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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KTX 유감.

24/8/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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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지난 이야기지만, 결국 시험운전도 종료 개발도 일단 무기한 보류로 가닥이 잡히는 모양입니다. 이게 다 국토부 나으리들의 역사하심 같은데 정말 멍청한 사람들만 죄다 끌어다 놨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우선 2층 KTX가 수송력이 올라간다고 해도 국토부가 하고 싶어서 발정이 난 고속선 선증사업과 직접 경합되지 않습니다. 선증사업을 하건 말건 차량의 형식만 바뀌는 정도고 이걸로 인해 선로용량 포화 시점이 늦춰지는 정도지 사업 자체를 백지화 해야 할만한 차량쪽의 혁신이라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선증사업이 이루어지고 열차편수가 더 늘어났을때 더 공급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사업편익을 더 키우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타임스케일 면에서도 직접 경합된다고 하긴 어렵습니다. 아직 예타도 못돌린 선증사업은 아무리 빨리 완공 시켜도 2025년이나 되어야 가능할 판이고, 대개 이런 사업이 늘 그렇듯이 여러 대안들, 예를 들어 세종시 관통 별선 사업으로 가닥이 잡히거나 하는 경우에는 2025년이 아니라 2030년, 아니면 과거 복복선 소요시점으로 추정했던 2035년까지도 밀릴 수 있습니다. 이게 농담이 아닌게 신안산선의 경우가 그모양이었고, 수인선의 경우 표준궤 개궤사업 계획시점에서 보면 개통까지 40년도 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차량 개발은 동력차까지 완전히 새로 개발해도 10년이면 차고도 넘치는 지경이고, 부수차 정도 수준에서 이미 해외에 상용차량이 여럿 있다면 5년 정도 타임스케일 내에서 실용화가 가능합니다. 시간적으로 한참 과밀문제 벌어질때의 중기 대안으로서 적용되는 걸 왜 막는지는 이해가 안된달까.

 그리고, 실질적으로 증수를 통한 경영개선을 할 수 있고, 이 개발품을 SR도 공용한다고 하면 지금의 운임수입 한계선을 일단 확장할 수 있으니 공적 부담이 줄어듭니다. 차량개발 투자비용이 작지는 않겠지만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는 건설사업보다야. 당장에 둘 간의 경쟁을 통제하고 철도공사를 배싱하는데 진력하다 보니 정말 좌석공급을 확대하고 수익을 늘려 경영정상화와 건설부채 해소를 할 수 있는 방법을 걷어차고 있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지경입니다. 

 전에도 이야기 했지만, 열차 횟수를 아무리 늘려도 피크 타임의 좌석공급량은 한정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천하의 신칸센도 3분배차는 어쩌다 한두편 정도고 평균적으로 5~6분 정도의 배차가 기본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거기다 선증사업을 한다고 해도 시종착역이나 도중역의 착발능력에 제약이 있기 때문에 복선에서 시간당 12~15편 다니던게 복복선에서 24~30편이 되지는 않습니다. 이 상황에서 편성 장대화가 그나마의 대안이지만 이미 400m짜리 편성의 열차를 투입한 상황에서 편성 장대화는 더 할 수 없다 봐야할거고, 남은건 3+2나 3+3과 같은 좌석열수를 늘리거나, 도저히 납득이 안되는 롱시트에 입석세우기같은 극단적인 대책 아니면 2층화 밖에 없다 할겁니다. 첨두운임제 같은 수요억제책을 들고오면 죽창맞을테니.

 여하간 90년대의 2주전 예약 안하면 주말열차 좌석 자체를 확보할 수 없는 시대로 회귀하고 싶지 않다면 차량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좀 해놓는게 좋을겁니다. 그게 당장에 건설재원을 갉아먹는 것도 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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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되어 가는거 맞나?

