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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영 식당"의 기록.

30/3/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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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처에서 이야기를 하다가 서울역 그릴 이야기가 나온 김에 적어둡니다. 지금은 이름과 컨셉을 따서 영업을 하긴 하는데, 일단 그 적통을 논할 여지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릴"이라는 양식당이 유명하기는 했던 것은 맞습니다.

그림서울역 그릴의 음식 출입구 장식
서울역 그릴은 구 서울역사가 건립된 이후에 영업을 개시한 걸로 보입니다. 신문기사로 남은 기록 중 가장 오래된 것은 1924년에 경성역 식당이 엿새간 휴업한다는 5월 24일자 보도입니다. 당시에는 경성역 식당 내지는 구내식당 정도로 불렸고, 정확한 이름이 "그릴"이었는가는 애매하기는 합니다마는, 여하간 일제 강점기의 여러 소설에도 언급될 만큼 당시에는 명소 대접을 받던 곳으로 유명했습니다. 물론 당시엔 직영이나 위탁이나 개념이 그렇게 똑부러지지도 않기도 하거니와, 총독부 철도국이 호텔이나 버스까지도 겸영을 하던 시대인 만큼 아마도 직영 식당이었을거라 생각이 듭니다. 

 어찌되었든 이 식당은 해방 후에도 총독부 철도국의 철도 외 부대사업들과 비슷하게 그대로 대한민국 교통부에 이관이 되었을걸로 보이는데, 제대로 영업을 복귀한건 1946년 전후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다만 흔히 생각하는 지금의 구내식당이라기엔 종사자의 급식이나 이런 목적보다는, 협회같은게 발족하고 이사회를 개최하는 등 당시로서는 꽤나 격식을 갖춘 식당이었던 것은 확실합니다. 이후로도 서울역 식당에서 장관들이 식사를 하면서 거취를 결정한다거나 하는 식의 이야기가 종종 기사로 남겨진 걸로 봐서는 50~60년대까지 그런 분위기는 이어졌던 모양입니다. 그러던 와중에 서울역 그릴이라는 상호가 처음 언급되는 것은 1966년의 광고에서 처음 언급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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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려 신문광고에 "철도청 공고 제120호"라는 공문격을 부여한것이 여러모로 튀는데, 신장개업이라고 써붙여 놓은 것은 이게 그릴이라는 공식 상호를 처음 쓰면서 대중영업을 적극적으로 해서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1966년 6월 1일부터 영업개시라고 했지만, 앞서 이미 구내식당으로서 영업하거나, 일제강점기의 영업을 감안하면 말 그대로 리뉴얼 개업이라고 생각을 하면 맞을겁니다.

 한귀퉁이에 남은 출입구 사진은 여러모로 재미있는데, 당시에 쓰던 역명판 양식을 그대로 준용해서 "서울역 그릴"이라 적었는데, 그게 또 정면에 붙은게 아닌 벽체에 돌출간판으로서 수직으로 설치된게 재미있습니다. 사진에 찍힌 출입구 위치는 아마도 서울역 귀빈출입구와 주 출입구 사이에 계단참에 설치된 작은 출입구가 아닌가 추정되기는 합니다.

 지금으로서는 꽤 생소한 이름인 "그릴"을 왜 썼는가 하면, 당시에는 그릴이라는 이름이 가장 널리 쓰이는 양식당의 명칭이었기 때문입니다. 호텔에 부설된 식당이나, 시내의 유명 양식당의 이름으로 널리 사용되었기 때문에 그걸 그대로 따다가 명명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름대로 양식 위주의 판매였는데, 여론에 휘둘려서 한정식을 판매하기도 하는 등 아주 엄밀했던거 같지는 않습니다. 당장에 각종 단체연회같은것도 종종 유치했던 기록도 보이니, 지금의 연회 부페들 처럼 좀 자잘한 한식메뉴를 가지고 있었을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가장 튀는 점은 아래에 명시된 철도청 직영이라고 부기한 점입니다. 실제 당시의 조직도에서도 철도청 내부에서 다른 본국이나 지방국 외에 직할부서로 서울역 그릴이 명시되어 있어서, 그야말로 국영식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지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지금의 상식에서 보면 이해가 안될만한 그런 위치라면 위치인 셈입니다. 사실 이건 당시의 분위기가 민간업역과의 명확한 분리가 없던 시대라 그런데, 교통부의 직영으로 워커힐 호텔같은게 경영되기도 했다거나 그러던 시대기도 했기에 철도청에 이런 식당부문이 있는게 이상한 건 아니기도 합니다.

