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험프 조차장의 기본적인 흐름은, 화물열차가 도착하면 화차 사이의 공기관을 모두 풀고(미국같은데는 터프하게 그냥 굴려서 제풀에 풀리게 하기도 한다지만) 도착한 차량의 상태 등을 확인한 다음, 지정된 작업순서에 따라 이 도착한 열차의 화차들을 입환용 기관차로 밀어서 험프에 올립니다. 이때 험프 정점 인근에서 선로 방향을 스코어보드 처럼 현시하면서 기관사와 험프의 화차분리 담당자, 선로조작 담당자 간 삼각확인을 하면서 작업을 합니다. 화차를 무조건 1량씩 끊는게 아니라 4~5량씩 한꺼번에 끊어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런 확인이 중요하게 취급됩니다.
험프 정점을 지나면서 화차의 연결기 레버를 조작하면 화차는 분리되서 굴러내려가면서, 일본에서는 사역선(仕訳線), 영어에서는 선로 모양을 따 부르는 벌룬(Balloon), 우리나라에서는 작업선 내지는 분류선 정도로 번역가능한 선로를 향하게 됩니다. 이 선로들은 대칭구조에 가깝게 선형을 구성해 두는데, 이는 화차를 굴릴때 속도 등의 변수를 최소화하고, 분류작업의 효율을 올리기 위해 그렇게 합니다. 이 작업선으로 굴러내려가는 선로 중간에는 리타더라 불리는 차륜이나 플런지를 눌러 차의 속도를 줄이는 장치가 붙어있습니다. 이걸로 굴러내려가는 차의 속도를 잡는데, 그날의 풍향과 풍속, 차량의 중량, 어느 선으로 가는지 까지 고려해서 조작해야 하는 거의 아트 수준의 업무라고 합니다.
험프에서 굴려내리는 시점에서 해당 화차가 가야 할 분류선으로 전철기가 전부 세팅되어 있는데, 이걸 조차장의 초입에 위치한 담당자, 흔히 야드마스터(yardmaster)라 불리는 사람이 중앙에서 일괄로 취급합니다. 화차 순서가 맞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대혼란이 나는 만큼, 합이 잘 맞아야 합니다. 대개 분류선은 행선지 별로 분류를 하되, 좀 예외적으로 급송이 필요하거나 재분류가 필요하거나, 반대방향으로 보내야 하는 차를 분류하는 선을 따로 두기도 합니다. 이러다보니 조차장 간을 운행하거나 조차장에서 각 화물역으로 가는 화물열차들은 화차를 매우 난잡하게 연결해서 다니는 경향이 있습니다. 영상 말미의 도호쿠본선 화물열차가 그런 모양새고, 미국의 화물열차들도 이런 모양새로 다니게 됩니다.
각 분류선으로 굴러들어간 화차는 완전히 멈추지 않기 때문에, 위의 영상에서 보듯이 조차수라 불리는 사람이 뛰어 매달려서 수동 브레이크를 조작하면서 각 분류선의 정지위치에 맞춰 차를 세웁니다. 위 영상에서는 거의 아트 수준으로 수동(족동이라는게 맞겠지만) 브레이크를 취급하는데, 사실 일본에서는 이렇게 하지만, 해외에서는 그냥 터프하게 헴슈(hem shoe)라 부르는 레일에 설치하는 차막이 비슷한 물건을 써서 세운다고 하긴 합니다. 그만큼 리타더 조작이 정밀해야 사고가 안나긴 하겠지만, 사람 다치는 거 보다 기계가 좀 부서지는게 낫다고 보는 관점이 보인달까.
이런 조차장 경유 화물은 대개 발송역->조차장->조차장->도착역 식으로 조차장 간 이동을 반복하면서 가기 때문에, 정시성이 전혀 담보되지 않는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대신 화차만 수급이 된다면 정기적으로 다니는 화물열차에 필요한 량수 만큼 붙여서 보내는게 가능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정기노선화물" 개념에 가깝게 중소화주들이 쓸 수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처럼 택배나 차량을 개별적으로 수배해서 보내는 방식과 달리, 일종의 화물버스 개념이랄까 그런 식입니다. 지금은 이런 방식 자체는 여러 나라에서 폐지되었지만, 미국이나 독일같은데는 여전히 쓰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화물수송 자체가 협소해지다보니, 조차장은 남아있지만 이런식으로 대대적으로 화차를 찢어 분류하는 식의 운영은 하지 않는걸로 보입니다.
위의 영상에서 보면 알지만, 사실 일본철도가 안전을 강조하는 건, 과거에 워낙에 안전에 둔감했던 전례가 굉장히 심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렇게 위험한 작업을 일상적으로 전국에서 벌이다 보니, 조차장마다 매년 사망자가 하나씩 나오는 건 예사였다고 합니다. 지금도 화물취급역에서는 화차만 굴려서 작업하는 돌방입환이 기본적인 입환방법으로 쓰이는 곳이 많다는 모양이고. 그러다보니 노조가 그만큼 영향력이 강력하기도 했고 또 작업장 분위기도 군대같았다고 하기는 합니다. 뭐, 화물철도에 대한 미련쓰기는 노나 사나 그게 그거라서, 이런 비효율적이고 위험한 시스템에 의존하던 화물수송을 계속 유지하다시피 했고, 그걸 또 자동화 하겠답시고 야드자동화시스템(YACS)같은걸 개발해서 무인야드화 시킨 무사시노 조차장 같은걸 멋드러지게 만들고는 단 9년을 쓰고 폐지하게 되었다거나 그런 결과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일본국철 패망의 큰 요인을 들때 무리한 대규모 토목발주(조에츠신칸센, 세토대교, 세이칸터널), 지방선의 과도한 건설, 그리고 화물철도 과잉투자를 들 만큼 이 부분의 문제가 꽤 컸다 하겠습니다.
여하간,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시스템이고, 아마 앞으로도 보기 힘든 시스템이 저 야드식 화물과 험프 야드인데, 대신 철도 시스템의 근간에 잘 닿아있는 시스템인지라 지식을 넓히는 차원에서 인용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