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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철도의 상호운용성 문제.

28/5/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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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UIC Z형 객차.

 요즘 롤러코스터 타느라 정신이 없는 와중에, 뭔가를 찾아보다가 UIC형 객차 내지는 유럽 표준 객차라는 물건이 눈에 띄여 좀 찾아보다 보니 생각이 나서 적습니다.

  철도간의 직결운행 문제는 지금까지는 SRT와 KTX 정도의 관계에서나 생각하는 정도였는데 대륙철도가 본격화되면 사실 이 부분의 고민이 굉장히 광범위해지고 신경써야 할 사안들이 확 늘어나게 됩니다. 대표적인게 국경을 넘는 열차들을 어떻게 운전시킬 것이고, 또 객차나 화차의 차량수급과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고민이 많이 늘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 영역이야 말로 지금까지의 한국철도가 다뤄보지 못했던 전인미답의 영역이라 할겁니다. 

 유럽처럼 국철계 사업자들끼리 직결운행을 오랫동안 해오면서 각종 표준을 맞춰가고, 그래서 이제는 국경에서 차량과 인원의 교체 없이도 교차 직결운행을 실시할 수 있을 만큼 상호운용성의 수준이 높다면 상당히 좋겠지만, 현실은 북중, 북러와 달리 남북간에는 그런 제도적 경험이 개성공단 출입 열차 정도 외엔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따라서 참고는 할 수 있을 지언정 제대로 제도화나 실무관례가 축적이 되어있는가는 의문이 듭니다. 

 일단 가장 우선적으로 검토가 되어야 할 것은 기술기준, 특히 차량과 관련된 부분일겁니다. 저 인용한 사진의 UIC 표준 객차가 사실 과거 상호운용성 확보를 위한 노력의 산물이라 할 수 있는데, 차량 제작 자체나 발주는 각 국의 국유철도들이 실시해서 미세한 규격에는 차이가 있지만, 차량한계를 위시한 차량의 전체적인 규격을 일치시켜 제작을 했고, 그래서 국제열차로서 운행하더라도 기관차를 교체하면 국경을 넘나드는데 문제가 없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 덕에 설계와 제조를 했던 독일, 스위스,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사이의 직결운행은 당연히 가능했고, 동독을 통해 OSJD가맹국들도 이 차량을 널리 쓰며 이 설계를 가맹 국가 내에서도 활용해서 차량을 만들어댑니다. 심지어 중동에도 이 규격의 차량들이 진출해 있기까지 할 정도고, 이 디자인이 돌고 돌아서 중국이나 러시아에서도 쓰일 지경이기까지 합니다. 

 이런 차량부문의 규격 합치가 이루어지고 나면 당장에 큰 개량없이 유지보수 수준의 정상화만 된다면 북한측 동력차가 견인하는 형태로 북한 영내를 통과하는게 가능할겁니다. 그리고 사실 이게 전통적인 국제직통열차의 운영양태기도 한데, 국가별로 신호보안과 통신, 열차의 운행관리, 기관사의 운전 숙달 등이 다 달라지기 때문에 당연히 운전계통은 그 나라의 동력차가 담당하는게 통례였기 때문입니다. 뭐 이걸 하기 싫어도 남측 기관차나 고정편성 차량을 북한 기관사들이 습숙하기도, 또 반대로 남측 기관사들이 북한 선로를 습숙할수도 없으니 이런 건 기본일겁니다. 

 좀 벗어난 이야기지만, 이점에서 북한에 고속철도나 개량 간선이 본격 사용되기 전까지, 적어도 10년 정도는 상당한 수량의 객차 세력이 필요하긴 합니다. 어차피 고속철도 차량을 위시한 전기차는 현재로서는 직결 자체가 불가능하고, 디젤동차라 하더라도 규격의 일치가 안되어 있으니 무리지만, 객차의 경우라면 연결기와 공압회로, 그리고 차량한계만 맞는다면 운행에 아무 지장이 없으므로, 선로정비와 제도적인 뒷받침만 되면 차량이 나오는 즉각 투입이 가능할겁니다. 여기에 좌석형 차량 외에 24시간 이상의 장시간 운행에 맞는 침대차 등도 갖춰야 할 상황인 고로 이에 맞는 차량들이 협력사업 과정에서 충분히 확보가 되어야 할겁니다. 뭐 북한측에 동력차 여력이 얼마나 되냐가 문제긴 합니다마는. 

