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 대한 한 줄 소감 : 네 다음 로템알바.
이런 개소리를 경제지에서 마빡에 때려박고 들이대는 걸 보면 요즘 신문사가 궁한 모양입니다. 이런 노골적인 협찬기사질이나 하는 걸 보면 말입니다. 청년들 보고 중동 진출해서 돈을 벌어오라는 흰소리나 하는 요즘 세태에서, 자기들이 솔선해서 외국에 먼저 진출해서 실적을 쌓아와야지 국내에서 오냐오냐 과보호 받으면서 장사할 생각부터 하고 있으니 나라 꼴이 아주 예쁘장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일단 해무가 당장에 상용으로 나올 수 없는 건 까놓고 말해서 아직 완성차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과거 G7이라고 불리던 HSR-350x 같은 경우도 시험운행에 거의 5년여를 소비했었고, 그러고 나서 KTX-산천으로 실용화되는데 2년여가 더 걸렸습니다. 2004년 말에 설계속도를 실증하고 난 이후 장기간에 걸쳐 내구검증을 해서 시험종료 판정을 받은게 2007년 말이었던 걸로 기억을 하는데, 해무는 작년에 일단 400km/h 돌파로 설계속도를 1차 실증했고 현재 장기내구검증 단계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과거보다 고속선 연장이 길고 또 그만큼 시험운행을 일중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지만 최소 3년 이상의 내구검증기간이 남아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HSR-350x의 양산형인 KTX-산천의 경우는 상용화를 너무 서두른 나머지 초기불량으로 아주 학을 뗀 전력이 있습니다. 2009년 도입자체가 시험종료 후 2년여 시점, 즉 근래의 기준으로 봐도 굉장히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건인데, 아니나 다를까 제대로 탈이 나서 그야말로 개망신을 당한 전례가 있습니다. 중련 운행을 전제한 열차가 중련을 붙이면 차가 먹통이 되었다던가, 방송장비 고장으로 승무원이 차내를 다니며 육성으로 안내를 해야 했다던가 하는 수준이었고, 심지어는 지금도 사행동을 못잡아서 고속선에서 트위스트 댄스를 추는 차가 있기까지 합니다. 해무 상용화도 똑같이 졸속으로 할 생각이라면 그렇게 추진하면 될겝니다.
어차피 국내에서 차량도입은 2018년 코레일의 올림픽 대응용 산천 15편성과 그 즈음에 들어올 SR의 증차용 산천 10편성 이후로는 아직 뭘 어떻게 살지 그림이 나온게 마땅히 없는 상황입니다. 결국 2001년 즈음부터 시험운행 투입 등으로 노후화가 심한 KTX-1을 조기대차하거나, 저 25편성의 추가차량 외에 경부고속선 차량 순증을 하거나 해야 구매할 이유가 생기는데, 2020년 이전에 이게 이루어질 가능성은 별로 없지 않나 싶습니다. 가뜩이나 철도공사 방만경영 하지 마라 운임 깎아라 오만 지랄들은 다 하고 있는 상황에서 퍽이나...랄까 그렇습니다.
그리고 해외 고속철도 시장 진출 문제를 그냥 국내에서 차 안사줘서 못나간다고 하는건 전형적인 약장수 마케팅입니다. 혹자는 이렇게도 표현할겁니다 : "비겁한 변명입니다!". 기본적으로 고속철도는 고액의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선진국가들을 제외하면 대개는 해외차관 도입이나 기술지원을 전제로 사업을 추진하는 예가 많습니다. 우리나라도 93년에 고속철 방식 선정을 하면서 이렇게 했었고. 즉, 고속철도 차량의 기술방식이나 완성도 자체만으로 평가하는게 아니라, 결국 총 사업비 규모 문제나 제공되는 프로그램 패키지의 내용, 사업에 대한 차관제공조건이 더 관건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은 차량이 유행대로 나온다고 팔려주는게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중국의 차량판매 건도 사실 한풀은 까고 봐야 하는게, 현재 합병이 추진중이지만 중국남차집단과 북차집단 두 회사는 객차와 동력차 기준으로 보면 세계 차량생산능력의 거의 절반가까이를 잡고 있는 회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로템처럼 연산 천량정도 생산하는 공장하나 가지고 굴려먹는 회사가 아니라, 과거 공산화 당시에 중국철도가 가진 수십개의 차량공장들을 묶어서 만든 회사입니다. 즉, 엄청난 생산캐파를 가지고 있고, 그 캐파로 규모의 경제를 뽑아낼만큼 내수도 받쳐주는 케이스랄까 그렇습니다. 근래엔 내수가 포화되면서 캐파를 채우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오는 상황인데 이걸 어설픈 가격경쟁력 정도로 감당해 낼 생각을 하는 거 부터가 패착이라고 해야 할겁니다.