 여기에 조직 존속의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 서울역 그릴이라는 식당이 급행이나 특급에 연결되는 식당차의 운영도 같이 담당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식당차 연결이 늘어나면서 이후 대전역이나 부산역에도 그릴이 설치되기도 합니다. 다만, 대전역 그릴은 그리 오래가진 못한거 같고, 이후 70년대에 설치된 부산역 그릴은 서울역과 함께 끝까지 남기는 했던 걸로 보입니다. 이 당시에 식당차 취급 메뉴가 마침 기사에서 살짝 언급되는데, 4종류로 간소화를 해서 "비후스텍(비프 스테이크)", "함박스텍(햄버그 스테이크)", "샌드위치", "도시락"으로 줄였다고 다루어집니다. 그 외에 종종 왜 한식이 없냐는 비판이나, 질이 떨어지거나 메뉴가 비싸다는 비판기사는 꾸준글 수준으로 잊을만 하면 한번씩 나오는 모양새가 보입니다. 

 여하간 직영 조직으로 운영되다 보니 이런저런 잡음도 많았고, 또 60년대 이래로 민간에서 하는 업역을 정부가 하는 것에 대해서 비판이 많이 제기되다 보니, 또 이런 사업들을 불하해서 이런저런 관변 유력자들의 배를 채우는게 당시에 흔한 일이다 보니 서울역 그릴도 끈임없이 민간 위탁이나 민영화 이야기가 나오게 되는데, 의외로 실제 직영이 폐지된건 80년대에 들어와서 였습니다. 1980년대 들어와 민간에 불하하는 걸 모색하는데, 1983년에 결국 당시 P모 호텔이 사업을 불하받게 됩니다. 이와 동시에 식당차의 운영도 같이 따라가게 됩니다. 

 이후 서울역 그릴은 90년대까지 해당 상호를 가지고 영업을 했던 걸로 보이는데, 어느시점엔가 언급이 사라지게 됩니다. IMF전후해서 정리가 된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마는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식당 하나의 업황이나 개폐가 뉴스가 되기엔 그 시대가 그렇게 녹록하던 시대가 아니기도 하니 그렇겠습니다만. 여하간, 이제는 그런 오래된 역사를 아이템으로 삼아 비즈니스를 해볼만큼 어느정도 사람들이 문화적 자산이 쌓인 결과인 셈이니 실제 연고의 유무는 좀 차지하고라도 의미는 있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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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선 서울역 개업.

27/3/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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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도공사 소속 개표구가 없어서 지하서울역을 이용하던 1호선 서울역에 드디어 개표구가 생겼습니다. 따지고 보면 1호선 서울역 개업인 셈입니다. 