 차량 등의 기술기준이 일체화되면서 같이 이루어져야 할 사안은 차적 공용화 등과 같은 화차나 대차의 소재 및 재고 관리, 전산정보망의 공유 및 연동, 응급수리나 구난 등에 대한 절차와 비용 정산 및 보상 관련 등도 제도가 정비가 되어야 할겁니다. 화물 자체야 해운이나 육운, 항공운송에서 정례화된 관례들이 있고 여기에 대해서 경험이 우리에게도 있지만, 정작 철도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미지의 영역인 상태인지라 여기에 대한 체계 수립이 있어야 할겁니다. 제도적인 면에서 특히 북한처럼 현업의 전산화나 자동화가 거의 없는 동네와 일을 하게 되면 우리도 기존의 비전산화 시절의 관행과 체계를 살려내거나, 이에 대한 인터페이스를 만들어야 하는지라, 이 부분은 급한대로 일을 하면서도 꼼꼼하고 장래의 큰 틀을 갖춰가야 하는 모순된 목표를 맞춰가는 어려움이 있을겁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남북한 간의 기술, 업무처리, 전산 등이 하나의 표준하에 성립이 되도록 협력과 관리가 들어가야 할겁니다. 남측 기술이 우월하다고 하지만 반드시 남측 기술과 처리방식이 표준으로서 우월하다고 하기는 어려울겁니다. 물론 북한측의 각종 제도들은 일제시대 이래 크게 바뀐게 없는게 많기는 하지만 또한 우리가 전혀 다뤄보지 못했던 부분들이나 일찌감치 잃어버린 부분들도 많이 남아있을겁니다. 

 예를 들어서, 우리가 쓰고 있는 ATP같은 신호보안이나 25kV기반의 교류전철화 같은건 북한철도의 근대화를 하면 빠질 수 없는 표준들이라 할겁니다. 궤도설비 쪽도 대개는 우리쪽이 성공리에 도입해 자생화 시켰거나,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있고 제조능력이나 시공경험이 많다 보니 북측에서도 그대로 쓰는게 유리할겁니다. 하지만, 반대로 협궤철도같은건 우리나라에선 완전히 실전되었지만, 북한에서는 여전히 현역인데다 러시아나 중국에서 도입한 설비들로 현대화까지 한 곳도 존재합니다. 또한 지금은 낙후기술 취급을 받지만 3kV 직류급전 같은것도 북한은 오랫동안 널리 쓰면서 지선망에도 상당량 보급되어 있는데 이런 곳까지 대체하려면 30년 이상의 기간이 걸릴 곳이 수두룩 할겁니다.

 반면 더 거시적인 영역의 경영과 제도의 일치화는 사실 정부조직의 문제가 되니 거기까지는 지금에서 생각할 일은 아닐거라 봅니다. 물론 제도나 경영의 정보교환과 자문이라던가, 인적 교류와 연수, 또 업무상의 현지파견 조직 같은건 활성화가 되어야 할겁니다마는, 뭐 이 부분은 너무 멀고 또 앞서나가는 이야기일테니 후대의 고민으로 놔둬도 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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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량동차가 의미가 있는가?

26/5/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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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철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종종 호평하는 것 중 하나는 일본의 이른바 단량동차들입니다. 이른바 로컬선이라 불리는 비전철 지방교통선을 지탱하는 차량군으로, 표준적인 차량보다 작은 규격으로 만들어지며, 양운전대를 갖춰서 1량 단위로 운전을 하고, 혼잡시에는 2~4량까지 연결해서 운행하는 일군의 차량들입니다. 이들 차량은 1~2량으로 운행할 경우 차장이 승무하지 않는 이른바 원맨운전을 실시하고 있어 비용 투입과 공공성을 양립하는 모드로 보통 이야기 합니다.

