다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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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th in the trenches

8/12/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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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자로 일단 잠정적인 휴전이 체결된 모양입니다. 기록을 퍽퍽 갈아치우면서 역대 최장을 3배수 이상 넘기면서 진행된 이 분쟁은 그야말로 1차대전 당시의 서부전선을 보는 느낌이랄까 그렇게 진척이 되었고, 그 진행과 종결 또한 그와 비슷하게 흐른 거 같단 느낌입니다. 

 1. 
 분쟁의 근본적 원인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은 정부의 어이털리는 헛짓거리인 성과연봉제라 할겁니다. 사실 성과연봉제와 유사한 성과급 제도 자체는 10여년 전에 보너스 등의 이름으로 2개월이나 3개월 단위로 지급되던 일종의 수당계산에서 빠지던 급여를 정부가 각 공공기관을 컨트롤하는 재원으로 삼기 위해서 경영평가와 연계되는 성과급 제도로 개편한 것이 시초고, 여전히 이걸 가지고 분쟁이 있긴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거의 급여제도의 일부로서 받아들여졌습니다. 이건 수당 등과 연계되지 않고, 1회성으로 주어지는 건데다, 삼성계 민간기업에서 실시되어 확산된 회사실적에 연동된 성과금 제도랑 유사한지라 용인되었다 할겁니다. 

 하지만, 성과급제도와 달리 성과연봉제는 각종 수당을 계산하는 개인의 기본급에 근본적인(그리고 대부분의 경우는 네거티브한) 변화를 초래하게 되는 제도가 되고, 무엇보다 주로 정부경영평가라는 외부평가를 기본으로 하는게 아닌 전적인 내부평가나 인사고과에 의해서 좌지우지되며, 그나마도 호봉제의 틀이 깨진 연봉제 형태로 전환되는 제도가 됩니다. 특히 내부평가라는 것은 인사고과를 해보거나 당해본 입장에서라면 별로 공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여기에 연계되는 급여체제라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한 거부감이 들 수 밖에 없고, 당연히 그런 반감을 기초로 분쟁이 벌어졌다 할겁니다.

 사실 기존 성과급 제도 자체도 잘 돌아가는 제도라긴 어려운 상황인데, 정부경영평가가 굉장히 정실적으로 정부 관료의 의향에 따라, 주로 배점방식을 편의적으로 조작해서 특정기관이 점수를 잘 받지 못하게 하거나 하는 방식으로 동작하기 일쑤기도 합니다. 정부역점사업을 밀어붙이겠다는 의도에서 이루어지지만, 기본적으로 경영의 건실성이나 안정성을 봐야 할 경영평가가 그냥 정부에 개기냐 안개기냐로 결정되는 구도를 만들어놓는 문제가 있어 왔습니다. 또 이걸 시행하는데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성과급을 재분배하는 행위가 일어나는 데가 종종 있고, 공무원들의 경우는 성과급제를 기껏 도입했더니 그냥 연공서열이나 전입순, 심지어는 기관의 예산사정에 따라 힘있는 소수에게 몰아주는 식으로 평가를 매겨 성과급읍 주는 행태도 일상적인 상황에서 인사고과나 내부평가 연동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공정성 따위는 안드로메다 관광을 보내놓고 시작할 가망이 매우 높달까 그렇습니다.

 그나마도 이런 성과연봉제 도입 자체가, 공공기관에서는 별 의미가 없을게 뻔함에도, 경제단체(이름을 말하면 우남찬가 Mk.2를 만들어주려고 들테니 생략합니다만)의 민원성으로 시작된 거고, 실제 제도적 구조는 전혀 다를게 뻔하지만 공공기관에서 같은 이름의 제도를 도입해 놓으면 그걸 빌미로 자기들도 멋대로 제도구성을 할 수 있을걸 기대하고서 추진되는 모양새인 만큼, 그야말로 "자칼에게서 태어난" 제도라고 해야 할겁니다. 

 2. 
 파업의 진척은 뭐랄까 서로의 프로시져대로 확산되어 갑니다. 협정들을 끌어모으고, 선전포고들이 오가면서 전 유럽이 전화속으로 걸어들어가고, "모든 전쟁을 끝내는 전쟁"이네 뭐네 하는 설레발이 확산되고 그렇게 갔습니다. 그리고 접전이 일어나는 한편으로 상대의 동맹들을 비난하는 각이 나옵니다. 물론, 외교적 수사에 근거해서 말입니다.

