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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차량의 충돌강도 : 표 한장으로.

18/1/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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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중이질에 인생을 건 찌질이의 악플놀이에 대응하는 거 부터가 굉장히 한심한 짓이지만, 혹자의 제보를 받았으니 간단히 해명은 해야 할 거 같아 옮겨 둡니다. 

 저 표의 내용은 각 고속차량 별 충돌대응 값들의 요약정리입니다. CEM(충돌 에너지 관리)에 관한 미국 논문에서 인용한 자료인데, 단위계가 마일인치긴 하지만 대체적인 이해에 어려움은 없을겁니다. 잘 보면 의외로 ICE-2, 3나 TGV-R에 대해서는 CEM 설계, 충돌 대응 에너지 용량이 없는 것으로 나오는데, 저건 설계시에 명시되지 않아서 적지 않은것으로 실제 충돌시의 완충 대응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 열의 최소압축력은 충돌시에 차량이 버텨내는 강도 정도로 이해하면 되는데, 유일하게 이 값이 명시되지 않은게 일본의 신간선 차량 N700입니다. 값이 없지는 않겠지만, 그걸 대외적으로 말 할 수 없으니 저렇게 명시했다 보면 됩니다.

 일본의 신간선 차량이 해외 고속철도 입찰에서 번번히 실패했던 이유중 하나가 충돌대응성능 자체를 입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전용선로와 ATC로 이른바 "충돌 회피(Crash Avoidance)"를 중심으로 설계했기 때문에, 충돌대응은 중량증가와 정원 감소 등을 일으키는 낭비일 뿐 없어도 된다고 주장을 합니다. 물론 기존선에서의 혼용 조건이나, 고속선에서도 다종 차량의 혼합운행이 기본인 해외 사업에서는 '아 네 좋은 제안 감사하고요, 저희는 쓰기 어려울 거 같네요' 라는 대답을 많이 들었던 모양입니다마는. efSET같은 수출지향 고속차량 개발을 새로 하는 이유도 이 충돌 회피 조건을 하나도 못맞추는 현행 개발모델들로는 노답이라 그리 하는 거라 보면 됩니다.

 기존선 운용을 전제로 한 차량은 일본에서도 충돌대응 설계를 포함하기는 합니다. 고운전대 사양이니, 본넷 운전대니 하는 것들이 그런 조건에서 나온 것들입니다. 이건 1960년대의 차량에서도 어느정도 반영이 되어 있는건데, 당시에 건널목 사고로 직무사상이 종종 생기자 노사협의 등에서 문제가 되어 도입되고 그런 역사가 있다고 합니다. 다만 고속철도 차량에 대해서는 애초에 그런 조건을 배제하기 위해 전 구간 전용선로와 전용 신호, 그리고 각종 방호대책에 더해서 운행방해행위에 대한 처벌 법규(1964년 입법)까지 올려서 특별히 다루고 있습니다. 그 결과가 저 표와 같이 아무런 지표 내지 설명이 없는 결과로 나온 거고 말입니다. 

 반대로 프랑스나 독일, 미국은 기존선 구간을 공용하는 것을 전제로 했기 때문에 애초에 기본설계에 차체강도를 일정 이상은 충족하도록 만들어두고 있고, 명시적인 CEM 설계는 없지만 충돌에서 기관사 등을 보호하는 설계를 차량에 반영해 두고 있습니다. TGV차량의 경우는 가스터빈 베이스로 만들던 프로토타입 시절부터 완충기+운전실 보강골조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데, 뭐 이건 사진류 조금만 찾아봐도 나오는 거니 따로 첨부는 하지 않겠습니다. 

 물론 충돌대응설계가 전혀 없더라도, 기본적으로 차량은 승객과 직원을 외부의 비래물이나 기후, 강풍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을 만큼, 그리고 주행중에 심각한 변형이 일어나지 않을 정도의 강도는 확보하는 건 기본적인 상식이라 할겁니다. 그 정도의 강도는 어느 차량이라도 확보는 되어 있는거고. 다만, 그 차량이 차량 간의 충돌, 또는 건널목 등지에서 자동차 같은 대형 장애물과의 충돌에서 보호를 보장하는 가는 별개의 문제고, 그 입증을 유럽산 고속차량들은 국가별 및 EU의 안전규제에 근거해 맞추고 있지만, 일본산 고속차량은 규제 자체가 명시된게 없기 때문에 아무런 설명이 없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뭐 안전에 대해서 워낙 잘 방어가 되어서 충돌 사례가 없으니 입증이고 뭐고가 없기도 하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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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이음,  테이프를 끊다.

5/1/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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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 사람은 이미 다들 알고 있었지만, 철도공사에서 티켓예약에서까지 KTX-OO으로 표기해 여하간 엠바고를 잡아두던 KTX-이음이 오늘자로 영업운행을 개시했습니다. 일반철도 사업으로 건설해서 사실상의 고속철도로 운용되는 이른바 ‘준고속철도’로서는 강릉선에 이어 두번째 사업이고, 기존 노선 중에서는 첫번째 개통 사업이며, 그리고 이른바 동력분산식 고속차량의 최초 투입 사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EMU-260이라 불리던 차량의 투입은 여러모로 고속철도 시대의 새로운 한 페이지가 시작되는 역사적 순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애초에 강릉선에 투입이 검토되다 급구배, 강설, 혹한 등 환경 적응에 대한 우려, 그리고 무엇보다 신규모델 투입까지 시일이 워낙 촉박해서 검증된 주자인 KTX-산천의 신형이 들어가게 되었던 경우였는데, 절치부심 끝에 2년여의 시간이 지난 오늘에야 그 데뷔를 하게 되었습니다. 뭐 좀 걸리는 부분이라면 고유모델이라기엔 봉바르디에 Zefiro 컨셉과 좀 지나치게 닮기는 했다는 거지만 어느정도는 수렴진화의 결과물이라는 면은 있을겁니다.

동력분산식 차량은 고가감속 성능과 더 많은 수용능력이라는 두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상대적으로 경량화로 인한 견인력 등의 성능저하가 덜하고, 발전제동이나 회생제동과 같은 전기제동을 적극적으로 쓰기 유리하다는 점, 그리고 인버터 등의 소자들을 상대적으로 경박단소한 것을 쓸 수 있어서 전력변환 효율면에서 좀 더 유리하다는 점 때문에 종합적으로 보면 전력효율이 높아진다는 강점을 보일 수 있습니다. 물론, 비용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비싸게 치이는 점이나, 점착성능 등으로 인해 고속역으로 갈수록 효율이 저하되는 점, 차량하부에 핵심기기가 집증되어 있다보니 자갈비산, 착설 등의 동절기 장애에 취약하다는 점 등의 약점이 있기는 하지만 한국의 철도망은 전자의 장점이 점점 더 요구되는 환경이 되어가는지라 장래에는 동력분산식이 주력의 위치를 점차 차지하게 될 거라 예상됩니다.

그리고 이음은 또한 두가지 과제를 더 받아든 면이 있는데, 하나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른바 준고속철도로의 개량이라는 사업방식이 운영면에서의 타당성이 있는가 라는 점입니다. 강릉선 사업으로 중앙선 공용 구간에서 전동차, 일반여객, 그리고 화물과 섞여 다니는 운전방식의 타당성을 어느정도 확인한 바 있지만, 좀 더 본격적인 수준, 즉 200키로 이상의 고속운전 대역에서 운행안전이 담보되고, 지연파급 등에서 운행관리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미지수인 부분이 있는데, 중앙선이 그 검증의 장이 될거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남은 하나는 경영상의 변화라 할 수 있습니다. 준고속열차 투입은 노선의 임률을 끌어올려 수익을 증가시킬 것이라 쉽게 예측이 됩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대폭 정리가 따라야 할 일반여객의 정리가 제한된 채로 혼합운행되면서 수요나 수익의 향방이 어떨런지, 또한 어떤 정치적 논란을 야기할지는 예측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 할겁니다. 이는 코로나19 크리를 맞은 철도공사로서는 장래의 전망, 더 나아가 미래의 생존에 관련된 사안인 만큼 민감하게 살펴보아야 할 부분이라 할겁니다.