 다만 이게 과연 한국에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수단인가에 대해서는 좀 고민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일단, 저런 수송 모드를 채택한 노선들의 사업성이 어느정도인가에 대해서 사람들이 거의 이야기를 안하는데, 실은 그런 노선들 대부분은 영업계수가 300이상, 심한 구간에서 1천 이상을 돌파하는 곳들이 속출하는 그야말로 노답 적자선인 경우가 많습니다. 아래 자료가 일본 쪽 경제지에서 보도했던 영업계수가 나쁜 10개 노선을 추린 건데, 전 구간을 묶어서 다루지만 500이하가 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습니다. 단량동차 구간이 아닌 곳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이 딱 그정도 수준의 노선들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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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즉, 단량동차는 결코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라, "돈을 덜 쓰려고" 나온 시스템인건 틀림이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비난받는 PSO구간의 영업실태와 비교해 보면 저게 생각만큼 절약적인 수송방식인가에 대해서는 좀 이견이 나올 수 밖에 없다 하겠습니다. 아래 데이터는 조금 격차는 있긴 하지만, 영업계수만 비교해 보면 생각보다 그리 스프레드가 열악하진 않다는게 보인다 할겁니다. 워스트인 경북선이나 경전선을 보더라도 일철의 단량동차들에 비해서 그리 허접한 비용구조라기는 어렵습니다. 전철화된 노선들이야 일단 논외로 두고 봐야할거고. 상대적으로 저운임에 화물 부담까지 같이 지고 가는 한국철도의 특성을 감안하면 의외로 한국철도 쪽이 더 절약을 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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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단량동차라는 시스템 자체가 그리 싸다고 하긴 힘든 장비기도 합니다. 차량의 규격은 줄였지만, 엔진같은 동력계는 어찌되었던 한 대분은 들어가야 하고, 또한 신호보안장치를 포함한 운전대를 양쪽에 만드는 만큼 가격 자체는 오르게 됩니다. 더욱이, 차량의 조달수량 조차 그리 많기가 어려운 만큼 단가 절감 노력이 그리 티가 나기도 어려운 시스템이기도 합니다. 사실 원래의 목적 자체가 열차의 횟수를 줄이는게 지역 협의가 어려운데다, 다이어 삭감 자체가 노무상의 문제가 되기에 나온 일종의 타협책에 가까운 시스템이라 할겁니다. 그나마도 차장 생략으로 인건비를 절약하고, 차량총량을 줄여 정비비나 감가상각비를 줄인다는 점에서는 의미는 있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게 단위를 줄여버려서 1개열차당 생산성도 같이 떨어지는 만큼 사실 효율화면에서는 그리 효과가 안나온달까.

 어떤 의미에서 RDC 3량편성이나 CDC 3량 편성으로 배차간격을 포기하고, 기관사와 차장 2인승무를 돌리는게 딱히 비효율인가를 말하기도 애매합니다. 1량당 투입 인건비가 단량동차로 다닐때 보다 더 희석이 가능할테니 말입니다. 물론 배차가 줄어 수요가 깎이는 부분은 있지만, 어차피 지방교통선 수준에서는 특정시간대 특정 열차 위주로 수요가 몰리는게 보통이어서, 통근, 통학 수요대 외에는 운용상의 필요로 배차가 유지되거나 하는 경우가 더 많기도 합니다. 이게 극단으로 가서 하루 2왕복이 되거나 이러면 서비스 질이 너무 개판이 되어 문제가 되겠습니다마는. 

​ 물론 한국철도의 지선 수송량이 앞으로 처절하게 더 쳐박힘에도 불구하고 노선 자체, 운행횟수같은 서비스 퀄리티도 같이 맞춰 유지해야 한다면 저 방식도 고려는 해볼 수 있을겁니다. 하지만, 한국철도는 지금까진 그정도까지 쳐박힌 노선은 과감하게 정리해 버려왔습니다. 근래엔 진해선이 그렇고, 과거 문경선, 가은선, 진삼선, 안성선 같은 노선들이 그렇게 잘려나갔던 노선들입니다. 그렇게 정리해서 사실상 간선 기능을 가진 장대노선 위주로, 여기에 관련 간선에 직결운행을 끼워넣어 수요를 유지해 왔기에 그럭저럭 버텨온 감이 있습니다. 뭐 이젠 신규건설로 지방교통선이 생겨나고 있어서 이게 또다른 위기요인이 되긴 합니다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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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철도 연결은 버블이 아닐까?

