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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화" 시대의 과제.

29/12/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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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래 지방노선을 구간반복으로 정리하는 이른바 셔틀화가 야금 야금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광명셔틀이나 광주선 셔틀같은 도시지역 케이스는 좀 류가 다르기는 하지만, 경북선의 구간반복화가 얼마전 이루어졌고, 현재 언급되고 있는 영동선 강릉~동해간의 셔틀화도 조만간 실시를 재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여기에 익산의 군산-익산-전주 구간열차 같은 것도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아마 동해남부선 개량사업이 완수되면 이쪽도 계통정리 이야기가 나오게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셔틀화의 장점은 일단 수송량의 단차가 생길 수 밖에 없던 직결운행계통을 압축할 수 있게 되어 수송력의 적정화를 꾀할 수 있고, 동시에 구간반복으로 압축하면서 차량회전을 개선할 여지가 생기기에 운행횟수를 늘릴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수송수요에 최적화를 맞추다 보니 시간대가 벌어지면서 인원이나 차량 활용의 낭비가 되는 점도 축소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배차가 조밀화되다 보면 결국 더 많은 인력과 차량이 필요하게 되고, 역이나 정비 부문의 부담 증가라는 여지는 남기는 합니다만. 

 셔틀화의 기대되는 강점은 무엇보다도 지역밀착성의 개선입니다. 기존에 하루 3회 정도 다니던 열차를 하루 5~6회 정도까지 늘린다면, 수요가 그렇게 극적으로 늘어나지는 않지만 지역 이용객을 유인해 올 여지도 늘어나고, 배차증강에 따라서 대중교통으로의 전환수요를 기대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물론 배차가 늘어난 만큼 이용객이 비례적으로 늘어나면 그거만큼 바람직한게 없지만 아직까지는 그정도의 극적인 증가가 나오는 곳은 아쉽게도 없는 상황입니다.

 다만, 그럼에도 앞으로는 셔틀화가 많이 적용될 수 밖에 없다고 예상이 됩니다. 이용수요의 재편 덕에 장거리를 느린 열차로 이동하는 수요는 관광목적 외에는 크게 줄어든 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통계에서도 이런 추세는 많이 나타나는데, 무궁화호의 경우 1998년 기준으로 1인당 평균여행거리(인킬로/인원)는 178.2km 정도, 정기외 이용객으로 계산하면 180km로 서울~대전 정도의 거리를 평균적으로 이용하는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2018년 기준으로는 95.9km, 정기외 이용객으로 한정하더라도 101.1km로, 서울~천안 정도의 거리를 이용하는 수준으로 거의 60% 정도까지 압축이 되었습니다. 이 숫자는 두 갈래로 해석될 수 있는데, 하나는 단거리 통근 이용이 그만큼 활성화되어서 사실상 좌석형 급행전철 수준의 이용이 크게 늘었다는 이야기고, 다른 하나는 KTX로의 접근을 위한 지선 내지 구간이용이 주류가 되었단 이야기기도 합니다. 물론 해석의 여지는 좀 있긴 하지만, 그만큼 이용거리가 줄었다는 것 자체는 확실하달까.

 기술적인 면에서도 셔틀화가 장려될 수 밖에 없기도 한게, 이미 서울시내 구간의 포화상태는 하루이틀 안에 해소될 수도 없는 상황인데다, 통근이용객 증가로 인해서 수송량 단차도 지방과 수도권의 격차가 굉장히 크게 벌어지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경부선은 대구~구미간 수요가 워낙 크기 때문에 수송단차가 눈에 띄지 않지만, 그 외의 노선은 수도권이라 불리는 지역과 그 외의 지역 간의 수송단차가 굉장히 현저해지고 있는 편입니다. 따라서 이 단차에 맞는 수송을 제공하는게 철도 전체의 효율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과밀구간에서 지연이나 고장이 직결운행으로 인해 파급되어 생기는 수송장애를 완화하기 위해서라도 셔틀화는 필수적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현재 이야기 되는 셔틀화의 수준이 아직은 좀 어정쩡 하다는데 있습니다. 현실적인 제약, 단선 구간 투성이에 그나마도 다른 노선이나 화물열차와 혼용하고, 차량도 다 낡은 디젤동차나 전기기관차 견인열차 정도밖에 없기에 배차를 극적으로 늘리기가 어렵고, 또한 일정수준 이상의 배차가 되면 인력과 차량 확보의 제약이 걸리기에 횟수를 충분히 확보하기가 어려운 현실은 있습니다. 영동선의 경우도 현재 논의사항으로 볼때 시간대 면에서 재편은 되긴 하지만, 현행 편수보다 크게 늘어나지는 않는 방향으로 가는 모양이고, 경북선 셔틀도 기대 수준에 비하면 빈약해서 직결편이 몇개 설정된게 있다고는 해도 하루 3왕복을 5왕복 정도로 늘리는데 그쳤습니다. 아직까지 이용편의를 논하기엔 제한이 많다면 많달까 그렇습니다.