 원론적으로 말해서, 정치가 노사관계에 개입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사적 자치의 원리를 깨뜨리는 것도 있고, 외부의 중재에 의존하다 보면 분쟁의 양상도 그리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흐르기 쉽습니다. 교섭을 성실히 하기 보다는 1차대전때 그랬던 것 처럼 외부의 동맹군을 끌어들이고 공동의 의제에 끌려다니게 될겁니다.

 문제는 이 사적 자치의 원리를 정부도 똑같이 깨고 있다는 점일겁니다. 초기부터 불법파업이라 규정짓고, 성명서를 남발하는 과정은 전형적인 외부개입이라 할 수 있을겁니다. 법률적으로 철도 등의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업장에 대해서는 필수인력 배치의무 같은 것 까지 부과하고 있지만, 이런 원칙을 깨트리고 정부가 적극 개입한 시점에서 정치는 개입마라 라는 주장은 이미 중립성이 없는 이야기가 되어버릴겁니다. 게다가, 이미 기재부를 필두로한 정부 부처가 이미 노사관계의 틀 밖에서 노사간의 협약내용을 가이드라인이라는 이름으로 내리는게 지난 10년간의 관행처럼 움직이고 있으니, 아무리 공기업의 사회적 특수성이 있다 하지만 기업으로서의 자율, 자치란 게 없는 수준이기까지 합니다. 이러고서 정치는 개입마라 주장하는 건 이미 근저가 썩어빠진 주장이랄까.

3.
 여하간 전쟁은 벌어졌고, 양측의 작전 또한 지난 대전의 경험을 살려 착착 진행됩니다. 파업선언과 함께 근무자들이 일선에서 빠지자, 사측과 정부측이 가진 슐리펜 계획, 즉 불법으로 규정하고 업무방해로 걸며, 손해배상을 씌우고, 각종 프로파간다를 열심히 살포하는 과정이 착착 돌아갑니다.

 다만, 이번에는 루이 나폴레옹 3세같은 지휘부도 아니고, 사회 분위기도 과거와는 달라서 아무리 우익을 강화하지만 제압능력이 계속 불충분하고 참호만 길게 늘어서게 됩니다. 이미 2013년에도 그랬습니다만. 결국 형사처벌이 불발되면서 슐리펜 계획은 붕괴되고 말았습니다. 이후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채로 피해를 누적하면서 버티고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달까 그렇습니다.

 반면, 노측의 파업전선 역시 충분한 데미지를 입히지도, 반격의 실마리를 제대로 확보하지는 못하고 주저앉은 채로 막대한 자원을 소모하는 참호선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막판에 법적 쟁송이라는 돌파구를 찾아보지만 불확실성도 크고, 사실 이걸 할거면 이렇게까지 막대한 자원을 소비하면서 전쟁을 벌일 이유는 없었을겁니다. 경제적인 피해는 사회와 회사만 보는게 아니라, 노조 자체도 어마어마하게 보는 상황이 되어버렸고, 결국 어떻게 질서있게 전선을 정리해 철수할 것인가가 문제가 된 셈입니다.

 결국 "모든 전쟁을 끝내는 전쟁"이라는 구호와 달리 모두가 끝장나는 전쟁이 되어버렸달까.

 4.
 노측의 철수 과정에서 보이는 잡음은 뭐랄까... 성과 없이 물러나는 모든 전쟁이 그렇기는 하지만, 특히 일본군이 2차대전 과정에서 늘 끌려다니는 강경론의 기본 논리를 다시 보는거 같달까 그렇습니다. 태평양전쟁 개전 시점에서 미국이 금수조치를 가하고, 국무장관 코델 헐이 일본에 전한 최후통첩까지 받아들고서도 중일전쟁에 쏟아부은 막대한 인명과 전비를 없는 걸로 돌릴 수는 없다면서 결사항전론을 계속 군부가 관철시키는데, 딱 그걸 보는 기분입니다. 

