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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 차량 결정 관련 가설 하나.

30/10/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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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3년 고속철도 코어 시스템 결정 당시 일본과 독일을 제끼고 프랑스의 TGV 시스템이 들어온 건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옛날에 이야기를 했지만, 일본이 배제된데 민족감정 같은 부분을 정치적으로 반영해서 그렇다고 말은 하지만, 평가에서 기술이전에 소극적이고 가격적으로도 메리트가 없었으며 최종 평가까지 남지 못하고 도중탈락된건 당시 기록에 남아있는 부분입니다.

 과거에는 GTO 사이리스터 인버터 베이스의 300계 신간선 전동차를 한국 규격에 맞게 조정해 제안하거나, 전구간 별선을 전제로 제안했다고 추정을 했고, 그래서 중정비 이전문제나 전체 구간의 별도 건설이 비용문제의 키라고 생각을 했는데... 실은 그게 아니었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생각한 배경은, 89년 즈음해서 뜬금없이 나타난 야마가타 신칸센 구상이었습니다. 87년 민영화 출범이 있고 이후 JR각사는 경영이 빠르게 안정화되는(사실은 정부가 상당부분의 부채를 인수하는 빚찬치 덕이지만) 모양새가 나타납니다. 다만, 국철 당시의 과도한 건설투자와 누적채무의 공포가 남아있던 시대다 보니 신간선은 상하분리(이후 JR매입하여 상하일체로 전환)에 동결된 각 공사 및 전국 신간선철도 정비는 모두 그대로 통제하고, 조반신선 같은 건에 대해서도 JR동일본은 건설이나 운영에 대해 굉장히 소극적 자세를 견지하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이 와중에서 뜬금없이 정치와 협의끝에 저 야마가타 신칸센을 미니신칸센으로 추진하게 됩니다.

 여기서 정비신간선으로는 순번도 한참 밀리고 또 대규모 공사를 꺼리는 당시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현지에서 요구만으로 저런걸 결정하기엔 좀 온도차가 많이 나지 않았나 생각이 드는 결정이라면 결정이었습니다. 정비신간선 계획 동결의 해제가 93년 부터 이루어진걸 생각하면 좀 묘하게 서둘러서 건설이 들어간 감이 있는데... 여기서 머리를 치는게 미니신칸센의 규격이 한국의 기존선 철도와 대동소이하다는 부분입니다. 표준궤 철도, 교류전철화(다만 25kV가 아닌 20kV), 그리고 3m를 넘지 않는(2,945mm) 차체 규격이라는 점에서 이런 의구심이 든달까.

 특히나 차량 사양면에서 좀 눈에 띄는게 300계 차량이 GTO사이리스터에 알루미늄 차체 등 꽤나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채용하는 데에 비해서, 꽤 구태의연하게 사이리스터 제어 외에는 철제차체에 직류전동기를 그대로 유지한다는게 좀 괴이쩍은 감이 있습니다. 물론 도호쿠 신간선에 200계 차량이 다니고 있는 상황이라 병결시 모터 성능을 맞추기 위해 그럴 수 밖에 없다고 할 여지는 있지만, 나중에 이 차량과 VVVF제어를 적용한 E4계 차량을 병결하거나 하는 예도 있고, 또 차체 재질의 경우 이미 스테인리스나 알루미늄 차체 자체는 상당히 실용화된 것도 있어서 뭔가 "사연"이 있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400계 차량의 이런 정황에 추가적으로 의심이 되는 부분이, 초도시험차량의 완성 시점이 1990년 11월로 개궤공사가 다음 해에 착공되는 걸 생각하면 이례적으로 빠른 느낌이 있습니다. 당시 국내에서는 고속철도를 노태우 행정부의 공약사업으로 검토가 본격화 된 감이 있는데, 90년대 말에 코어 시스템 결정을 노태우 행정부에서 하느냐 다음 행정부에서 하느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상당히 심했고, 실제 91~92년에 거의 결정까지 갔다가 최종적으로 93년으로 밀리는게 당시 언론에서 확인이 됩니다. 이 미묘한 타이밍을 생각하면 90년 11월의 완성차가 나오는 것에서 뭔가 묘한 뉘앙스가 느껴진달까.