2/5/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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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찬물을 끼얹는 이야기기는 하지만, 대륙철도만 되면 모든 국내의 문제가 해소될 거 처럼 말하는 분위기가 철도전반에 횡행하는거 같단 생각이 듭니다. 건설비나 운영비를 경시하고, 거기로 다니는 물동량은 크게 평가하는 듯한 느낌의 언급이 많고, 여기에 편승해서 지자체들은 유럽까지 갈 수 있다는 식으로 떠벌리면서 전형적인 행복회로 돌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간만에 뭔가 해낸거 같은 분위기를 깨기는 싫지만 너무 낙관일변도로 보는건 좀 조심해야 하지 않는가 생각이 듭니다.

 1.
 우선적으로 시장이 얼마나 될 수 있는가 부터 보아야 할겁니다. 단둥 내지 심양까지의 철도 연결이 달성된다면 거기서부터는 중국의 고속철도망을 활용할 수 있을겁니다. 하지만, 이동에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실제 항공편보다 충분히 경쟁력있는 시간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생각만큼의 이익을 볼 수 있을거라 하긴 어려울겁니다. 

 중국철도 관련 사이트를 통해서 실제 이용 가능한 열차 시각정보를 기초로 계산을 좀 두들겨 보면 좀 참고가 되는 값을 뽑을 수 있습니다. 단둥을 경유해서 다렌이나 심양, 그리고 중국 동북지역의 철도 허브라 할만한 심양을 기준으로 베이징, 하르빈, 그리고 옌지(연변)으로 가는 시각을 계산해 봤습니다. 간단히 뽑은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중 D, G가 고속열차에 해당하지만 G쪽이 더 고급, 고속의 차량을 의미하고, K는 이른바 쾌속이라 불리는 기존선 열차들로 대개 침대열차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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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숫자에서 경의선의 소요시간, 그리고 심양을 경유하는 경우엔 단둥~심양간의 이동시간을 더하면 대충의 시간계산이 나오게 됩니다. 국경수속, 중국 국내에서 도시내 이동 등의 시간을 감안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는, 단둥에서 베이징까지는 최속으로 가도 약 5시간 반에서 여섯시간 정도, 하르빈까지는 세시간 반에서 다섯시간 정도, 다렌 까지는 약 두시간 반에서 세시간 정도가 나옵니다. 경의선이 개량되더라도 총연장이 500km에 달하는 장대한 간선인 만큼, 경부선 수준의 개량을 거쳐도 5시간, 고속선을 따로 빼야 2시간 반에서 세 시간이 나오니, 이걸 더하면 견적이 나온다 할겁니다.

 좀 설명이 길었지만, 저 데이터를 기준으로 하면 서울-베이징 간의 전 구간 고속선을 전제로 가도 8시간 이상이 걸리는 상당한 장거리 구간이 됩니다. 보통 국내선의 경우 고속철도로 네 시간 정도, 국제선이라면 여섯시간 정도가 항공과 철도의 점유율이 반반 정도가 되는 교차지점으로 말을 합니다. 따라서 이 기준으로는 항공수요를 대체할 가망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하겠습니다. 다만, 하르빈이나 심양 정도는 항공보다 우위를 가질 수 있긴 하겠지만 이것도 고속철도가 전제된 이후, 가능하면 직결운행으로 소요시간을 최대한 단축했을때나 가능한 이야기라 할겁니다.

 물류에 있어서도 이건 엇비슷한 이야기가 될건데, 대륙횡단 물류같은 먼 이야기는 수요예측을 다루기가 매우 난감하고, 화물마다 시간과 비용에 대한 태도가 전부 다르기 때문에, 여기에 철도쪽은 러시아나 중국, 그 외의 중앙아시아, 동구권 국가의 정책변화에 영향을 받는 부분도 있어서 논하기가 어려울겁니다. 하지만, 실제 매일 운행을 기대해 볼만한 지역이라면 중국과 러시아 정도로 압축이 될겁니다. 문제는 심양을 기준으로 봤을때 베이징 까지의 일반열차 소요 시간은 10시간 반, 즉 화물로 간다면 거의 12~14시간이 걸리는 루트가 됩니다. 심양-단둥 간 이동에도 두어시간은 걸릴 거리인걸 감안하고, 경의선 개량 이후의 이동을 가정해도 만 하루정도의 운송시간, 만약 세관이나 조차장에서 열차간 중계나 환적을 전제한다면 만 이틀 정도의 운송시간이 들어간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 경우 각종 페리선을 통한 해운수송에 비해서 속도 경쟁력이 있다 하긴 쉽지 않을겁니다. 물론, 베이징이 아닌 상하이 등지로 간다면 경쟁이 성립하기 어려울거고 말입니다.

