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화물열차로 꽤 시끌벅적하게 운을 띄우는 눈치입니다. 새벽에 오봉을 출발해 다른 여객열차와의 운전경합을 최소화하는 조건 하에서 대피나 운행선 변경 없이 쭉 밀고나가는 식으로 리스크를 줄여서 시운전을 했고, 만에 하나를 대비해서 바로 뒤에 디젤 기관차를 하나 따라붙여서 갔는데 딱히 별다른 역할 없이 안전하게 부산신항까지 도착을 한 걸로 보입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장대열차 운용이 종종 이루어지고 있다시피 한 편이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35량의 벽이 꽤 강고했던게 있는데, 이번에 이걸 극복했으니 앞으로가 기대가 된다 할겁니다.
사실, 현행 차량으로도 장대화물열차 운용 자체는 불가능하지는 않을겁니다. 미국의 AB형 제어변 같은건 2차대전 즈음에 이미 표준으로 쓰이는 물건이었다고 하고, 이걸로 빅보이로 대표되는 서부의 마일 트레인들이 고속주행을 하는데 별 문제가 없었던 모양이라. 물론 지금의 장대화물열차는 중간 보조기관차, 원격제어, 그리고 열차종단장치라 불리는 장치까지 다양하게 적용이 되고 있어서 저당시의 것과는 천양지차라고는 합니다마는, 이번에 시험된 700m 규모, 중량기준으로는 2000톤 견인 언저리의 화물열차라면 단순한 단관식 관통제동으로도 가능하기는 할겁니다.
보도자료에서는 기술적인 이야기 보다는 영업적인 이야기에 역점을 두는데, 근래 경영개혁 압력이 엄청나게 들어오는 상황이다 보니 그런 감이 있습니다. 64량을 연결해야 영업계수 100이 확보된다는 언급이 들어가 있고, 현재의 33량 연결시에는 144 수준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는 중련 견인이라는 동력비 추가부담이 들어가더라도 장대화를 해서 열차 편수를 삭감하거나, 같은 열차편수로 더 많은 물량을 처리하는게 이득이기에 그렇다 할겁니다. 물론, 가장 이상적인 기술은 더블스태커, 2층열차기는 하지만, 이전에 시도되었던 전용화차와 전용 컨테이너를 쓰는 방식으로는 외항선사의 협조확보와 신조차량 대량 도입이라는 양면 전쟁을 치뤄야 하는 문제가 있었고, 이게 아니라면 경부선을 전면 재조달하는 그야말로 불가능에 가까운 조건이 걸리는 문제가 있던지라, 장대화는 현재로서는 철도물류의 합리화에 있어 유일한 대안이라 할 수 있을겁니다.
앞으로의 기술발전은 일단은 장대화물열차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무선제어 기술에 의한 중간보기 내지 후부보기 시스템의 도입이라 할겁니다. 이를 통해서 부산진과 부산신항, 또는 영일항이나 울산신항으로 오가는 컨테이너 열차들을 경부선 구간 내에서는 복합열차처럼 2개열차를 결합해 장대열차로 운행시켜서 경부선에 걸리는 용량부담을 줄이고, 운전 효율을 높히는 방안을 탐색해 볼 가치가 있을겁니다. 또한, 장대열차에 쓰지 않더라도, 수도권 주요구간을 통과하는 화물열차에 대해서 보조기관차를 붙여 급구배를 통과시키거나, 고가감속 운전에 대응해서 여객열차 운행에 부담을 줄이는 방법도 모색할 수 있을거고 말입니다. 실제 무선제어 입환 시스템에 쓰이는 기술은 미국에서 중간보기 시스템을 운영하는데 쓰이고 있기도 합니다.
앞으로는 시설투자 문제와 장대열차가 본격적으로 운용될 때의 안전대책이 더 모색되기는 해야할겁니다. 이번 시운전처럼 뒤따라가는 비상용 기관차를 늘 굴릴수도 없기도 하고, 또 새벽시간대 이외에는 여객열차와 혼합해서 운행되어야 하는 만큼 장애나 고장, 사고시에 어떻게 파급을 최소화할지에 대한 대책이 필수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장대화를 하면서 지금처럼 여러 역에 대피가능한 선로를 확보하는 건 시설투자라는 큰 장벽을 넘어서야 가능한지라 본격화까지는 아직 길이 멀다 할겁니다. 미국처럼 화물열차 때문에 장거리 여객열차가 시간 단위로 지연을 먹는 상황이 우리나라에선 용인될 수가 없으니 말입니다.
P.S.: 이야기를 하다가 까먹었는데, 화차쪽은 유럽쪽에서 쓰는 2차체 3대차 방식의 관절형 화차를 적극 도입하면 안되나 생각이 듭니다. 제동력을 보강하기 위한 대책이 좀 들어가긴 해야겠지만, 대차 숫자를 30량 편성일 경우 60개에서 45개로 삭감할 수 있고, 대차 1개당 3톤을 절감한다고 보면 40톤 정도를 감축할 수 있으니 이정도면 1량 정도를 벌어들이는게 가능합니다. 당장에 대량도입은 쉽진 않겠지만 장래 신조차량 도입시에 적극 고려해 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