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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른베르크 조차장 고도화(1988)

30/10/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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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력식 조차장의 몇 안되는 예시로 언급되던(아마 일본국철 등지의 교재에서 언급된 이야기가 돌고 돌아 온거겠지만) 뉘른베르크 조차장 관련해 찾다보니 나온 독일의 다큐멘터리입니다. 연방철도 부내용 내지는 교육용이 아닌가 생각이 드는 영상인데 독일어에 자막도 없는지라 여러모로 내용을 충분히 알기는 어렵지만 이른바 과거의 조차장 자동화의 개념을 좀 볼 수 있는 영상이라 생각이 듭니다.

 앞부분은 재래식의 조차장 운영을, 뒷부분은 어떻게 개량을 해서 어떻게 자동설비를 넣어 고도화 했는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90년대 후반부터 보급되기 시작한 기관차 자동화나 무선통신 활용, 정보화 설비 같은게 더 들어가면 조차장 자동화가 어떤 얼개로 돌아가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뉘른베르크 조차장은 험프식 조차장과 달리, 최초의 가속 구배 이후 계속 내리막이 이어지는 구조라서 분류선에서 차량의 최종 조성 방식이 다른 조차장들과 좀 달라지기는 합니다만, 이건 좀 지엽적인 부분이라 논외로 하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이른바 야드 자동화는 두 개의 흐름으로 이루어집니다. 하나는 험프에서 굴려내리는 화차를 어떻게 통제하는가이고, 다른 하나는 이 화차의 차호와 행선을 정확하게 구분, 분별처리하여 알맞은 조성을 맞추는가입니다. 위 영상에서도 이 두 흐름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자동화에서 기계적 요소인 전자에 집중을 하지만, 실제로 조차장 운영의 묘는 후자 쪽이 더 중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험프에서 굴러내려가는 화차, 일종의 돌방으로 흔히 험프 전송이라 부르는 이 취급 방식은 화차 자체를 굴려보내는 방식이다 보니 상당한 위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럽의 조차장에서는 험프에서 굴러내리는 화차는 헴슈(hemmschuh)라 불리는, 제동화를 레일에 두어 차를 잡아세우지만 과거 일본국철에서는 사람이 뛰어타서 직접 수제동기를 조작하는 그야말로 위험업무의 극을 달리는 방식을 썼습니다. 통상적으로는 험프에서 굴려 가속한 다음 리타더(retarder)라 불리는 차륜을 양쪽에서 눌러 세우는 레일측 브레이크로 일정수준까지 속도를 줄이고 최종적으로 사람이나 제동화를 써서 소정 위치에 차를 세우는 방식이 기본이 됩니다. 제륜화는 사람이 설치하고, 레일에 노치를 두어서 자동으로 탈락시키는 방식을 쓰는데, 위 영상의 기존 취급방식에 묘사가 됩니다. 

 험프 방식에서 화차 제어를 자동화하는데에는 험프에서 굴러내려가는 속도를 계측하고, 차중, 형식, 풍향, 습도 같은 조건에 맞춰서 리타더를 제어하는 데서 시작을 합니다. 과거에는 리타더의 조작은 조차장의 관제탑에 있는 조작원이 감으로 하는 식이었는데, 이걸 자동화하는게 1차적인 부분이라 할겁니다. 기관차와 관제탑의 합을 맞추는게 중요하다 보니, 이후 무선 자동제어 방식을 여기에도 적용을 하게 됩니다. 이후 분류선으로 굴러가면서 각 분류선 초입에 있는 리타더로 2차 제동을 통해 안전 속도까지 낮추고, 각 분류선에서 타력으로 서서히 멈추는 방식을 쓰게 됩니다. 위의 뉘른베르크에서는 2차 제동의 수단으로 수동식의 리타더를 쓰는데 이쪽이 좀 소수파에 가깝습니다. 

 분류선 내에 멈춰선 화차들은 정확하게 연결이 되어 있지 않을 가망이 높은데, 일단 분류작업이 일차로 끝난 다음에 반대쪽에서 기관차가 밀어서 열차를 연결시키고 인출해 조성을 하는게 보통의 방식입니다. 다만, 위의 뉘른베르크는 화차가 굴러내리기 때문에 가동식의 차막이가 화차를 잡아주고 그 뒤에 구배에 의해 굴러내려오는 차들이 차곡차곡 연결위치에 오게되는 구조로 운영이 됩니다. 평탄선 구간에서라면 돌방입환에서 처럼 화차끼리 직접 굴러서 붙이는 식이 되고, 이게 충격으로 굴러나가지 않도로 레일 쪽에 제동화를 설치하는 방식을 씁니다. 과거 자동화에서는 동력차 소요와 인공수를 줄이기 위해서 선로별로 화차이송장치를 두기도 했지만 요즘은 잘 보인느 편은 아닙니다. 

 이런 기계적 부분의 자동화 외에 중요한건 차호와 행선을 인식, 분류하는 정보통신 부문의 고도화 또한 중요한데, 사실 이건 지금에 와서는 다들 당연히 쓰는 요소라서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할겁니다. 과거 방식에서는 도착선에 입선한 각 차에 붙은 화차 차표와 차량의 차호를 전부 확인해서 정보를 정리하고, 이를 사무직원이 확인 정리한 다음 행선별로 어떻게 분별할 지를 정하여 기관사, 조차수 등에 공유하여 작업오더를 만들어 처리하는 식이 됩니다. 지금에 와서는 이런 정보가 전부 전산화 되어있는게 보통이다 보니 이런 부분은 잘 와닿지는 않는데, 이 정보에 연동하여 기계제어 쪽, 즉 분기기 취급과 험프 운전을 연동하는 것이 그리 간단치가 않은지라 위의 영상에서는 이 부분은 구현이 되어 있지 않은게 보입니다. 