 2.
 공사비 면에서도 사실 2조원 정도면 고속선을 둘 수 있다는 낙관론이 퍼지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건 너무 우습게 본 숫자라고 봅니다. 이런 낙관의 근거는 북한은 토지매입비용이나 수용에 들어가는 부담이 없을거라는 좀 북한의 계획경제 체제를 만만하게 본 이야기라 생각합니다. 기실, 토지소유권이 없는 국가라 하더라도 실제로 토지를 국가가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리 간단하지는 않습니다. 중국도 비슷하게 토지소유가 없지만, 실제로 토목공사가 이루어질때면 늘 알박기 논란을 일으키는 기묘한 사진들이 나오는걸 봐도 이런게 성립이 되지 않는걸 알겁니다.

 일단, 북한에서의 토지사용을 한다고 가정하면 최소한 직접 영향권에 들어가는 각 주택이나 농경지 등에 대해서는 이전보상을 전제로 해야 할겁니다. 즉, 다른 주거를 제공하고, 농경지나 공장, 축사라면 그에 대한 영업보상을 전제로 해야할겁니다. 아무리 가난한 나라라고 해도 이게 그렇게 쉽게 타결될 수 있는 일은 아니고, 오히려 명확한 권리관계가 아니기에 권리자를 확정짓거나, 권리자에게 얼마의 보상을 할 건지를 두고 상당히 지리한 협상이 될 가능성이 높을겁니다. 

 여기에 북한의 기반시설은 90년대 초반의 한국에 비할바가 아닐만큼 낙후된게 현실입니다. 즉, 건설장비와 자재를 투입하는데도 상당한 노력이 들어가야 하고, 또 현지에서 건설을 하기 위한 인원의 체제에도 상당한 부담이 생기게 될거란 이야기기도 합니다. 현지동원된 인력들의 노무능력이나 고용조건에서도 어떤 리스크가 있을지 모르고, 또한 수도, 전기, 연료를 현지조달할 수 없기 때문에 이로 인한 비용증가도 만만하지 않을겁니다. 당장에 고속철도 운영단계까지 간다고 했을때, 북한으로부터 양질의 전력을 공급받기는 매우 난감할거고, 추가적으로 발전소를 짓고, 여기에 공급할 연료를 기존선이나 항만으로부터 수급해야 할 가능성도 다분할겁니다. 즉, 본사업 외에 부대사업으로 들어갈 비용이 얼마나 나올지 고민이 들어가야 할겁니다.

 또한 우리도 같은 고민이 있지만 북한도 평양처럼 도시화된 지역에서는 토지사용 문제가 지극히 난감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권의 치적사업으로 지은 토목시설이나 건축물을 부술수도 없고, 또한 기존선 운영에 필요한 설비들을 없앨수도 없으니 근래 시내 구간을 짓듯이 기존 설비를 마구 밀어버리면서 노선을 뚫기가 간단치가 않을 가망이 높습니다. 그렇다고 시내까지 들어가지 않는다면 고속철도의 가치가 크게 떨어지게 될거고 말입니다. 

 이런 고민을 다 묶어서 보면, 현실적인 경의선 고속철도 정비 비용은 2012년 즈음에 철도공사 및 철도기술연구원이 국내 건설단가를 기준해 추계했다는 복선전철 건설비 13조 8539억원 정도가 들어갈거라고 보아야 할겁니다. 여기서 인건비나 토지매입비를 절감하더라도, 철도건설에 부대되는 전력, 유류, 도로, 기타 관리목적 시설물들을 모두 감안해야 할겁니다. 또한, 차량구입비는 별도로 가야 할건데, 실질적으로 노선연장과 운행차량 규모를 생각하면 1조원 정도의 추가비용 소요는 각오해야 할거라 봅니다. 

 물론, 저 투입비용 중 순수한 예산투입분과, 향후 운송수입으로 부담할 수 있는 채권조달분은 좀 분리해서 접근할 필요는 있을겁니다. 수요쪽도 국제선의 경우는 비용부담능력이 더 높은 편이고, 또 노선이 생겨서 생기는 유발수요로 인한 수익증가분으로 재정적인 부담여력이 더 생길 수도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게 막 장미빛 뭔가로 보인다면 평소의 경제생활을 돌아볼 필요는 있을겁니다.

