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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색역 조차시설의 대체 가능성

13/2/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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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래 수색 역세권 개발 관련해서 슬슬 이야기가 있는 모양입니다. 물밑에서만 이야기 되다가 주변의 재개발이 맞물리면서 좀 더 적극성을 띄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는데, 문제는 이 수색역 주변은 기야말로 수도권 철도만이 아니라 한국 철도망의 급소쯤 되는 위치다 보니 이전 문제가 그냥 돈 좀 들어가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철도 운영 시스템 전체에 파급되는 복잡다단한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비견할만한 문제가 나올곳은 가야역 및 범일역 일대의 부산 도심 철도시설 재배치 정도나 좀 비벼볼만 할까 싶은 수준입니다.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크게 두 방향에서 접근이 있어야 합니다. 하나는 서울 일대의 철도물류 거점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라는 점과, 간선열차 운영에 필수적인 객차조차장 및 간선전동차 기지, 그리고 기관차 거점을 어떻게 기능저하 없이 이전할 것인가 라는 점입니다. 둘 모두 단순히 토지가치 차원에서의 접근으로는 망하기 딱 좋은 그런 이야기라 할겁니다. 

 물류 문제에서 컨테이너나 농산물 수송같은 것들이야 어차피 도로에 의존하고, 의왕ICD나 인천항이 관건이 되는 수송이니 현재적인 고민이라기는 좀 어렵기는 합니다. 당장의 문제는 아니니. 하지만, 전통적인 유개화차 화물들, 즉 지류나 포대 시멘트 같은 화물이나, 벌크 시멘트 수송에서 수색역은 상당히 중요한 입지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들 화물의 특징은 과거의 중후장대한 벌크 화물이지만 도시권 소비량이 늘 많고, 그래서 무작정 근교로 빼기 어렵다는데 있습니다. 

 또한 수색역의 가장 큰 특징은 과거 60년대에 서울역의 착발능력 개량을 위해 간선열차의 조차기능을 분리해 이전받았다는 점입니다. 과거엔 기관차 열차가 기본이었는데, 서울역의 승강장이나 부지는 한정적이다 보니 방대한 시설을 요하는 객차정비시설이나 기관차고를 수색으로 옮겨서, 서울역에서는 타고 내리기만 하는 식으로 효율화를 꾀하여 나온 것이 저 체제입니다. 덕분에 서울에서 수색까지 회송열차가 빈번히 다녀야 하는 태생적인 약점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이 회송은 수익을 발생하는 운행이 아닌만큼, 최소화하는게 효율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의 간선형 전동차나 KTX는 정비가 필요하거나 출발하는 역이나 선로를 바꿔야 하는 경우에나 회송운전을 실시합니다. 하지만 전통적인 객차열차들은 방향전환을 하려면 반드시 입환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수색역을 거쳐야만 합니다. 그리고 이들 객차열차들은 근시일내에 전폐하기는 어려운데다, 국내 소요량이라면 몰라도 국제열차나 야간열차, 또는 파동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 일정한 수요는 남겨질 수 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수색의 조차시설을 이전하게 되면 이 회송이 그만큼 길어지게 되고, 이로 인해서 전체 열차운영의 효율까지 다같이 망가지게 된다는 점입니다.

​ 현재의 수색 회송은 약 20분 정도의 운행시간을 가지는데, 왕복으로 치면 약 40분, 그리고 구내에서의 입환과 청소 작업을 가정하면 거의 1시간 반 이상의 작업시간이 소요됩니다. 덕분에 객차열차를 단거리로 운행시키면 회송과 정비에 들어가는 시간이 실제 영업운전하는 시간보다 더 길어지는 모순이 생기는 수준이 되고, 저런 리드타임이 있다보니 중거리 운행을 돌리려고 해도 하루에 투입가능한 시간이 제한되어있어 1왕복 내지 2왕복 정도로 제한이 생깁니다. 이 상황에서 이 회송거리를 2배로 늘린다고 하면 입환과 청소, 정비를 아무리 효율화해도 2시간 이상의 리드타임이 생기게 되니 간선열차의 효율은 곤두박질 치게 됩니다. 안그래도 객차열차 대부분이 적자열차인 무궁화호이니, 그야말로 이중고가 벌어진달까.