앞으로 EMU-260의 강화형인 EMU-320도 조만간 실물이 등장할 것으로 보이고, 이에 따라 추가적인 동력분산형 고속차량 베리에이션이 전개될 여지도 다분하다 하겠습니다. 고속철도의 제3장을 여는 차량으로서 추후가 기대될 따름입니다.

P.S.:여담이지만 작명에서 철도현업 내지 관계자의 영향이 적긴 한거 같은게, 이음이라는 단어는 좀 예전의 철도 용어긴 하지만 보통 차체나 선로쪽에서 정상적이지 않은 이상 동작음, 즉 異音이라서 썩 좋은 뜻은 아닙니다. 해무와 비슷한 정도의 어감이라면 어감이랄까. 그런데도 이걸 고른건 아무래도 이런 뉘앙스를 모르는 사람들의 선정이다 보니 그럴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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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광역철도 차량 : 닮은듯 아닌듯

13/10/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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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 사전규격 공개 덕에 대구광역철도용 차량의 구성이 일단 외부에 알려졌습니다. 위 사진처럼 차체 디자인은 현재의 수도권전철용 철도공사 차량과는 큰 차이가 없어보이고, 출입문도 한쪽당 4개가 달린 롱시트 차량으로 계획되어 있어서 실제 이용객 입장에서는 2량화된 광역전철이라는 점 외엔 상이한 부분이 없을 걸로 보입니다. 차량 최고속도도 100km/h에 설계속도 120km/h 라는 꽤 밋밋한 그런 사양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꽤 새로운 시도가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가장 먼저 외관상으로 드러나는 부분은 전기기기 배치입니다. 전통적인 전동차와 달리 판토그래프를 편성 앞머리에 설치하고, 보통 차량 하부에 달리던 주변압기를 천정에 적재하는 변칙적인 설계가 우선 눈에 띕니다.

 이는 철도공사 차량으로서는 최초에 가까운 제어동력차(Mc)로만 구성되는 Mc+Mc 구성의 전M차 사양이 투입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지하철용 차량 중에 제어동력차는 몇몇 있었지만 철도공사용 차량은 반드시 선두차는 제어부수차(Tc)를 투입해왔던 전력이 있습니다. 이는 전동차라는 차종이 도입된 이래 거의 변동이 없다시피 하고, 차량개조가 들어간 광명셔틀 등의 경우에서도 Mc는 채택한 적이 없었습니다. 이런 관례를 깬 신차종의 도입이라는 점에서는 굉장히 이례적이라면 이례적이랄까 그렇습니다. 

사실 기술면에서 Mc를 철도공사가 채택하지 않은건 건널목이라던가 외부 장애물에 피해를 입기 쉬운데다, 신호장치를 여러 종류 내장해야 하는 사정상 하부공간에 여유를 확보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추정됩니다. 덤으로 Mc차의 경우엔 단가도 별로 싸지 않고 정비성이 그리 좋지 않을 가망이 높아서 기피되었을 것이고 말입니다. 그런 상황이지만 2량으로 편성을 최소화하면서 Tc+Mc 구성으로 바꾸는건 아무리 해봐도 안전면에서 실익이 별로 없는데다, 주행계나 제어계통의 이중화가 안되는 구성이 되어서 운행장애시에는 기관차 열차만도 못한 구성인지라, 그리고 차종만 불필요하게 늘어날 우려가 있어서인지 기존의 수도권전철 차량과 기술적으로 달라진 구성을 채택한 걸로 보입니다.

 실차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중량배분의 문제가 약간 남기는 하더라도 편성은 완전히 대칭형에 가까운 구조로 가되, 대차는 부품단일화를 위해 1축구동 대차로 가던가, 아니면 T대차와 M대차로 구분해서 1량에 각각 1개씩을 넣는 구성으로 가던가 그리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차량에 대해서 깊게 아는 건 아니지만 일단 어느쪽이라도 꽤나 도전적인 설계라고 보이는데, 비대칭 구조의 대차라는 건 노면전차에서는 종종 쓰이기는 해도 역시 구조면에서 복잡하고, 활주방지장치나 제동장치 같은 데서 좀 고민이 많아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T대차와 M대차로 구분하는게 설계면에서는 편하지만, 중량이 M대차로 쏠리는 문제같은게 있어서 의와로 난점이 있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신형 대차 설계를 필요로하는 전자보다는, 그나마 쉽게 갈 수 있는 후자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뭐, 정말 막나간다면 전부 M대차를 쓸수 있긴 한데, 이경우엔 기기설치량이 늘어서 차량하부가 아주 빽빽해지고, 디스크제동을 적용할 수 없어서 기계제동력 확보 문제가 남지 않을까 생각이 되고 말입니다.

여담이지만 이렇게 Mc가 가능하면 단량전동차로 만들어서 2량을 연결하는 설계는 안되나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경우에는 계통의 이중화가 안되는 약점이 가장 크리티컬 하게 다가옵니다. 전통적으로 교류형 단량전동차는 주변압기 공간 확보의 문제가 있는데, 위에 보시다시피 이걸 지붕위로 올리는 방식으로 공간확보를 하게 되면 그나마 여유가 나오긴 하지만 대신 대차 중심점에 맞춰서 설치해야만 하는 판터그래프를 1개만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집전계통 트러블시엔 그야말로 구원기 없이는 꼼짝못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주변압기를 억지로 차량하부에 설치하면 인버터/컨버터와 공기압축기, 배터리 등의 기기를 설치할 자리가 안나오고, 이걸 최대한 절감하기 위해 동력축수를 줄여서 대응하는 방법을 쓸 수 있겠지만, 이건 유사시 이중화가 안되거나 부실해서 고장이 생기면 무조건 아웃이 됩니다. 여기에 뭔가 서비스 기기류를 더 달아야 하거나, 운전대를 추가하거나 할 경우에는 공간의 압박이 너무 커서 정비성을 희생하거나, 객실면적을 희생하는 설계가 되어버릴거라 하지 않는다 생각하면 편할겁니다. 여기에 운전실에 관통문을 두는거까지 가면 뭐 초저항 시절처럼 너무 비좁고 시야가 나쁜 운전실 문제가 생겨버릴거고 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2량편성을 도입하면서, 장래 수요증가가 예상되더라도 단기적으로 차량을 증결하기 보다는 중련으로 2편성을 붙여서 쓰는 그런 설계로 가는게 맞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시설쪽의 대응이 남겨지긴 하지만, 차량면에서는 그냥 이번에 만들어진 기본설계대로 조달하면 되니 차종 다양화의 문제는 확실히 억제될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보다 더 증결해야 하면 그때는 수도권 차량을 가져다 쓰는 방향으로 가야하겠습니다마는. 수도권에서는 광명셔틀을 이런 운용을 전제로 만들었지만, 한 편성은 승무원이 없어서 유사시의 대처가 안되는 문제라던가 승차위치가 어긋나는 문제 때문에 결국 포기했었는데, 대구권 차량에서는 여기에 대한 대응 방안을 설계에 반영해서 장래 수요증가로 증결 이야기가 나올때 적극 대응할 기반을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리고 차량성능 면에서 100km/h는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경부선 운용이라는 조건에서라면 영업속도 120km/h, 설계속도 135km/h정도까지는 뽑아야 실제 운행 시각표를 뽑을때 EMU-150이나 컨테이너 화물열차에 지장을 덜 주고 다닐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경부선 급행전철의 경우 1선 운행을 하면서 최고속도 문제로 종종 뒤에 따라붙는 기관차 열차에 지연을 일으키는문제가 있었던 모양인데, 복선을 공유하는데다 도중역을 상당히 억제한 대구권의 경우는 좀 더 적극적인 사양을 취해야 했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장래 지방 광역철도나, 몇몇 재래선 구간의 지역 서비스용 차량의 기본 설계로서 활용될 수 있는 차량이 이번 대구광역권 차량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단 이번 조달물량은 2023년 하반기쯤 18량 9편성이 들어오게 되는데, 이후 충청 및 대전 광역권 쪽이 2024~2025년 정도 목표로 건설될거라 그 전후로 조달이 들어갈 것이고 이외에 차량만 나온다면 여객 서비스를 요구할만한 구간이 여럿 존재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전선 완공 후의 평택선이나, 근래 슬슬 입질이 있는 석문산단선, 그외에 아직 이래저래 각이 안나오고 있지만 대구산업선이나 광주선 같은 곳들이 그렇습니다.  이점에서 좀 더 야심찬, 그리고 장래의 운행여건을 감안한 기본설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이 듭니다.