 장래적으로 셔틀화의 발전 방향을 논한다면 유럽에서 보급되고 있는 정규화 시각표, ITF(Intergraler Taktfahrplan)라 불리는 컨셉을 따라가는게 중요할거라 봅니다. 스위스에서는 이미 전국망이 돌아가고, 독일도 점차 적용범위를 확대해서 수년 내에 전국 시스템화를 꾀하는 중인데, 일정 시각에 거점역에서 일괄환승을 제공하고 열차의 표준화를 꾀하는 컨셉입니다. 적용례를 든다면 셔틀 운행 구간은 통상 60분 정도의 편도방향 배차를 맞추고, 시간대도 가급적 표준화해서 정각발차, 30분 발차, 또는 20분이나 40분 발차같은 표준화를 적용하며, 철도가 아닌 버스나 선박편 또한 환승시간을 감안하여 +10~+15분 정도의 발착시각을 설정하는 구조입니다. 물론 한국에서는 일중 객이 몰리는 시각대가 어느정도 있기 때문에, 이 패턴을 제한해서 굴려야 하는 시간대도 생기고, 또 역설적으로 수요가 저미한 지역이나 시간대에는 120분이나 240분 패턴까지 보긴 해야겠습니다마는, 이 기본적인 개념을 활용하는 건 지방도시일수록 필요하다고 할겁니다.

 물론 하루아침에 이런 시스템을 구성하긴 어렵고, 영업과 수송관리 외에도 차량, 그리고 시설면에서의 개선이 꾸준히 이루어져야만 할겁니다. 착발선로가 부족하거나 없어서 다른 노선을 공용해야 하거나, 동시착발의 제약을 받아서 집약적인 착발을 할 수 없다거나 하는 문제를 해소하고, 또 충분한 수요가 있다면 선로용량을 더 확보해서 15분에서 20분 정도의 배차를 제공하는 광역전철 서비스까지 적극 추진하는 자세도 필요할겁니다. 또한, 환승에 걸리는 부하를 경감하기 위해 역 내의 동선 개선이나, 역과 다른 교통수단과의 환승 동선을 개선하는 노력도 지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근래 MaaS(Mobility as a Service)라는 컨셉이 강조되듯이, 티케팅의 방식에 대해서도 좀 더 유동적이고 간편화하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할겁니다. 이런 노력은 꾸준히, 그리고 여러 관련주체의 협업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 할겁니다. 여기에 대해 정부나 운영 당국의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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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의 하드카운터?

26/12/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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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세종청사~서울' 직통 철도 뚫리나..교통망 '지각변동'

​ ​ 세종KTX역이 꼬이기 시작하니 대안으로 들고 나온게 일반선의 지선안이라는게 재미있는데, 사실 저걸 왜 안들고 나올까 생각이 들던 부분을 잘 찌르고 들어온거 같기는 합니다. 대승적 분기론자들이 과연 이걸 "대승적"으로 용인해 낼지 기대가 아주 큽니다. 

 안 자체는 꽤 잘 뽑았다고 생각합니다. 세종시는 애초에 행정중추를 목표로 만든 도시였고, 이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간선교통이 밀접하게 연계되었어야 했지만, 아마도 서울에 끌려다니는 상황을 막고 자급도시로서의 정체성을 너무 우선하다 보니 역설적으로 간선철도나 고속도로가 배제된 도시로 만들어진 도시계획의 실패사례자, 시내교통을 막연히 당시 힙해보이던 BRT로 어떻게든 되겠지로 밀어버려서 이도저도 아닌 자동차 도시가 된 교통계획의 거대한 실패사례기도 합니다. 이걸 그나마 개선할 사업들이 이제서야 구상 추진되는게 많은데, 이 세종 지선안도 그런 일환이라 봅니다.