중국이 인건비와 과잉캐파를 가지고 공격적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우리가 일본 히다치 처럼 융통성 있는 공정기술을 가지고 리즈너블한 가격과 품질을 갖춘 공급능력이 있는가, 또 이게 좀 비더라도 커버를 쳐 줄 수 있는 패키지 수출 능력이 있는가 하면 솔직히 말해서 아니라고 봅니다. 히다치의 영국 IEP사업 진출건도 결국 저가투매로 켄트 주 사업을 일단 잡아먹고 나서, 마침 대륙계 차량제작사들(봄바르디어, 알스톰, 지멘스)과 대립각을 세워야 할 필요성 차원에서 정책적인 배려를 받아 공장을 깔고 들어간 케이스인데, 터키의 유로템 정도를 빼고나면 솔직히 말해 이게 될 영역인가는 많이 의구심이 남습니다. 솔직히 말해 우크라이나에 광궤판 청춘 팔았다가 욕만 직살나게 쳐먹은거나, 대만에서 보증수리 문제로 분쟁이나 낸거 생각하면 국내에서 사준다고 외국 영업을 잘 하기나 할건가에 의구심이 많이 남습니다. 까놓고 말해 집안퉁소질이나 하지, 밖에 나가서는 뭐 제대로 하는 것도 없단 소리 들어도 할말이 없는 수준인거 같달까.
더욱이, 동력분산식이 아니라 해외에 안팔린단 소리하는 전문가를 인용하는데, 솔직히 말해서 좀 견강부회적인 냄새도 납니다. 동력집중식이 좀 쇠퇴하고 분산식이 뜨는 추세인건 맞기는 한데, 그렇다고 해서 동력집중식 자체가 시장이 아예 없어졌는가 하면 그건 또 아닌게 현실입니다. 일단 프랑스 같은 경우 알스톰이 AGV를 가지고 그렇게 마케팅을 했지만 결국 DASYE를 2016년까지 꿋꿋하게 납품받기로 했고, 작년 11월에 적었던 이야기(링크) 이지만, 차기 TGV도 역시 듀플렉스 디자인을 근간으로 해서 계속 가겠다고 선언해 두기까지 한 상황입니다. 또 미국의 암트랙 입찰도, FRA가 태도전환이 없는 한에는, 동북회랑선용 고속열차(실상은 준고속이지만) 도입에 대해서 기 개발된 동력집중식의 채용 원칙이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이거때문에 캐나다 거점의 봄바르디어 사가 입찰에서 드롭하기까지 한 판이니. 그외에 스페인도 가변궤간이나 비전화직결운행 문제 때문에 동력집중식을 근래까지 구매한 전례가 있기도 하고, 잠정추진중이지만 모로코 고속철도 사업도 SNCF의 영향력 때문에 듀플렉스 기반으로 계획되고 있는 등, 간단하게 동력집중식이라 안팔린다 소리를 하는건 좀 틀린 이야기 입니다.
게다가 국내에서 동력분산식을 새로 채용하는게 경제적인가에 대해서도 좀 고민이 필요한 포인트입니다. 프랑스가 계속 듀플렉스에 비비적대는게 무슨 노조문제나 국철의 보수성 문제로 귀결되는게 아니라, 그게 경제적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봐야합니다. 400편성 이상의 TGV 차량을 가진 나라에서, AGV나 Velaro, Zefiro같은 동력분산식 차량을 새로 도입하게 되면 제일 먼저 걸리는게 정비 문제입니다. 정비체계를 새로 짜는 건 물론이고, 이를 위해 별도의 정비용 부품 재고를 잔뜩 부담해야 하는데다 심지어 차량기지까지 별도로 구축해야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우리나라도 이 문제는 동일하게 적용되는게, 동력분산식을 채용하게 되면 적어도 이걸 담당하는 기지가 하나 더 생겨야 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중정비야 고양기지에서 설비개량을 하든지, 라인을 하나 더 올린다 쳐도 일상적인 경정비를 처리할 기지가 하나 더 추가되어야 하고, 대충 이거 투자비로 한 2천억원 정도(보통 전동차기지 하나 신설하는데 드는 돈)가 깨지게 됩니다. 차량수명을 비슷하게 따라가서 20년간 상각처리 하면 연간 100억원에 기지의 운영비가 추가되는데, 이정도면 연간 고속철 운임수입의 1~2%정도 영향을 줄거고 크진 않아도 운임에 그만큼 영향이 가게 될겁니다. 즉, 운임인상 압력을 초래하게 된단 이야기입니다.