P.S.:GTX-A차량 쪽은 3비차 채용이라는 이야기가 도는데, 개인적으로는 차량공간을 확보할 거라면 차라리 ITX-청춘의 선두차 처럼 비대칭 출입문 구조를 취하는게 낫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출입문 위치를 틀어지게 배치해서 착석정원을 늘리고자 하는 의향은 알겠지만, 차라리 그런 목적이라면 크로스시트를 잡아넣는 쪽이 나을거고, 가능하면 기존의 표준인 4비차 구조를 답습하는게 차량의 유용이나 직결운행 시 추가적인 공사나 비용지출을 줄일 수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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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화 구간의 대안?

8/7/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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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첫 '수소트램' 울산서 달린다

 몇일 지난 이야기지만, 현대로템의 제안으로 울산시가 실증노선 사업을 하기로 했습니다. 대상노선이 불명확한데, 폐선인 장생포선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4.6km라는 킬로 표시를 보면 울산항선을 이야기하는게 아닌가도 싶고 애매합니다. 아마도 킬로정이 착오라면 순수 연구선으로서 장생포선 쪽을, 킬로정이 맞다면 울산항선을 활용해서 장생포 어항까지의 제한영업까지 생각하는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2010년대 초반에 울산시가 야심차게 떠들었다가 흐지부지 되었던 온산, 장생포 통근열차 사업을 좀 비틀어서 하나 해보려는 생각에서 접근하는게 아닌가 싶기는 합니다. 마침 요근래 장생포를 관광지화 하던 시도가 있기도 했으니, 저 사업을 하면서 조금 잘 된다 싶으면 노면공용구간을 만들던가, 모노레일을 연장하던가 해서 접속교통으로 써먹어볼 여지도 없지는 않고 말입니다. 

 뭐 그건 그렇고, 이 사업은 사실 철도공사 측도 어느정도 관심을 가지고 봐야할 사업이라 생각이 듭니다. 현재 RDC는 폐차가 임박해 있고, CDC역시 조만간 내구연한 도래로 연장사용이 없는 한 1~2년 내로 폐차가 예정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이 상황에서 차기의 비전화구간에서는 디젤기관차+무궁화호 정도만 남는데, 현재 개통지연이 거의 확정적인 장항선 운용차나, 조조 심야시간대의 운용차량을 감안하면 이걸 가지고 사방팔방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도 합니다. 더욱이 기관차견인 열차는 조성입환이 반드시 따라야 하니 운용가능한 노선의 제약이 크고, 효율문제도 남습니다. 결국 비전화 구간용의 동차 시스템을 뭔가 사기는 사야 하는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대안으로 검토할 수 있는게 수소연료전지 추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현재로서는 검증이 아직 제대로 되지도 않았고, 가격이 아주 호되게 비쌀 가망이 높은지라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 없이는 도저히 지를 수 없는 물건이 수소연료전지차기는 합니다. 여기에 부수되는 인프라 투자, 즉 수소 플랜트와 공급시설, 저장시설 같은게 따라야 하니까 더더욱 막 지를수는 없는게 현실이고 말입니다. 다만, 앞으로 수소 기반으로 돌리는 건 어느정도 예측의 컨센서스가 모여지는 부분이기는 하니, 이쪽으로의 전환을 모색할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일단 수소 기반 차량은 2000년대 초반에 캐나다나 일본이 시험차량을 개발해 본 적이 있고, 2016년 이노트랜스에서 프랑스 알스톰이 좀 성급한 거 같지만 영업차량을 출품한 바 있기도 합니다. 초창기의 일본의 연료전지 동차는 차량의 절반을 미국제 연료전지스택을 쌓아넣어야 할 정도의 막장이긴 했지만, 지금은 상식적인 크기의 물건까지는 오기는 한 걸로 보입니다. 근래엔 일반적인 승용차에 넣어볼만한 모듈도 나오고 있고, 좀더 크기가 커지긴 하지만 운용면에서는 좀 더 규칙성과 안정성이 있는 상용차에 적용도 모색이 되는 와중이니, 철도나 트램 정도 레벨에서도 접근해 볼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물론, 수소 기반 차량의 대중화나 기술 발전 자체가 아직은 리스크의 영역인지라, 다음 시대의 차량을 전부 수소 기반으로 충당하는 건 여러모로 무리수가 많기는 합니다. 따라서 대안이라면 디젤-전기식 동차를 우선적으로 필요한 범위에서 조달을 하고, 이후 신조 소요분에 대해서는 수소 기반 차량으로 조달하는 식의 안분을 좀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물론 대량조달시의 가격 이점같은걸 많이 손해보고, 디젤전기식 동차는 총중량이나 가격면에서 메리트가 많이 적기는 합니다마는, 근래 해외의 조달도 대개 이 방향으로 가고 있고, 전기구동을 적용하면 하이브리드화 개조도 검토해 볼 수 있는데다, 설계여하에 따라서는 장래 수소연료전지 적용개조시에도 개조범위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제조사 측에서도 동력원과 구동계의 분리라는 좀 리스크가 있는 설계가 필요하지만, 제대로만 해 둔다면 이래저래 돌려쓸 수 있는 기본설계를 확보하는 것도 가능하고 말입니다.

 그리고 재정적인 압박이 있다면 한번 정도 정부 범부처 사업으로 산자부나 환경부의 펀딩을 좀 받아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듭니다. 이건 정부의 결단이 필요는 하겠습니다만서도. 여하간 시간적으로 여유가 별로 없는 상황인 만큼 빠른 결단이 필요하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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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차의 춘추전국시대.

6/7/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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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진산전, 코레일 발주 1·3호선 160량 전동차 사업 수주

 좀 늦었지만 이걸로 국내 차량제작사 중 성신RST만 제외하면 3개사가 모두 통근형 전동차를 제작, 공급하는 실적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지하철은 좀 더 일찍 그렇게 되었지만, 국철까지 3사 체제가 된건 여러모로 시장정책의 큰 변화라 할 겁니다.