 ITX라고 했지만 실질적으로 기존선 특급열차 안을 고른건 서울로의 접근성만 본다면 꽤 잘 고른 방안이라 할겁니다. 현재 세종청사 및 그 중심지역에서 오송역까지 이동하는데는 보통 대중교통편으로 50분 정도, 자가용이라면 30~40분 정도를 계획해야 하고 여기에 교통체증같은 변수를 어느정도 고려해야만 합니다. KTX 자체는 배차가 나쁘지 않은 편이라 열차 대기시간이 그리 길다고는 하기 어렵지만 역시 약간의 대기시간은 걸리게 마련이고, 실제 열차이동 시간을 감안하면 서울까지는 1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는 걸린다고 봐도 될겁니다. 이건 조치원에서 서울까지의 무궁화호의 운전시간과 거의 엇비슷한 수준이고, 만약 이걸 지선으로 연결해서 10~15분 정도에 시내에 접속시킨다면 소요시간은 사실상 10분 내외 차이, 접근성과 환승시간을 감안하면 사실상 동등이상이 가능해집니다. 한번정도는 검토해볼만한 대안인데 이제야 들고나온건 좀 때늦은 느낌이 있달까.

 다만 현실적으로는 몇가지 문제가 있는데, 경부선은 이미 포화지경인 상태에서 ITX든 무궁화든 전동차든 더 꼽아넣을 틈이 없다는데 있습니다. 실용적으로 충분히 무리가 없는 배차간격인 시간당 1왕복, 산술적으로는 하루 36~40편의 열차를 투입해야 할건데, 지금 경부선 계통에서 금천구청 위로 올릴 수 있는 편수가 거의 없다고 봐도 될겁니다. 기존 서울역 착발 급행과 광명셔틀을 삭감해서 공간을 최대한 만들어넣는다고 해도 하루 10회 정도도 확보하기 어려울거라 봅니다.  이걸 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KTX 시내 전용선이 확보되어야 가능하고, 이렇게 된다 해도 정작 서울역이나 용산역의 착발처리능력 한계가 있기 때문에 KTX가 차지하는 용량분을 돌린다 해도 하루 40편 언저리에서 포화가 다시 찾아오게 될 가망이 높습니다.

 여기에 경부선 의외의 용량부족 구간인 천안~조치원 구간에서도 경합문제가 생깁니다. 지금 천안~청주공항간 복전화를 추진하면서 경부선 복복선을 확보하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기는 합니다만, 단 1역간, 서창신호장에서 조치원 구간은 복선으로 남겨지고 여기에 40편 정도를 추가할 여력이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충북선이 조치원에서 빠지고, 충북선 시멘트 화물도 이전만 못하다고는 하지만 여력이 충분하다고 하긴 어렵습니다. 내판역 분기라는 현재 안 대로라면 조치원~내판 구간의 용량도 문제가 될거라서 이 트래픽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검토가 있어야만 할겁니다. 그냥 붙여놓으면 장땡이라고 하다가 조진게 경의중앙선인데, 여기도 비슷한 문제를 겪기 좋달까.

 여기에 건설 가능성에도 문제가 있는데, 일단 세종시 도시계획 상 시내 중심지에 철도역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시피 하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지하로 건설하는 안이 나온다면 사업비에서 완전히 박살이 날 수 밖에 없으니 사업비를 절감할 대안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그림으로는 뭐 노답 그 자체랄까. 좀 소소한 문제지만, 오송역 수요를 감퇴시켜가면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기존선 사업을 철도공사가 적극적으로 하려 들까도 문제고 말입니다. 

 다만 그래도 안을 발전시켜 본다면 KTX세종역에 강호축 연결선을 묶으면서 경부선축 일반선 열차를 받아오는 식으로 세종 종합역을 만들고, 회차처리를 위해서 공주 시가지 북측까지 선을 연장해서 공주 시내역을 추가하는 안 정도는 밀어볼 수 있을거 같기는 합니다. 도시계획을 좀 고쳐서 역세권 개발을 어느정도 끼워야 하고, 이정도 대규모 건설이 현재 구상지점에 가능한지도 털어봐야 하긴 하겠습니다만서도. 물론 직접 시내 한가운데 들어가는 안보다는 떨어지지만, 선로를 건설한다면 최대한 활용도를 끌어내는 안을 추진하는게 나을테니 이런 방향도 검토는 해볼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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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축 구성에 대한 잡설.

