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한국철도 공식 채널에 광명셔틀 전면영상이 올라와서 나이th한 반응이 많이 나왔었습니다. 국내에서 아마 가장 기묘한 노선 중 하나가 아닐까 싶은 이 노선관련해서 좀 잡담이나 해볼까 합니다.
다들 아는 이야기긴 하지만, 노선의 시작은 2006년에 용산에서 광명 간의 10량 전동열차를 투입하는 것이었습니다. KTX개통 이후 접근교통이 자가용 외엔 정말 열악하던 광명역의 교통대책 차원에서 전격 추진된 것이었는데, 특히나 건설비만 거의 4천억원이 들어간 광명역의 승강인원이 워낙 암담한 수준이었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면피차원도 좀 있던 감이 있었습니다. 계획당시엔 자가용 만능주의가 판치던데다, 그당시엔 아주 고급 교통이던 항공부문의 사업경험을 끌어다 계획을 하다보니 접근교통은 고속도로 정도만, 주차장 대량확보 정도로 충분히 커버가능할 것이라 봤던 결과인데, 지금의 관점에서 본다면 아주 정신줄을 놓은 그런 계획에 가까웠습니다.
당초 이 셔틀은 당시에 곧 될거만 같았던 신안산선과, 민자사업 형태로 추진중이던 광명경전철 사업이 실현되면 그 존재의의가 없어질 예정이었기 때문에 큰 비용 없이 일종의 가설사업 비슷하게 이루어진 감이 있습니다. 원래 그 즈음에 철도공사 측이 주장하던 것은 광명주박기지~금천구청역 간의 단선 전철선으로, 이 구간만 계속 반복운행하는 전동열차를 투입하는 안이었고, 실제 이걸로 예비타당성조사까지 실시되기도 했었습니다. B/C값이 부족하게 나와서 추진 여부가 붕 떠버리긴 했었습니다마는.
당시 정부측에서는 이 단선 셔틀안이 건설사업을 포함하기 때문에 시일이 오래 걸리는데다, 다른 노선이 길어야 10년 정도면 확보될 수 있는 상황에서 아무리 서둘러도 3~5년은 걸릴 사업을 교통대책으로 넣는 게 안맞는다고 생각했던 듯 싶기도 한데, 여기서 금천구청역에 선로전환기 하나를 추가설치하고, 신호를 개량해서 시흥연결선을 공용하는 안이 나오게 되었고 이걸로 가닥이 잡히게 됩니다. 파천황에 가까운 고속선에 전동차 투입이라는 대안이 된거였는데, 덕분에 매우 빠르게 그리고 막대한 추가투자 없이 셔틀 노선이 추가될 수 있었기는 합니다.
다만 이게 결과적으로 보자면 많은 불편도 같이 떠안기게 되었다 할겁니다. 일단 선로공유를 한다는 건 해당 노선들의 지연이 서로 연쇄적으로 파급을 일으킬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즉, KTX가 어떤 이유로 늦어지거나, 반대로 1호선 전동열차가 늦어질 경우 지금처럼 선로가 분리되어 있다면 서로 불똥이 튈 이유가 없는데, 셔틀이라는 이 둘을 연결하는 열차가 끼어들게 되면서 한쪽이 늦어지면 다른쪽에도 지연을 퍼뜨려버리는 문제를 초래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안그래도 일반열차와 KTX로 용량압박을 받는게 경부1선과 시흥연결선인데, 여기에 금천구청역에서 교차지장을 추가하고, 속도가 이질적인 전동열차가 고속선을 밟고 들어가기 때문에 생기는 용량 손실도 만만찮게 부담을 주게 되었고, 또 셔틀 열차 자체도 이런 용량 문제로 1시간에 1왕복 정도만 간신히 설정하는 굉장히 애매한 서비스 수준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셔틀의 회차처리도 광명역에서 주박기지선을 활용해서 실시하기 때문에, 회차에 들어가는 시간이 상당히 긴 편이어서 영업운전 시간보다 회차 과정에 쓰는 시간이 더 큰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을 초래하는 점도 있었습니다. 어떤의미에서는 정부가 까라고 하니 한 거지, 정상적인 사업운영이었다면 이런 사업은 날리고 버스 대체를 하는게 더 상식적이었을겁니다. 뭐, 실제 당시엔 관악역에서 넘어가는 셔틀버스가 있기도 했었습니다마는.
사실 당시 철도공사 안대로 단선전철 피스톤 운전안을 썼다면, 사업실현은 2009년에서 2010년쯤에나 되긴 했겠지만, 지연 파급이나 용량문제는 완전히 피해갈 수 있었을거고 셔틀열차의 서비스 품질도 15분에서 20분 배차가 가능했을거라 배차가 구리네 시간대가 별로네 하는 소리가 거의 안나왔을겁니다. 또 경부2선 배차를 더 밀어넣을 여지도 생기는 건 물론이고, 영등포의 착발선을 활용해서 경인급행이나 경부선 구간열차를 추가하는 것도 가능하긴 했었을겁니다. 셔틀 서비스를 위해 4량편성을 7개 편성씩이나 만들지 않았어도 되었을거고, 또 시흥연결선 안전대책 때문에 차량 규격을 꽤 끌어올리는 부담도 줄었을겁니다.
원래 10년 정도의 한시사업이던 광명셔틀은 광명경전철의 사업포기, 그리고 신안산선 사업의 장대한 지연과 변경으로 인해 20년을 꼬박 채우는 사업이 될걸로 보입니다. 심지어 이번 수색광명간 고속철도 사업에서도 이거 때문에 별도의 연결선 개량사업이 반영되어 있는 모양이라, 어쩌면 영구사업화 될 가능성도 생겨나게 된 듯도 합니다.