 아는 분은 다 아는 거지만, 철도청 말기의 저가수주가 워낙 문제가 되었고, 또한 IMF이후의 과잉설비 정리와 규모의 경제 확보라는 이슈때문에 빅딜 정책이 추진되었고, 그 결과 당시 차량제작 3사인 현대정공, 대우중공업, 한진중공업 3사를 합쳐 지금의 현대로템을 구성하게 된 바 있습니다. 물론 당시에 이 합병에 들어가지 못한 중소회사가 있었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객차 및 동력차를 단 하나의 단일기업이 받아가는 체제를 거의 10여년을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뭐 철도구조개혁을 내걸고 민영화라 쓰고 산업의 축소를 전망하던 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의 정세에 비추어 보면, 그렇게 해서 대외 경쟁력을 갖추면서 서서히 축소되는 국철차 부문을 줄여나가고, 지하철이나 경전철로 산업 파션을 대체하 가고자 하던 정책 자체가 이상한 건 아니기는 할겁니다. 지금보면 뭔 뜬금없는 개소리냐 하겠지마는, 철도의 사양산업론을 80년대 내내 우려먹었던걸 생각하면 그런 선입견을 당시의 정책결정자들이 안가지고 있을거 같지는 않았을거라. 실질적으로 합병된 대우나 한진의 캐파를 전부 날리고 오로지 창원 라인만 유지한데다, 당시 90년대의 결정사안이던 청리 공장계획도 없애버릴 정도였으니, 대외적으로 말만 안했지 그런 배경이 있었을거라 봅니다. 과잉캐파는 덤핑압력만 키워서 철도청만 좋은 일을 한다고 보기도 했을거고.

 그러나, 영업키로가 1999년에 3,118.6km이던게 이젠 철도공사 단독으로 3,918km.에 도달한데다 SR과 공항철도 등을 합치면 4,000km를 돌파했고, 인킬로는 철도공사 단독으로 280억 인km에서 400억 인km까지 증가해서, 사업성으로는 몰라도 철도수송 자체는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했습니다. 철도건설 투자가 계속 이루어졌고, 국가 시책이 어떻든 간에 사람들은 자가용 만큼이나 철도를 이용하기 시작했으며, 지자체의 도시철도나 교통 투자가 상승작용을 해 온 결과라 할겁니다.

덕분에 지금에 이르러서는 교체수요 만으로도 1개 회사의 캐파를 넘겨서 여러 업체가 먹고 살 정도의 물량이 나오고 있다 할겁니다. 철도공사의 경우 2017년 말 기준으로도 20년 이상의 노후차가 700량 이상, 저항차 잔존 수량은 136량 정도였고, 서울교통공사의 경우는 무려 1,929량으로 도데체 이걸 어떻게 교체할지 감도 안잡히는 막대한 숫자가 물려있습니다. 여기에 간선차량도 객차는 400량 이상, 디젤기관차는 90량 이상이 밀려있으니 이걸 연장사용으로 소요를 조정해서 소요량을 평준화 해도 교체수요만으로 매년 500량 정도는 계속 제작이 돌지 않으면 안되는 지경에 와 있습니다. 여기에 신규노선이나 증차 소요분까지 감안하면 10년 정도는 차량제작 소요량은 꾸준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런 와중에서 춘추전국시대 처럼 제조사가 여럿 굴러간다는 건 개인적으론 일장일단은 있다고 봅니다. 우선 가장 큰 장점은 사업체가 여럿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기술면에서의 다양성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서비스 경쟁같이 뜬구름 잡는 비교경쟁 보다는 좀 더 명확한 제품 스펙, 메커니즘, 유지보수성, 비용 등에서 비교를 해볼 여지가 생기게 됩니다. 물론, 한국의 철도차량 시장은 어디까지나 발주자 주도성이 강해서 유럽처럼 제조사가 완제품 모델을 개발해 제안하는 수준에 비할바는 못되고, 부품 레벨에서도 에이전시의 차이일 뿐 수입부품들이 고만고만한 경우가 많아서 예전의 선진국들 처럼 상당한 차별성을 제공하긴 어렵겠습니다마는, 그래도 여러 업체가 다양한 제안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상호간의 기술, 사업모델의 발전이나 철도회사의 운영의 질에 기여할 수 있을거라 봅니다. 동호인으로서도 다양한 디자인이나 모델이 다니는 철도가 되면 볼 거리가 늘어나고 효율화의 단조로움도 좀 해소가 되긴 할거라 봅니다. 뭐 이건 당장에 도색 편의 위주, 유지보수 편의 위주로 일하는 철도회사들의 마인드도 극복해야 합니다마는.

 다만, 문제가 되는건 모델이 다지화 되면서 그야말로 유지보수의 파편화가 우려된다 할겁니다. 발주 규격에서는 여러 인터페이스들을 서로 맞추도록 나가긴 하겠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호환성이 담보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나올거고, 이렇게 파편화된 부품이나 정비방식들이 누적되면서 유지보수의 효율성을 갉아먹는 문제가 나오기는 할겁니다. 물론 당장에 제어방식으로 저항차, 초퍼차, 인버터차가 따로 놀고, 인버터차도 소자방식 등에 따라 연식별로 차가 달라지는 문제들이 있는 상황이긴 한데, 여기에 제조사까지 파편화되는 상황은 효율성의 문제까지 이어질 가망이 높습니다. 

 물론, 이런 효율성을 너무 강조하다가 거의 20년 넘게 같은 모델을 주구줄창 사들였던 일본의 신간선 0계 차량 케이스처럼 시대에 뒤쳐진 기술을 계속 굴려먹는 문제가 생기기는 합니다. 또, 모델의 단일성을 강조하다가 결함이나 개량개소를 제대로 손보지 않고 들어가는 경우의 위험도 존재할 겁니다. 그렇지만 제조사 파편화는 이것 이상의 리스크가 있는 부분인 만큼, 여기에 대한 대책 내지는 대안이 좀 검토는 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또한 그렇다고 해서 파편화를 막겠다고 경쟁제한적인 정책을 가져가는 건 요즘엔 거의 불가능한 문제도 있을거라 봅니다. 결국 교체분 차량발주를 단년도에 개별 입찰로 굴리기 보다는 다년도에 걸쳐서 노선당 한두 업체로부터 꾸준히 공급을 받고, 모델 변경을 어느정도 억제하는 그런 방식을 제도화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뭐 그 전에 참담한 사업수지를 가지는 철도운영 부문의 개선이 필요는 하긴 할겁니다. 물론 정책적으로 저운임을 때려넣고 있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마른수건을 비틀어도 적자는 적자일 수 밖에 없는데, 적어도 보조 정책을 좀 온정적으로 가져가던가, 아니면 저운임 기조를 좀 포기를 하던가, 그도저도 아니면 임대사업이나 개발사업이라도 좀 밀어줘서 누적적자나 금융부채를 좀 떨게라도 하던가 뭐라도 뽑기는 해야할겁니다. 차량을 자급할 수 있어야 좀 더 융통성이 있는 발주체제를 가지든 말든 하는데, 지금은 매년 예산사정 따라 널뛰기 하는 보조금 눈치를 보면서 굴러가야 하니 혁신적인 차량이고 비용효율이고 산업 육성이고 제끼고 먹고사니즘 발주를 하게 되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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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남부선 구선 트램 추진중?

5/6/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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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에서 본 걸 좀 인용해 왔는데, 이전에 떠들던 게 이렇게 되고 있단 점에서는 꽤나 반갑다 생각이 듭니다.

 일단은 미포~구 송정 구간에 투입하는 걸로 다른 간선과 접속이 없는 계획이라는 점이 많이 아쉽기는 합니다마는, 구상 정도긴 해도 해운대 비치선 노면전차와 연계를 아마 장기적으로 잡고 접근하는게 아닌가 추정됩니다. 어찌되었든 실제 착수단계에 들어간거에 의미를 둘만하지 않나 생각을 합니다.
 
