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열차승무는 화물열차의 경우 기관사와 부기관사 또는 기관사 2인으로 2인승무를 전제하고 있고, 여객열차는 열차 길이에 따라서 역직 구성을 달리하면서 객실승무원 1~3인과 기관사 1~2인의 승무로, 전동열차는 서울메트로와 코레일의 10량편성에 한해 기관사와 차장의 2인승무로 1인승무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즉 열차의 특성에 따라서 기관사 단독에서 4인 이상의 승무까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으로, 꽤나 버라이어티한 상황입니다.
사실 차량의 자동화와 신뢰성 향상, 전산화와 제도 개선을 통한 운임징수의 간소화, 안전의식의 고도화, 신호보안장치의 발전, 인프라의 고도화로 과거에 비해서 철도의 안전이 인간의 감시와 통제에 의존하는 요소가 확연이 줄어들은 건 사실입니다. 또한, 전통적인 열차 차장(conductor)의 직무인 차량의 안전감시 역할은 이러한 발전으로 인해 의미가 크게 퇴색해서, 근래엔 어지간한 나라의 화물열차에는 차장차(caboose)를 연결하지 않는게 추세기는 합니다. 또한,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차장의 업무인 출입문 취급과 승하차 안전 또한 서구에서는 기관사의 책무 내지는 객실 승객의 자기책임으로 하는 식이 흔하다시피 해서, 전통적인 2인 승무라는 논란 자체가 드문 편입니다. 역으로, 차장의 주요 역무는 안내나 운임 징수(fare collecting) 관련한 부분으로 모아지는 형태로 역할이 전환된 모양새가 보이기도 합니다.
여담으로, 차장을 광범위하게 운용하는 걸로 알려져 있는 일본의 경우도 전체 노선 중 70% 가까운 1.6만km에 대해 통달(시행령)으로 원맨 운전이 인정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기관사가 운임을 징수하는 식으로 차장의 승무를 생략하고 있기도 합니다. 좀 이전의 숫자이니 요즘은 바뀌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물론 원맨 운전을 하는 노선에 대한 규제가 매우 엄격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와는 여건자체가 전혀 다르기는 합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서구식으로 따라가는게 정답인가에 대해서는 좀 고민이 필요하지 않은가 생각이 듭니다. 일단, 서구와 달리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이용객 개개인의 귀책에 대해서 굉장히 소극적으로 인정하는 편에 가까워서, 출입문 사고 같은게 났을 경우 개인의 귀책으로 종결되는 경우가 그리 흔하지 않은 편입니다. 미국의 경우 여객열차가 거의 굉음 수준에 가까운 경적을 울리고, 승강장 곳곳에 현란한 경광등을 돌리며 안전방송을 연신 울리는 식임에도 물리적인 접근 차단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편이고, 영국쯤 되면 승강장 바닥에 노란색 페인트로 mind the gap(간격에 주의) 정도만 써두고, 열차진입 방송 끝에 한마디 거드는 수준으로 소극적입니다. 요즘은 승강장 바닥에 노란색 안전주의 마킹을 하는 곳도 제법 있는 모양이기는 합니다만. 반면, 우리나라는 스크린도어를 두고, 출입문 사고의 책임을 승무원에게 묻는 분위기가 강하기까지 합니다. 심지어 역 구내 정신이상자의 돌발행위나 만취자의 실책조차 철도회사의 책임으로 치부하는 분위기까지 가면 유럽과는 전혀 다른 법 논리가 지배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겁니다.
더욱이, 우리나라 철도는, 주로 도시부의 이야기긴 하지만, 만성적인 인프라 부족에 높은 인구밀도로 인해서 이용객의 숫자나 열차 운행 정도가 그야말로 레벨이 다른 편입니다. 일본에 비하면야 약하긴 합니다만, 미국같은데는 커뮤터 열차가 휴일없이 매일 다니는 경우는 뉴욕주 롱아일랜드 철도(LIRR) 뿐일 지경이고, 1시간 1대 이상이면 고빈도 운행 취급하는 수준에 비하면 이건 크레이지 하다는 말을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랄까. 즉, 인프라를 극단까지 뽑아쓰는 만큼, 그만큼 요구수준이 엄청나게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해외와 수평비교를 하기엔 직무구성과 지원기술의 차별성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미국 화물철도의 경우 우리와 비슷하게 차장차를 생략하고 기관차에 2명의 승무원이 타고 있는게 기본이지만(보조기관차를 붙이는 경우는 중간에 추가 승무원이 있을 수 있긴 해도), 이 2명의 승무원은 실은 기관사와 차장으로 구성되는게 보통입니다. 다만 차장이 실질적으로는 부기관사의 역할을 하는 점의 차이는 좀 있긴 합니다만, 무인 신호장에서 부기관사가 내려서 선로전환기를 취급하거나, 차장의 역무인 화차의 분리연결을 하거나 하기까지 합니다. 또한, 차장차를 없애는 대신에 차량 최후미의 공기관에 ETD(End of Train Device)내지는 FRED(Flashing Rear-End Device)라 불리는 제동압력 측정 및 데이터 전송장치를 붙여서 기관차 측의 서버와 통신을 통해 안전 확인을 하기까지 합니다. 번쩍이는 후미등의 역할도 겸하면서 말입니다.