 만일, 이 가설이 맞다면... 몇몇 일빠와 혐한들이 KTX-1차량을 구매한 걸 두고 잘못된 결정이었네 어쩌네 하는 것이 그야말로 아주 무지한 오지랖에 가깝단 이야기가 됩니다. 물론 최고속도 시험 운전에서 348.8km/h 까지 낸 기록이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운용속도 240km/h를 기준으로 한데다, 기술적으로는 이미 도태단계에 있던 직류전동기를 채용하고, 당시 이미 국내에서 전동차용으로 채용을 추진중이던 GTO 사이리스터 인버터 제어기술도 빠진 그야말로 깡통차에 가까운 기술제안인 셈입니다. 당시 제안된 TGV 기술은 300km/h 영업운전을 시행하고 있었고, 비록 이후에는 정비성이 좋은 유도전동기에 밀리지만 당시로서는 차세대 전동기로 검토되던 동기전동기를 채용했으며, 비록 현대적인 인버터는 아니지만 장기간 입증된 사이리스터 인버터였으니, 여러모로 당시로서는 기술적 사양차이가 제법 났다고 해도 그리 틀린 이야기는 아니랄까.

 물론 이런 기술결정을 비교적 최선을 다 해서, 꽤 철저한 가격협상까지 한 끝에 나름 합리적으로 내렸다 해도, 결국 93년에 10.7조원으로 99년 완공으로 추진되던 사업은 이후 4번의 사업변경으로 2배 가까이 사업비가 치솟고, 사업기간도 6년에서 완공까지 20년이 걸린 역대급 사업이 벌어지면서 그야말로 완전히 꼬이게 됩니다. 93년의 기술이 10년뒤에는 판도가 완전히 바뀌어서 진부화되어버렸으니, 그 때의 최선의 판단이 이후에는 의미가 많이 희석되어버린 셈이기는 합니다. 다만, 그때의 결정을 우매한 결정이네 뭐네라고 하기에는 실제 컨텍스트는 상당히 복잡하달까.

P.S.: 사실... 저 고속철도 결정 과정에서의 흐름에서 조금 더 일본측이 "이럴수가 있나"라는 반응이 나온건 단순한 민족감정적인 이유라고 몰기에는 좀 더 복잡한 정황이 있습니다. 함부로 떠들고 다닐만한 이야기는 아니라 여기에 적진 않습니다만... 일본측은 기존의 커넥션만 믿고 꽤 기고만장해 있다가 통수를 당한게 아닌가 라고 추정이 되는 정황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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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기관사는 7시간 연속 운전을 한다는 쌩구라.

24/10/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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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일보의 노조 배싱 기사(링크) 

  거 아직도 이런걸로 약을 파는 사람들이 도처에 널려있는 걸 보니 여러모로 참 재미있다 싶습니다. 조금만 검색해 보면 '이 XX롬이 어디서 약을 팔어?' 소리를 들을 말을 태연자약하게 떠들고 다니고 있으니 기자라고 안부르고 기레기라고 부르는게 세태가 되는거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일단, 한국철도공사의 기관사들의 승무기준 자체는 단체협약의 부속협약으로 공시되고 있는 사안입니다. 물론, 저 자료를 제공한 치가 누군지 몰라도 단협의 내용과 취지를 제대로 이해 못하는 수준이하의 분석자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런 사람들이 단협이나 근로기준을 만지는 경우라면 그야말로 사람잡는 물건들 여럿 나올거라 생각이 듭니다. 한국에 존재하는 모든 규제가 다 그렇지만, 과거에 트러블을 낸 적이 있거나 사람을 잡았던 전례가 있는 사안들을 잡아족친거라 봐도 될겁니다.