 현지 사진을 보면 모노레일 형식의 고가구조로 레일바이크 내지는 관광차를 굴리고, 지상측에는 트램과 보행잔도를 유지하는 식의 구조로 건설을 하고 있는 모양인데, 트레킹 좋아하는 사람들 입장에서야 좀 불편은 하겠습니다마는 유람객과 교통 이용자, 그리고 하이커들 간의 밸런스를 잘 잡는 방식이라는 점에서는 상당히 절묘한 접근법이라 생각이 듭니다. 투자가 그만큼 들어가는게 압박은 되겠습니다만서도. 

 노선 면에서도 예전에 한국판 에노덴 이야기를 했었지만, 풍경면에서는 더 다채로움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둘만 하다 보는데, 비리 문제로 시끄러운 엘시티긴 해도 초현대적인 마천루에서 시작해서, 해안과 절벽, 그리고 리조트 지역을 꿰어 간다는 점에서는 관광유인의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다만 다른 전철과 접속이 없는 점이 아쉽기는 한데, 이건 장래 노면전차 제도가 좀 안정화된 다음에 구 노반 내지는 측도를 활용해 병용궤도로 연장해서 부산2호선 중동역 인근까지 진출하면 어느정도 해결이 될거라 봅니다. 아예 지하차도 상부 노반에 거점 터미널을 올리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을거고 말입니다. 현재 이 구간은 공원으로 노반을 전부 밀어버렸는데, 이걸 기존의 철도시설을 유지하면서 하거나, 도로와 병합해서 잔디 궤도 구조로 했다면 하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특히나 엘시티 같은 초대형시설물을 들여놓은 상황에서는 교통소요는 굉장히 급증하는데, 그 대책으로서의 노면전차에는 반대할 거대 이익집단을 하나 만들어놓은 택이라서 길이 참 쉽지는 않을거라 봅니다. 

 차량쪽은 제작사 성신RST의 야심작이 아닐까 싶은 정도인데, 관절대차 채용에 교체형 배터리 동력으로 다니는 VVVF차량이라고 하는 모양입니다. 관절대차 자체는 로템이 납품한 김해경전철이나, 해외수출품 중 필리핀 LRT에 쓰인적이 있는 물건이고, 노면전차 정도의 차량에서는 사실 꽤 흔히 채용하는 시스템이기도 합니다. 연결기가 없는 단차로 인정되면서도 통상대차의 단동차 보다는 바닥면을 늘릴 수 있는게 장점인 만큼 주행성능과 밸런스가 맞는다면 충분히 활용성이 있다 생각이 듭니다. 디자인 면에서는 에노덴의 관광차량이나 미주의 보존노선 트램의 차량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인데, 소구력을 갖출수 있도록 디테일을 잘 다듬으면 충분히 설득력이 있을 겁니다. 잘 되면 증비도 가능할 만한 수요가 있을거라, 2~3편성의 증비와 개량공사도 장래 기대해 볼 수 있을거고 말입니다. 

 이 노선이 잘 된다면 구선로 재활용의 새로운 지경을 하나 개척하는 것인 만큼 기대가 큽니다. 잘 된다면 전용선/지선이나 폐선을 활용한 지역교통 개선과 관광촉진을 모두 달성하는 우수사례가 될 수 있을거고, 또 노선이 충분히 강해진다면 이를 기반으로 도시철도나 지방철도로 발달하는 것도 기대해 볼 수 있을겁니다. 재무적 성과까지 달성한다면야 더할나위 없겠지만 교통으로서는 좀 힘든 이야기고, 다른 대안보다 나은 투자가 된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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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한 상자(Hot Box)

18/4/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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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은 흔히 영어권에서 Hot Box 내지는 Hot Axle이라 불리는 차축발열 사고의 영상입니다. 인도에서 촬영된 영상인데, 여러모로 열악한 여건에서 대량의 수송을 하다보니 이런 일이 잦은지 영상이 남은 예가 좀 보입니다. 

 몇일 전의 전동열차 탈선사고의 원인이 이 차축발열에 의한 차축절단이었던 걸로 잠정결론이 난 듯 합니다. 그러다 보니 노후차량 문제부터 시작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비슷한 유형의 사고는 사실 생각보다 사례가 여럿 있긴 합니다. 잘 달리던 차가 신호나 시설 면에서 문제가 될게 없었는데 뜬금없이 탈선사고를 낸다면 거의 이 경우고, 보통은 몇 년에 한번 꼴 정도는 생기는 일이었는데, 대개 관리수준이 그리 높지 못한 화물열차의 화차에서 나는 사고인데 이번건 드물게 전동열차에서 발생한 사례라는 점에서 좀 이례적이라 할겁니다.

 이 차축발열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우선 축베어링을 먼저설명을 해야 합니다. 대차와 차축 사이에서 하중을 전달하면서 바퀴의 회전을 받아내는 축베어링이라는 부속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회전하는 베어링을 쓰지 않고 이른바 평축(Plain Bearing)이라 해서 단순히 내마모성이 좋은 금속 가공품을 끼워넣어 이 부분을 윤활유로 축축하게 유지하는 방식이었고, 이를 위해서 축받이 조립체를 자주 열어 확인하고, 급유를 할 수 있게 상자형의 기구물로 봉해두는게 통례였습니다. 그래서 이 조립체를 축상(軸箱; axle box)이라는 이름으로 부릅니다.

이 축받이는 기계적인 마찰을 다루는 물건인 만큼 굉장히 손이 많이 가는 물건이었습니다. 가공이 잘못되거나 충격이나 다른 이유로 변형이 와서 이상 마찰이 생기거나, 윤활유가 제대로 공급이 안되거나 할 경우에는 마찰열로 쇠가 달궈지게 되고, 일정 수준을 넘게되면 윤활유가 타오르고, 기구물 자체가 시뻘겋게 달아오르게 됩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부품이 자기 강도를 유지하지 못해서 끊어지거나 변형되어 차가 탈선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게 고장을 일으켜서 연기가 나거나 불이 나는 걸 Hot box라고 속칭하게 된겁니다. 

그렇기에 과거의 평축은 열차로서 한번 달리고 나면 반드시 점검과 급유가 따라야 하는 물건인데다, 종종 발열로 탈이 나는지라 차장과 기관조사, 그리고 역무원들은 수시로 연기나 불꽃이 나지 않는지 확인해야 했던 물건이었습니다. 기관차처럼 크고 육중한 경우라면 새로 교체하고 나면 한동안은 길들이기를 하고 상태를 감시해야 했고, 어느정도 선별과 안정화가 되더라도 정차역에 설 때 마다 손으로 온도를 재고 기름을 부어넣어야 하는 애물단지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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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축 대차의 사례(출처 : Wikipedia, Harvey Henkelman)

 이 평축은 2차대전 이후에 기계공업의 발달로 고성능의 롤러베어링나 볼베어링이 흔해지면서 이런 베어링 축으로 교체가 됩니다. 이후부터는 축받이의 신뢰도는 과거에 비할바 없이 높아지기도 했고, 재료나 가공기술의 발전으로 정비주기나 내구도가 엄청나게 올라서 과거와 같은 불안불안한 운행은 거의 사례가 줄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로 인해서 더 고속의 회전에도 견딜 수 있게 되었기에, 현대적인 기관차들은 2미터에 육박하는 거대한 동륜을 쓰지 않고서도 극소수의 증기기관차만이 도달하던 속도대역에서도 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증기시절에는 300~400RPM이면 고속회전이던게, 지금은 그보다 더 높은 회전에서도 견딜 수 있게 되었달까.