23/8/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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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R의 반기보고 공시내용을 보면서 든 생각을 요약하면 제목과 같습니다. 지금 추세가 지속된다면 예상되는 매출액은 약 5,500억 전후가 될걸로 보입니다. SR측이 과거 채권발행 당시 잠정적으로 재무계획한 숫자대로 나오기는 할 모양새긴 한데, 사실 객단가가 더 높고, 열차당 수송력을 더 확보가능한 철도공사가 직영했었다면 6천억 이상까지 뽑아낼 수 있었거라서 사실 썩 만족스러운 숫자라긴 어렵습니다.

 자료를 좀 뒤벼보니 저 정도를 벌어서 지출하는 가장 큰 비용은 예상한 대로 선로사용료인데, 반기 총액은 1,194억원 정도였습니다. 운송사업 매출엑의 45%정도로, 철도공사 보다 10%정도 더 요율이 높다보니 저정도가 나오긴 하지만 매출액 모수가 더 크다면 10%를 희석할 여지는 충분히 존재하는지라 실질적으로 뭐하러 저걸 쪼갰나 회의감이 많이 든다고 해야할겁니다. 실질적으로 수도권고속선 구간에 할증제도를 걸고, 여기에 로드팩터를 더 우겨넣을 수 있게 정원이 더 큰 열차를 넣거나, 기존선 직결편이나 환승연계를 적극 흡수하는, 그리고 어설프게 운임수준가지고 약팔이를 안해서 2~3% 더 비싼 운임을 받았다면 저 선로사용료 수준을 상회하는 수익이 가능했을겁니다. 

 여기에 비용구조면에서 좀 지적질을 해야 할 부분은 각종 위탁비용으로 530억원 정도, 그리고 리스비로 180억원 정도를 지출하고 있는 구조입니다. 위탁비는 연간으로 퉁치면 1,000억원, 리스비는 300억원 정도로 비용면에서 크리티컬하지는 않을 거고 정부의 역사하심 덕에 정상적인 원가보다 낮게 공급을 받아 수익을 갉아먹지 않게 애를 써 놨던 모양이지만 사실 실상을 까본다면 많이 깝깝한 숫자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겁니다. 정비비나 이런건 들 수 밖에 없는 돈이지만 기계 설비나 건축물들, 그리고 여기에 포함된 인건비의 일정부분은 법인간 거래가 되었기 때문에 비용으로 잡히는 낭비되는 돈들입니다. 이 돈이 순이익으로 계상되거나, 다른 철도운송업의 교차보조에 투입되었다면 철도 적자를 개선하는데 쓰였을겁니다.

 그리고 이게 외부자금을 유치해서 돈을 벌어 갚겠다고 벌인 사업인데, 누적 적자가 500억정도 깔린 상황에서, 반기 포괄이익이 88억 정도가 나왔다는 점에서는 좀 문제제기는 있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앞으로 3년 정도는 배당도 못주고 누적 적자 해소하는데 당기순이익을 전부 꼴아박아야 한단 이야기인데, 자본금 주입을 완료한게 작년 초 정도였던걸 감안하면 그야말로 공적 연기금에다가 5년어치 똥을 부어줬다고 해도 그리 심한 말은 아닙니다. 매출액 대비 수익률 3.3%, 보통주수익률 7% 정도면 그런대로 양호한 숫자가 나오지만 물가압력이나 운임인하 압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3년뒤의 계산이 어떻게 바뀔지 두고 볼 일일거고 말입니다. 그나마 지금은 철도공사에 재갈을 물려놓고 소련의 징벌부대처럼 적의 총탄을 몸빵하게 만들어놨으니 저 숫자가 나오는거지만, 만약 정말 시장경쟁™을 제대로 붙이게 되면 아마 여러사람 건물에서 뛰어내렸을 겁니다. 

 오픈 억세스 만세를 외치며 출범한 요롭빠의 몇몇 사업자들이 파산이나 비수기 운행 중지를 결정하는 분위기를 보면 뭐...내년 4월 정도 엔 오함마와 바둑판을 피해다닐 사람이 여럿 있을거 같단 생각이 많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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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개혁의 10년.