 여기에 기관차고의 배치가 멀어짐에 따라 유사시의 구원이나 대체수송편 투입에도 제약이 발생하게 됩니다. 즉, 기관차를 출고해서 구원에 충당시킨다 쳐도, 회송으로 날아오는데만 20~30분이 걸리게 되니 그만큼 수송장애도 길어지는 한계가 생깁니다. 지금은 체제를 많이 안정화시켰지만, 과거 용산역에 고정적으로 배치되던 입환담당 기관차와 차량기지가 없어지면서 수색이나 청량리에 전적으로 구원을 의존하고, 심하면 광운대나 의왕에서도 동원을 해야 할 상황도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만약 여기서 수색이 더 멀리 가게 되고, 청량리도 규모가 대폭 삭감된다면 사고나 수송장애에 대한 처리능력이 많이 취약해질 거란 우려가 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시설을 찾아야 한다면, 1. 일단 충분한 부지와 도로접속을 확보하여 운영 효율을 올릴 수 있어야 하고,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역과의 거리가 멀지 않아서 회송이나 셔틀링에 들어가는 시간이 크게 늘어나지 않아야 하며, 3.이를 위해서 급구배가 없는 지상 노선의 접속이 확보되는 개소를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게 충족되는건 경의선 지상구간 연선에 한정되는데, 또 이쪽은 향후 복복선의 계획이 있다 보니 수색역 처럼 본선열차의 지장을 주지 않는 입체교차 설비까지 시야에 넣고 검토를 해야만 합니다.

 이걸로 검토해 볼 수 있는 부지는 결국 능곡역 주변 정도, 좀 멀리 가더라도 파주와 고양시 경계 부근 정도가 한계라 할겁니다. 문산이나 월롱 정도쯤 가는 건 회송 열차의 도중 영업을 좀 우겨넣어서 어느정도 합리화는 가능하겠지만, 화물의 경우는 그야말로 너무 멀어져서 경쟁력을 상실할 위험이 다분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교외선의 경의선 입체교차 설비 및 문산방향 삼각선을 선투자할 값이라도 질러서, 구 대정역 주변을 물류단지화 하고, 이 입체교차 설비를 활용해서 능곡역과 고양기지 사이에 차량기지를 신설해 객자 및 간선여객열차 기지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이 듭니다. 이걸로 교외선 여객화의 가장 큰 애로인 입체교차시설 확충을 해결볼 수 있기도 하고, 또한 시내를 관통해 운행해야 하던 중앙선 축 화물열차를 광운대, 의정부를 거쳐 교외선으로 우회시키기도 용이해질 뿐더러, 기관차나 객차의 회송 또한 좀 더 편리하게 해결할 수 있을겁니다. 

 문제는 지역 민원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남을 거고, 또 이만한 투자부담을 누가 질 것인가의 문제가 남을겁니다. 또한, 수색역 개발 시도 자체가 뭉개져버린다면 이것 또한 공중에 뜨는 이야기가 될거고 말입니다. 다만, 너무 미뤄두다가는 이도저도 안되고 대체시설이 없어서 그냥 화물이나 객차열차를 전폐하는 방향의 의사결정으로 갈 수도 있고, 그걸로 상실하는 기회는 두번다시 되찾아 오기가 어렵게 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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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고속철 붐? : 스페인 EVA

7/2/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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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의 국철 사업자 RENFE가 최근 EVA라는 브래드의 저가 고속철을 투입하겠다고 홍보를 개시했습니다. 프랑스의 Ouigo 브랜딩을 참조하는 모양새인데, Inoui와 Ouigo로 양분해서 플래그쉽과 로우코스트로 나누는 마케팅 전략을 AVE와 이를 뒤집은 EVA라는 브랜드로 따라하는 듯 합니다.

 EVA의 주된 포커스는 25% 낮은 운임수준과 생채인식(지문)을 활용해서 멀티모달 티케팅을 한번에 처리해 주는 심리스 서비스에 있습니다. 낮은 운임 수준이라는 건 주로 소득이 낮은 청년층이나 가족, 단체이용객에 어필하기 위한 자리매김으로 보입니다. 이걸 위해서 기존에 투입하던 차량의 좌석 디자인을 더 많이 태울 수 있게, 예를 들어 2+1 레이아웃에서 3+1 대면식 레이아웃으로 바꾸는 식으로 정원증가와 좌석 공급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듯 합니다. 

 사용차량은 2004년 도입개시된 S102차량을 쓰는 걸로 추정되는데, 더 구형인 1992년 도입개시의 S100 차량은 알스톰과 계약조건이 걸려있는데다 궤간 문제까지 걸려있어서 일단은 논외가 된 듯 하고, S102 쪽은 신차 대체도 일부 되면서 어차피 차량의 리뉴얼 주기가 도래한 관계로 이 과정에서 과감하게 로우코스트 차량으로 돌려버린게 아닌가 추정이 됩니다.

 운행은 일단 마드리드-바르셀로나 구간에 하루 5왕복 투입을 시점으로 하되, 바르셀로나 측의 시종착 역은 시내 역이 아닌 외곽의 공항역인 엘 플라트(El Plat)를 활용한다고 합니다. 이점도 Ouigo와 비슷한데, 용량제약이 많은 시내역을 내주지 않고 용량에 여유가 있는 외곽 역을 사용하는 방식을 취하는 형식입니다. 심리스 티케팅을 적극 도입하는 배경에는 아마도 이런 불리한 터미널 입지를 연계교통으로 해결을 해 보겠다는 복안이 있다 생각이 됩니다. 