 문제는 아무리 좋은 재질과 가공기술, 품질관리로 만든 베어링 축이라도 마모는 일어나고, 불량은 생긴다는 점입니다. 과거의 평축에 비할바는 아니겠습니다만. 뭔가 트러블이 생기거나 해서 이 베어링에 이물질의 유입이나, 윤활유의 누유, 균열이나 변형이 가해지거나, 관련된 기구물이 변형되어 하중이 정상적으로 분산되지 않게 되거나 하는 일이 생기면 어김없이  사고가 나게 됩니다. 역시, 이렇게 되면 Hot Box의 전형적인 현상인 이상발열이 생겨서 연기가 나고,  벌겋게 달궈지기 시작하며, 이 상태에서 어느정도 수준을 넘어가면 이번 사고와 같이 뚝 끊어지거나 하는 기계적 결함을 일으키게 됩니다.


 사실, 이번사고는 정상적인 정비체계 하에서는 아웃라이어에 가까운 경우기는 합니다. 화차라면 워낙에 숫자가 많다 보니 비용사정상 관리가 좀 루즈할 수 있는데, 전동차라면 이른바 동력차에 속하는데다, 심지어 여객을 태우는 만큼 인명문제가 걸려서 비교적 엄격한 관리가 요구되고 실제로도 대규모의 차량기지에서 꼬박꼬박 순번을 굴려가면서 정비를 실시하기까지 합니다. 노후화되었다고 하지만, 전동차에서 비슷한 사례가 난 경우는 근래 거의 본적이 없다시피 합니다. 물론, 이번에 사고가 난 이른바 후기형 저항제어차들은 초기 VVVF차들의 트러블 때문에 좀 땜빵식으로 급조 조달된 차들인데다, 철도청 말기의 심각한 비용절감 압박과 동류전환 관행을 거쳐서 지금에 이르는 차가 되어놔서 기본적으로 좀 상태가 좋다고 하긴 어렵기는 한 차들이긴 하지만, 그중에서 왜 유독 이 차만 그렇게 되도록 못잡아냈는가는 아쉬운 데가 있달까 그렇습니다. 

 아무리 방대한 정비체계를 굴려도 이 차축발열 사고를 막는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고속철도에는 여러 안전설비가 시설측에 설치되어 있고, 그중에서 HBD(Hot Box Detector)라 불리는 차축발열 방지장치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쪽은 신호나 통신 시스템을 통해 차량측에 통지하고, 관제 등에 경보를 띄우는 식의 연동체계가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적용이 가능한 경우고, 기존선에 적용하는데는 사실 한계가 있기도 합니다. 다종다양한 차량이 개입하고, 대개의 객차나 화차들은 전혀 스마트하지 못한 쇳덩어리에 가까운데다, 열차무선은 여전히 아날로그식 음성통신 전용이다 보니, 경보하고 관리하는데에 한계가 뻔하달까. 거기다가 일반철도는 엄청나게 방대한 네트워크인 만큼 어디에 어떻게 쓸 건지부터 고민이 필요할거라 봅니다. 

 1호선처럼 방대하고 또 한계까지 쪼아내는 시스템은 국내에서는 유례가 없고, 해외에서도 흔히 보기 어려운 수준이라 할겁니다. 여기서 더 높은 수준의 시스템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단순히 차량대차 정도가 아니라, 시설, 운영 전반을 묶어내는 고도화를 해 나가야 할겁니다. 이번 사고는 그걸 지향하라는 한 시그널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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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아셀라 차량 반입개시.

27/2/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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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유일의 고속철도 서비스인 아셀라 익스프레스의 후계차량이 반입이 개시되었다고 합니다. 2013년경부터 되네 마네 하면서 시작했다가 사업자를 정해서 예정일을 잡은게 2020년이었고, 결국 영업개시는 1년정도 지연된 2021년 정도가 될거라고 이야기 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시대가 바뀌는게 느껴지는 한 장면이라 할겁니다.

 사실 전용구간이 거의 없다시피 하고, 제한속도 70km/h를 받는 구간까지 통과하는게 현 아셀라가 다니는 NEC구간입니다만, 그래도 중간에 200km/h 이상의 주행이 가능하고 상당한 장거리를 도로보다 빠르게 항공과도 경쟁가능할 정도로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화물열차에 치이고 정치인들의 지역 노선 유지 압박에 끌려다니느라 늘 적자체질인 앰트랙에게는 그야말로 목숨줄이라 할만한 수익노선이기도 합니다. 이런 야심이 많이 보이는게 저 신형 차량의 구성이라 할겁니다.

 우선 신형 차량은 편성을 2L+6T 조성에서 2L+9T조성으로 늘려서 304석이던 좌석을 386석으로 약 25% 증가시켰습니다. 열차장 증가는 걸리적거릴게 많고 승강장 연장같은 문제가 따라오는지라 쉽게 하긴 어렵지만, 기존에 장대열차가 다니던 구간이다 보니 쉽게 결단을 내릴 수 있던걸로 보입니다. 차량 인테리어는 근래의 추세에 따라서 콘센트와 USB 충전포트가 각 좌석에 설치되었다고 하고, 와이파이 제공이 기본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장애인 대응은 기본이라 할 수 있을거고, 이외에 유럽에서 쓰이는 좌석 예약 현황 LCD가 좌석 상단에 적용되었습니다. 이외에 좀 재미있는 건 식당차 부분인데, 근래 식당차 영업은 간소화하거나 폐지하는게 추세지만, 아셀라는 기존 서비스 수준을 유지하면서 좀 더 다양한 메뉴를 제공할 거라고 언급이 되는 점이 좀 미국답다고 해야할까 그렇습니다. 고용문제나 서비스 취향의 문제가 있다 보니 꾸준한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차량은 기존 차량이 봄바르디어와 알스톰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240km/h 대응 차량이었는데 비해서, 이번 도입되는 차량은 알스톰 단독 공급으로 Avelia Liberty라는 명칭을 부여받았고 최고속도는 350km/h 대응으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차량 형상으로 보아서 틸팅 기능이 포함되어 있는 걸로 보이는데 고속운전에서까지 사용하지는 않을 듯 싶고 아마 기존선 구간에서 쓰려는 용도로 보입니다. 기존 차량이 워낙 육중한 차중과 틸팅기능 때문에 관절대차를 채용하지 않았었는데, 이번 차량은 과감하게 관절대차를 채용한게 눈에 띕니다. 아마도 그만큼 혹독한 경량화 노력이 따랐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은 듭니다. 

 반면에 동력방식은 기관차 양단 견인을 유지하고 있는게 특징인데, 아마도 기존의 설비나 작업방식을 유지하려는 의도도 있고, 비용 면에서도 동력방식 변경이 메리트가 없다고 생각한게 아닌가 추정이 들기는 하지만, 가장 이슈가 된건 충돌에너지관리(CEM) 문제가 컸던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객차쪽에서도 설계가 더 들어가기는 해야하지만, 선두차 하나만큼 공간을 벌어놓는게 그만큼 유리해서가 아닌가로 보입니다. 선두 디자인이 좀 과격해진 것도 350km/h운전에 맞는 공력설계 적용과 함께 CEM을 위한 기구가 대폭 적용된 결과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미국은 차량을 워낙 견고하게 만드는데다 오래전부터 스테인리스 차량이 흔히 쓰여서 차령을 30~40년 이상 쓰는 경우가 흔하고, 심한 경우엔 50년 이상 묵은 차량도 종종 보이는 동네입니다. 앰트랙의 경우는 출발 자체가 각 대규모 철도회사의 부실화된 여객 사업부를 이어받아 만들다 보니, 차량 부문에서는 정말 뽕을 뽑도록 오래 쓰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셀라 만큼은 이번에 확실히 교체를 하려는 의지가 만만하다는 점은 주력 사업이 가진 무게를 잘 보여준달까 그렇습니다. 아무리 회사가 어렵고 고전한다 하더라도, 간판 사업부 만큼은 최신형 기재를 적용하고 시대에 맞게 서비스를 일신해서 수익성 개선과 함께 철도사업의 가치를 입증해 보이려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라 하겠습니다. 미국 답게 국내에서 각지에서 조달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걸 강조하는 건 당연히 따르는 일이고.