20/8/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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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출처는 유로스탯의 인킬로 자료에, 일부 숫자가 뜬 년도(2010년 프랑스, 2011년 프랑스와 이탈리아, 2015년 독일)은 분기별 자료를 역산해서 넣거나, 아예 그조차도 없는(프랑스 2010) 경우엔 전후년도 평균값을 잡아서 역산해 넣었습니다. 정밀한 숫자를 보기 보다는 추세선을 보면 적절할겁니다. 

 흔히 철도개혁을 두고 영국정부의 논리를 그대로 따가지고 와서 영국은 유럽에서 가장 빠른 여객수송 확장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운운하는 말을 그대로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뭐 이거보다 더 중증인 사람들은 스웨덴 철도의 민영화와 개혁을 두고서 우리철도에 많이들 적용하려 시도를 합니다. 뭐 한국철도가 아직 4000km에 불과한데 스웨덴만 해도 우리나라의 3배 이상인 1만km가 넘는 대규모 철도망을 가지고 있더라, 우리 인키로 다 털어봤자 저동네엔 게임이 안되더라 그런 부분은 있습니다마는 그래도 우수사례를 봐야한다면서 저걸 많이들 끌고 옵니다.

 저렇게 보면 영국이 돋보이는 거 같기는 하지만, 사실 까놓고 말해서 그냥 유럽지역의 대세상승기가 지난 10년이고 여기서 워낙 난맥상의 경제와 행정을 보인 이탈리아 정도만 뒤쳐졌다 보면 될겁니다. 스웨덴의 경우는 오히려 철도개혁의 선두주자라면서 많이들 높게 평가하지만 그래프의 추이를 보면 뭐 밋밋하다고 하는게 맞을겁니다. 즉, 구조개혁이 철도실적의 절대적인 핵심변수였다면 위 그래프를 설명할 방법이 없다 하겠습니다. 

 사실, 저걸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요소를 하나 들자면 그 나라의 경제환경이라 할겁니다. 다만 단순히 경제성장률만으로 설명하기에는 2008/09 시즌의 공황이 다르게 나타나는 걸 설명할 수가 없다 할건데, 사실 정확히는 도시화율이나 이에 따른 부동산 이용 패턴에서 기인한다고 보는게 맞을겁니다. 영국의 경우는 2000년대 이후 주택가격이 급등하면서 장거리 통근객이 급속히 늘었는데 비해, 독일의 경우는 거의 변동이 없다시피 했습니다. 프랑스의 경우는 영국에 비하면 완만한 편에 가까웠고 말입니다. 여기에 영국은 런던 일극에 가까운 인구집중이어서 그레이터 런던 정도면 8백만의 인구, 인구밀도 평방 km당 5천명 정도에 달하고 있어서, 파리 대도시권이라 핢만한 일드프랑스의 1200만명, 평방km당 1천명 정도에 비하면 인구압이 강하다 할겁니다. 독일의 경우 베를린이 340만 정도다 보니 비할바가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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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주택 가격 지수 비교(출처 : 이코노미스트)


 인구집중과 과밀, 그리고 비싼 부동산은 여객철도의 존립에 핵심이라 할건데 그 조건이 유럽에서 가장 잘 맞춰진게 영국인 셈입니다. 이 조건 하에서 본다면 일본철도의 흥망도 어느정도 이해가 될 수 있을겁니다. 8, 90년대엔 도심에서 1, 2시간쯤 걸리더라도 단독주택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이들이 그 철도 과밀을 만들어냈다는게 맞을겁니다. 그리고 교외 부동산의 몰락과 함께 장거리통근이 줄어 철도 수요자체가 감퇴하는 현상이 생기고 말입니다. 도쿄권은 그래도 여전히 일극집중이어서 혼잡이 존재한다고 하지만, 그 외의 도시에서는 전성기의 과밀은 옛 이야기고 그냥저냥한 수준까지 내려오게 된거고 말입니다.