 프랑스와 스페인이 저가전략에 적극 나서게 되어서 EU에서 정책적으로 푸시를 넣었던 오픈 억세스가 어느정도 체면치레를 하는 느낌은 있습니다. 경쟁체제라는게 실제 동작하는 모양새라서 민영충들이 아주 희희낙락하고 있을거라 생각이 되는데... 사실 지금의 전개는 항공자유화 과정에서 LCC사업자들이 창궐하는 과정과는 전개가 상당히 다르게 흐르는 느낌이라 하겠습니다. 지역간 수요의 강화와 리스/정비위탁의 활성화를 등에 업은 시장조성에 적극 영향을 받은 감은 있지만 신규사업자가 이래저래 많이 덤벼드는, 흔히 말하는 "창업과 폐업의 자유" 위에 항공의 LCC 붐이 성립하고 있다 할겁니다. 그런데 철도는 이런 양태와 달리 수직적으로 통합되어 있는, 심지어 일본이나 한국의 "자회사식" LCC 형태도 아닌 단순한 브랜딩 전략 정도에서 일어나고 있고, 자유창업형의 사업자는 그야말로 죽쑤는 분위기에 가깝습니다. 스웨덴이나 영국 시장은 좀 더 복잡하지만 저 LCC스타일과는 전혀 다른 축이고.

 이는 오픈 억세스 전략이 실질적으로는 국가간 플래그쉽들의 경쟁 형태, 즉 자본간의 경쟁을 장려하는 것이지 철도부문의 참여 퇴출의 자유를 장려하는 방향으로 가지는 못하고 있다 할겁니다. 스페인의 경우는 네트워크 연결로 인해 프랑스의 침입에 사전 대비하는 모양새라는게 맞을겁니다. 이탈리아 NTV의 경우처럼 SNCF의 부분참입과 지역 자본의 결탁으로 이탈리아 국철(FS)이 짤짤 털리는 꼬라지를 봤으니 미리 방역작업을 하는 모양새랄까. 또 재미있게도 프랑스의 SNCF가 저가 브랜딩을 만드는건 독일 DB의 공세에 방역을 거는 모양새기도 하고 말입니다. 

 물론 이걸로 국민 후생이 확장된다면야 캐이득! 이겠습니다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그럴까엔 의문이 남습니다. 일단 아무리 오픈억세스를 걸더라도 결국 자본력과 차량정비나 서비스 등 기반이 탄탄하게 확보되어 있는 국철계 사업자 수준이 되어야 수익사업에 들이대볼 수 있다는 철도의 경직성과 중후장대함만을 재확인하고 있지 않나 생각이 됩니다. 즉, 그정도 사이즈가 아니면 남의 밥그릇에 들이대 볼 사업자가 별로 없다는 이야기기도 한데... 유럽 대륙에서는 그나마 다닥다닥 붙어있어서 인접사업자의 월경사업이 많이 이루어질 여건이 되어 있지만 사실상 각각의 고립계에 가까운 극동에서는 그게 가능할 것인가의 의문은 남습니다. 아니, 국경이 붙어있더라도 내셔널리즘의 극을 달리는 극동 국가들이 퍽이나...랄까. 

 더욱이 국철사업자들 끼리의 경쟁이라는 이야기는 뒤집어 보면 자국 내에서 산업을 유지하기 위해서 운영이나 시설 부문에 투입하는 공적 비용을 가지고 남의 집을 두들기는데 쓴다는 의미가 되기도 합니다. 경쟁이 첨예해서 덤핑 공세를 벌인다면 그야말로 세금을 옆 나라의 열차 유지에 쓰는 모양새가 됩니다. 유럽에서 이게 유지가 되는건 EU라는 초국가정부가 있고 이들의 재정분배가 동작하고 있고, 유럽철도 인프라의 사용률이 그리 높은 편은 못되다 보니 어차피 꼴아박는 시설유지비 같은 고정성 공적 부담을 이래저래 어떻게든 더 쓰는게 유리하니까 그렇게 된다 할겁니다. 뭐 EU 외부의 스위스처럼 적극적으로 통과교통을 삥뜯어먹는 전략을 기대할 수도 있고 말입니다. 하지만, 혼잡 쩔고 국가간에 재정사업을 막 벌이는 분위기도 아닌 극동 국가들에게 이걸 기대하기는 어려울겁니다. 국제선이나 외국열차의 국내선 투입을 가지고 뭔 개드립이 횡행할까를 생각하면 뭐 답이 없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달까.

 그래서 겉으로 보기에는 그럴싸 해보이지만, 아예 인프라 단위에서 분리가 가능하다면 모르겠지만 철도처럼 모든게 엉켜있고 공사가 불분명할수 밖에 없는 사업에서는 결국 이상적인 미시경제론으로 뭘 해보려는 시도가 쉽지 않다는걸 다시금 확인하게 해주는 케이스가 저 저가 서비스 붐의 이면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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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도와 관련된 이것저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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