 철도공사의 서울역이 전철영업을 안하게 된건 아마도 MS승차권을 위시한 자동개집표를 도입하게 되면서 그리 된게 아닌가 생각은 듭니다. 전철 개업초에는 종이승차권이다 보니 예외처리를 사람이 융통성있게 할 수 있었을거고, 마침 지금의 환승통로자리는 과거 국철 출구 겸 지하철 연계통로로 썼던 곳이라 그게 가능했을겁니다. 이후 MS 승차권을 쓰면서 자동개집표를 반드시 지나가도록 구조가 바뀌었는데 그로 인해 동선의 유연성이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그걸 보완하는 개량이 된 셈인데, 아무래도 과거처럼 매표나 개집표에 인력배치가 필수적이지 않아도 되어서 가능해진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기왕 시설을 제대로 할 생각이라면 본격적으로 개축이나 증축을 추진해서 맞이방 평면에 붙은 역사와 개집표구를 만들고, 영업면적 추가와 동시에 임대사업장을 늘리거나 아예 오피스 빌딩을 위에 올리는 복합개발같은것도 생각해봤으면 싶은 생각은 듭니다. 물론 그렇게 크게 일을 벌이면 빨리 할 수도 없고, 또 투자도 커지기는 하지만 은근히 부지에 여유가 있는게 또 서울역이라서 나대지로 노는 걸 좀 줄여봤으면 하는 생각은 좀 듭니다. 지금의 소개축 추진도 나쁜 방향은 아니긴 합니다만서도.

 서울역의 지상개표구는 전반적으로 대규모 투자보다는 최소 투자로 최대효과를 보기위해 신경쓴 부분이 많이 보이는 설계인데, 일단 지붕을 따로 씌우지 않고 골조만 쌓은거나 실외건축에서 많이 쓰는 돌망태(gabion)를 쓴건 꽤 참신한 접근이 아닌가 생각은 듭니다. 외기에 노출되는 공간이다 보니 실내용 자재를 대체한 것도 나쁘지 않고, 어느정도 질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꽤 그럴듯해 보인달까. 뭐 그 외에 보안 문제 때문에라도 저걸 했음직 하지만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하고 말입니다. 또 동시에 고상 승강장 쪽으로 동선 통제를 위해 새로 개폐식 펜스를 추가한 것도 나름 머리를 쓴 조치라 생각이 듭니다. 

 조금 아쉽다면 선로방향으로 벽체를 뭔가 두거나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봄이니 크게 못느끼지만, 혹한기에 승강장은 은근히 춥고 바람이 심한지라 바로바로 통과하는 개집표구라고 하더라도 좀 아쉬운게 있고, 또 비나 눈이 보기보다 꽤 날리기 때문에 어느정도 바람막이 정도는 하는게 좋지 않았나 싶달까. 또 사람은 버텨도 전산장비가 들어간 기계들은 외기에 꽤 취약하기도 한지라 겨울철에 트러블 다발을 겪지 않을까 우려도 되고 말입니다.  그 외에 지하에서 올라오기가 좀 번거롭게 되어 있어서 계단을 오르고, 또 승강장에서 2층 맞이방까지는 에스컬레이터가 늘 내려오는 방향으로 돌고 있기까지 합니다. 의도한게 아닌가 싶기는 합니다만서도, 좀 이용동선에서 아쉬움이 있긴 하달까. 에스컬레이터를 양방향화하거나 할 필요는 있어보입니다. 

 여담이지만 지상개집표구를 만들어놓은 배경에서 사실 좀 씁슬한 감이 있긴 한데, 과거 철도청 시대에는 구태여 국철 개집표를 따로 두지 않고 지하철에 위탁하는 역이 흔했습니다. 옥수나 신도림, 창동 같은 곳이 당장 떠오르는데, 철도청의 인력 절감을 위한 합리화 정책의 일환이기도 했지만 어차피 통합운영이니 비용배분이나 이런데서도 좀 두루뭉술하게 제도가 돌던 영향도 제법 될겁니다. 그러던게 이제는 각자도생에 가깝게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이번 지상개집표구 개업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사업적으로 보면, 지상역을 신설하게 되면 기존에 서울메트로 서울역이 가져가던 개표 수익을 철도공사가 같이 갈라먹게 됩니다. 지하서울역 1호선의 승차인원이 6만명 정도 수준인데, 이 중 1만명 정도를 가져오면 나름 소득이 있다 할겁니다. 거기다가 마침 동선 자체가 나오기는 불편해도 들어가기는 편한 위치가 되어 있어서 크게 이득이 없는 집표를 기피하기 좋기까지 해서, 좀 심하게 말하면 대놓고 서울메트로 털어먹기용 개집표가 되어버린 느낌입니다. 예전같으면 이런걸 하진 않았겠지만, 늘 이익으로 갈구리를 당하다 보니 이런 것까지 손을 대는 거 같아서 아쉽다 하겠습니다. 또, 이걸로 서울역 맞이방을 거치지 않고 나가는 유동객이 생기는데, 구내영업이나 민자역사 영업에서는 좀 손해가 생기는 부분이라 좀 뒷말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말입니다.