 물론, 철도개혁 자체가 완전히 무의미한건 아닙니다. 재무적으로 실패한 철도는 신규투자 여력도 없고 기존 운영도 그만큼 감퇴되기에 적절한 재정안정성과 효율성 확보는 철도의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는데 중요한 요소기는 합니다. 거시경제 환경이 큰 그림을 그린다면, 그 그림 안에서 서비스를 지속 유지해 나가는 것이 철도정책과 경영의 핵심이라 할겁니다. 이게 반드시 극단적인 개혁, 예를 들어 분할 민영화나 자유경쟁에 의해서 성취될 수 있다기 보다는, 꾸준한 재정 지원과 관리, 그리고 효율성을 유지하기 위한 경영개선이 지속되어야 가능하다고 보는게 맞을겁니다. 절대총량 자체가 부족하던 시대에는 고속철도같은 이벤트 하나가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었지만, 이제 와서는 그정도의 극적인 이벤트가 있을걸 기대하면 안되는 시대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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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R의 영국진출?

16/8/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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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st Midlands 신 프랜차이즈 운영사의 지분구조

 아직 국내에 이걸 가지고 떡밥무는 사람이 없는게 용하다 싶은 이야기인데, 아마도 일본 주요 언론에서 딱히 크게 다루지 않아서 그런게 아닌가 싶습니다. 열폭이든 극딜이든 하나쯤 나올법도 하고 또 혐한들 나서서 열등춍 타령좀 나올거 같더니 별로 흥하지 못한 거 같아 보입니다.

 사실 그럴만도 한게 영국쪽 외신의 반응은 Abellio가 프랜차이즈를 먹었는데 자세히 뒤져보니 JR동일본도 지분투자를 좀 하고 있더라 정도 수준의 언급으로 그치고 있고, 그나마의 반응도 또 외국계에 프랜차이즈를 내줬냐 분위기지 딱히 국적이 어디냐 지분구조가 어떻냐를 묻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어차피 프랜차이즈 시스템이란게 돈놓고 돈먹기에 업자들만 신나는 거니 별다른 체감효과가 있다기도 어렵고 말입니다. 사실상 동일본의 참여도 단독이 아닌 이전부터 유럽에서 차량리스에 오래 참여했던 미츠이 물산의 힘을 빌어서 들어간거라서, 아베 정권이 치적사업 비슷하게 밀어붙이는 철도 해외진출 압박의 면피차원에서 한게 아닌가 싶은 의심도 듭니다. 운영권 입찰에 들어는 갔지만 그냥 경험을 쌓고 재무적으로 큰 위험부담은 가지지 않는 투자사업 하나 정도를 하는 택이랄까.

 재미있는건 이번 프랜차이즈의 대상이 된 West Midlands 라는 사업입니다. 기존에는 London Midlands 프랜차이즈로 돌고, 이거랑 별개로 East Midlands가 있었는데, 이번에 이름을 바꾼건지 아니면 프랜차이즈 범위를 좀 변경한건지는 애매합니다. 여하간, 해당 구간을 찾아보면 이 사업은 사실상 중거리 철도 서비스, 우리로 치면 경부선 서울~천안 구간에 누리로와 여기에 붙는 지선 철도, 그리고 광역철도 서비스를 운영하는 사업에 가깝습니다. 영국의 양대 간선으로 칭해지는 서해안 본선과 동해안 본선 중 서해안 본선의 중거리 서비스를 담당하는 것으로, 해당 노선의 장거리는 버진 트레인이라는 업계 최강자가 군림하고 있는 영국 철도의 주요 수익노선 중 하나입니다.

 버진 트레인은 나름 장사수완이 좋다고 평가는 받지만 그만큼 운영면에서는 혼잡도가 심해서 평가가 복합적인 편으로 알고 있는데, 그보다 더 강한건 병행선 업체에 대해 굉장히 덤핑공세도 마다하지 않는 무자비함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오픈 억세스로 서비스 품질이 나쁜 병행서비스를 시도하니 신차 위주의 배차증강을 벌여 말려죽여버렸다던가, HS2계획이 나오니 병행선 장난질 한다고 정부와 시비를 붙고 하고싶으면 펜돌리노 열차 슬롯을 내놓으라고 압박한다던가 하는 행태가 그런 부분이랄까. 그런 회사와 같은 노선을 쓰는 건 여러모로 흥미롭다면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어차피 제로베이스에서 모든 위험을 자기가 부담하는 오픈 억세스가 아닌 열차횟수와 정차역 배분을 모두 정부가 획정한대로 하고 수익도 일정부분은 보장받는 BTO민자에 가까운 프랜차이즈 사업이니 서로 칼부림 수준의 경쟁이기 보다는 그냥 사업 갈라먹기가 되긴 하겠습니다마는, 관계정립이라는 부분에서는 좀 기대가 된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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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좋은" 아이디어 : 레일 양용 버스.