20/12/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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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 특히 청주가 주축이 되어서 날뛰고 있는 강호축에 대해서는 매우 참신한 병크들이 반복해서 나오는지라 더 말을 얹어 무엇할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세종시가 하면 지역이기주의, 청주시가 하면 국토대계를 위한 대승적™인 결단인 양 나오는 걸 보면 속이 뒤집히지만 이걸 제대로 정리할 만한 정세가 아니다 보니 그냥 뇌절하는게 무병장수의 지름길이라 할겁니다....만.

 그래도 좀 아닌건 아니라고 말은 해야 할거 같으니 적습니다.

 일단, 봉양 경유 같은 건 이미 중앙선 복선화가 개통 카운트다운 걸고 있는 상황에서는 헛짓거리가 될 거라 봅니다. 오송분기 시절부터 뭔 선로를 도로용 입체교차설비 정도로 아는지 180도씩 비트는걸 당연하게 아는 사람이 충북이나 청주에 있는 모양인데, 철도는 그러면 그냥 아무것도 없는 병신이 됩니다. 공사비도 헛되게 쓰고, 시간도 까먹고, 직결운행으로서의 가치도 없는 선이 나오니 하나마나한 짓이라 할겁니다. 그렇다고 지금와서 봉양을 빼고 삼각선을 까는 것도 이미 본선궤도까지 간 상태에서, 거기다 선형이 곡선에 터널까지 걸리는 판국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겁니다.

 제천 등지가 난리날 소리기는 하지만, 차라리 중부내륙선 경유로, 충주에서 사용선을 바꾸고, 부발 앞에서 삼각선을 신설해서 여주를 경유해 가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을겁니다. 어차피 중부내륙선과 그 연결노선인 경강선에는 급구배에 지하구간, 여기에 저강도 궤도까지 골고루 뿌려놔서 화물기능은 중원기지용 화물 외엔 기대할게 없는 상황이고 단선이라도 고속에 중간 교행가능 역이 어느정도 갖춰진 모양이니 20분에 1대 정도의 시격은 나올거라, 강호축 열차를 이쪽으로 돌리면 단 하나의 삼각선으로 해결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정히 용량문제가 우려된다면 충주-부발간 복선화까지 검토를 넣으면 될 거고 말입니다.

 제천방향으로의 고속서비스가 결여되는 문제가 아마 이 상황에서 가장 여론악화를 초래할건데, 이건 그냥 제천경유로 TTX-200이나 TTX-250 열차를 대전 착발로 설정해서 동해나 영주까지 운행하도록 하면 될겁니다. EMU-250을 넣기에는 태백선 구간이 너무 저성능 구간이고, EMU-150 연장운행을 하자니 고속구간이 낭비되는 모양새가 된다면, 저속구간에서는 90~100키로 전후의 속도로 틸팅운전을 하고, 고속구간에서는 200 정도의 영업속도를 맞춘 열차가 들어간다면 충분히 어필이 될겁니다. 

 그리고, 오송연결선을 청주가 열심히 울부짖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걸 꼭 해줬으면 합니다. 그렇게 한다면 분기문제로 역 설치를 못하던 세종역 문제가 일거에 해결이 될테니 말입니다. 하는 김에 2면 6선 규모의 역사를 설치해서 분기역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만들면 충분히 유용할거라 봅니다. 게다가 어차피 세종 도시계획과 쫑나는 부분 때문에 선형이 좀 비틀릴건데, 이렇게 된 바에 아예 경부선에 일차로 연결해서 다시 충북선으로 입체교차 분기를 하도록 배선을 정비하면 호남고속철의 유사시 리던던시도 확보하면 충분히 역할을 할거라 봅니다. 기술적으로 어려운거야 한 2주 호남고속선을 운휴 하고 기존선 경유로 굴리는 노오오오력을 하면 될거 아닌가 싶고 말입니다. 세종역까지 만들면 그정도 꼴아박을만한 가치는 있다고 봅니다.