 
 야드 자동화 자체는 유럽에서는 여전히 유용하고 고도화가 더 진행되었지만, 정작 우리나라나 일본에서는 시큰둥하고, 특히 일본은 70년대 말 부터 야심차게 추진하던 야드 자동화 시스템이 10년도 안되어서 전부 포기되어버린, 일종의 로스트 테크놀로지가 되어버립니다. 사실, 이런 조차장에서 분류작업을 필요로 하는 근본적 이유는 소규모 차급 화물을 집결해 전국 각지로 보내는 이른바 집결수송 방식을 화물에서 널리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1개 편성을 전부 취급하지 못해서 1회 발송량이 3~4량 수준에 머무르는 발송자나 수령자가 널려있는 상황에서는 이 방식을 안쓰기가 어렵다 할겁니다. 하지만, 이런 화물 시스템이 비싸게 굴러감에도 여전히 현역인 유럽과 달리 우리나 일본은 이런 화주들을 대부분 버리거나, 컨테이너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전환을 해버리게 됩니다. 

 이점에서 컨테이너 시스템의 장점이 나오게 되는데, 전용선의 유무에 관계 없이 도로망을 경유해서 집화와 배송을 하고, 간선 수송 만을 철도가 전담하면서 대규모 조차장은 어디까지나 화차의 유치 보관 정도에만 쓰게 됩니다. 1개 열차를 전부 받아내지 못하더라도, 1개 열차에 행선을 2~3개 정도로 제한해 보내고, 도중에 중계입환을 소요하더라도 조차장식의 대규모 분류작업을 소요하지 않게 조치를 하니 큰 문제 없이 수송이 가능해집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컨테이너화는 미진하지만, 대신 소규모 화주들이 상당히 정리된데다, 네트워크 자체가 그리 방대하지 않아서 합리화가 빠르게 진척될 수 있었다 하겠습니다.

 향후 대륙철도가 연결되면 이런 재래식의 집결수송과 조차장이 부활할 수 있을것인가는 아직 미지수기는 합니다. 다만, 현행의 네트워크를 아득히 뛰어넘는 방대한 네트워크가 연결이 되고, 또 아직까지 철도 수송에 의존하는 지역들이 들어오게 되니 어느정도 소요는 있을거라 생각은 되지만, 다만 이게 국내에서 소요가 될런지는 불명확합니다. 다만, 저런 자동화 기술들의 요소와 컨셉을 국내에서도 적용해서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안전도를 향상하려는 노력은 좀 필요할거라 생각이 듭니다. 사실, 저런 야드 자동화 보다는 화물 취급역, 특히 대규모 화물 취급역의 처리방식 개선이 더 중요하지 않나 생각도 들고 말입니다. 하루 수천량을 이상 처리하는 화물처리역에서 자잘한 사고가 빈발하는데에는 처리능력이 불충분하니 작업원이 서둘러야 해서 불완전 행동을 하게 되고, 그게 사람잡는 안전사고를 유발하게 되는 것인지라 이런 부분에서의 고도화가 생산성과 안전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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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철도연결과 사용료 문제.

29/10/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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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철도연결을 하면 북한에 선로 사용료를 마구 퍼줘야 한다는 주장이 유포되는 모양인데, 주의주장이야 누구나 한다지만 선로사용료라는 단어 하나가 매우 거슬린다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가 문제는 상대도 실비가 들어가는 사업인 만큼 나올 수 밖에 없지만, 왜 하필 선로사용료 드립을 치는지는 알다가도 모르겠달까.

 선로사용료, 영어로 쓰면 Track Access Charge라는 개념은 말 그대로 철도사업자가 시설관리자에게 선로의 사용권을 획득하고 그 대가를 지불하는 것을 말합니다. 물론, 한국 철도화물 실무에서도 선로사용료라는 이야기가 있지만 이건 엄밀히는 화차 체화로 인한 선로점용료, 흔히 말하는 체화료(Demurrage)에 해당하는 거라 논외로 두도록 하는게 맞을겁니다. 선로사용료라는 개념은 시설과 운영을 이원적으로 다루는 경우, 즉 시설과 운영의 분리가 이루어진 상하분리형 체제에서나 이야기가 될 수 있을겁니다. 물론, 상하일체형 철도시스템이라 하더라도 다른 사업자로부터 열차가 유입, 반출되는 경우엔 적용할 수 있겠지만 이경우에는 선로사용료라고 하기에는 조금 뉘앙스의 차이가 있는지라 이건 좀 별개로 보는게 맞을겁니다.

 선로사용료라는 개념은 단순히 선로를 이용해 열차가 다닌다는 의미로만 봐서는 안됩니다. 선로사용료를 내는 경우라면 말 그대로 그 구간의 영업일체를 직접 실시한다는 개념으로 봐야하고, 이건 단순히 통과만이 아니라 도중 역에 정차를 해서 여객과 화물의 취급을 한다는 이야기고, 더 나아가서 그 구간을 직결하는 이용객 외에 그 구간 내에서 발생하는 이용객, 비유하자면 국제선의 국내선 영업(이른바 카보티지)을 열어준다는 이야기입니다. 즉, 선로사용료는 사실상의 임대료 내지는 영업료라고 할겁니다. 여담이지만, 대개 선로사용료는 해당 노선의 사업성을 근거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통상 흑자선이라야 영업이익 연동이나 자본비용 연동으로 가고, 그렇지 못한 경우엔 유지보수비 같은 경상경비 연동으로 잡는게 보통입니다. 이 점은 우리나 다른 나라나 크게 다를 건 없습니다.

 남북철도연결 사업에서는 철도를 어떻게 연계하느냐에 다라서 이게 생길수도 아닐수도 있는데, 북한에 자체적인 철도 운영자가 이미 잇는 상황에서는 당연히 우리가 선로사용료를 내고 북한 내 영업을 할 이유는 없다고 봐도 될겁니다. 위 그림에 제시한 것 처럼, 국제선의 연계방식은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이런 양태중 선로사용료를 내는 경우는 5의 경우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나머지의 경우는 모두 어느 한쪽에 비용을 부담을 할 수 밖에 없지만, 통상적으로 선로사용료라기 보다는 견인료나 운전료, 또는 취급수수료 형식의 요금을 부과하게 될거고, 그 산술방식도 선로사용료와는 전혀 다른 논리에서 돌아갈 수 밖에 없을겁니다.

