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는 좋은데, 솔직히 말해서 국토부와 정치권, 시설공단이 공단내놓은 누더기 수도권 철도망 덕에 뭐 제대로 된 안이 나올 수 있을까 싶습니다. 시발비용을 톡톡히 치르게 될겁니다. 용역이 얼마나 빠릿한 답을 줄지는 두고봐야겠습니다만.
일단 국제열차가 어떤 사양의 열차가 될지부터 좀 모색을 하고 접근을 해야 할겁니다. 그냥 당장에 KTX가 넘어갈 수는 당연히 없는데다, 현 설비 하에서는 단둥까지는 8~9시간 이상, 경강선 경유 두만강까지는 24시간 이상의 소요시간이 예상되기에 좌석설비만으로 도배된 현용 국내 객차는 당연히 아웃이 될겁니다. 전동차나 디젤동차를 직결해 보내는건 어림도 없는 이야기고. 결국 규격을 맞춘 객차 외에는 넘어다닐 수 있는 차가 없다고 봐도 무방할겁니다.
이 객차가 넘어다닌다는 이야기는 편성에 융통성이 굉장히 많다는 이야기가 될겁니다. 러시아의 유럽방향 국제열차들의 경우, 보통은 12~13량 정도의 장대편성 객차가 투입됩니다. 모스크바 벨라루스카야역에서 파리 동역이나 니스 역을 연결하는 열차쯤 되면 13량 편성쯤 되고, 보통 이보다 짧더라도 증결이 이루어지거나 폴란드, 오스트리아 등의 국제편 객차를 도중 연결하거나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베를린 동역으로 가는 "스트리지"는 2축차의 짧은 탈고 객차를 쓰는지라 18량 편성으로 다니는 경우도 있고 말입니다. 북한 영내 및 중국, 러시아 국내까지 일관수송이 가능한 고속전용선이 생기지 않는 이상에는, 당분간, 아마도 20년 정도는 객차는 유지가 되어야 한다고 봐야할겁니다.
문제는 객차편성, 그것도 경의선이나 동해선 경유로 오는 열차를 받아칠 수 있는 노선과 역이 서울시내에 있기는 한가 라는 점입니다. 장대객차편성의 경우 동력차 성능에 따라 변동은 있지만, 통상적으로 전동차에 비하면 상당히 둔중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더욱이 기관차가 끄는 만큼 구배선에 취약한지라, 사용가능한 노선은 지극히 제한됩니다. 더욱이, 객차편성에 현대적인 편의시설을 넣었다면 발전차는 반드시 따라붙게 되는데, 이 경우 지하터널을 운전하는 건 배기문제 때문에라도 제약을 받게 됩니다. 즉, 현 시설에서 용산선, 장래적으로 서해선 축은 아웃이 된다고 봐도 됩니다. 경유선으로 쓸 수 있는 경강선도 26퍼밀짜리 장대구배를 잘 끼워놓은데다 고속열차 위주의 운행이 되고 있으니 전기중련 견인쯤 되어야 그나마 억지로 넣어볼 수 있을겁니다.
여기에 역 쪽의 설비문제로 가면 정말 답이 없다 할겁니다. 서울역은 과거에 있던 인상선을 걷어내고, 입환작업 자체를 배제하는 역이 되어 있습니다. 이미 주요열차는 수색에서 입환을 하게 제도가 짜여진지 오래지만, KTX개통 이후에는 그나마 제한적으로 이루어졌던 용산선 경유 회송편 등이 폐지되었고, 이후 수차례의 구내 개량으로 기관차를 돌여붙이는 입환작업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가 되어 있습니다. 더 나아가 입환 후 청소나 정비를 할 만큼 승강장을 점유할 상황도 아니게 되었고, 강릉선 진입 덕에 이 문제는 더더욱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나마 구내에서 객차를 입환, 정비하는 청량리도 착발선에 여유가 있다고 하긴 어려운 상황인데다 안그래도 용량문제가 불거지고, 구내 양쪽으로 평면교차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열차착발과 입환을 더 추가해 넣겠다고 하면 머리에 들은게 우동사리세요? 소리를 듣게 될겁니다. 용산도 현 설비가 용량에 여유가 있는건 아닐 뿐더러, 입환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라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그나마 개발하려다 못한 기지부지가 있으니 이걸 어떻게 우려먹어볼 수는 있겠지만, 여기도 KTX 전용선로를 수색까지 낸다고 하면 길이 쉽게 날 가망은 없다고 봐도 될겁니다.
즉, 현유 선로로는 도저히 견적이 안나오기 때문에, 좀 더 총괄적인 관점에서 설비를 계획해야만 할 거라 하겠습니다. 일단 가용한 시설과 부지를 활용해서 파일럿 수준의 열차취급을 가능하게 만드는것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할거고, 장래적으로는 현 설비의 확장과 개량을 포함해서 종합대책이 나와야 할겁니다. 예를 들어 용산-서울간의 추가선로를 더 끼워넣는다거나, 경원선 시내구간(용산~청량리) 구간의 3선 내지는 복복선화를 전제로 한 대개량 방안을 모색한다거나 해야할겁니다. 야드의 경우는 마지막 남은 가용토지인 용산을 활용하는걸 생각해 봐야겠지만, 수색~광명 고속선이 들어오게 된다면 여기에 충당할만한 선로가 마땅치 않아서 고민이 있어야 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