 여하튼 이용객의 편의성 차원에서 자세 변화가 보이는 점에서는 평가할 만한 조치라고 생각은 듭니다. 결과가 나쁘지 않으면 그걸로도 족한거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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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고속철도의 향방.

20/3/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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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X 무정차, 무궁화호 엔진 분산으로 빨라진다…서울~부산 몇 시간?

 뭐 말로는 뭘 못하겠습니까마는... 토건3총사가 그렇다고 하는데 미-개한 개돼지가 뭐라 하겠습니까.

 솔직히 말해서 말로는 고속화하고 더 빠르게 하고 하는게 쉽지만, 문제는 그걸 유지하고 재정적 채산을 유지하는데 있을겁니다. 무궁화호가 250km/h까지 빨라진다는 이야기에는 그야말로 어이가 새턴V로켓을 타고 승천하는 거 같은 멍함이 느껴진달까. 지금도 무궁화는 입석을 세우는 수준까지 꽉꽉 채우지 않으면 인프라분의 투자액을 제끼고서도 흑자가 안나오는 레베루인데 그걸 250km/h급 열차까지 운임 그대로 받고 굴린다라... 정말 대단한 파퓰리스트가 납셨다 생각이 듭니다.

 재정적 타당성이란 말은 결국 그 철도 서비스를 유지하는데 들어가는 총 비용을 운임과 보조금으로 충당할 수 있느냐에 걸려있다 할겁니다. 그리고 현재까지 무궁화호나 새마을호는 KTX로부터의 교차보전을 받지 않는건 당연한 취급을 받고 있다시피 합니다. 의원실에서 확보한 자료를 가공한 한겨레의 그래프를 좀 인용하면(링크), 일반철도는 3800억 정도의 적자상태에서 고착되어 있다시피 한게 현실입니다. 흑자전환은 KTX가 견인하다시피 하고 있는 상황인데, 여기다가 정상적인 코스트 보상이 불가능한 운임조건 하에서 고속화를 열심히 해봤자 지옥만 열어젖힐 뿐이랄까.

 인프라를 건설하는 시점에서야 고속화를 하건 말건 현대적인 기준에 맞춰 시설을 짓는다면야 외려 비용절감 효과가 나올 여지도 분명 존재합니다. 근래엔 산악터널쯤 되면 고가건설비용과 생각외로 큰 차이가 안나다시피 하고, 곡선 파느라 인력작업을 대거 투입하느니 직선화해서 기계화작업으로 밀어버리는게 더 효과적이라거나 그런 경우가 흔하니 말입니다. 