 이 비용정산 체계 문제는 상당히 복잡하고 경우에 따라 매우 다양해지기 때문에 일률로 말하기는 사실 꽤 어렵습니다만, 적어도 선로사용계약 같은 국내의 계약 양식과는 방향이 많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는 건 명확합니다. 우리나라의 동력차가 북한 구간을 운행하는 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고, 우리나라의 기관사가 북한 구간에서 운전을 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즉, 우리가 아무리 강력한 의지가 있어도 북한측 관할 철도에서 영업을 영위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선로사용료 같은 영업료 계약을 할 일은 없다 해야할겁니다.

 유럽의 국제열차를 보면 정작 열차 견인기와 기관사의 국적, 연결된 객화차의 소유자, 차내에 승무하는 승무원, 운행하는 구간의 선로 소유자가 전부 달라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심한 경우 1개의 견인기에 붙은 객차의 국적이 2~3개 국가로 다지화되어 있는 경우도 종종 발생을 합니다. 승무원들도 2~3개 국가 승무원이 합동 근무를 하는 경우도 나오기도 합니다. 상하분리에 철도 영업의 자유화가 극적으로 돌아가다 보니 가능한 이야기라 할겁니다. 물론 덕분에 주요역 마다 연결 열차를 바꾸느라 복잡한 입환이 따라붙고 고장이나 불통시의 책임소재가 모호해져서 누구도 대규모지연의 책임을 지지 않는 엽기적인 일도 벌어진다고 하기는 합니다만, 일단은 누가 뭘 해야하고 어떻게 운영하며, 그 비용부담은 누가 하는지에 대해서 잘 체계가 확립되어 있는 편이라서 저런 운행을 지속할 수 있다 할겁니다.

 철도공동체 이야기가 나온바 있지만, 이 이야기의 무게감이란게 생각보다 엄청난 일이고, 장래적으로는 우리가 변하기 싫어도 억지로 변화를 추종해 가야만 하는 어려움도 있게 마련입니다. 이런 거에 대한 고민보다는 당장에 퍼주기 논란이나 끌고오는건 솔직한 감상으로 매우 게으른 주장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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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탈선 사고 관련 짧은 생각.

22/10/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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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식 보고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차량 결함 내지는 정비 문제의 가능성이 좀 높단 생각이 듭니다.

 공압식 틸팅은 에어스프링에 의존해서 동작하기 때문에, 이를 위해 컴프레서와 압축공기통을 일반차량보다 다수 설치하는게 상례입니다. 근래엔 전기식 도어 보급 덕에 공압은 대개 제동회로와 에어서스펜션, 그 외에 화장실이나 경적 정도에 쓰는게 보통인데, 공압식 틸팅(이른바 차체경사장치)의 경우는 단순히 압력을 유지하는 정도가 아니라 가감압을 빈번하게 하면서 에어서스펜션을 동작시키기 때문에 압력 소모가 상당해서 이를 보충하기 위해 컴프레서를 더 달아 둡니다. 

 문제는 이게 제동계통과 같이 에어를 쓰기 때문에, 잦은 제동과 틸팅 동작이 누적된다면 에어 압력이 지나치게 빠져서 제동불능 상태에 빠질 위험이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이걸 감안해서 어느정도 안전한도를 두고 경보장치가 따라붙겠지만, 이게 무력화되는 고장 또는 동작 결함이 있다면 심각한 상태에 빠질 수 있을겁니다. 그전에 보통 제동장치에 예비 공압통이 있어서 이게 최후의 보증을 했을 듯 하지만, 만약 이 모든 장치가 주행중, 그것도 장대 하구배 구간에서 전부 무력화되는 상황이 발생했다면 이번 사고와 같은 케이스가 나올 수 있다 생각이 듭니다. 마침 근래 영국에서 경적을 동작시키다 이게 고착되면서 경적이 계속 동작해서 공압을 전부 소실해 기동불능이 되어버린 케이스가 나오기도 했는데, 이거랑 비슷한 케이스가 아닐까 싶은 의심은 듭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제동장치가 동작할 수 없으니 ATS나 ATP같은 신호보안장치도 의미가 없을거고, 그나마 막을 수 있는건 19세기의 유물 취급받는 피난선 정도, 그나마도 비교적 느린 속도에서나 대응가능한 설비밖에 없을겁니다. 그야말로 기본 전제가 전부 깨진 사고인 셈이라고 해야할겁니다. 다만, 문제는 이정도로 무력화 될 때까지 아무런 경보나 안전측 동작이 없었다는게 이상한데, 설계나 차량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그래서 정비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뭐 일단은 설레발에 가까운 이야기고, 일단 공식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할겁니다. 다만 몇가지 이야기 나오는데서 이런 생각이 들었기에 남겨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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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도심철도 이설 : 제대로 밴달리즘.

17/10/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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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은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나온 도심철도 이설 계획안 중 가야역 일대의 배선변경안입니다. 보면서 정말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많이 드는 그림이랄까 그렇습니다.

 부산시 숙원사업중 하나가 도심철도시설을 이설하는 거였고 이번에 그 첫단계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시내 가용부지가 줄어들어서 철도용지를 건드는 거야 뭐 시대적 흐름이 그러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치지만, 저걸 하면서 중요한 노선 하나를 걷어내겠다고 나오는 점에서는 좀 실망을 금치 못한다 할겁니다. 내용적으로 정말 저대로 가면 공사중에 이미 열차편이나 배차가 개판이 나고, 아마 공사 끝나고 나면 부산역은 역세가 반토막 이하가 될거고, 지하철은 과부하가 걸려서 수익은 나더라도 이용객 불만은 굉장히 악화가 될 것이며, 그제와서 이걸 대응한다고 경전철 따위나 들고오다 지지부진하는 그런 꼬라지가 될겁니다.