 좀 쉽게 해설을 하자면, 기본적으로 교번 근무 내지 쉬프트(shift)라 불리는 변형 근로는 통상적인 9-to-5(우리나라는 점심 1시간이 불산입+무급이라 9-to-6지만)와는 완전히 다르고, 그만큼 관리소요와 근로자의 부담이 크기 때문에 이런저런 규제가 가해집니다. 그리고 그 규제라는게 사람을 믿고 시켜줬더니 하도 사고들을 쳐놓고 야바위가 판치니 점차적으로 까칠하게 이것저것 시시콜콜하게 규제가 들어가는 거고 말입니다. 기본적으로 쉬프트를 짜는 규칙에서 큰 골조를 이루는 것은 총 근무시간과 연속집무(운전)시간, 그리고 최소휴게시간과 각 쉬프트 간의 시간이격, 휴무의 정의 같은게 다 들어갑니다.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해외의 시스템과 일부 달라지는 부분이 나오는건 한국의 근로기준법 상의 규제가 유럽과 전혀 다르고, 또 실무관행에서도 유럽에서는 주박(단절시간)의 불인정 같은 부분들이 있어서라고 봐야 할겁니다.

 다만, 영국은 물론이고 유럽 차원에서 철도쪽의 쉬프트에 대해서는 명시적인 규제를 두지는 않는 편인데, 이건 단협이 잘 정비되어 있고 산업 표준에 가깝게 적용되고 있어서에 가깝습니다. 이런게 취약한 도로차량, 주로 자동차운수부문에서는 생각보다 자세한 EU규제 및 국가별 규제가 존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서, EU의 운전 규제의 경우는 하루 최대 운전 시간은 원칙 9시간까지, 그리고 한 주의 운전시간은 최대 56시간까지로 제한됩니다. 또한 4시간 반 마다 45분의 휴게시간을 부여해야 하고, 주휴는 45시간의 연속휴무시간이 주어져야 하는 식으로 규제가 들어가 있는데, 이게 말 그대로 최소규제의 개념으로 국가별로 이보다 엄격한 규제가 적용되는 케이스가 많습니다.

실제 영국 철도의 기관사 승무 기준으로 제시되는 사례를 하나 인용하자면, 영국기관사노조(ASLEF)의 지침에 나온 내용을 들 수 있습니다(링크). 여기에 내용을 보면 7일 간 44시간의 근로시간 상한을, 그리고 연간 평균 35시간 이하로 근로시간을 부과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주간 근로는 10시간까지, 그리고 야간근로의 경우는 8시간으로 제한되며 최소 근로시간은 6시간으로 규정됩니다. 이것만 보면 10시간을 전부 승무를 시켜도 되는 것 처럼 읽혀지기 쉽지만, 실제로는 6시간 근무 마다 최소한 20분 이상의 휴게시간을 3~5시간 후에 부과하게 되어 있고, 6시간 이상의 근무에 대해서는 각 20분 이상의 휴게시간을 2번 부여하되, 3~5시간 후와 6~8시간 후에 부과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즉, 7시간 연속 승무같은건 애시당초 불가능한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것만 보면 철도공사의 승무안이 굉장히 후하게 짜여져 있다고 생각하기 쉽기는 합니다만, 20분 휴게가 말 그대로 최소휴게기준에 가까워서 실제 운용은 40분 이상의 휴게를 부과하는게 흔합니다. 그거 딱 맞춰서 줄이겠다고 하다가는 그날 열차운행 싹 말아먹는 일이 나올테니 그렇게 짠다고 봐야할거고. 저 기준으로 보면 아무리 연속근무를 부과하더라도 최대 연속근무는 4시간 30분을 넘길 수 없고, 편의적으로 휴게시간을 삭감하거나 미룰 수 없을테니(그러다간 교대가 안되거나 운행중 휴게시간 도래로 차가 설테니) 실용적으로는 3시간 정도로 쉬프트를 짤 거라고 봐야할겁니다. 여기에 출근해 이례상황을 대비하는 근무(No duty)가 부과되기도 하고, 기관차나 차량을 출고하거나 입고하는 경우에는 차량의 인수도 점검이 부과되며 이런것도 일차적으로는 근무시간에 들어간다고 봐야 할겁니다. 