 문제는 운영 측면입니다. 보통 직선화하면서 역도 줄어들고, 유지보수도 덜 투입되면서 코스트가 줄어드는 부분은 있지만, 하지만 고속화되면서 동력비가 늘고, 차량의 구입비와 유지보수비가 비싸지며, 레일의 마모속도가 증가하는 문제가 존재합니다. 시설 외에 전기나 신호, 통신, 보안설비 또한 그만큼 고성능, 고용량이 필요해지니 그만큼 비싸고 관리소요가 생기게 됩니다. 정밀한 자료였을지는 좀 의문이 있긴 하지만, 90년대 말에 고속철도의 영업속도를 300km/h로 규정할때도 저런 코스트 퍼포먼스를 시뮬레이션해서 최적점으로 뽑은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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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철도와 고속철도 경영지표(출처 : 한겨레)
 특히나 무서운 부분은 차량부문의 코스트 쪽입니다. 해외의 분석자료를 보면 차량코스트에서 조달가, 즉 감가상각이 차지하는 비용은 동력비, 정비 인건비나 교체부품 비용 등 여타 비용의 1/3 정도로 다룹니다. 좀 러프하게 보자면 차량 조달가의 2배 정도가 운영에서 깨지는 문제가 생긴다 볼 수 있습니다. 기존 무궁화호는 옛날에 산 차들이라 비교적 싸게 조달하기도 했거니와 편성 단위로 보면 비슷한 시기에 조달한 통근형 전동차와 엇비슷한 정도의 단가인데, EMU-250나 EMU-300으로 가면 통근형 전동차보다 작게는 50%정도 비싸고, 심한 경우 거의 2배 수준의 단가로 올라가 있습니다. 물론 기술발전으로 유지보수 소요의 감소는 있긴 하겠지만, 운영경비도 최악의 경우 그정도까지 비례해서 오를 가망이 큽니다. 결국 고속화철도를 돌리면서 유지보수비와 함께 차량관련비용의 증가분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적자대매출의 향연은 확정적이랄까.

 결국 말도안되는 적자대매출을 안하려면, 합리적인 가격정책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지금까지 그런 정책은 정치적 이유로 회피해 온데다, 해당 구간에 잔존하는 기존의 열차들이나 병행노선들, 그리고 도로나 버스와의 가격 경쟁을 피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문제는 장기간에 걸쳐 저운임정책이 기본이 되다보니 다른 교통수단들 조차 낮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보니, 철도단독으로 합리적 가격정책을 펴면 수요 저미로 유지가 어렵거나, 수요가 나오더라도 정치적인 압력을 받게 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서, 무궁화호가 PSO보전을 받아 유지되는 한에는 해당 노선과 병행한 준고속노선의 영업은 무궁화로의 수요 유출에 시달릴 가망이 높고, 이걸 시정하려고 PSO를 날려 무궁화호를 폐지하면 ITX청춘이 그랬듯이 운임정책을 가지고 물고 뜯고 맛보는 상황에 빠지게 될겁니다. 경춘선이 겪었던 운임논쟁, 열차등급 논쟁을 온몸으로 다 겪게 되지 않을까 라는 우려부터 든달까.

 물론 아주 대놓고 막장트리는 안가려고 준고속철도의 임율수준을 나름 새마을과 KTX의 사이쯤으로 만들겠다고 하기는 하지만, 그 사이에는 상당한 갭도 있는데다, 나중에 지역민원을 이유로 특별할인제도를 만든다거나 하는건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닐거고, 또 그렇게 임율을 처음에 세게 고시하고 상한선 인상을 인플레이션에서 유리시켜서 10년정도 꿔다먹으면 무궁화호 Mk.2 되는건 일도 아니기도 할겁니다. 

 이런 컨텍스트 없이 무궁화호 빨라집니다 드립을 치고 있는걸 보면 앞으로의 정책방향도 정말 뻔하게 보이는 부분이랄까 그렇습니다. 결국 지난 10년동안 하듯이 건설비용에는 매우 관대하게 손익관념 없이 "질러라!"를 외치지만, 운영비용에 대해서는 보전은 커녕 적자를 줄이려는 노오오오력이 부족하다고 열심히 채찍질 하던 방향에서 벗어나질 못할거고, 결국 그렇게 개판이 난 철도를 이게 다 공공의 비효율때문에 생긴 똥입니다 여러분 이거다 민영화하면 됩니다 약이나 팔고 말거라는게 예상되는 미래랄까. 그리고 요즘 나오는 꼬라지처럼 관치형 민간회사들 줄줄히 만들어서, 구토부 퇴직관료들 한 3년 꿀빨다 가는 자리를 양산하고 가끔 욕먹으면 기재부나 정치인 몇명 데려다 앉힐거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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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X-청춘@경부선?