 경부선 도심구간을 철거하는 거야 일반열차 배차가 하루 20왕복, 많으면 24왕복 정도 올라가는 정도니 이정도는 가야, 부전선을 경유해서 부전역에 꼴아박아도 문제가 없을거라 본거고, 기존선 KTX따위야 가야선 경유로 기존 회송선 40~50회 정도 용량먹는데 끼워넣어도 될거라 본걸겁니다. 부산진이 없어지면 하루 30회 가까운 화물운행 중에서 동해남부선에서 가야경유로 가는 화물 정도를 빼면 거의 없어질거라 예상한걸로 보이고. 이정도 숫자에서만 보면야 사실 현재기준으로 선로가 좀 과잉이라고 할 여지는 있기는 합니다.

 문제는 향후에도 이게 계속될 수 있는가라는 점입니다. 두가지를 좀 걱정을 해야하는데, 하나는 경부선 일반열차가 계속 그모양일 수 있냐라는 점입니다. 도시가 팽창하고 연선 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수요는 늘어날거고, 부산시 희망처럼 부산역 주변이 CBD가 되어서 주야간 인구밀도 격차가 120~140정도까지 벌어지는 상황이 되면 지하철 1호선 한가닥으로 모든 트래픽을 받아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여기에 부전에다 일반열차 전부를 밀어넣는다는 이야기는 다시말하면 부전~부산간의 이동객을 그만큼 추가로 유발시킨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고밀도 개발을 밀어붙인 지역에 이런 수요를 더 밀어넣는다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가축수송을 방조하겠다는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아마 이대로 가다가 그때 가서 미어터지면 새로 노선을 개발하겠다 해도 있던 선로 다 말아쳐먹고 나서 쌩돈 수조원을 들여서 일을 하겠다는 이야기인데, 솔직히 말해 이런 병신짓을 할라걸랑 지방세 100%로 하던가 아니면 그 노선 이익보는 지주들 재산을 털어서 하던가 할 일이겠습니다. 

 그리고, 저 가야역 플랜에서 이해가 안되는건 저대로 가면 기껏 화물까지 운행가능한 인프라를 버리고 조차장 남북에 평면교차가 발생하도록 하던가, 아니면 매우 선형이 불량한 인프라를 깔겠다는 이야기밖에 안됩니다. 뭐 조차장을 죽여서 땅을 뺏겠다는 사심이 있다면 아주 훌륭하게 반영을 했다 할겁니다마는, 부산, 울산, 경남 세 지역에서 제대로 된 조차장을 두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일대 철도화물수송을 다 죽이겠다는 이야기랑 크게 다를게 없습니다. 정말 뭔 생각을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짓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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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전역 개량계획은 더 기가차는 그림을 그려서 왔는데, 정말 당장의 요건도, 향후의 요건도 다 못맞추는 허접한 구상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일단 기껏 400m의 장을 확보한 승강장을 다 깎아쳐서 220m남짓의 승강장으로 줄이겠다는 이야기에는 정말 이런 미친 구상을 들고온 자가 누군가 궁금해집니다. 홈 숫자도 늘리지 못한데다, 동해선 방향으로는 쓸데없이 배선을 복잡하게 끼워넣어서 뭐 동해선만 시종착시키고 경부선은 부전종착도 필요없어서 다 창원으로 밀어주고 싶으신 모양인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경부선 하루 24회에 임시 몇편 정도 들어가는 걸 감안하면, 시간분산에 따라서 1면2선+조차시설 약간으로 해결할 여지는 있습니다. 이건 그런다 치는데, 여기에 경전선과 동해선 열차편들이 들어오는걸 생각하면 현재의 3면 6선은 상당히 빡빡한 배선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경전선의 경우 기존의 삼랑진 경유편은 실질적으로 폐지하기 어려운 노선이라 봐야하고, 현 배선에 부전-마산선 열차가 추가 유입되는 걸 감안하면 시종착을 부전에 집중시킬 경우엔 확실히 모자라기 때문에 간선축에서 동해선-부마선 직결은 필수적이라 할겁니다. 적어도 동해선 쪽은 몰라도 부마선 열차는 전부가 해운대를 경유해서 남창이나 태화강까지 가야 할거라 봅니다. 이걸 제대로 하려면 지금처럼 난잡한 배선이 아니라 경부선/기존경전선 축은 직결을 포기하고 최대한 부전역 내에서 시종착을 해결하는 구조로 가고, 제한적으로 직결운행을 하는 배선이 되어야 할겁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배선을 조정하면 이도저도 아니게 될겁니다.

 가야기지 자체를 뺄게 아니라면 경전선 및 경부선 열차의 주된 차량기지는 가야기지에 의존할 수 밖에 없을겁니다. 경부선 차를 덕하까지 보내는 미친짓을 하면 차량회전이 개판나버리니 이건 될 수 없는 이야기라 천상 가야 입출고를 가는 수 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이경우 부마선과 경부선, 그리고 경부선 회송이 모두 부전선에 몰빵이 됩니다. 이걸 해소하려면 최소 단선으로 된 기지입출고선을 가야-부전간에 설정해야만 할겁니다. 하지만 그런걸 신경쓴 기색은 단 한군데도 안보입니다. 이건 그야말로 그럴싸하게 잘 꾸며놓은 밴달리즘 그자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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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모든걸 다 집어버리고, 열차들이 다 박살이 나건 말건 내 알바 아니라 쳐도 될겁니다. 엿먹는건 부산사람들이지 다른 동네 사람들이 아니니까. 다만, 이 계획에서 전혀 안다루는 한가지는 꼭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부전~부산 간에 동해남부선 단선은 반드시 다른 회송선과 선로공용을 하지않는 별개의 복선을 확보해야 할겁니다. 경부선 시내구간을 없애게 되면 범일~부산간에 회송선을 구 경부선을 쓰도록 해서 복선 부지 이상을 확보할 수 있고, 유일한 병목은 부전~범일간의 부지제약으로 인한 단선이 남게됩니다. 여기는 선로변의 불량건축물들을 개발용지와 대토를 하든 대체이주를 시키든 해서 해소하고 반드시 복선을 확보해서 전동차를 우겨넣든 동해선 초장거리 열차편을 부산까지 밀어넣든 여객취급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만들어야만 합니다.

