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의외인건 복합열차 투입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개정사안이라는 점입니다. 열차운행계획, 그러니까 일본이나 예전 표현으로 다이야를 개정하는 작업은 상당히 복잡다단한 작업입니다. 세부적으로 열차의 착발 및 운행시간이라는 기본적인 시각표만 바뀌는게 아니라, 이 시각표 대로 차량을 배차하기 위한 각 소속별 차량운용계획이 나와야하고, 또 이를 운전하고 객실업무를 수행할 승무원의 투입계획, 이른바 각 행로가 나와줘야 합니다. 그리고 국내에서는 상황에 맞춰 돌아가는 경향이 강해서 그렇게까지 엄밀하게 짜는 경우가 많지 않지만, 주요 거점역에서 입환을 어떻게 돌리고, 열차의 착발선로 및 점유시간를 배정하는 구내운용계획도 어느정도는 깔려있어야 하는게 있습니다. 이걸 완전히 하향식으로 하기에는 한 사람이 완전히 전모를 파악하고 할 수 있는 볼륨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일본말로 "네마와시", 좀 순화해서 적자면 사전검토와 협의과정이 꽤 많이 필요하게 됩니다. 과거 일본국철 전성기에는 정기개정은 반드시 연간단위로 실시하고, 그 개정을 위해서 근 1년에 걸쳐 협의검토가 돌고, 후반과정은 여관에서 3일에서 1주일간 합숙 집중회의를 해서 최종안을 만들었다고 할 정도로 큰 작업이라면 큰 작업입니다. 스위스처럼 모든게 다 짜맞춰지고, 타 교통수단이나 회사까지 아울러서 맞추는 곳은 3년 프로세스라고 할 정도까지 간다고 하고 말입니다.
그점에서 18일 개정에 이어 10일만에 2차개정이 붙는건 어떤 의미에서는 상당히 대단한 그런 흐름이라 할 겁니다. 물론 전체 계획을 짜고 실행일자만 나눠서 집행하는 그런 프로세스겠습니다마는, 사소하나마 맞물리는 부분들이 꽤 있을만한 준고속철도 부문에서 저렇게 한다는 건 어찌보면 다른 나라에서 흉내개기 쉽지 않은 그런 기예라면 기예일겁니다.
중앙선 복합열차 운행은 사실 궁여지책에 가까운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에는 안동까지만으로 한정이 되기 때문에 두 열차가 각 지선에 체류하는 시간이 엇비슷하게 잡히고, 약간의 반복시간 조정으로 운용이 복잡하게 꼬이지 않고 복합으로 다닐 수 있는 여건이 되긴 하겠지만, 장래에 중앙선이 태화강이나 부전까지 뻗게 되면 둘의 운행시간 격차가 상당히 커지게 될거고, 그러면 처음에 복합으로 갔던 열차가 돌아올땐 강릉선의 다른 열차와 결합해야 해서 차량운용계획이 굉장히 복잡해지게 될겁니다. 뭐, 이것도 운행시간이 어느정도 배수형태로 나와서 어느정도 운행패턴 표준화가 되면야 큰 문제는 아니겠지만, 차량운용 입장에서는 편성을 어떻게 융통할지 계획을 잡는게 굉장히 난잡해져서 머리를 싸매기 좋아진달까.
여기에 한가지 난점이 더 들어가는데, 서원주에서 평면교차로 운행하는 강릉선의 여건상, 교차지장 시분 관리에 꽤 난점이 생길 가능성이 있지 않았나라는 점입니다. 다행히 연결작업을 하는 상선쪽은 교차지장을 주지 않는 상황이긴 한데, 만일 이렇게 되지 않았다면 20키로로 기어서 들어오는 연결열차 때문에 교차지장율이 확 치솟아버리는 문제가 생겼을겁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문제 때문에 아마 강릉선 좌석난을 많이 풀어줄 수 있을만한 강릉행과 동해행의 복합화를 하는게 굉장히 난감해 졌다 할겁니다. 강릉선 구간에서는 평창역만 장대열차 사양이기 때문에 동해강릉 복합열차를 넣을 경우 평창 아니면 서원주에서만 분리작업을 할 수 있는데, 서원주에서 분리할 경우 2연속 교차지장을 걸어야 하게 되어서 중앙선에 끼치는 민폐가 어마무시 해지는 상황이 닥치게 됩니다... 정말 원강선에서 예산절감을 거지같이 해놓은 덕분에 열차운행의 융통성이고 나발이고가 다 망가지는데, 이것도 그 케이스랄까.
그리고 좀 소소하지만, 중앙선 덕소 위로 대피시분 관리에 좀 어려움이 생길 가능성이 있지 않나 싶기는 합니다. 과거엔 6량짜리 단편성 통과인지라 대피나 교차지장이 생겨도 좀 숨돌릴 여유가 있었지만, 이젠 12량짜리 장대편성을 대피해야 하니 미묘하게 대피시간이 길어지게 될거고, 이게 또 전체적인 운행관리에서 미묘한 지연을 누적시켜 전체적인 정시성을 좀 갉아버리는 그런 여지도 없지는 않지 않을겁니다. 물론, 이번에 청량리역을 개조한 덕에 가장 크리티컬한 교차지장개소 하나가 해소는 되었지만, 용산역과 망우-상봉역의 교차지장개소는 아직도 해결이 요원하고, 특히나 망우-상봉의 경우는 시설까지 병맛 풀풀 나는 구조에 홈 길이 문제까지 겹쳐서 아마 앞으로 가장 마굴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여기는 망우역 구내개량사업을 좀 해서 선로배분을 청량리처럼 좀 화끈하게 바꿔놓고, 홈 신설까지 생각해봐야 하는거 아닌가 싶기는 한데, 상봉역에 강릉선 열차가 정차해야 한다는 핌피 문제와 충돌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지 않나 싶기는 합니다.
장래에 GTX-B재정구간이 완결이 되면 좀 판도가 바뀌기는 할거같기는 하지만, 여하간 지금으로서는 궁한 끝에 방법을 찾은거고 그래서 꽤나 서둘러서 가는 모양새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어렵게 확보한 여력을 또 경춘선 전동열차의 청량리 진입 같은데 때려박을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어서 하나마나한 짓 아닌가 싶은 그런 생각도 들고 말입니다. 그래도 조금씩 문제를 풀어가면서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야 말로 현재 가장 필요한 작업이라 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