16/3/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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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전에 경부선에서 ITX청춘이 조치원까지 내려갔던 사진이 돌았는데, 카더라 통신으로 영업운전 가능성이 이야기가 되는 듯 합니다. 좀 구체적으로는 용산~대전간에 4월중이라는 말까지 들리는데 뭐 이건 그때 가 봐야 아는 이야기고 말입니다.

 일단 ITX청춘 차량운용에 여유가 충분하다기엔 임시열차 충당 정도 외엔 어려웠던 걸로 아는데, 마침 집단민원인지 몽니인지 모르겠지만 ITX꺼지고 급행전동이나 내놓으라고 난리친 덕에 운용 여유가 좀 생기긴 한 모양입니다. 정규운용에서 1편성 정도 여력은 나오게 된 듯 싶은데 그래서 파천황에 가까운 저런 경부선 투입이 나온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마도 노림수는 급행전동열차와 비슷하게, 고상홈 구간을 경유하다가 병목이 풀리는 금천구청 이남에서는 일반열차용의 경부1선을 태우는 걸로 가닥을 잡았을겁니다. 고가감속과 120km/h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고, 고상홈 및 20m 차량길이 대응이 가능한 ITX청춘은 이 조건을 클리어하는게 가능한 유일한 간선차량이니 한번 시도를 해볼여지는 있다고 봅니다. KTX때문에 경부선 열차빈도가 상대적으로 좀 비는 감도 있고, 특히 대전역은 설비면에서 충분하지만 호남/전라선 분기가 하필 대전조차장이어서 일반열차 빈도가 부족한 한계가 있었는데 이 틈을 메꿔볼만한 열차로 씀직 합니다.

 고상홈에서 영업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마 사각지대를 메꿔볼만한 도전은 가능할 걸로 보이기는 합니다마는, 정작 간선정차역들이 다들 1정거장 정도로 접속가능한 위치라서 카더라로 들리는 노량진이나 신도림 정차는 별로 유의할만한 가치는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노량진은 그래도 한번정도 찔러볼 여지는 있음직 하지만, 당장에 개찰도 2개로 분리인데다, 역 시설도 변변찮은 상황에서는 시설개수 없이 하긴 좀 난감할거라 생각이 듭니다. 신도림은 구 고상홈 자리를 활용해서 동선분리를 시도하는게 가능하긴 한데, 1정거장만 가면 시간당 2~3편 이상이 공급되는 영등포가 있는 상황인지라, 배차를 등간격 다이야로 시간당 1왕복 수준으로 지르지 않는 이상에는 어림도 없지 않나 싶고. 