 뭐 이미 지주들의 탐욕과 일체화된 부산시가 이걸 할거 같지 않으니 기대는 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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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지노선 보상 관련.

10/10/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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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지노선 철도 지원, 교통 기여도 중심으로 바꾼다

 국감시즌이 되다보니 이런저런 기사들이 좀 많이 나옵니다. 멍청한 소리도 있고, 그럴싸한 소리도 있는데 이쪽은 좀 볼만한 기사라 생각이 됩니다. 자료 자체는 재작년에 발주가 나갔던 PSO벽지노선 선정기준 및 운영방안 연구를 기초로 국토부 등의 검토과정에 근거를 한걸로 보입니다. 발주 나갈때는 좀 방향이 칼치는 쪽이었던 눈치였는데 정권교체가 들어가고 하면서 좀 방향전환이 있던 걸로 보입니다.

  개편 기준에서 예타 등에서 쓰는 낙후도지표 같은걸 활용해서 여건이 나쁜 곳의 철도에 공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이에 따라 대구선과 동해남부선, 장래 경전선 등을 제외시키고, 태백선, 영동선, 경북선은 유지하면서, 경원선 CDC구간, 중앙선 원주 이남, 장항선 신창 이남을 새로 포함시키는 형태로 했습니다. 연구 검토에서는 비전화 구간에 대한 보상체계 같은것도 검토를 했지만 이걸 넣자니 대도시 노선이 들어가는 불합리가 좀 있다고 생각을 했는지 일단은 반영하지 않은 듯 합니다만 결과적으로는 전철화 개량 투자의 타당성이 안나오는 곳은 대개 낙후지역이다 보니 어째 다들 들어가게 된 모양새입니다.

  연구보고서에서는 추가적으로 노선의 셔틀화를 태백선, 영동선, 경북선에 대해서 했는데, 결론적으로는 태백선이나 영동선은 수요이탈이 크고 운영비 절감 효과는 오히려 제대로 나오지 않아서 셔틀이 비효율적이라는 결론이 났지만, 경북선의 경우는 영주~동대구 간으로 구간을 줄이되 배차를 현행 3왕복에서 4~5왕복으로 늘리는게 수요증가로 편익이 늘어날거라는 결론을 냈습니다. 대신 편성장은 단축이 되는 구조가 됩니다. 김천 단축이 사실 셔틀화의 본질을 제대로 찌르는 방향이지만, 제대로 된 회차거점이 되어 있지 않다 보니 비용증가가 많아져서 동대구까지 연장운행을 전제로 한 걸로 보입니다. 

 다만 검토의 기준이 발주시점에 맞춰져 있다 보니 여건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아쉬움은 있습니다. 셔틀화의 경우 결국 고속, 고빈도의 교통이 도입되는 거점역까지 들어가는게 중요한데, 사실 태백, 영동선은 이런 구조가 아직 성립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오히려 강릉선KTX 덕에 역으로 동해~강릉을 잘라내는 방향의 검토를 지금시점에서 해봤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단, 검토된 내용 대로 태백선은 몰라도 영동선은 이미 연선이 깡통이 되다시피 한 상황이어서 배차증강으로 얻을 수요확장 여지가 없는지라 지금같은 대구, 부산으로부터의 장거리 열차로 커버를 치는게 차라리 나은 상황이기는 합니다. 

 그 외에 정책에 반영은 못시켰지만, 연구자의 제언에서 단순히 벽지노선이라는 지리적 여건에 집중하기 보다, 다양한 측면에서의 운영보전을 제공하는게 필요하다는 언급을 했는데, 상당히 공감이 되는 사안이지만 이건 법률 개정이 부수되어야 하는 지라 제언으로 끝난게 아쉽습니다. 대충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제32조의 제2항에 담긴 "벽지의 노선 또는 역"이라는 표현이 발목을 잡는거라, 이 부분을 좀 다르게 바꿀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낙후지역의 생활여건 개선 또는 균형발전의 지원을 위한 철도 서비스의 제공" 같은 좀 더 포괄적인 용어가 들어갔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덤으로 비전화 구간 같은 노후 설비로 인한 불경제 보전 문제도 같이 좀 다뤄줄 필요도 좀 있을거고 말입니다. 국가정책이 결국 이 문제를 터지하는 키워드지만, 일단 현행 제도는 이 국가정책은 코렁한 특수목적사업 아니면 각종 공공할인제도 정도에 국한되고 있다시피 하고, 다른 나라라면 다룰만한 재해지원 수송이나 군용수송, 정부물자 수송같은 사안조차 다루지 않고 있다시피 하니. 

 사실 프랑스같은 경우 근래 국경지대 산간벽지에서 파리를 연결하는 야간침대열차편에 대해서 공적 보조를 계속 제공하는 결정을 내린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준이라면 현행에서는 좀 포괄적으로 인정을 하고 있으니 대충 넘어가지지만, 이걸 이전의 정부 기조대로 벽지노선으로 지정된 곳과 서비스를 좁게 해석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이런 철도 서비스가 지역 진흥이나 주민 편의에 기여하는 바가 로컬편에 비할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공적 서비스에서 배제되어 멸망하게 되는 역설이 벌어지게 될겁니다. 앞서 말한 틸팅열차같은 경우도 공적 보조를 일부 제공해서 서비스를 투입한다면 지역 기여도는 비할바가 없겠지만, 비싸고 제한된 서비스라는 이유로 배제한다면 오히려 지역진흥을 제한하는 비효율적인 예산집행이 되어버릴겁니다. 따라서 어느정도 법률상 대상의 포괄성을 열어주고, 동시에 정부나 운영사 등의 결정 재량도 충실히 주어져야 할거라 봅니다. 