 전투에서는 질수도 이길수도 있고, 전쟁은 또한 무력으로 하는 외교이자, 정치의 연속이라 할겁니다. 물론 지금 물러나게 되면 다시 파업을 할 수도 없고, 사회의 관심이 식고나면 정부가 얼마나 악행을 더 저질러 올지 모를 판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1억 총옥쇄 같은 방향으로 가는게 능사는 아닐겁니다. 우수한 CEO는 잘 벌고 이윤을 많이 남기는 것 보다, 손절매를 얼마나 잘 하느냐에 달려있다 할건데, 이번 분쟁에서는 그리 깔끔하게 이루어지지는 못한 것 같아 보입니다.

5.
 이미 누적된 정부의 정책실패 덕에 철도부문은 재무적 실패로 회사로서의 존재 가능성이 흔들리고, 사회 기반시설로서의 역할도 상실하며, 자칫하면 2000년대 영국철도가 겪었던 개지랄난동 민폐를 재현할 가망도 큽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서 관료들은 먹튀를 감행하고, 욕먹는건 철도 일반에 종사하던 사람들이 될겁니다. 이런걸 막기 위해서 결연히 투쟁하는 것도 필요할 수 있지만, 그 무엇보다 앞으로의 과제는 동맹을 늘리고 공감대를 확대해서, 근본적으로 이런 투쟁을 동원하지 않아도 되는 판을 짜는게 맞을겁니다. 물론, 그렇게 해도 맛깔나게 싸대기를 후리면 뭔가 되겠지 하는 모험주의적인 또라이 관료들이 안나오진 않겠습니다마는, 섯부르게 사고치지는 못하는 판을 짜는게 중요하지 않나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노조가 너무나 많은 정치적 미션을 가지는 상황 역시 좀 해소가 되긴 해야 할겁니다. 이건 노조의 노력으로 될 일은 아니기는 합니다마는. 너무나 많은 상징성이 집중되다 보니, 한 기업장에서 조합원의 이해를 관철하는게 주가 되어야 할 조직이 정당이나 사회단체처럼 움직이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연대라는게 중요한 가치기는 하지만, 그게 무한책임을 대신 지어주는 구조가 되는 걸 좀 해체하기는 해야 하지 않나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도, 이번 분쟁을 두고 "내부로부터의 중상"이니 뭐니 하는 식의 이야기가 번져서 세계를 불사르는 괴물을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기를 빌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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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토고통부 놈들 이럴줄 알았다.

5/12/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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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지운행 절반 줄인다는 코레일..국토부 "확정된 것 없어"

 저번에 이야기를 이미 했지만, PSO 중 벽지운행 예산을 후려까고 그 부족분을 철도공사에 떠넘기고서 공사경영이 방만하네 어쩌네 개드립이나 할거라고 했는데 예상대로 그 짓거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구토고통부, 국민고통부 아니겠습니까. 지들이 맘대로 갑질하고 부패재원으로 써먹는 건설재원을 위해서라면 무슨짓이고 하는 암 중의 암덩어리들이 저들이라 하겠습니다.

 철도공사 자기 재원이 충실한 상황도 아니고 SR이라는 칼로 대놓고 배때지에다 칼빵놔서 출혈상태를 만들어놓고서 저렇게 사업에 엿을 먹인다는 건 그야말로 악질적인 건달새끼들이나 하는 짓이라 할겁니다. 저러고서 이게 다 철도공사가 무능해서 그렇다느니 방만해서 그렇다느니 그러는데, 딱 건달새끼들이 칼빵놓고 죽일생각은 없었다고 법정에서 진술하는거랑 아주 똑같다 하겠습니다. 

 이 와중에 정치개입을 최소화해야겠다고 떠드는 사람들이 좀 있는데, 정치개입 이전에 정부의 저런 악질적인 경영여건 조작행위부터 차단을 해야 할겁니다. 이건 뭐 아무리 경영내부적으로 노력을 해도 정부가 빵꾸를 퍽 내주면 그대로 회사가 어렵습니다 구사일념으로 어쩌고 드립이나 치면서 근로자들 칼질하고 급여 빼고 딱 이렇게 돌아가는 각이 나오는거라. 시장경쟁 원리 어쩌고 떠들기 전에, 시장논리로 회사가 돌아갈 수 있게나 만들고서 말을 해야 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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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og v 2.0

    철도와 관련된 이것저것들. 
    혐한과 개는 출입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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