7/8/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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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의 도로 철도 양용 버스
 이걸 언론보도에서 보고는 나름 열심히 해보려고 하는 인상은 받는데, 아직 연구가 부족했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도로와 철도를 모두 다닐 수 있는 차량이란게 얼핏 보면 굉장히 혁신적인 차량일거 같아 보이지만, 사실 지금까지 시도한 모든 시도는 다들 시원찮았던 결과였기 때문입니다. 네이비 실의 티어1들이 말하는 작전을 앞두고 쏟아지는 전형적인 "좋은 생각"에 가깝달까. 결국 작전에 들어가면 짐만 되거나 오히려 사람잡을뻔한 그런 발상이 되어버리는, 잡기술이 되어버리는 그런 생각들 말입니다.

 이 컨셉 자체는 사실 일본에서 한 20년 전부터 꽤 떠들석하게 떠들어대던 기술입니다. 망해가다시피 하기 전의 JR홋카이도가 밀도가 극히 낮은 지방선에서 시설투자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배차를 늘리고, 또한 도로의 정체를 회피할 수 있는 그야말로 혁신적인 차량으로서 고려를 했던 물건인 DMV가 바로 동일한 컨셉의 차량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차량은 개발을 거의 20년 가까이 하다가 결국 JR홋카이도는 경영재건에 전력한다는 명분으로 아웃을 쳐버리고, 지방 제3섹터들이나 한번 기웃거려보는 그런 물건이 되어버렸습니다. 사실상 개발에 실패했지만 으르신들의 사정으로 실패라고 말을 못하는 그런 케이스랄까. 

 사실 DMV 20년만 보면 뭐 자기부상도 40년이상 한건데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아이디어에는 출발점이 있는 법, 실은 이 개념의 원류는 독일연방철도가 1952년에 개발한 철도-도로 버스(Schienen-Straßen-Omnibus), 줄여서 쉬스트라 버스(Schi-Stra-Bus)의 발전형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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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연방철도의 철도 도로 버스
 사실 이 쉬스트라 버스 자체는 일본의 DMV에 비하면 상당히 원시적인 차량이기는 합니다. 대차는 수납형이 아니어서 거점역에 상비해 두고 있어야 하고, 이걸 쓰기 위해서는 차체에 설치된 재크를 사용해 차체를 한쪽씩 들어올린 다음 인력으로 대차를 밀어서 설치하고, 대차와 차체간의 제동관을 연결하는 인력 작업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주행은 대차를 쓰지 않고 버스의 후륜을 구동륜으로 써서 달리기는 합니다. 120km/h의 최고속도에 11.3m의 차체장, 그리고 2.5m의 차폭을 갖추었으며 전환작업용 재크와 공압회로를 위한 40리터짜리 공기통이 설치되어 있고, 승강을 위한 출입문이 양쪽으로 설치된 꽤 특수한 차량이었는데, 50량이 주문되어 1953년에 영업운전에 투입되지만 이후 15량만 철도용으로 쓰이고 나머지는 일반 버스로 사용되고 만 사실상 실패작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사실 아예 철도전용으로 쓰는 레일버스나, 이런 여객용 듀얼 모드 버스는 얼핏 보면 굉장히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거 같아 보이는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실제 사용단계에서 보면 철도 사양과 도로 사양을 모두 만족시키는 차량을 확보한다는게 그리 원활하지도 않고, 또 이때문에 차중이 늘어나거나 불필요한 기계장치가 더 달려 유지보수가 난감해지는 등의 약점이 생기기 일쑤이며, 대개 철도도 영업이 안되는 동네면 도로도 같이 열악해서 도저히 견적이 안나오는 경우가 허다한 예가 많습니다. 여기에 철도차량의 운용기준으로 보면 버스의 운용기준은 사실 널널한 편이고, 또한 내구성 요건도 철도에 비하면 까놓고 말해 허접한 수준이어서 내구성에 대한 불만족이 굉장히 많은게 보통입니다. 여기에 보통 서스펜션이 부실하고 2축차 구조가 되다 보니 승차감이 아주 말아먹히는 경우가 많은데, DMV도 시운전 당시에 타본 경험담을 보면 비교적 고물차에 관대한 사람들 조차 승차감이 아주 구리다는 평가 일색인걸 보면 짐작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 2축차의 구림에 타이어 구동에 의한 진동과 소음까지 겹쳐서 그렇다던가. 여기에 면허가 도로와 철도 이중으로 필요한 것이나 정비면에서도 복잡한 정도는 좀 사소한 단점에 불과할 정도입니다. 