 개인적으로 이번에 광역교통청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와 비슷하게 연선별 지역협의체같은걸 구성해서 서비스 요구를 어느정도 체계화하고 정부 예산과 지역 예산을 버무릴 수 있는 교섭구조를 만들어 보는 것도 정책의제로 넣어볼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 경우에는 법률상 근거도 좀 필요할 수는 있겠습니다마는. 뭐 이전에 카더라로 들었던 지역 협의가 제대로 안되자 지자체장이 영향력을 발휘해서 안건을 배후에서 틀어막아서 개정계획을 대여섯번씩 반려시켰다는 케이스 같은 "뒷공론"을 어느정도 공식화 해서 보이게 만들 필요는 좀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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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철도의 경영개선 문제.

9/10/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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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위 사진은 검색하다 걸린 일본 국토교통성의 트럭과 철도의 운임비교 통계표입니다. 출전을 찾아보려고 해도 딱히 걸리지 않기는 하지만 서버가 국토교통성이다 보니 일단은 어느정도 신뢰가능한 자료라 생각이 됩니다. 저걸 보면 왜 철도화물이 난감한지를 알 수 있다 할겁니다.

 근래 철도화물 경영개선에 대해서 꽤 강도높은 대책을 요구하는 모양새입니다. 대륙철도나 남북철도 연결사업에서 철도화물의 비효율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안된다는 인식이 있어서라는 보도가 나왔는데, 이게 그렇게 간단하게 쥐어짜기로 해결될 만한 사안인가는 위의 표의 내용을 읽어보면 좀 갸웃해집니다.

 확실히 철도공사가 공시하고 있는 구분회계 자료를 보면 17년도 물류부문의 영업적자는 약 3,100억원으로, 17년도에 통상임금 소송문제나 SRT분리로 인한 손실분 등 워낙 굵직한 폭탄이 많이 터져서 손실을 본걸 감안해도 확실히 노답 수준의 적자기는 합니다. 그만큼 사업구조가 불량한건 명백하다 할거고, 그런 와중에 사람을 갈아넣다 보니 화물관련 직원의 사상사고도 꾸준히 발생하는 그야말로 되는게 없는 상황인지라 뭔가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기는 합니다. 문제는, 손실 문제를 내핍과 노오오력 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데 있습니다.

 위의 통계표를 인용한 이유는 거리 단가를 주목해 보라는 의도입니다. 소구화물(집화수송)은 일본도 철도가 직접하는게 아닌 통운사업자 요금에 가까운거고 한국에서도 해당하는 서비스가 없으니 논외로 해 두고, 그 옆의 대절화물, 이른바 차급(carload)라 불리는 단위의 운임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10톤 화물은 대충 비교하자면 일본의 12ft 컨테이너 2개분, 혹은 내국용 20ft 컨테이너(ISO 20ft보다 경량) 1개분 정도의 단위입니다. 한국철도에서는 20ft 컨테이너의 70%정도 요금 내지는 차급화물의 1/4 정도 요금이라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경부선 오봉~부산간의 거리와 대충 비슷한 400km의 운임을 보면 철도운임은 89,500엔, 트럭 운임은 101,500엔에서 123,500엔으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대충 환율을 10:1정도로 계산하면 89만원 대 최대 123만원이라는 숫자가 나옵니다. 한국에서 경부간 20ft컨테이너의 경부간 운임 약 30만원 정도에 비하면 그야말로 3배쯤 비싼 수준, 실제 ISO컨테이너 중량에 맞춰서 본다면 4배 쯤 격차가 벌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즉, 같은 일을 하는데, 국민소득 수준은 거의 7~80% 수준까지 따라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운임은 1/3~1/4 정도를 받으니 이 지극히 낮은 운임수준이 어디에 데미지를 주고 있는지는 명확히 보인다 할겁니다.

 물론, 일본화물철도는 저렇게 비싼 운임을 받고 있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직접 영업을 하지 않고 통운사업자를 통한 간접 영업을 돌고 있기 때문에 실효운임 수준이 썩 높지도 못하다는 이야기는 있긴 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운임 기반 자체가 극히 좁은 한국철도에 비하면 그야말로 천국과 불지옥 수준의 여건차이가 있다 할겁니다. 여기에 짧은 영업거리라는 제약요인까지 받는 한국철도는, 일본철도에 비해 장대화나 중량화가 잘 되어 있어서 운행여건에서 조금 났다 하더라도 그야말로 적자를 안볼 수가 없는 상황이라 할겁니다. 

 이 문제를 시정하지 않고서는 노오오오력을 오조오억번 하더라도 답이 나올 수가 없다 할겁니다. 물론 운임을 정상화 하겠다고 들고나오는 순간에 인플레이션이 폭발하고 수많은 업체들이 바로 경영위기에 내몰리게 되어, 그야말로 열핵지뢰의 뇌관을 건드는 격이 되기는 하겠습니다만. 

P.S.: "아이고오오 경쟁체제의 유럽에서는 이런 일이 없었을건데!!!"하는 새퀴들은 독일철도가 공시하는 화물운임표 자료를 쳐 보고 옵니다. 일본도 거기에 비하면 반값 영업을 하는 수준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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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습의 틸팅열차.

2/10/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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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억 틸팅열차·해무열차, 사실상 차량기지에 방치

 좀 비난이 과도한 감은 없지는 않지만 그리 틀린 이야기는 아니기는 합니다. 틸팅열차의 개발 자체는 80년대 후반부터 이미 해봐야하지 않을까 이야기가 나오던 거고, ​실제 90년대 초반에 틸팅 메커니즘 실험도 있었단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후 2000년대 내내 개발해서 TTX 시험차량까지 만들어 냈던걸 생각하면 여러모로 까일만 한 이야기기는 합니다. 

