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동차 투입을 쉽게 결단을 못내리는 것은 사실 아주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현재 2량1편성밖에 없고, 형식승인도 확보되지 않은 차량을 지금 시점에서는 무슨 짓을 해도 내년 말까지 영업차량으로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시험용 차량 1편성만 가지고는 해당 차량을 사용해도 좋다는 규제당국의 특인이 있다 한들 총연장 32km짜리의 최고속도 80km/h내외의 노선에서 하루 20왕복의 운전을 수행할 수 없을 뿐더러, 혹여 과속과 무정차 운전계획을 기반으로 빡세게 굴려서 횟수를 어떻게든 맞춘다고 하더라도 하루만 그렇게 운전하고 말게 아니라 매일같이 영업운전을 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20왕복을 1차가 다 뛴다고 하면 대충 1280km를 달리는 건데, 이정도 주행거리면 3~4일이면 기초 점검주기를 거의 채우게 될겁니다.
여기에 수소차량과 별개로 충전 인프라 구축이 따라줘야 하는데, 이게 그냥 능곡역이나 의정부역에 충전소 시설을 하나씩 가설하면 되는 문제로 끝나는게 아닙니다. 인화성 가스를 대량으로 취급하는 시설이니 각종 안전규제를 맞춰야하고, 시설 입지규제를 넘어야 할거며, 또 지자체의 승인과정도 따라붙으니 일이 작지 않을거라 할겁니다. 여기에 현재 부생수소를 차나 파이프라인으로 실어와야 하는 상황이고, 이러한 수송계획도 따로 마련이 되어야 합니다. 정작 이런 시설과 시스템을 갖췄더니 쓰는건 결국 수소동차만 겨우 쓰고 다른데엔 전용하고 자시고도 없더라 하면 뭐... 많이 난감할 수 밖에 없을겁니다.
게다가 수소차량의 안정성 문제로 가면 동절기에 밸브가 얼어붙어 차가 죽어버렸다거나, 공급된 수소에 "연료전지를 죽이는 물질(메테인)"가 들어가서 차량을 잡아먹는다거나 하는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는 등, 아직까지 완성된 시스템으로서의 안정성은 의문이 있다 할겁니다. 그런 건 좀 각오한 바라고 회사나 개발자는 크세르크세스처럼 "나는 관대하다"하며 넘어갈 수 있을 지 몰라도, 그거로 통근 통학하는 이용자들은 아마 그렇게 차가 퍼지면 우르르 몰려가 "This is Sparta!"를 외치며 역무원들을 걷어찰 겁니다. 아마.
그래서 이게 어려우면 개발사업도 완료되었고 실제 영업차량이 슬슬 제작단계에 들어갈만한 무가선 트램을 대안으로 이야기를 하는데, 이 쪽의 개발 결과물 사양을 찾아보면 좀 많이 난감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개발된 현재 차량은 나름 그런대로의 가감속 성능과 70km/h의 최고속도를 낼 수 있지만, 배터리의 용량은 196kWh 정도, 이를 바탕으로 1회충전 당 주행거리는 42km로 이래가지고는 완전히 역부족이라 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참고로 근래의 배터리 버스들은 250~350kWh정도의 배터리를 채용해서 1km당 0.7~1.0kWh정도의 소모율로 운행이 가능한 정도라고 하는데, 문제는 배터리 용량을 최대부터 최저까지 쓰다가는 배터리 사이클을 빨리 소모해 빠른 사망 및 안전사고를 부를 수 있기 때문에, 보통 용량의 30~50% 정도만, 완충이나 완전방전을 피하는 운용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100~120km정도의 주행을 하면서 자주 충전을 실시하는 식으로 운전체계를 맞춰가고 이로인해 생기는 회전율 저하는 차량을 늘려서 감당하는 식으로 가는 모양새랄까. 여담이지만 덕분에 운전사들이 휴게시간이 적절히 확보되고, 주행성능이나 거주성이 좋은 전기버스 운전을 꽤 선호한다는 이야기가 있기도 합니다.