국내실적에 비비적대지 말고 알스톰의 AGV처럼 외국시장을 개척해서 거기서 실적을 쌓아 세계에 나갈 생각을 해야지, 내수시장에서 철도공사에 업혀 꿀빨 생각이나 하는건 솔직히 말해서 부끄러운줄 알아야 합니다. 뭐 AGV 채용한 NTV는 망해가는 집안이 되는 분위기라서 노답이기는 합니다만서도.
세계적 추세 이야기를 하자면, 금융위기 이후 결국 경제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시피 한게 현실입니다. 민영철도로 약팔이를 지난 20년간 열심히 해 왔지만, 결국 장기검증을 해보니 이게 별로 효율적이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공격적 마케팅이니 뭐니 하면서 떠든것도 실체가 모호한 이야기라는게 뽀록이 난 상황이다 보니, 결국은 통합총괄적인 운영체제 하에서의 효율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회기하는게 현재의 결론이 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고속철도 사업도 막대한 인프라 투자비를 적정히 회수하기 위해서는 좌석공급단가, 열차공급단가를 최적화하는데 초점이 가 있는게 현실이다시피 합니다. 물론, 이렇게 가더라도 2+3좌석같은 서비스를 납득하는 유럽국가는 없다시피 한지라, 신칸센 식의 경제주의는 인도에서나 먹히는 수준이고.
경제주의가 주도하는 상황에서는 동력집중식은 관절대차와 2층차체구조를 기반으로 좌석공급량을 극대화하는 방향이 될 수 밖에 없고, 동력분산식은 동력차가 먹는 공간을 영업공간으로 해서 좌석공급량을 극대화하는 방향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양쪽의 결과물이 프랑스의 DASYE와 독일의 ICx 로 축약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좌석공급량만 본다면 DASYE 쪽이 동일한 열차장의 동력분산식 열차에 비해서 50석 정도 더 공급능력이 나오는 모양이어서, 코스트 퍼포먼스 만으로 본다면 통념과 달리 외려 동력집중식 2층열차가 최선에 가가울수도 있습니다. 뭐 2+3좌석을 허용하면야 광폭차체의 신칸센이 이길테니 이 부분의 결론이 날 건 아니긴 합니다만.
사실 우리나라는 오송역으로 대표되는 고속지방잡역들 난립으로 역간거리가 좀 짧기도 하거니와, 서비스 중단을 용납하지 않고 그 운송 품질 요구가 까탈스럽다시피 한 점, 사실 경부선만 한정해 보면 최대한 공급량을 뽑아내는 방향이 중요하기 때문에 동력분산식으로의 전환 자체는 좀 필요하기는 합니다. 차량하부기기 때문에 눈에 약하다거나, 차내 소음이나 승차감 문제가 있어도 그걸 감내하고서라도 갈 이유는 어느정도 있긴 합니다. 다만, 이게 쉬운 길이 아니어서 지금의 산천 정도의 소음, 승차감, 편의시설 등 요구품질은 맞춰내야 하고, 또 지금 해무처럼 단순 동력분산이 아니라, 부수차의 2층화를 포함해서 경제성을 더 향상할 대책이 없다면 동력분산식으로의 전환은 요원할 수 밖에 없을겁니다.
P.S.:
여담이지만 일본의 도카이도 신칸센이 40만명/일에서 근 10년째 포화상태인데, 우리나라도 경부고속선은 현재 12만명/일 정도에서 공급추가요인이 생겨도 15~18만명/일 정도, 지방광역선 등을 추진해서 철도쪽으로 최대한 긁어내야 20만명/일 정도에서 포화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국가통계에 따르면 현재 경부선의 이용률이 90%대이니 아직 더 팽창할 수 있긴 할거 같긴 하지만, 노동인구 감소가 2018년 부터 시작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 노동이민이든 뭐든 받지 않는 이상에는 2020년 정도면 기저수요의 피크가 오기 때문에 결국 수요 총량이 그정도일건데... 경부고속선 차량의 순증사업이 지금 이상으로 추가될 여지가 있을지는 좀 의구심이 남긴 합니다. 일본의 저 미친 수요도 도쿄 2700만에 관서권과 중경권의 엄청난 인구밀도를 깔고, 오다와라~시즈오카 정도의 근교통근수요까지 끌어다 박은 결과인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