 문제는 역시 고상홈 전용이라는 애매함이겠습니다. 두정 이남으로는 모든 역이 저상홈인데, 따라서 최소한 단차가 50cm이상 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거기다가 한가한 구간이라면 모를까, 이용객이 늘 복작대는 구간에서 공항철도에서 쓰던 방식대로 철제 계단같은걸 가져다 놓는 식으로 승강을 해결하는 건 안전사고 위험이나 승강장 활용도 면에서 문제가 있을겁니다. 결국 고상승강장을 설치해야 할건데, 충청권 광역철도 설계가 어떻게 나갈지도 정해진게 없고, 또 조치원이나 신탄진 같은 곳은 배선까지 바꿔야 할 판이어서 도저히 견적이 안나오는 문제가 생깁니다. 떨렁 하루 몇 편 안되는 열차를 위해 수십억짜리 고상홈 공사를 하는 것도 좀 황당한 일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좀 무리수를 둬서, ITX청춘이 평시 쓰고, 일단 4량짜리나 8량짜리를 번망기 서울~대전 셔틀운송에 충당하며, 향후 충청권 광역철도에도 그대로 이 승강장을 쓰는 걸 전제로 미친척하고 시설투자를 지른다면, 근시일엔 어렵지만 연말이나 내년 초엔 쓸 수 있기는 할겁니다. 문제는 이 시점에서 대전역은 역설적으로 승강장이 부족한 역이 되어버리는 문제가 생깁니다. 현재 대전선용의 1면 2선을 빼면 5면 10선 구조가 되는데, 이중 2면 4선 단위로 고속선과 일반선에 충당시키면 시종착용으로 쓰는 중앙의 1면 2선이 남습니다. 이게 상당히 계륵이지만 이걸 빼버리면 대전종착 일반열차나 KTX를 설정하기가 굉장히 번거로워지는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홈을 하나정도 더 우겨넣을 수 있다면 문제가 간단하지만, 하필 공사할때 그럴 여지를 다 차단해둬놔서 애매해졌달까. 대전선쪽의 1면을 시종착용으로 쓰기에는 평면교차가 워낙 대담해지는데다 대전선 경유 화물열차 운행도 난해해 지는지라 함부로 할 건 아닌듯 싶고 말입니다. 좀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영역이 될듯 싶습니다.

 홈 문제만 해결되면 다 되는건 아닌게, 안양~금천구청 사이의 선로사용도 문제가 됩니다. 하행은 종종 금천구청에서 기차선을 태워가는 경우가 있지만, 상행은 극히 보기 어려운데, 이게 현 배선구조상 고속선 합류전에 상행선은 전철선으로 넘어가는 분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현 배선구조상 반드시 고속선 합류지점을 거치지 않고는 기차선에서 전철선으로 넘어갈 수가 없어서 선로용량 확보차원에서는 굉장히 난감한 운용이 될겁니다. 게다가 경부선은 전철선에 화물 등도 섞여 다니다 보니 정시성이 나쁜 편인데, 여기에 저런 변칙운행까지 끼어들면 경부선 전철은 그야말로 지옥 1번지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시도기는 한데, 사실 현실적으로는 좀 많은 무리수가 있긴 한지라 장기지속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 차량정수가 충분하긴 좀 어려울 전망이고, 180km/h급 차량을 150km/h도 못내는 경부선에다 넣는거에 대해서 말이 많을 수 밖에 없기도 한지라 말입니다. 여기에 시설 정비도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 밀어붙이는 것은 좀 조급증이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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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려고 경쟁체제하나?

13/3/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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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R 사장에 전 국토부 실장 내정…'낙하산 인사' 비판

 민영화 가지고 온갖 패악질은 다하고 국가재산을 도둑질할 기반을 만들며 약을 열심히 팔다가 여론이 좀 조용해지면 공수부대처럼 낙하산 타고 내려가고, 참 남는 장사인거 같습니다. 이러니까 관료새끼들은 민나도로보(죄다 도둑놈) 소리나 듣는겁니다.

 민영화의 목적이 정말로 민간의 경영기법을 접목하고, 민간부문으로의 이전을 목적으로 했다면 엉터리 정책을 물의를 일으킨 관료를 낙하산 태워보낼 이유가 없을겁니다. 하다못해 일본국철 분할 민영화 할때도 관료 낙하산을 탑에 내려앉힌 경우는 없고, 경제계의 명망있는 경영인을 선임했던 것도 그런 이유였다 봐도 될겁니다. 결국 경쟁체제니 민영화니 하는 것들이 높으신 양반들의 공유재산 도둑질에 쓰이는 헛된 논리인게 이번에도 여실히 드러난달까.

 벌써부터 전문 관료가 경영을 잘해서 이러이러한 성과를 냈다고 약팔이를 하려고 철도산업 발전 운운하면서 SR밀어주기 패키지를 열심히 밀어주고 있던데, 정말 보고 있노라면 흉악한 도적놈이 따로 없다 싶습니다. 정말 전근대적인 혁명이 필요한 동네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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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R은 어디로 가나?