다만, 기사에서 지적한 HEMU쪽은 좀 어거지성이 있고, 프랑스도 500km/h를 돌파한 시험운전을 두번이나 했지만 최고속도는 320km/h에 계속 묶여있고 차세대로 가더라도 별다른 변화가 없기는 합니다. 사실 세계적으로 300~350km/h대역 이상의 운전은 시설투자나 차량비용 증가는 물론이고, 동력비나 유지보수비가 크게 늘어나지만 실제 시간 단축효과는 수 분에 그치다 보니, 고속화 자체보다는 운행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확보에 더 중점을 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여하간 이 비판기사에서 짚은 기술개발과 활용이 따로 노는 문제는 고질적이라 할 수 있기는 합니다. 물론 기술개발 자체가 미래에 소요되는 기술을 예측해 추진하다 보니 기술동향이 갑자기 급변하여 의미가 없어지거나 개발 실패가 나올 수도 있는거고, 또한 산업에서의 소요가 그리 명확하게 나오는 것도 아닌지라 개발방향을 잘못 요구해서 엉뚱한 기술에 돈을 꼴아박거나 그러기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기술개발이 가지는 본질적인 문제이기에 어느정도는 감수해야 할 영역은 있습니다.

 다만 철도쪽은 정부의 리더쉽도 오락가락하는데다 재정 억제에만 방향이 몰려 있다시피 한지라 뭐 시도를 하는거 자체가 죄악으로 다뤄지는 분위기고, 철도공사는 걍 제 코가 석자라서 난리인데다, 시설공단은 건설만 하면 장땡 마인드로 일을 하니 차가 어떻고 이런건 아웃 오브 안중, 거기다 차량제조는 사실상 민간독점에 수익성도 그리 좋은 편은 못되니 기술이전이나 자체적인 개발에 대해서 극히 소극적이어서 뭘 해도 손발이 잘 안맞는 문제가 있습니다. 여기에 틸팅열차는 기본적으로 시설과 운영 양쪽에 걸치는 융합기술이다 보니 우리나라처럼 운영시설간의 조율도 안되는 경우엔 그야말로 답이 없는 기술인데다, 여기에 기술 개발 자체의 리스크가 터진거까지 있으니 정말 안되는 게 다 걸린 케이스라 할겁니다. 

 틸팅차량이 영업차량으로 쓰이기 위해서는 어느 노선에서 이 차량을 쓸 것인가가 확고해야만 합니다. 구시대의 철도처럼 노선의 특성을 상당히 타는 차량이다 보니, 고규격화된 노선에서는 틸팅기능 자체가 낭비가 되고, 저규격 노선에서는 동력성능의 과잉이 낭비가 되는 그런 약점이 있습니다. TTX 시제차량의 영업최고속도는 180km/h인데, 현재 개량 간선들은 200~230km/h수준, 향후 건설선은 270km/h까지 낼 수 있는 상황이 되니 동력성능 자체가 딸린건 둘째치고 틸팅기능 자체가 무용지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TTX가 상정하지 않은 구식 간선들, 기사에서 예시를 든 태백선의 경우 R=250커브는 물론이고, 선형자체가 캔트부족이나 완화곡선 부족이 많아서 과거 도입한 8000호대 전기기관차의 85km/h 최고속도 조차도 딱히 쓸 일이 없다 할 정도의 노선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화물 운행이 빈발해서 운전정차가 빈발하고, 협소 터널이 늘어서 차량한계가 제약을 받는 이런 곳에서는 180km/h까지 내는 사양은 과잉사양일 수 밖에 없기도 합니다. 

 여기에 틸팅차량은 성능을 좀 후려서 단순히 재래식 노선에 넣으면 장땡인 차량이 아니기도 합니다. 통상 해외에서 틸팅 차량을 투입하는 경우에는 그에 따른 시설의 개량이 부수가 되어서, 단선이라면 교행하는 역의 배선을 개량해서 통과속도를 끌어올린다거나, 곡선이 지나치게 심한 곳은 곡선을 개량하고, 상대적으로 고속인데다 곡선 통과속도가 높아 선로부담이 늘어나다 보니 궤도강화와 보수체계 개선이 병행되기도 하며, 그 노선에 없던 고속운전을 위해 방호벽이나 방음벽, 낙석방지나 선로감시시설을 강화하는 보안 개선대책도 병행되어야만 합니다. 즉, 동력성능과 영업 방안, 차량정비, 안전 대책 등 운영부문에서의 정책방향과 시설안전과 개량, 유지보수 등 시설부문에서의 정책방향이 합치되어야만 쓸 수 있는 융복합적 기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또한 틸팅기술 자체는 중간단계적인 기술이다 보니, 고속선을 정비할 수 있을만큼의 대량수송 노선에는 쓰기 어렵고, 반대로 지나치게 영세하고 또 지역 교통에 치중되는 노선에 대해서는 투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과투자 부담이나 비용 과다같은 문제가 더 도드라지는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부분을 조율하는 게 운임규제나 보조금에 대한 권한을 가진 정부의 역할인데 한국에서는 뭐.... 답이 없다 할겁니다. 실제 들은 말로는 2012년 경에 TTX 실용화를 위한 오퍼를 한참 꾸렸더니 철도공사는 돈안되고 비용증가가 된다고 정부에 떠넘기고, 정부는 민간개방 추진을 위해 철도공사에 추가 사업을 줄 생각이 없어서 그대로 무산이 되었다던 카더라도 있었고.

 여기에 하나 더 거들게 된게 역시 기술개발 방향이 시장 흐름과 안맞게 돌아가버린 부분이 있기는 합니다. 일단 틸팅 자체가 저런 중간형 기술이다 보니 2000년대 이후 시설 투자가 극적으로 개선되고 대규모 프로젝트를 쉽게 추진할 수 있게 되면서 충분한 대량수송을 뽑을 수 있거나 국가전략적으로 밀어줄 수 있는 노선이라면 틸팅같은 어중간한 기술보다는 화끈하게 고속선과 고속차량을 지르는 방향으로 거의 빠져버리게 됩니다. 90년대 경부고속철도 프로젝트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개도국의 기술집약형 메가프로젝트로 주목도를 받았지만, 2000년대 중후반이 되면 뭐 중국을 시작으로 모로코,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기술기반이 빈약한 나라들도 질러보고, 동남아에서도 해보려고 시도할만큼 "만만해진" 감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틸팅으로 정비할만한 노선의 범위가 좁아진 감이 큽니다.