 빈약한 철도 투자라는 이야기는 이제 한 10년전의 이야기가 되어가는 분위기고, 이젠 시설투자 총량보다는 그 투자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또 적정하게 쓰는데 초점이 가기 시작해야 할거라 봅니다. 이걸 위해서는 단순히 선만 까는 계획을 짜기 보다, 그 양단에서 기존 선로와 어떻게 접속을 할거고, 이로 인해 파생되는 열차 증분을 각 기존선의 용량틀에서 무리가 없도록 배려하며, 운행하는 열차의 속도나 기술특성 또한 배려해야 할겁니다. 이런 종합적인 검토는 신설구간 내지 개량구간에만 국한하기 보다는, 전체 노선축 전반을 묶어서 운영면을 감안해서 결정해야 할거고. 점점 나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앞뒤가 안맞는 이야기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는데서 참 많은 아쉬움이 있습니다. 좀 더 정밀한 검토가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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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운임 구간 논란

13/12/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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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에서 익산까지 가는 구간의 기본운임을 두고 지역에서 과도하다고 말이 나오는 모양입니다. 광명에서 서울방향으로 빈자리 채우기용으로 실시되는 특별 운임을 두고 쟤들은 하는데 왜 우린 안하냐는 식으로 주장이 나오는데, 이러다보니 운임 유연화 정책은 필패가 될수 밖에 없다 하겠습니다.

 기본운임 정책은 기본적으로 단거리 이용객의 유입으로 장거리 이용객이 불이익을 받는걸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발권이나 개집표 업무 부담 등의 고정비에 가까운 비용을 부과하는 의도도 있다할겁니다. 이건 당연한 이야기지만 너무 짧은 거리를 수송하는건 철도, 특히 간선철도에게 있어 비경제적이기에 좀더 단거리지향적인 교통수단을 이용하도록 촉진하는 의도가 있다 할겁니다. 

 다만 이러다 보니 노선의 말단에서는 좌석이 남은채로 다니게 되는 수송력의 잉여가 발생하게 됩니다. 기본요금이 장벽 덕에 단거리를 채우지 않고 가게 되는 것인데, 이걸 소진시키기 위해서 말단구간의 특정운임 제도같은걸 적용하는건 근래의 운임유연화 경향에서는 바람직한 방식이라 할겁니다. 항공으로 치면 조조나 심야에 수요와 반대로 가는 회송적 운항을 덤핑치는 것과 비슷하달까.

 문제는 이걸 중간 구간에 실시하게 되면 심각해진다 할겁니다. 전구간 이용객이 하려는 좌석의 허리를 끊어버리는 것을 장려하게 되니, 가장 수익성이 높고 좌석 소요가 많은 장거리객들이 좌석을 못구하거나 아니면 이리저리 점프뛰어야 하는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이걸 철도회사가 장려하는건 자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겁니다. 정상적인 회사라면 일고의 가치없이 기각을 해야 할 일이랄까.

 문제는 결국 정치와 행정으로 귀결이 됩니다. 저게 억울하답시고 정치인을 압박하고 행정청을 흔들어대면 '대승적'으로 해결을 해달라고 할거고 그러다보면 적자가 나선 말건 제도를 만들게 될겁니다. 특히 이럴때 잘 쓰이는게 '저동네는 하는데 왜 우리는 안하냐 지역차별 아니냐'고 이건 굉장히 휘발성이 큰지라 현관 계단참 아래 죽어자빠진 생쥐마냥 끈임없이 사업자를 괴롭히게 됩니다. 이러다보니 항공처럼 운임 유연화 같은걸 안하는게 아니라 못하는게 되는 문제가 되어버리고 말입니다.


다만 이 문제는 또한 한국 철도정책의 근본적인 문제점에 닿아있는 면이 있는데, 각역정차 내지는 구간열차에 해당하는 서비스가 지방으로 내려가먄 지극히 부실해지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긴다 하겠습니다. 돈이 안되서, 또 수요가 안나와서 안한다고 하지만 이게 결국 하강의 상호작용으로 작용해서 그나마의 근근한 수요를 버리는 방향으로 흘러왔고, 고속철도가 대중화되면서 이 문제가 단거리 이동의 불편 내지 불만요소가 된다 할겁니다. 

대안은 그래서 광역철도망을 정비하거나, 이에 준하는 구간운전의 확장이 필요합니다. 단거리를 비교적 고빈도로 운전하는 서비스가 제공된다면 구태여 편수 적은 고속열차에 단거리 이동을 의존할 이유가 줄고, 또 동시에 고속열차 이용 편의가 개선되어 수요증진을 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게 철도에서는 교차보조를 용인해온 한 이유였기도 하고 말입니다.