 사실 저걸 구상하는 이유가 짐작은 되는게, 정선선 같은 곳은 일단 선로는 있지만 교행가능 역이 현재로서는 없다고 봐야할만큼 취약한게 현실이고, 또한 노선이 맹장선이 되어버려서 임계나 평창 읍내, 그리고 경강선 주요역까지의 접속이 확보되지 않아 수요 확충이 제대로 되지 않는 취약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교행역을 늘리지 않고 도로를 경유해서 교행시설을 늘리지 않고 빈도수를 늘릴 수 있도록 하고, 동시에 철도종단에서 환승없이 연장해서 주요 수요처를 연결하는 식으로 대처하는 식의 운용을 생각해서 도입을 했을거라 봅니다. 일본의 DMV 개발에서 차량 외에 도로접속시설이나 GPS를 기반으로 한 신호시스템 까지 개발하려던 배경도, 센모본선의 낮은 수송밀도에 맞는 소단위 고빈도 수송력 공급과 동시에 시레토코 반도같은 관광자원에 직결하는 서비스를 만들려던데 있던거라 정선에서도 이런걸 좀 응용해보려는 의도는 있음직 합니다. 다만 그게 좀 안되는 컨셉이었다는게 함정이라면 함정인 셈입니다.

 디젤동력 차량의 향후가 워낙 난감하기 때문에 사실 양용차량이라고 해도 양용으로 쓰지 않고 걍 철도 위주로 쓰는 방법으로 비용절감을 하는 것도 대안이기는 합니다. 문제는 과거 레일버스라는 전용의 소형 디젤동차를 굴려본 해외의 경험들을 보면, 철도차량에 비해서 절반 정도밖에 안되는 수명에, 차량의 수용능력이 절반이하에 불과해서 파동수요 대응에 아주 쥐약이 되어버리는게 가장 큰 패착이 되어버렸습니다. 거기다 2축차에 허접한 서스펜션, 낮은 출력 덕에 구배선 대응이 어렵다거나, 막상 버스에 비해서 속도경쟁력이 떨어지거나, 또 승차감이 버스만도 못하다는 취약성까지 줄줄히 달아서 소수파로 그치는 경우가 흔한게 이 장르였기에 지금은 80년대 도입차들의 말예만 남게 되었습니다. 대개 구조개혁의 압박 하에서 "좋은 생각"으로 출발해서는 그대로 사장된게 이 레일버스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 하겠습니다.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가지고 시도해 보는 노력은 평가할 만 하지만, 아무래도 저 기술은 지선철도의 여객서비스를 위해서 쓰기는 어렵고, 좀 특수한 구간들, 예를 들어 아주 단거리의 평탄한 전용선을 활용한 특수한 관광노선 정도에나 쓸 수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달까. 지선 서비스를 어떻게든 해보고 싶어하는 노력은 평가할만은 하지만 그냥 왕도를 걷는게 답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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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도와 관련된 이것저것들. 
    혐한과 개는 출입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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