이야기가 좀 샜는데, 현재의 무가선 트램 사양으로는 교외선에서는 1회충전으로 1왕복은 커녕 편도 운전을 겨우 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에서 배터리 용량을 늘리거나 슈퍼캐퍼시터 같은 시스템으로 회생전력 등을 적극적으로 회수할 수 있게 시스템을 짜넣어 주행거리를 늘리더라도, 결국 1왕복이 굉장히 아슬아슬하다는 이야기가 되고 이래가지고는 영업운전에 적극적으로 쓰기는 어렵다 할겁니다. 특히나, 트램들이 병용궤도를 기반으로 해서 비교적 느리고 가감속을 반복하는 운전을 하기 때문에 배터리 소모를 좀 저감하기 좋은 여건인데 비해서, 철도선은 아무리 듣보잡선이라도 트램용 궤도에 비하면 고스펙이고 그에 따라 상대적으로 고속 장거리 순항이 따르는지라 운전환경이 상당히 가혹조건이 되어버리는 문제가 따라오게 됩니다. 이걸 대응하려면 배터리를 더 늘려서 가야하겠지만, 그 순간 차량가격이 막 오르고, 또 시스템이 중후장대해지며, 동시에 생애주기비용도 확 올라가는 문제가 생길거고... 참 진퇴양난의 그림이 되어버린달까 그렇습니다.
기관차의 양단연결 문제는 사실 안전에 좀 하자가 있는건 맞기는 합니다. 일단 후부에 무거운 차가 붙어있는 만큼, 제동시에 승차감이 꽤 나빠질 가능성이 있기도 하고, 또 연결한 기관차가 계속 동력이 투입되어 있는 상태라면 이래저래 감시없이 운행하는 것이 꽤나 부담이 되는 상황이 될수밖에 없습니다. 왕년에 있었던 폭주기관차 케이스처럼 뭔가 유화회송 모드로 전환을 한다는게 풀노치 들어간 채 고착된다거나, 발전제동 해제가 안되서 화재나 기기고장으로 이어진다거나 하는 식의 리스크는 있을 거고 말입니다. 또 건널목 충돌사고나, 안전측선 돌파 같은 탈선사고가 났을때 최후미의 대중량차량으로 인해 2차 피해가 늘어나는 등의 문제도 있을 수 있어서, 이거에 대한 시뮬레이션 검증 정도는 하고나서 하는게 맞기는 할겁니다.
하지만,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PP운전을 꽤 오래전에 해왔던 전력이 있습니다. 전후동력형 새마을호라고 해서 말입니다. 또 객차들은 비록 전기지령식 제동장치가 빠져있어서 PP운전 대응이 잘 될지 우려는 있지만, 연결기 자체는 밀착핀을 갖춘 너클형 AAR연결기로 과거 PP동차와 동일한 물건을 쓰고 있어서 현실적으로 운전이 불가능하지는 않을겁니다. 물론, 이런저런 리스크는 있긴 합니다마는. 그래서 4400호대 양단연결 같은 형태로 운전하는 거 자체가 엄청나게 위험하고 기술적 근거가 없는 파천황적인 방법까지는 아니기는 합니다. 아마 제어용 인통선을 개조로 객차에 추가하고, 몇가지 안전장치를 추가 개조하는 식의 대책이 있다면 이게 위험한 운전방식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건 아닐겁니다. 애초에 무화기나 유화기의 최후미 연결 규제 자체가 크랭크로드로 구동하고 밸브기어로 기계식 제어를 돌리던 시절의 사고위험 때문에 차량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생겨났던 규제고, 그게 이후 디젤시절에도 어느정도 합리성을 가진 규제였기에 유지된거라.
사실 지금으로서는 무궁화객차 끌어다 쓰는게 2024년 말이라는 타임스케쥴을 맞출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기는 합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 연장사용기간이 대부분 종료되는 2026~7년까지는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유예기간이 될거고 말입니다. 그 사이에 대안을 찾아봐야 할거고, 이 과정에서 반드시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수소동차 외에 디젤동차든 디젤기관차 기반의 PP운전이든 주와 부 두 가지의 방안을 찾아보는게 맞다고 생각을 합니다. 일단 수소 단독으로는 아직까진 신뢰성이 완전히 담보되지 않은 상태고, 디젤차량 기반의 대체시스템은 장기적으로는 폐지되긴 하겠지만 적어도 10년 내로 전폐의 압력이 오긴 쉽지 않을거기 때문입니다. 사실, 디젤 여객차량은 어떤 종류가 되었건 업무용 내지는 특수구간용으로 어느정도의 수요는 당분간은 남아있을테니, 좀 낭비성이긴 해도 둘 다를 고르는게 손해가 되진 않을거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