 사실 이전에도 이야기를 하지만, 자동차 운전에서도 2시간 이상의 연속 운전을 지양하라고 안전 캠페인에서 계도하는게 현실입니다. 제대로 운행시간 및 피로관리 규제가 없던 자동차 운수에서 사고가 퍽퍽 터지는 꼴을 보고서도 이런걸로 약팔이나 하고 있는 걸 보면 참 대단한 사람들이 많지 않나 싶습니다. 정말 저렇게 약팔이 하다 걸리면 오함마로 손모가지 날리는 "오함마 프로토콜"을 만들어야 하지 않나 싶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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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일간 해저터널.

9/10/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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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일간 경제협력 의제 중에 이게 튀어나오다 보니, 현재 진행중인 파업을 까기 위해 말을 열심히 만들어내는 모습이 보입니다. 덤으로 토건뽕 주의자들과 종교적으로 의미를 두고 추진하는 일부 세력이 여기에 말을 덧대고 있는 모양인데... 솔직히 말해서 뽕좀 그만빨라고 하고 싶달까 그렇습니다.

 사실 위 사진에 인용한 러시아 철도(RZD)의 미래 건설계획에서 사할린까지의 연결계획은 언급이 있던 계획이기는 합니다. 저 지도에 사할린이 안그려져 있는데, 실은 연해주 쪽의 셀리힌(Selikhin ; Селихин)에서 라자레프(Lazarev ;  Лазарев)를 경유한 니쉬(Nysh ; Ныш) 까지의 철도계획이 그 계획선입니다. 현재 시베리아 지역 최동단에 연결된 철도가 콤소몰스크 나 아무레에서 소볘츠카야 갸반에 이르는 철도선인데, 이 노선의 도중역 셀리힌에서 분기하여, 현재 사할린으로의 페리 거점이자 해협에서 가장 좁은 지점의 본토쪽 항구인 라자레프를 경유, 사할린 종단선의 도중역인 니쉬까지를 이어 대륙 연결을 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이 계획안(솔직히 저게 되나 싶은 계획이지만)에서 사할린 남부에서 왓카나이를 연결하는 철도 건설을 포함시키면 현재 러시아가 제안한 철도정비의 전모가 나오는 택이 됩니다. 꽤 야심찬 계획이고 한반도 종관철도를 대체할 수 있을 거 같아 보이는 노선 구상이니 위기의식이 느껴질 수 있는 그런 그림입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지도에 줄긋기를 하는 사람의 탁상 위의 걱정에 가깝습니다. 왜 이런걸 가지고 그렇게 떡밥을 키워주나 모르겠다 싶은 레벨인데...

 일단 저 구간의 자연환경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동네들입니다. 일단 일교차가 크고 겨울이 혹독한데다, 주변지역이 굉장히 연약한 퇴적지대로 지형과 지질, 그리고 기후조건에서 철도를 제대로 부설할 수 있을지 부터가 일단은 논외랄까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기 언급된 루트 선정도 아무르강의 퇴적지대를 피해 구릉지대를 경유하는 걸 전제로 노선을 계획잡은 걸로 보이는데... 문제는 사할린의 서해안 주변도 비슷한 막장이라는 점입니다. 위성사진으로 보면 참 예쁘게 습지대가 펼쳐져 있는게 보이고, 이걸 도데체 뭔 수로 극복을 할지 상상이 안된달까. 