다만 이런 서비스 증상은 비용을 수반할 수 밖에 없고, 수도권처럼 워낙 수요가 몰려서 가축수송이 기본이 되는 수준이 아니라면 적자를 면키가 어렵습니다. 물론 무궁화보다는 광역전철이 적자내성이 더 높은 면이 있지만 운임수준이 빤하고 이용패턴이나 도시구성이 철도 친화적이지 않은 상황에서는 흑자는 언감생신이라 할겁니다. 

이 간극을 메우는 역할을 하는게 개인적으로는 광역교통위가 이 공간에서 재정을 포함해 역할을 확대하는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뭐 이번 이슈가 된 군산-익산-전주권엔 이런 조직이 없는고로 도가 이 역할을 해야할거 같기도 합니다마는. 광역전철이라는 네이밍을 쓰고, 그 역할이 연접한 도시권 내의 이동인 이상 이 역할을 광역교통위원회에서 관여하지 않으면 완결성있는 정책이 되기가 어렵다 봅니다. 뭐 독일처럼 이게 근거리철도교통이나 지역대중교통이냐를 두고 핑퐁치기같은 문제가 나올수 있지만, 이건 나중 고민이라 할거고.

이번에 익산을 축으로 셔틀 열차 도입 이야기도 나오는데, 일단 이런 시도가 어느정도 누적되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지금껏 방치되어왔다고 말하지만 그 상황에서 지역이 적극행동을 하지 않은 면도 있는데, 이런 액션이 누적이 되어야 뭔가를 할 수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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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야간열차

1/12/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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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예정된 12월 30일 일반열차 개정은 전반적으로 보면 마이너한 개정에 가깝지만, 파장은 그렇지 않을 걸로 보입니다. 이른바 밤차라 불리던 야간열차들이 대폭 삭감되는 개정이 되기 때문입니다. 일부 노선에 남겨지기는 하고, 화물은 아마 어느정도 유지되기는 할거기는 합니다만 경부, 호남 양 간선의 밤차가 전폐되는지라 파장은 만만치 않을거라 봅니다. 사실 이번에 급행확대와 연동해 신창 착발 누리로 전폐도 포함된 개정인데, 이쪽보다 저 밤차가 이야기가 많이 될거같단 느낌이 든달까.

사실 밤차는 경영면에서는 이익을 내기 어려운, 대개 손실을 보는 열차들입니다. 유럽에서도 침대차 운행에 적극적인 몇몇 나라, 오스트리아나 러시아, 좀 의외지만 영국 정도를 빼면 다들 야간열차에 소극적인 경향이 많습니다. 프랑스에서도 스페인 국경 방향의 야간열차를 보조금을 주어가면서 유지해야 하는가를 두고 논쟁한 끝에 유지하기로 한 바가 근래 있었고, 독일도 오랫동안 굴리던 CNL(City Night Line)을 2016년에 전폐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해외의 야간열차는 대개 침대차를 포함하기 때문에 주간엔 영업이 어려워서 차량회전율이 떨어지고, 또한 역무나 승무 양쪽 모두 야간 근무가 따르기 때문에 야간수당이나 추가 교대자가 부수되어 비용도 더 많이 들어가게됩니다. 여기에 야간열차 특유의 비용요소들, 리넨이나 케이터링, 그리고 보안 소요도 전부 사람의 노동을 요하는 요소들이니, 이게 간단치 않은 사업이란게 눈에 띈다 할겁니다.

여기에 야간 이동 수요의 감퇴 문제도 상당히 큰 과제였기도 합니다. 고속철 도입 이전에는 서울과 남부지역의 도시 간의 이동시간은 보통 4시간 이상이 걸렸고, 이는 새벽 첫차를 타도 아침 업무시간 9~10시대에 서울에 도착하기가 어렵고, 또한 퇴근 후 조금 늦게 출발하면 숙박업소의 체크인 시간을 넘겨 도착하기에 심야시간을 활용하는 밤차의 존재가치가 제법 컸습니다. 하지만 고속철의 확산으로 길어야 3시간 컷이 되다보니 시간 운용면에서 먼저 내려가서 숙박하거나, 새벽에 서둘러 내려가는 걸로 해결이 되어버려 심야열차의 가치가 크게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이전처럼 밤늦게까지 이어서 일하거나 노는 행태가 많이 줄어든 것도 영향이 있다 할 거고 말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제기된 한국철도에서의 야간열차 삭감은 이보다는 야간 보수작업의 안전 문제가 더 크다 할겁니다. 사실 이건 해묵은 문제에 가까운데, 야간의 보수간합 확보문제로 영업부문과 기술부문 간의 대립은 꽤나 해묵은 건이였습니다. 지금까지는 수익확대와 서비스 수준이라는 영업적 이슈가 보수시간 확보라는 기술적 이슈를 압도해 왔다면, 근래 작업자 안전확보 이슈가 커지면서 이 흐름이 역전되었다고 할 수 있을겁니다. 특히 근래에 주간 보수작업중 순직사고가 생기면서 주간 작업을 대폭 축소하는 흐름이 감지되었고, 그 반대급부로 주간에 이루어지지 못한 보수작업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야간열차를 대폭 줄이게 되었다 할겁니다.

