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해서, 이건 좀 많이 오바한다고 해야 할 거 같습니다. 물론, 공사 전환 후 9년만에, 그야말로 피와 눈물로 일궈낸 영업이익 달성이라는 점에서는 그야말로 전현직 직원 모두의 간난신고가 어린 결과라고 할 수 있고, 공사체제 하에서 이런 업적을 낸건 우리 철도의 자랑이라고 해도 그리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최초의 흑자, 그것도 철도역사 115년에 걸쳐 최초 흑자라는 이야기는 너무 많이 나간 이야기입니다. 실은 조선총독부 시절의 조선철도국은 사철 매수나 대규모 투자가 겹친 경우를 빼면 흑자 기조를 유지해 온 전례가 있고, 또 해방 이후 교통부 현업시절에도, 기업회계 기준은 아니지만 대체로 수지타산을 맞추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아래 첨부한 것과 같이 1970년에도 보조금 전입을 전제로 하긴 해야 하지만 이 시점에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내고 있는것을 볼 수 있습니다.
교통부 시절에는 기업회계에 근거한 손익계산이 없다시피 했고, 이보다 좀 앞선 시점인 1967년 철도연보에는 또 손익계산서 항목을 정확히 확인하기가 어렵긴 하지만, 이 표 내용으로는 흑자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실은 대차대조표 상에도 이익잉여금이 기재되어 있는 등, 일시적인 투자과다 등이 아닌 이상에는 흑자가 나오는것이 당시의 철도이긴 했습니다. 물론, 당시 운영되던 관업수입들, 즉 전매사업 등에 비하면 교통사업은 수익의 안정성이 열악하다는 평가를 받는 한계는 있기는 합니다만.
대개 철도가 적자경영에 빠졌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실제 철도의 적자가 현재화된건 오일쇼크기 이후부터 유가압력과 물가압력이 겹치기 시작하면서 발생했다고 봐도 될겁니다. 물론, 수려선 등 적자노선의 폐지라던가, 경영의 합리화 노력은 60년대 이래로 계속되었고, 80년대에 실질적으로 경상적자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폐선과 운영 합리화가 시작되기는 합니다. 하지만, 정말로 문제가 심각해진건 90년대 이래, 즉 자동차화가 현저해지면서 여객수요가 정체되고 화물 수요와 운송구조의 극심한 변화로 사업의 부실화가 진척되면서라고 해도 될겁니다. IMF까지 얻어맞고 나면서 뭐 결국 사실상 자본잠식 상황에 들어갔던 상황이 아니었나 싶고.
그리고 이번에 영업흑자를 달성했다고 축하하는 건 좋지만, 용산사업의 실패로 말미암아 생긴 막대한 자본 결손과, 10년간 누적된 영업적자 등 각종 금융부채로 인한 이자비용 등이 남아있고, 이로 인해 아직 당기순이익은 적자상태일 수 밖에 없습니다. 매년 4천억 상당의 이자지출이 터지고 있는 상황은 여전히 상황이 현재진행형이기는 합니다. 다만, 영업적자 7천억을 찍던 상황에서 여기까지 압축해 왔다면 투자일정과 규모의 컨트롤과 적정한 운임 조정만 있다면 현재의 정부재정부담 확대 없이도 어떻게든 될 수 있는 시점에 왔다는 점에서는 그간의 많은 희생과 고난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고 봅니다. 이 상황에서 수서를 직영했다면 운임조정 없이도 용산발 후폭풍을 밀어내고 당기순이익을 낼 수 있어서, 누적결손을 메꾸고 나면 정부재정에 기여하게 되는 상황도 기대할 수 있었을거고.
근래 일본의 철도 관련 미디어에서 국철을 해체하면서 막대한 피를 보지 않았더라도 구조개혁 당시의 부채탕감과 인력조정 등을 실행하였다면 국철도 재생가능했을거란 이야기가 종종 나오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어쨌거나 그런 끔찍한 프로세스 없이 정상궤도로 돌아오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의미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고 봅니다. 부동산이 꼬이고, 수서를 떼이고 해서 차와 포를 앗긴 채로 일을 하고 있지만 3년 내로 당기순이익 달성, 그리고 2020년 경에는 누적결손을 모두 해소하고 시설부채까지 터치할 수 있는 여건이 될 수 있을거라 생각이 듭니다. 정부가 남부내륙선이니 하는 뻘사업들을 막 벌리지만 않으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