 일단 돈으로 어떻게든 발라서, 사방에서 토사와 암석을 가져다가 말 그대로 미친듯이 다져넣어서 어떻게든 한다 쳐도, 이번엔 사할린 철도의 취약성이 문제가 됩니다. 여기도 2000년대 들어서 러시아 광궤로의 개궤를 지속 추진해 왔지만, 아직도 과거 일본제국이 남부를 점유했을때 도입된 1067mm 협궤구간이 대부분이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후 러시아가 섬 전체를 영유하게 된 후에 정비된 종관철도도 이 궤간을 쓰기 때문에 60년대에 일본에서 기관차나 디젤동차를 사다 써야 할 만큼 러시아 철도와 따로 노는 동네였는데, 이 정비가 아직도 진행중이다 보니 역시 상당한 투자소요와 시간이 소요될 걸로 생각이 듭니다. 러시아 지도만 보면 지리감각을 잃기 좋은데, 사할린의 남북 양단 거리는 1000km에 육박하고, 본토연결철도의 접속점인 니쉬에서 현재 남쪽 철도종단인 코르사코프(구 일본명으로 오오토마리)까지만 쳐도 600km에 가까운 거리입니다. 러시아 철도가 비교적 저 규격이면서 빠른 정비속도를 자랑한다고 해도 투자액이나 소요기간이 그리 녹록한 수준은 아닐겁니다. 정비해도 단선철도를 면키가 어려운 저밀도 구간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오히려 돈만 있으면 왓카나이와 사할린 섬 남쪽 끝을 잇는 소야 해협 철도를 부설하는 건 어렵진 않을겁니다. 기후조건이나 지질이 괴랄하긴 하겠지만 그래도 한 60km짜리 터널로 퉁칠수는 있어 보이니 말입니다. 거기에서 거의 무인지경인 구릉지대를 뚫어 접속철도를 정비해야 하고 이런 문제는 어찌 보면 다른 구간의 철도정비사업에 비하면 평범해 보이고, 그나마 여긴 기후조건이라도 상대적으로 덜하기는 할거 같아 보이기는 하니 말입니다. 건설의 난이도 보다는 재정 난이도가 더 높아보인달까.

 이런 간난신고를 다 뚫고 철도를 뚫어 놓아도 사실 문제는 운영부문에서 불거질겁니다. 일단 궤간이 호환되지 않는거야 뭐 당연히 치뤄야 할 부분이니 더 말할것도 없지만, 일본철도의 화물수송능력은 한심하기 그지없고 오히려 연안수운에 치이기까지 할 정도로 빈약하기 그지없다는 문제가 존재합니다. 세이칸 터널같은 경우 신칸센 개통 이후 화물열차 통행을 늘리는데 제약이 굉장히 커진 상태고, 기술적 난제를 넘어 화물열차 슬롯을 늘려줘도 ISO컨테이너를 장거리 수송할 국내 인프라가 취약(없지는 않지만)한지라 국제간 철도화물 수송을 하고 싶어도 안될 가망이 높습니다. 정부투자로 어떻게 한다고 하려해도 이미 JR화물은 민간회사라 직접 지원은 문제가 되고, 여기에 JR화물 자체가 적극적인 대규모 인프라 정비사업에 투자할 체력도 거의 없다시피 한 상황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철도수송으로 석탄이나 석유를 수송할 필요성이 있는가를 보더라도 솔직히 그다지...라는게 현재의 분위기기도 합니다. 대규모 벌크 화물이 전국 각지로 나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럴만한 환경도 아니고, 결국 연해주 항만에서 제대로 된 인프라취급설비를 정비해서 선박으로 받는게 기존의 산업입지와 설비를 활용하는데 유리하니 철도수송을 할 이유가 없어진달까 그렇습니다. 뭐 시베리아 철도 경유로 뭘 보내는 것도 운임경쟁력이나 러시아 당국의 정책결정에 따라서 쉽게 휘둘리다 보니 90년대 제법 진출했던 업체들도 다들 선편으로 돌아서는 경우가 속출했다거나 하는 전례도 있고. 결국 종합해 보면 돈만 오지게 쓰고 경제적 가치는 별로 안보이는, 그냥 러시아 국내 철도에 투자해 달라는 걸 국제철도사업으로 포장해 에둘러치는 수준에 가깝달까. 

 솔직히 말해서 일본이 얼마나 호구 뒤집어 쓰는 각이 나오는가를 두고보는게 의미가 크고, 외려 일러간 외교 밀월 쪽을 더 주의깊게 보는게 낫지 않나 싶습니다. 대륙철도 사업 돈좌되네 이런걸 걱정하기 보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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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의 어려움.