 3. 
 장래적으로 대륙철도가 들어오게 된다면 어떤 모양새가 될 것인가... 이걸 좀 더 구체성있게 생각을 해 봤으면 합니다. 지금 지자체들이 설레발 치는 것 처럼 오송이나 광명이 기점역이 될거라는 건 그냥 망상 수준이라 봐도 될거고, 실제 철도운영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기종점을 논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해야할겁니다. 한국 철도망 전체가 기종점이라 하는게 맞을겁니다. 

 일단 여객에서는 걍 도라산과 제진역이 기점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중국도 좀 문제가 있는 눈치지만 북한은 CIQ(세관, 이민, 검역)에서의 통제가 굉장히 미비한 국가라 봐도 될겁니다. 즉, 안되는것도 되는것도 없는 그런 상태일거라 봐야할건데, 이런 나라로부터 시내 한복판의 역까지 직결하는 열차편을 넣고, 전통적인 운행중인 열차 내에서 CIQ를 해결하는 고전적인 형태로는 답이 없다 할겁니다. 결국 도라산과 제진같은 경계역에서 정리하고 국내선편으로 갈아태운느 운영이 전제가 되어야 할겁니다.

 물론 장래적으로는 서울시나 그 근처에 환승가능한 주요역에 국제여객 구획을 두고 CIQ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가 되기는 해야할겁니다만, 당장에 지하화를 하겠다고 날뛰고 토지매입을 두고 벌벌떠는 꼬라지 하에서는 이게 제대로 기능할 수 있을지는 많이 의문이 듭니다. 이걸 예비하는 어떠한 움직임도 없고 말입니다. 입으로만 펄쩍 뛰지 정작 뭘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고민 자체가 전혀 없달까.

 먼 훗날에 남북이 하나의 국가가 되어 양국간의 통행이 완전히 자유가 되었다고 해도, 중국, 러시아로부터 국제선이 들어오는 이상에는 국제선 열차의 취급역에서는 CIQ가 완비되어야 할겁니다. 또한, 이를 위해서는 열차 전체가, 아니면 최소한 여객동선의 분리가 필수적이라 할겁니다. 이걸 생각하면 그냥 감상적으로 그런건 필요없다고 할 문제가 아니랄까.

 화물의 경우라면 터미널은 현재 존재하는 ICD와 CY들이 모두 착발역이 될거고, 좀 굵직한 벌크 화물역들도 취급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 상대로라면 한동안은 편방향 수송이 주류가 되긴 하겠지만 말입니다. 이경우 어디가 기점이고 종점인지를 논하는건 멍청한 이야기일거고, 규모가 갖춰진 곳이라면 하루 1왕복 정도의 국제화물 정도는 다니는 수준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의왕이나 부산신항 같은 곳은 더 많이 다닐거고.

 다만, 이걸 기대하기에 앞서서 국내에서 화물 터미널이나 수도권 등지의 과밀구간을 우회하기 위한 외곽노선을 제대로 정비하였는가를 생각해보면 암담하기 그지없습니다. 수도권은 거의 40여년전 부터 외곽우회선로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지만, 제대로 완성을 본 노선은 하나도 없다시피 하고, 심지어 수인선, 경강선 같은 곳은 화물우회 구상이 있던것 조차 날려먹어버린 곳이기도 합니다. 또 10년 전에도 보았던 이야기지만, 경기북부에 화물 취급을 위한 물류기지를 만들겠단 이야기는 계속 나오지만, 삽을 뜨긴 커녕 제대로 위치선정을 하지도 못하고 표류하기 일쑤고 말입니다. 

 물론 현실적으 물류기지 깐다 그러면 인근 주민들이 난리를 치고 집단민원을 남발하고 다니니 지자체는 의지가 없고, 여기에 투자비용을 갹출할 데가 없으니 정부나 철도공사나 엄두를 못내는게 일상다반사였기는 합니다. 다만, 이제는 정말 더 미룰 수 없는 시점까지 몰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자세변화가 필수적이라 할겁니다. 적자사업이라고 두들겨패기 일변도로 해온 과오를 좀 벗어나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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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도와 관련된 이것저것들. 
    혐한과 개는 출입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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