P.S.: 저 갑종차량수송에서 재미있는건 기관차를 앞뒤로 물려서 운행하고, 그 사이에 구태여 객차(선두쪽은 객차+소화물차)를 끼워넣은 점일겁니다. 제동 어댑터나 연결기 어댑터 목적이 없진 않아보이지만, 소화물차가 끼어 있는건 아마도 고장이나 여타 사고에 대응하기 위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기관차도 화물회사의 것이 아니라 앰트랙의 자체 기관차를 동원한 것도 그렇고. 아무래도 우리나라의 갑종회송보다 엄중하고 준비태세가 강한데, 도중에 지원을 받을만한 역이나 처소가 없다보니 저런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화물회사 선로를 빌려쓰는 입장이다 보니, 그 이상의 서비스를 받다가는 비용문제가 심각해질테니 방어가 철저하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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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재용 열차.

6/4/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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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연방철도의 방재열차(출처 : Wikimedia commons)

  이번 산불이 워낙 대단했었고,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덕에 영동선 철도가 일시 두절되기도 하는 영향도 생겼습니다. 그리고 이걸 위해 전국의 소방력을 전부 동원하는 희대의 일도 벌어졌는데, 이러다보니 철도쪽에서도 이런 방재 차량이 필요한게 아닌가 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실 의외로 철도에서 소방 및 방재전용 차량의 사용은 기중기와 거기 붙은 부수편성, 그리고 유니목 등의 궤륙차 외에는 예가 극히 적은데, 일단은 사후적인 대책보다 사전적인 대책이 우선시 되어 있고, 그래서 시설 자체에 초기진압이 우선시되고 있는게 큽니다. 또, 근래에는 무인역이 늘고 있지만 이용객이 많은 곳은 상주직원이 배치되어 있어서 그만큼 대응이 빠른 것도 있는 편입니다. 또 안전이 위협되면 운행을 통제해서 위험 상태에 열차가 들어가 있는 걸 억제하기에 사후적인 방재대응 소요가 비교적 적고, 그나마도 현시대에는 차량의 발전과 도로망의 개선으로 도로 인프라를 활용해 소방과 구난을 하는게 더 빠르고 안전하다는 점이 있어서 구난방재쪽에는 의외로 열차가 썩 유용하지는 않은 편입니다. 기중기나 궤륙차는 구난방재 자체보다는 이후의 사후복구에서 유용한 장비라서 또 별론으로 다뤄지는 거고.

 다만, 그럼에도 소방 방재 전용 차량을 굴리는 케이스가 있는데, 바로 스위스입니다. 여기는 알프트랜짓 사업으로 50km가 넘는 장대 산악터널이 차차 건설되면서 그 터널의 방재대책으로 도입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터널 구난 외에도 워낙 산간지역에 도로 접근성이 나쁜 구간이 많다 보니 거기에서도 유용하게 쓸 수 있다고 본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터널 구조물 자체의 방재대책이 충분히 있기는 하지만 고타르트 베이스 터널의 경우 지상에서 거의 700m이상의 수직구로 내려가야 터널면에 도착한다거나 하는 악조건이 겹쳐 있고, 터널 자체도 여객 외에 자동차 피기백 같은 위험성이 큰 화물 통과가 예정되어 있어서 추가적인 방재대책으로서 마련을 한게 아닌가 추정됩니다. 

 차체 자체는 독일 Windhoff사의 내연화물동차 차대를 활용한 것으로, 폐회로 급기가 가능한 운전실을 완비하고 있으며, 최고속도는 100km/h까지, 출력은 량당 390kW 정도의 동차입니다. 차종 자체는 세 가지로, 장비차와 살수차, 그리고 구난차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장비차는 소방차들이 그렇듯이 각종 구난작업용 장비류를 적재하고 있다고 하며, 살수차는 50톤의 물을 적재하고 살수용 관창을 2개소 적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가장 압권은 구난차인데, 이쪽은 폐회로 급기가 가능한 승객 캐빈을 설치해서 60명의 인원을 승차해 이동하는게 가능하다고 합니다. 터널화재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게 질식문제다 보니 이런 설비가 되어 있는 모양입니다. 운용은 소방차와 비슷하게 3차종을 묶어서 투입하되, 필요시에는 분리해서 사용하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또한, 3편성 모두 동력이 완비되어 있고, 합계출력이 1,170kW, 대충 1500마력 정도가 나오는지라, 실제 기관차 대용으로 화차류를 견인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저런 차량이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좀 이론의 여지가 있지만, 향후 장대터널이 늘어나게 된다면 고려해볼 가치는 있을거라 봅니다. 기존선 최장이라 다뤄지는 대관령터널이나, 고속선의 율현터널 같은 케이스에서는 활용도가 있지 않을까 생각은 드는데, 다만 장비가 잔뜩 올라가는데다 전용 차량이라 다른데 활용을 할 여지가 거의 없다보니 비용효율성 문제는 지적이 될 수 밖에 없긴 할겁니다. 또한 이미 도로 인프라가 상당히 보급된 국내에서는 일반 소방차에 의존하는게 범용성이 있기도 할거고 말입니다. 그럼에도 한번정도 돌아보게 되는건 저 장비가 아니면 안되는 상황이 한 번이라도 있다면 그때엔 정말 가치가 있긴 하지 않나 생각은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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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철도 증속사업 건.

23/11/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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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대 주파'... 공항철도 서울역∼공항간 쾌속화 추진 

 간만에 꽤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온 거 같습니다. 110km/h운행인 현재 선로를 개량해서 150km/h운전을 실시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게 나온 배경이 아는 범위 내애서는 꽤 재미있긴 합니다.

 사실 이게 이미 기설투자가 있기 때문에 대규모 투자없이 가능한 이야기기는 합니다. 사실은 KTX직결운행 추진을 하면서 이미 한번 검토가 돌았고 그리고 이미 그때 궤도쪽은 개량이 모두 끝이 난 상태였기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거긴 합니다. 그 당시의 사업추진 관련으로 나온 논문이나 각종 보도자료 나온걸 더듬어 보면, 지상구간의 경우 이미 200km/h수준의 개량을 전부 완료를 하되, 지하구간과 직결궤도로 건설한 영종대교 구간만 이게 안된걸로 압니다. 지하구간의 경우는 개량을 하는데 문제는 없지만 전차선 쪽이 개량에 상당한 난점이 있어서 못한걸로 기억하고, 신호쪽 개량이 잡혀있다가 결국 안되서 KTX가 ATS로 운전을 하던 제약이 있던걸로 기억을 합니다. 그래서 공항철도가 차상신호 기반의 노선임에도 연결선 이후 구간에는 ATS 지상신호기가 늘어서 있는 광경이 벌어져 있었고 말입니다. 이외에 전력쪽도 KTX운행 때문에 추가로 변전소를 증설하기도 해서 열차 증강의 여력도 상당히 나온걸로 압니다.