 그리고 이렇게 시설 고도화로 해결되어버린 나머지 노선에 대해서도 새로운 대안이 일본에서 나름 유행을 해버리는데, 바로 차체경사장치라 불리는 에어서스펜션을 활용한 방식입니다. 일본도 정부/공공 프로젝트로 틸팅 개발을 오래 했고 실용차는 이미 국철때 만들어서 JR까지 계속 쓰였는데, 차량회사 쪽에서 어차피 그정도의 고성능 틸팅이 아니라도 기존에 개발된 액티브 에어 서스펜션을 활용해서 2도 정도 차체경사 제어를 하는 기술을 활용해 제안하면서, 이쪽이 크게 부상을 해버리게 됩니다. 8도 가까이 꺾이는 전용의 링크구조를 올린 차량을 따로 굴리는건 비싸고 부담스럽지만, 이런 특수한 기계구조물이 없이 차체 외형이나 서스펜션 제어계통만 대폭 강화한 개량 차량으로 10~20km/h정도의 증속을 뽑아내는 방식이라면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이기 때문입니다. 

 이러다 보니 틸팅 차량은 세계적으로 보면 고속철도와 고도화된 범용 차량들 사이에 끼어버리고, 덕분에 궤간가변차량 처럼 특수한 노선이나 대대적 투자까진 못하는 아간선 정도에 어중간한 영역에서만 남게 되는 경향이 근래 생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TTX개발사업 자체가 근본적으로 틀렸다고 말하기에는 좀 어폐가 많은데, 틸팅 메커니즘 자체는 결국 사장화되기는 했지만, 180km/h대역을 낼 수 있는 준고속 대역의 동력계통 자체는 ITX청춘 차량의 동력계통의 뿌리를 이루기도 했습니다. 즉, 준고속형 차량의 원형이 TTX의 개발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해도 과한 말은 아니라 할 수 있습니다. 요소기술 단위로 보더라도 활용도가 없는 편은 아니었고, TTX시험차는 틸팅 개발이 끝난 다음에는 KRTCS 개발사업에서 잘 활용을 한 바 있습니다. 결과는 썩 마음에 안들었지만, 개발과정을 거치면서 얻은 경험이나 요소기술은 지금의 철도에서 잘 써먹고 있는 만큼 그 값어치는 했다 봐야할겁니다.


 그렇다면 TTX같은 틸팅기술 자체가 앞으로 용처가 없는가 하면, 개인의 의견이기는 하지만 전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강호축 운운하면서 충북선을 핵심간선으로 대규모 개량을 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솔직히 말해서 연선 인구 규모나 산업입지, 그리고 지리적 조건상 이 축을 준고속 내지 고속화하는 것은 비용 대비 편익이 나오기가 매우 힘들다고 봅니다. 또 충북선을 개량한다 하더라도, 여기에 붙는 다른 간선축 중에 고속화가 되는 축은 중앙선과 중부내륙선 정도에 머물러서 고속화의 가치 또한 별로 없고 말입니다. 경부선은 135km/h정도가 최고속도고, 태백선, 영동선은 80km/h도 제대로 뽑기 힘든 산악노선이라, 대전/천안~제천~동해 정도의 열차계통을 만든다면 EMU-230 같은걸 넣으면 구간의 절반은 무궁화호의 최고속도인 150km/h도 못내고 다녀야 하는 참사가 벌어집니다. 강릉선 경유? 제천~원주간 삼각선 신설은 단선으로 해도 건당 2천억은 넘게 깨지는건 기본일거라 논외일 수 밖에 없을겁니다. 

 다만 축선 자체가 의미가 없는건 아닌게, 행정부가 집결되어 있는 세종이나 다른 지역으로 태백선 연선지역에서 접근성을 개선하는 것은 국가의 균형 발전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사업이기는 합니다. 여기에서 적정 투자의 방책으로서 생각해 볼 수 있는게 바로 틸팅열차라 할 수 있을겁니다. 궤도강화나 곡선 개량, 건널목 해소같은 보안도 개선 등은 기존의 화물열차나 비틸팅 일반열차도 같이 편익을 얻을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예산 확보의 설득력을 얻기가 쉬울 뿐더러, 조 단위가 시설투자가 대폭 줄어든 대신 차량도입으로 수백억원이 들어가는 정도가 된다면 재정 합리화 면에서도 꽤나 합리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태백선이나 영동선 같은 곳은 연선의 가용토지가 한정되어 있어서 대규모 이설사업을 하게 되면 새로 시가지를 꾸리기 매우 어려운 곳들이 대부분이고, 기설역 자체를 옮기는 일 자체가 어려워서 폐역이 속출할 가망이 높습니다. 

 만약 향후 지역개발 이슈가 강화되고 경제가 팽창하게 되어서 고속화 간선을 정비할 만큼이 되더라도, 기설 투자가 그리 크지 않고 어차피 건설투자에는 계획단계부터 10여년은 걸리는 사업이니 틸팅 차량이 자기 수명의 반분 이상을 달리고 난 뒤에나 실제 고속화 간선이 사용 가능하게 될 가망이 높습니다. 뭐 건설이란게 뭐가 걸리적거려서 지연될지 알 수 없는 영역이기도 한데다, 장항선 처럼 개량 안하고 기존 차량만 울궈먹으려다가 공중에 뜨게 되는 것도 좀 피할 수 있을겁니다. 새차가 들어간다는 점에서 이용객의 만족도를 이끌어내기도 쉽고 말입니다.

 제안을 좀 한다면 대전~제천~태백~동해를 주축으로 한 180km/h급 성능의 TTX 6량 편성을 투입하되, 제천~천안~서울, 제천~서대전~광주, 대전~여수, 대전~안동 같은 노선을 추가로 설정해서 사업량을 확보해 총 10~12개 편성 정도를 도입하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150km/h급 선구 중 따로 대대적인 개량을 하기 애매하다면 기존 차량 속도에 맞춰 다니는 정도가 되면 족할거고, 현재 KTX망이 제대로 포괄못하는 지역간 수송의 한 축을 담당한다면 충분히 예산당국을 설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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