3/10/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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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8억 쓰고 실패한 ‘2층 KTX’…2층 화물열차도 논란

 여당의 연대파업과 단식투쟁이 마무리되는 지금 시점에, 국감장에서 좀 재미있는 화두가 나온 거 같습니다. 국회로서는 당연히 한번정도 짚고 갈 수 있는 지적이 아닌가 생각되는 이야기인데, 이걸 두고 세금낭비라고 너무 매도하기에는 좀 꺼끌한 부분이 있달까 그렇습니다.

 연구개발이라는 건 전인미답의 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연구개발이 실패할 가능성은 늘 달고 갈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그 실패로 날아가는 돈이 한두푼이 아니라는 문제는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연구활동을 하고 그 실패를 기록으로 남겨 추후에 활용하고 할 필요가 있다 하겠습니다. 그걸 세금낭비니 뭐니라고 매도하기 보다는 왜 실패했는가, 그리고 어떤 점에서 차후에 이를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더 발전적이고 그나마 투자된 재원을 활용하는 길이라 할겁니다.

 사실 연구개발, 그것도 꽤 거창하게 착수했던 연구개발이 실패한 케이스는 많습니다. 옆나라 이야기 자꾸하면 좀 민망하지만, 대표적인게 리니어 모터카입니다. 이걸 60년대 미국, 독일에서 개념연구 하는 걸 보고 구 일본국철 시절부터 적극적으로 덤벼서, 70년대 미야자키 시험선도 만들고 열심히 개발을 했지만, 실제 실용차량을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이후 JR이후에 새로 야마나시 시험선과 프로토타입 차량을 만들고, 이제는 그걸 가지고 새로 건설을 한다고 덤비는데, 이 시점이 벌써 개발착수 후 50년이 되어갈 지경이니 이건 성공이라 해도 성공이라긴 좀 찝찝한 그런 케이스가 아닌가도 싶습니다. 그야말로 인디언 기우제 스럽달까.

 영국 국철의 APT도 그런 실패작의 전형인 셈입니다. 영국 여왕을 모신 시승식에서 차가 퍼지기까지 해서 그야말로 망신이란 망신은 다 당했던 실패작이지만, 그게 개발착수 후 20년 뒤에 많은 요소기술들을 곳곳에 남기고 실용차로 영국철도의 10년을 이끈걸 생각하면 망작이라고 매도하기엔 좀 그렇달까 그렇습니다.

 그런 실패를 왜 예견하지 못했는가라고 하면 그것도 좀 과한 이야기라고 할겁니다. 연구개발의 컨셉 자체를 잡는 과정도 비용이 들어가는 일련의 프로세스고, 당연히 그떄부터 큰 돈과 비용을 투자할 수는 없다 보니 한정된 전문가 풀 내부에서 아이디어를 결집해서 방향을 뽑아낼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시점에서 이게 된다 만다를 쉽게 판정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기도 하거니와, 그 사람이 전부 맞춘다는 것도 기대하기가 힘듭니다. 결국 어느정도 그럴듯하다고 판단이 되면 연구가 진척되는 거고, 그러면서 많은 장애와 한계에 부딛혀 가면서 이게 된다 안된다가 그림이 나오게 되는 겁니다. 그러다 보면 안되는 것도 나오는거고 말입니다.

 공학기술 연구라는건 순수과학 연구처럼 결과물이 없거나, 이러이러하다 라는 보고서 하나로 끝날 수 있는 수준은 아닙니다. 결과적으로 시제품과 여러 시험과정이 나올 수 밖에 없고, 그런 것들을 산출하다 보면 돈이 수십, 수백억이 투입될 수 밖에 없달까 그렇습니다. 이렇게 가다보면 이걸 매몰비용으로 처리할 것인가 아니면 답이 없지만 계속 갈 것인가를 고민할 수 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엄청난 규모의 프로젝트가 되어 이걸 죽이지도 살리지도 못하게 되는 경우도 나오게 되고 그렇기는 합니다. 그래서 좀 재원투입과 사업의 신중함이 요구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실패를 두려워하는 연구개발이 되어서는 안되지 않나...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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