저 수색광명 사업 예타보고서에서는 현 광명 주박기지의 남쪽 지상구간에서 분기를 쳐서 현 시흥연결선의 직선 개착구간을 잘라내어 마개조해 접속시키고, 시흥연결선의 광명쪽 구간을 수색광명 고속선의 본선 연결구간으로 활용하는 걸로 사업계획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유례가 없는 지하구간의 개축건설 구상이고 워낙에 구간이 구간이라 고난이도 건설이 될걸로 보이기는 하지만, 그나마 이렇게 안하면 기껏 마련한 지하구간의 운행속도는 물론이고 용량문제도 꼬이는데다 열차운휴를 대량으로 할 수 밖에 없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니 어쩔수 없이 나온 안이기는 할겁니다.
물론, KTX의 장기운휴 없는 건설대책으로서 나온 개축안이긴 하지만 이게 광명셔틀의 생존가능성을 만들어주는 그런 사업이 될 가망이 높기는 합니다. 일단 지하구간이 뚫리고 나면 이 연결선은 용량이 그야말로 펑펑 남아도는, 아마 예상으로는 지상서울역에서 반드시 출발해야 하는 특정 열차편, 아마 임시열차 몇 편이나 사업유지 차원에서 설정될 하루 4~8왕복 정도의 열차편 정도만 쓰게 될 가망이 높은데, 이럴바에는 영등포나 광명역까지의 경부선 혼잡대책으로 광명셔틀을 존치해 두자는 주장이 나올 가능성이 제법 있다고 봅니다.
여기에 하나 더 가능성이 남는건, 표류중인 구로기지 이전사업을 살려내는 대안으로서 쓰일 가능성입니다. 원래 구로기지 이전 대상지로 현재 논란중인 노온사동안 외에 광명주박기지 확장 활용안, 그리고 광명역을 지나 학온동 남쪽지역 건설안 등이 있었고, 초기엔 광명주박기지 활용안이 우세하기도 했었다는 카더라도 있었습니다. 이게 광명시 교통대책으로서 지선 구간을 추가하게 되면서 노온사동안이 떴다가 현지 반발로 사실상 표류가 되는 중인데, 이렇게 되면 이런 지선과 기지신설을 백지화하고 기존 주박기지와 연결선을 활용하는 형태로 사업정리가 될 가능성이 생기게 됩니다. 물론, 이렇다 하더라도 성채산과 안양천 사이의 광명시 관할의 개발가능성이 0에 수렴하는 부지를 대거 매입해 기지화 시켜야 해서 광명시와의 알력이 생기기는 할 수 밖에 없습니다마는 일단 있던 시설 활용, 거기다 주거지역과 완전 격리되다시피한 사실상의 접경부지를 사용하기에 반대를 밀기가 애매해지는 위치기도 합니다.
여기에 여기에 물류단지 설치설도 있는 상황인지라, 기지를 설치하면서 아예 물류전용 전동차나 화물열차의 투입도 생각해 볼 수 있기도 합니다. 이경우엔 화물 착발선을 선로중간에 설치해야 하니 좀 계획이 복잡은 해집니다마는, 기지선의 특수성을 좀 활용해서 착발 시스템을 만들면 뭔가 해볼수는 있기도 할겁니다. 마침 연결선 신설을 하면서 잉여되는 지하공간을 활용해 중간역 설비를 하나 끼워넣는다거나 하는 대안도 있을 수 있을거고. 물론, 이렇게 생길만한 역 위치는 물류단지 출입전용이 되다시피 하긴 하겠습니다만.
여기서 개인적인 의견을 넣는다면, 기왕 구내개조를 할 바엔 월곶판교선의 선로를 현 KTX광명역 선로의 바깥쪽에 상하선 분리로 넣고, 광명역의 고상홈에서 남쪽방향으로, 그리고 주박기지선 측에서 월판선 측으로 건넘선을 이어붙여서 광명역을 통합역으로 활용하면 어떨까 생각이 듭니다. 이경우 역 건설비는 승강장과 관련설비로 억제가 가능할거고, 큰 비용부담 없이 기존 광명역 고상승강장을 임시부본선으로 활용하는게 가능한데다, 주박기지선을 경유해 경부선과 신규기지에 접속이 가능하니 회송편이나 임시열차를 설정하는데 융통성이 크게 늘어나게 됩니다. 또 현재 신안산선과 월판선은 별도 구내를 쓰도록 계획되어서 직결열차는 연결선으로 통행하도록 계획중인데, 이렇게 될거라면 구태여 월판선 광명역을 유지관리에 상당한 노력이 들어가야 하는 별도역으로 둘 이유도 없지 싶기도 합니다.
또 구로기지 이전시설을 광명주박기지 개조로 넣는다고 하면, 물류시설과 연계해서 화물취급도 가능하도록 하면 어떨까 생각도 듭니다. 아마 화물전동차 내지는 화물PP동차를 쓰던가 해야겠습니다마는. 광명역 경유 없이 도중에 분기를 설치해서 스위치백 구조의 착발선로로 바로 들어가게 하고, 여기서 입환운전의 형태로 주박기지에 들어가게 한다면 영업은 가능하긴 할겁니다. 마침 EuroCAREX같은 화물전용 고속열차나, 이에 영향을 받은 화물소화물 전동차 모델이 다른 나라에서 제안된 것도 있고, 이런 특송이나 소화물 전용 편성에 대한 욕심은 꽤 오래전부터 업계에 좀 있던 모양이기도 하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