 따라서 이번 증속사업에서 검토가 들어갈 부분은, 현 차상신호 시스템을 150km/h운전에 대응시킬 수 있도록 개량하는 것과, 차량 전체의 일괄교체, 그리고 가능하다면 KTX직결때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던 궤도 미개량 구간이나 전차선 미개량 구간, 분기기 고번화 같은걸 해소하는 정도가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사실상 KTX직결이 폐지되면서 매몰로 들어가버린 부분들 중에 살릴 수 있는건 되살려 쓰는 걸 노리는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시설쪽의 투자가 이미 싹 돌고 났으니 이걸 적극 뽑아먹는거야 나쁠건 없고 말입니다.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차상신호쪽의 개량 내지는 신규 시스템으로의 교체와, 대피취급역 중 검암, 영종 2개역의 고번화 개량 정도까지만 하고 지하구간은 현행대로 그냥 사용하지 않을까 추정이 듭니다. 혹여라도 더 한다면 공덕역의 사전시공부를 활용해서 2면3선 구조의 대피역화 정도까지는 할 수는 있겠지만 딱히 필요한 사업은 아닌지라 이번엔 안할 거 같고. 이정도만으로는 시간단축 효과가 2/3정도로 제약이 될테니 10분 정도의 단축이 한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만 좀 검토가 필요한 부분은 차량 시스템 쪽입니다. 사실 기존 KTX직결사업에서 차량시스템을 전부 교체하는 거까지 검토를 했던 이유가 성능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상황에서는 다이어 설정이 굉장히 빡빡했기 때문이었고, 그래서 전 차량교체 아니면 직통만 교체하거나 일반만 교체하는 부분교체는 배차를 크게 희생해야 되어서 의미가 없단 결론이 나온바가 있습니다. 따라서, 하게 된다면 직통과 일반 전부 150km/h급으로 갈아치워야만 합니다. 그래서 증속으로 인한 최소시격의 증가 외에, 속도차이로 인한 잦은 대피나 들쭉날쭉한 배차간격 같은 단점을 해소하는게 가능하니, 이건 거의 필수일겁니다.

 문제는 이렇게 차량을 전부 개비하게 되면, 현행 차량을 일괄 도태시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문제는 현재 차량 중 1차분의 도입은 2006년 경에 이루어졌고, 이후 2차분이 도입된건 2010년에 2단계 개통 직전의 일이었습니다. 검토에 언급되는 2023년을 기준하면 1차분은 경년 약 17년차, 2차분은 약 13년차에 차량 퇴역을 추진하게 된단 이야기인데, 철도공사나 다른 도시철도 회사가 차량수명을 최대한 뽑아먹다 못해 연장사용까지 하는 걸 생각하면 그야말로 호사를 부리는 격이 되는데 있습니다. 누가 돈지랄이라고 까거나, 세금낭비라고 까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 된달까. 근래 일본에서 하듯이 15년차에 도태시키면서 전반검사 같은 중정비 사업을 삭감하는 게 반드시 불경제는 아니기는 합니다만, 이것도 애초 차량조달시점이나 차량기지 설비 계획 단계에서 그랬어야 하는 말이라. 

 여기에 150km/h급 차량을 도입하게 될 경우, 예산절감을 이유로 4량편성화 하는 위험도 있습니다. 과거 180km/h급 차량으로의 교체사업 추진 과정에서 로템이 못하겠다고 넉다운 되어서 무산의 이유를 하나 만들었는데, 그 이유가 "4량편성으로 그정도 속도를 내는 차를 만들 수 없다"라고 해서였던걸로 기억합니다. 즉, 당시에는 4량편성화로 편성단축을 해서 구입예산을 절감하자고 덤볐는데, 그때에 비해 수요가 엄청나게 늘어난 지금에 와서도, 총예산 확보가 난감하다는 이유로 그짓을 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오히려 8량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그러면야 정부 내에 누군가는 먼지를 입에 물어야 할겁니다마는, 정부를 신뢰할 수가 없으니.

 그리고 아마 서울시 측에서 좀 꼬롬하게 볼 부분이 생기는데, 150km/h급 6량편성 차량이라면 ITX-새마을의 동력성능을 그대로 쓰거나, 통근차에 요구되는 가감속 강화를 위해서 4M2T화한 강력화 편성을 쓸거라 봅니다. 문제는 이정도 규격이면 기존 9호선의 편성과 달리 전력소요량이 확실히 더 클거라서 향후 직결운전시에 트러블의 위험이 높습니다. 여기에 차량단가 역시 비싸질 수 밖에 없고, 신호개량 사업에서 다른 신호시스템으로 교체하게 되면 직결운행의 전제조건인 신호의 호환성이 깨치게 될 위험도 다분합니다. 즉, 사실상 직결운전을 포기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물론, 9호선 직결이 득책인가는 사실 장담하기 어렵고, 김포공항역 구조상 환승이 큰 부담은 안되는지라 이걸 포기하는 것도 방법이긴 합니다만... 문제는 9호선쪽은 차량이 충분치 못해서 이런저런 사업으로 최대한 차량을 조달해 넣으려는 상황에서 좀 찬물을 끼얹는 상황이 되는게 좀 문제라면 문제일겁니다.


 마지막으로 차량 도태시에 이걸 어딘가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봐야 할겁니다. 17년차에 도태라면 설계당시 법정규제상 8년 정도의 잔여수명이 남게 되는데 조기폐차하기에는 좀 애매하게 남은 숫자고, 13년차 도태라면 수명의 절반 정도 도래한 상황이니 재활용을 하지 않으면 좀 말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공항철도 차량이 일반철도에 준하는 대형차량규격에, 교류전용차라서 전용가능한 노선이 철도공사 운영노선 정도밖에 없다는데 있습니다.

 여기에 현재 돌아가는 광역철도 사업 중에서 6량편성 차량을 소요로 하는 사업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는데 문제가 또 있습니다. 4량편성도 크다고 예타에서 3량이나 2량까지 들고오는 상황인데 6량편성을 쓸 데는 기존 노선들 중에서 찾아봐야 할 상황이랄까 그렇습니다. 또, 부품체계나 신호체계가 완전히 별개로 만들어진 차량이 되어놔서, 기존의 대량양산된 철도공사 전동차와 혼용하기도 어렵고 부품체계도 이중화가 되어야 하는 난맥이 있습니다... 일본 중소사철들이 궁상떨듯이 폐차를 대거 받아와서 일부는 부품용으로 유치하면서 야금야금 해체하고, 일부는 운용하는 식으로 쓰는건 철도공사 체질상 도저히 할짓이 아니고 말입니다.

 또 도태 타이밍을 감안하면 광역전철 사업에 충당하기에는 타이밍이 너무 어긋나기도 합니다. 2023년 도태가 되면 현재 계획중인 광역전철 사업이 좀 딜레이되서 영업개시하는 타이밍인데, 추가로 1년씩 밀어서 하지 않는 이상에는 차량의 운반, 개조, 시운전 등의 과정을 거쳐서 투입하기는 매우 난감하다 할겁니다. 결국 기존 운행선에 증비차나 대체차량 정도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광명셔틀 내지는 추징중인 구로기지 이설용 광명지선 같은데 충당을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현재 기준으로 보면 광명셔틀은 여유가 만만한 상황이고, 광명지선으로 잘라낸다 해도 썩 많이 탈거같지는 않은데, 대신 4량편성 투입덕에 편성확장이 쉽지 않은 노선들에 기존의 4량편성을 증비차로 돌려주고, 10량편성 구간에 혼용되는 이 노선에 활용하는게 가장 잘 써먹기는 좋을겁니다. 어느정도 운용경험과 정비체계가 잘 갖춰지면 차량 여유를 활용해서 RH시간대에 병점-영등포간 급행전동열차 같은 식으로 충당을 돌려보는 것도 가능할거고 말입니다. 직통차 쪽은 아예 급행전용 용도로 쓰거나, 아예 관광전용열차 식으로 투입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을거고 말입니다.

 일단은 함 질러는 볼만한 사업이고, 기왕 할거라면 좀 더 빠르게 9호선 측 직결운행 건까지 묶어서 발주타이밍을 좀 당겨볼 수 있게 해보는게 좋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15년차 정도에 실시를 하게 되는게 가장 베스트긴 한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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