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한국철도에서 정식개통 전에 상업운행을 하는건 경인철도가 특허를 유지하기 위해 9월 18일에 노량진~인천 간 가 운수 영업을 시작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좀 시쳇말로 말하자면 언놈 빽인지 참 끗발 좋은 놈 있나보다 할 수 있겠습니다. 호남고속선에서는 정치인들이 징징대느라 바쁜데, 여기는 뭐 아주 대놓고 권력으로 찍어눌러 영업을 시키니 과연 하나되는 대한민국 답달까.
사실, 동해선 KTX야 말로 호남고속선 사업 만큼이나 구질한 구석이 많은 사업입니다.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는 진행중, 그것도 태화강 이북은 이제야 사업에 착수할까 말까한 상황이고, 대구선 복선전철은 현재 공사중인 상황에서, 유독 섬처럼 남겨진 신경주~포항간의 철도는 이렇게 급물살을 타서 개통을 하는지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사업진행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이 복선전철 구간은 경부선과 전철로 연결되지도 않아서 그야말로 전력계통의 섬이기까지 합니다.
더욱이 웃기는 건, 이렇게 착수한 복선전철 구간이 기존선과 제대로 접속되어 있지 않아서, 향후 최소 4~5년간은 KTX전용선으로만 쓰이는 구조가 되어있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서 기껏 건설해 놓은 복선전철 구간의 중간역 설비는 그동안 놀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고, 또한 복선으로 쭉 뻗은 선로를 놔두고 기존 동해남부선 또한 계속해서 운영해야 하는 병크가 터지게 됩니다. 초기엔 심지어 신포항과 기존 포항역을 둘 다 굴려야 하는 걸로 언급이 나왔었던 모양인데, 이거야 말로 이뭐병 소리가 절로 나오는 건설계획이라 할겁니다. 이러라고 2조 가까운 사업비를 세금에서 밀어준게 아닐텐데.
아울러서 이렇게 하면서 경주에 위치한 차량 및 기관차 승무도 수년 뒤 기존선 이설 시점에서 포항으로 가게 될 걸로 보이는데, 이로 인한 지역간 갈등이나 근로자의 생활거점 변동 문제도 사실 심각하지만, 신포항에서 괴동선으로 기관차나 화차 회송을 보내려면 무조건 스위치백 운행을 해야 하는 엽기적인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아니면 동대구나 가천에서 회송을 다녀야 하는데, 어느쪽이나 비효율이 철철 넘치는 결과가 벌어지게 됩니다. 그야말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달까.
거기다가 더 기막힌건, 경부고속선 본선에다 연결선을 따 붙여놨다는 점입니다. 이걸 위해서 약 2천억원 이상의 연결선 공사예산을 추가로 꼴아박았을거라 보이는데, 이 돈으로 동대구~가천간의 대구선 단선을 복선화하고 대구선 복선전철을 연계해서 열차를 운행시켰다면 용량이 판판이 남아돌게 생긴 대구선 복선에 고속서비스를 넣어줄 수 있는데다, 영천, 서경주 영업을 추가해서 기존 새마을 영업을 이어받아 좌석 유휴를 적극 개척할 여지가 있었을 것입니다. 근데 10분 정도를 당기기 위해서 무리해서 돈을 더 쓰고, 영천 등의 중간역들에게 보기좋게 빅엿을 쳐 먹였으며, 심지어 경부고속선 본선의 운행속도까지 깎아먹은 이런 의사결정은 그야말로 권력형 비리 소리를 들어도 될 그런 지거리라 하겠습니다.
호남고속선에 비하면야 2조 남짓이니 그나마 총액으로 보면 작다 할 수 있긴 하지만, 호남고속선 자체는 인프라 투자의 균형 문제라던가 수혜확대 차원에서 의미가 없지는 않은지라 합리화가 되지만 이건 그야말로 다른데 균형투자할 수 있는 재원을 일부러 새치기를 하면서 특정지역에다 2조짜리 사업을 퍼부은 꼬라지밖에 더되나 싶습니다. 까놓고 말해 하루 1천명도 안타던 포항역을 위해 이 돈을 꼴아박은 택이니. 주어로 특정하면 소송방지가 안되니 참 말하기 어렵지만, 꼼꼼한 냄새가 아주 진동을 한달까. 이런걸 두고 권력형으로 해먹었다 해야 할겁니다.
뭐, 결과적으로 포항 구시가지로 들어가던 철도를 말아쳐먹고 흥해 언저리까지 역을 빼버린 통에 구시가지는 그야말로 처절한 생존투쟁을 해야 할 상황에 빠졌고, 아마도 동해선 KTX 개통은 신포항역 주변에 땅사놓은 권세있는 치들 만의 잔치가 될겁니다. 그리고 외려 빨대효과만 작렬하고, 기존에 경주 등지에서 철도로 통근하던 사람만 빅엿을 쳐먹는 웃기는 결과로 이어지게 될겁니다.
P.S.:
지금은 기존 포항역이나 효자역 이용자만 엿을 먹은 택이지만, 기존선 이설이 들어가면 경주역이나 서경주역 이용자들도 같이 빅엿을 먹고, 소소하지만 불국사역도 공중에 떠버리게 됩니다. 경주역의 경우 신경주역까지 차로 나가느니 그냥 도로교통을 이용하는게 속편한 모양새가 되어버린달까. 아무리 문화유산 보호라는 대의가 있더라도, 수십만이 사는 도시의 교통체계를 이렇게 아작내면서 보호를 하는게 온당한 일인가에 대해 회의를 가져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어차피 간선철도의 이설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기존 단선을 개축하고, 일부 도로공용구간을 설정해서 노면전차형의 지방철도로 재편하도록 정부가 지원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정부, 코레일, 지자체가 출자하고, 지자체 및 문화관련 정부기금에서 운영비를 보전하는 식으로 가면 좀 납득할만한 운영체계가 나올 수 있을거라고 봅니다. 대충 신경주~현 동해남부선 구간의 연결선 건설, 서경주~건천사이 본선에서 터미널 인근 경유 경주역까지의 노면공용구간(복선)신설, 단독운행구간에 전차선 부설 및 중간교행역 추가 정도가 실시되면 지방철도로 운용가능한 시스템이 완성될 걸로 생각이 되는데, 이걸 하게 된다면 폐선후에 착수할게 아니라 현재 본선이설 시점에 공사준비를 해서, 본선열차가 이전한 즉시 저율 영업이 가능한 상태로, 이후 1~2년 내로 정상영업을 할 수 있도록 심리스한 계획이 짜여져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