일본의 원맨선구 이야기만 보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지만, 정작 해당 노선은 수송량의 20%도 못미치는 그야말로 지방교통선에서의 이야기로, 도시내 철도나 도시간 철도는 대부분 차장이 승무하다시피 하고 있고, 신칸센쯤 되면 역할을 분담해 차장만 셋이 타기까지 합니다. 일본의 경우는 대도시 구간처럼 사람이 많은 곳은 그야말로 인해전술로 인력을 투입해 넣고, 지방선구는 철저하게 인력을 빼고 집약화해서 사업채산을 극단까지 올리는(그래도 영업계수가 수백단위 나오는 적자선구 투성이라지만) 그런 식의 운영을 하고 있다시피 합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여건은 일본과 비슷하면서도 일본과 달리 대도시의 객화분리나 등급별 분리가 미약하여, 한 노선에 화물과 여객열차가 혼합하는 건 기본, 용산~청량리쯤 되면 전철, 임시여객(O트레인, 무궁화임시), 화물, ITX청춘 등 준고속열차 등이 복선에 섞여 다니고 있고 앞으로 KTX까지 혼합해 다니는 그야말로 유사이래 이런 막장이 없음직한 그런 노선이기까지 합니다. 왕년의 경부선도 이정도는 아니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랄까. 이런 여건에서조차 전동차는 1인승무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건 어떤 의미에서는 과격하다고 해도 그리 심한 말은 아닐겁니다.
이런 의미에서 8량을 넘는 장대편성에 ATS같은 목측신호를 기본으로 한 혼합교통선의 전동열차라면 차장과 기관사가 승무하는 체제가 타당하지 않은가 생각도 듭니다. 실제 작년에 있던 대형 사고인 2호선 왕십리역 충돌사고나, 좀 이례적인 사고였던 중앙선 절연구간 정차 사고의 경험을 볼때 더욱 그렇단 느낌입니다. 우선, 승무원의 통제가 필요한 충돌이나 탈선·전복사고가 나는 경우 기관사가 유고가 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제대로 움직이기 힘든 부상을 입거나 아예 기절 내지 치명상을 입은 경우가 종종 생기는데, 이 경우 역으로부터의 구원이 용이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또, 기관사가 유고가 되지 않더라도, 사고 발생시에는 관제나 관련 부서로부터의 정보확인 같은게 쇄도하는 경향이 있고, 심한 경우 승객들이 쇄도해서 말 그대로 사람의 대응 능력을 초과한 상황이 벌어지게 마련입니다. 지난 사고때도 임의로 출입문을 따고 선로로 내려가는 승객이 많았던 점이 이런 "일시에 몰리는 콜"과 "사고 직후의 패닉"이 개입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이 경우 승객을 통제하는 사람과 상황대응과 현장확인을 하는 사람이 따로 요구가 되는데, 1인 승무 체제 하에서는 이런게 불가능할 수 밖에 없습니다.
또, 좀 오바하는 감도 있지만, 모든 통제기재가 마비된 상황에서는 단선이나 복선에서 인접한 열차를 세우는 조치는 결국 사람이 해야만 합니다. 문제는 전동차 8량 정도가 되면 차량의 길이만 160m에, ATS기준 1~2개 폐색을 이동한다고 하면 그 후미에서 다시 수백m를 이동해야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뭐 이걸 위해 왕년의 일본국철처럼 차장은 선로에서 600m를 2분 30초 내에 주파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규제를 두는 건 무리기는 합니다만,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요구가 주어지는 상황이 되어서는 안될겁니다. 뭐 당장에 8량편성 차량의 최 후미에 트러블이 생겼을 때 거기까지 기관사가 갔다오는데만 기관실 제어계통을 정지시키고 이동하는데 4~5분이 걸리고, 이건 ATS의 최소시격을 아득히 넘어가게 되니 이건 좀 답이 아니란 생각이 든달까 그렇습니다.
물론, 2인이 아니라 4인, 6인이 타는게 더 안전하다는 보장은 없고, 오히려 책임의 분산으로 인해 방지할 수 있는 사고조차 놓치는 일이 생길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명확한 역할 분담이 이루어지고, 백업과 리던던시가 전혀 없는 체계 또한 방지할 수 있는 사고를 놓치게 하는 주된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물론, 인력의 증원은 결국 경영압박과 운임의 상승이라는 부담이 초래되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말로만 최상의 안전을 말하기 이전에, 비용과 안전의 균형점을 어떻게 찾아볼까 라는 고민이 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P.S.: 승무 이야기를 하면서, 코레일 기관사가 3시간 운전하고 쫑친다는 식의 유언비어가 다시 고개를 쳐드는 모양새입니다. 이건 그야말로 악의적인 왜곡인데, 근무시간=운전시간이 아니라는 점을 간과하는 주장이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3시간 운전 제한이라는 건 말 그대로 연속운전, 즉 한번 운전대를 잡고서 몇 시간을 운전하느냐를 이야기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즉, 3시간을 운전하고 1시간을 쉰 다음 다시 3시간을 운전해서 하루 8~9시간 이상을 근무한다는게 정확한 이야기일겁니다.
사실, 3시간 단위 휴게기준도 그리 과도하다고 생각되지는 않는게, 자동차 운전에 대해서도 흔히 2시간 마다 잠시 휴식을 취하라고 안전운행 권고를 정부가 하고 있습니다. 또한, 철도의 경우 낮에만 다니는게 아니라 새벽이나 심야에도 다니고 있고, 이런 시간대를 운행하는 경우라면 4~5시간씩 운전하라는 건 안전사고를 내라고 조장하는 수준의 행위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겁니다.
아래 첨부한 JR차장의 근무표(행로표)가 이런 패턴을 보여주는데, 가로선이 실제 열차를 타는 승무시간, 세로선이 대기시간이라고 해석을 하면 됩니다. 대개 회차시간으로 잡혀있지만, 3시간째인 12시부터 13시까지 1시간 약간 안되는 휴게시간이 편성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