작업시간을 분할하거나 하는 방법을 못쓰는가 라는 의문은 있지만, 기계류나 차량을 투입하거나 하는 경우엔 연속작업시간이 충분히 확보되어야만 효율이 나오게 되는 문제가 따릅니다. 기계류를 준비하거나 철수하는데도 작업공수가 상당히 들어가고, 모터카나 MTT같은 차량류를 투입하는데는 이동시간이 들어가야만 합니다. 이걸 매번 철수하거나 재준비를 하면 그만큼 시간이 낭비될 수 밖에 없으니 연속 작업시간을 길게 확보하는게 굉장히 긴요해집니다. 또한, 연속작업시간은 전기 작업에서는 특히나 중요한데, 전력을 공급하는 상태에서는 전기시설물을 보수할 수가 없어서 이를 차단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철도처럼 방대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고압, 대전류가 쓰이는 시설은 한번 전력을 끊는 것이 굉장히 조심스럽고, 그렇기에 한번 차단을 하면 충분한 보수시간을 들여서 작업을 몰아치듯 해야만 합니다. 한전에서 논란이 된 활선작업은 철도처럼 공간 등 여러 제약요인이 있는 경우에는 검토할 수 없는 일이고 말입니다.

재래식 보수작업, 그러니까 선로반이 현지까지 도보나 핸드카로 이동하고, 거기서 열차가 없는 잠깐의 틈을 타서 운행감시 하에서 작업하는 방식으로 하는 경우에는 연속된 작업시간이 그리 중요하지 않고, 오히려 적당히 작업을 끊어가면서 휴게를 가지는게 나았던 시절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고빈도로 차가 운행하고, 설비가 중량화, 고도화되어 기계작업 없이는 작업하기 어려운 지금에서는 이런 방식의 보수작업으로 철도를 유지하는 건 거의 어렵다고 봐야 할겁니다. 당장에 그만한 작업량을 사람으로 해결하려면 지금보다 몇 배의 인력이 필요할거고 말입니다. 

여기서 좀 아는 사람들이라면 양방향 신호같은걸 적극 활용하면 안되는가 라는 의문은 남을겁니다. 복선구간에서는 한 선로만 살아있다면 얼마든지 차를 다니게 할 수 있기는 할테니 이를 적극 활용하면 되지 않나 라고 말할 수 있을겁니다. 여지가 없는 건 아니지만, 복선 전체에 걸쳐서 작업을 해야할 경우도 종종 있는데다 인접한 선로에서 작업을 하다 무심결에 운행선으로 작업자가 통행하거나 하는 일도 있어 안전면에서는 한계가 있긴 합니다. 여기에 더해서 단선 운전으로는 용량제약도 따르기에 지금처럼 두세편의 열차를 상하 양 방향으로 운행하게 하기엔 지연부담이 제법 있는 편이기도 합니다. 마침 지연보상을 쪼아놓은 덕에 안전면에서 야간열차를 느슨하게 굴릴 수 있는 상황이 안되는 문제도 생겼고 말입니다.

밤차는 아마 장래에 경제적 가치가 높아졌을때, 즉 국제편이 다니거나, 아예 객단가가 고속철도 보다 더 높게 설정할 수 있는 서비스를 투입하거나 하지 않는 다음에야 앞으로 부활하기가 쉽지는 않을거라 봅니다. 그게 시대의 흐름이라 할 거고. 하지만 야간열차만큼 정취가 넘치는 것도 없는 만큼 아쉬움은 오래 갈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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