1/3/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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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R동일본과 홋카이도의 합병은 한가지 아이디어", 아소 재무상 (아사히신문, 일본어)

 마침 눈에 띈 뉴스인데, 안그래도 오사카 츠카모토 유치원 스캔들 덕에 일본정가가 정신없는 와중에 아소 다로 재무상이 국회 예산위원회 질의응답에서 좀 기묘한 이야기를 하나 던졌습니다. 바로 JR동일본과 홋카이도를 합병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식의 언급입니다.

 기사 전문을 번역하기엔 좀 귀찮으니 발췌 번역을 좀 하자면 이렇게 언급을 했던 모양입니다.

  "(전략)... 재무대신으로서 말을 한다면 '잠깐만' '그런 돈을 네가 낼 거냐'라는 말이 나와, 이야기가 엉망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술이라도 마시면서 느긋하게 이야기하는 쪽이 차라리 낫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한덩어리였으니까, 흑자의 JR동일본과 홋카이도를 합병한다거나, JR시코쿠와 서일본을 합병한다던가, 양쪽에서 적자만큼을 지우고 흑자로 보충한다거나, 여러가지 아이디어는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하략)"

 뭐랄까... 이 이야기는 딱 30년 전에 일본국유철도를 민영화 할때 외쳤던 구호들이 그야말로 산산히 부서지는 이야기라 할겁니다. 물론 실제로는 관료들의 컨트롤에서 벗어나진 못했지만, 당시에는 정치와의 유착을 해소하고 민간 기업에 준하는 경영적 풍토를 이야기 했었는데, 저 이야기 한방으로 JR 체제 30년의 위업이 시궁창 코앞에 놓였다고 해야 할까 그렇습니다. 홋카이도의 경영파탄 이후 JR화에 회의적이던 분위기가 늘었는데, 거기에 한방을 던진 택이랄까. 뭐, 유야무야 넘어갈 수도 있는 이야기일수도 있겠습니다마는.

 현실적으로는 많이 어려운 이야기인게, JR동일본은 이미 정부지분이 전혀 없는 회사고, JR홋카이도가 상당한 금액의 경영안정기금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이미 적자체질에 경영파탄 상태에 봉착한 불량기업을 인수하라고 했을때 좋다고 할 투자자는 아무도 없을겁니다. 정부가 강제하다가는 외국계 주주들이 너고소를 들고 나올 가망도 상당하고 말입니다. 거기다가 JR동일본으로서도 좀 억울은 한게, 수익률이 가장 좋은 JR동해를 빼고 언급된거라, 3월 말의 결산을 앞두고 여러모로 주주들에게 뜨끈한 대접을 받을 판이 되었달까 그렇습니다. 

 그리고, 주식매각절차로 정부가 완전히 손을 털지 않았다면 어느정도 정책 수정을 해볼 여지가 있엇을 듯 하지만 이미 JR 본토 3사는 주식이 근 20년 전부터 전부 민간에 가 있는 상황이고, JR큐슈도 부동산업으로 어떻게든 흑자를 만들어 주식상장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 되어버렸으니... 그야말로 저런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정부에서 뭘 해볼 여지는 전혀 없는 상황이 되었달까 그렇습니다. 뭐 결국 재정투입 없이는 해결의 대안이 안보이니.

 결국 철도정책의 대강은 어느 수준의 철도 서비스를, 그에 상응하는 수준의 재정부담으로 제공할 것인지의 문제라 할 수 있고, 그 재정부담을 가지고 약을 팔아봤자 결국 큰 그림에서는 별로 바뀔게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겁니다. 그런의미에서 약장수질을 하면서 날뛰는 민영화의 사도들은 그점에서 실은 묵시록의 네 기사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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