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고속철도 사업 진행에 대해서 재무성 면에서나 노선선형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이긴 하지만, 일단 90년대 고속3선 구상에서 제2선으로 다뤄지던 노선이 개통을 본데 대해서는 일단은 축하할 일이라고 해야 할겁니다. 마침 현지 내려갈 일이 잡혀서 과감히 행로에 올랐습니다.
1. 신형산천 첫 인상
실내는 워낙 사람이 많다보니 카메라를 휘둘러대긴 좀 거시기한 분위기인데, 좌석이 구형산천보다 12열, 47석이 많은 구조인데 일단 카페칸이 없어진 점이 가장 크긴 하지만 구조에 대한 가치공학을 적극적으로 했음이 보입니다. 데크 공간의 여유도 좀 줄어들었고, 짐칸 공간도 얇아진게 느껴집니다. 가장 포인트로 삼는 좌석구조는 합격점을 줄만 합니다. 좌면이 슬라이딩 되는 기존의 슬라이딩 리클라이닝 방식은 무릎공간이 좁은점이 늘 지적되던 점인데, 단순 리클라이닝 방식으로 바꾸면서 기구적으로 간단해지고 무릎공간에 대한 불만이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좌석을 기울여 뒷좌석 공간이 점유되는거에 대해서 좀 관대한 감이 있는지라 평가가 나쁘진 않을거 같긴 한데, 현재의 시트피치 자체가 좀 좁다 보니 아무래도 나중에 뒷말이 있지 않을까 우려가 듭니다. 또, 좌면이 슬라이딩 되지 않다 보니 리클라이닝 시 앉는 자세가 좀 나빠지는 점은 작은 불만점이라 생각됩니다. 취향의 문제기는 합니다만.
테이블을 접이식으로 한건 좀 두고봐야겠지만, 좀 튼실하고 넓직한 테이블을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좀 불만이 있을듯 싶고, 과거 새마을이나 누리로의 팔걸이 수납식을 쓰던 사람이라면 그럭저럭 만족할 듯 합니다. 다만 테이블이 비교적 턱아래까지 바짝 들이대는 느낌이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아쉽긴 합니다. 이 방식이 직관적이고, 무릎공간 확보에 효과가 크기는 합니다만서도. 출입문 조작법 같은 건 기존 차량의 직관적인 방법을 잘 이어받았다고 봅니다. 다만, 공압식이던 기존차와 전기식인 신형산천 간의 조작 위화감은 좀 있긴 한데, 익숙해지면 될 일이라고 봅니다.
외관적으로는 창문이 좀 작아진 느낌이고, 사람들의 불만사항 중 하나인 분할형 블라인드가 채용되지 않은 점이 좀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다만, 분할형 블라인드는 KTX의 비상탈출로로 지정된 유리창 파괴 후 탈출에 악영향을 주다 보니 폐지된게 아닌가 싶습니다. 실내 디자인 면에서도 좀 튀는 부분이라서 좀 꺼리는 것도 있음직 하고. 화장실은 불행이 이용하진 못해서 평가를 할만한 내용이 없습니다.
승차감 면에서 기존산천 차량과 크게 대별되는 점은 없는 편인데, 기존 산천은 차량편차가 워낙 심해서 어떤 차는 250km/h를 넘어가면 차가 크게 흔들리는게 느껴지는 아주 못쓸 차가 있는가 하면, 다른 차는 고속에서 잔진동 정도만 있는 정도로 신형산천과 동등한 수준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1단계 구간에서는 좀 흔들림이 있던 편이지만, 호남고속선 구간에서는 그야말로 슬라이딩 하는 느낌이라 할 정도로 매끄러운 편이었습니다. 다만, 공구리 도상의 특성상 소음의 톤이 높고 크게 느껴지기는 합니다. 일단 한 해 겨울을 나 봐야 좀 전반적인 평가가 나올거 같습니다.
2. 호남고속선의 위용
경부고속철도에 비해서 비교적 비용절감 노력을 많이 했다고 하는데, 과연 그 말이 빈 말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이용객 입장에서 체감할만한 점에 티나게 하지는 않긴 했지만, 일단 타면서 눈에 띄는 점은 경부고속선과 달리 도중 건넘선이 전혀 없고, 역에만 집중배치되어 있는 점이 가장 먼저 보입니다. 고속전용역이 공주와 정읍 정도라 좀 확 띄는 점은 아니지만, 전철기 규격을 기존의 46번 분기기(170km/h까지 허용하는 무지막지한 대형 분기기)대신에 좀 더 낮은 번수를 가지는 분기기를 쓴걸로 생각됩니다. 아마도 20번 정도, 시속 75~85km/h정도의 것을 쓴걸로 보이고, 역의 부본선 연장도 그만큼 작게 한게 느껴집니다.
이 분기기 문제는 그 노선의 여건이 묻어나는 부분인데, 경부고속선의 경우 그만큼 트래픽이 많다보니 가급적 본선에서 가감속을 줄이고 역 구내에서 속도를 최대한 살리는 쪽을 노려서 그리 한 것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호남고속선은 트래픽 면에서 일단 한 풀 꺾이는 만큼, 본선 감속은 어느정도 감내할 수 있는 요소라 본 것으로 보입니다. 들리는 말로는 신칸센 처럼 본선정차라는 극약처방도 이야기가 있었다고 하던데, 거기도 본선정차는 정말 도저히 안되는 데만 하다시피 한데다, 정말 유사시엔 대형사고 터지기 좋은지라 일단 현재 정도가 적당한 타협이라 봅니다.
우려가 되는건 오송역의 분기인데, 거시선형으로는 노답이긴 해도 실제 현지 선형은 그정도로 노답은 아니긴 합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고가구조물을 깔아버린건 대전분기가 아닌 이상에는 어쩔수 없는 요소고. 다만, 단선고가를 높게 올려두고 있는데 여기를 100km/h이상의 속도로 주파하도록 설계해 둔 점은 향후가 좀 걱정되는 부분입니다. 현재는 별 탈이 없지만, 강풍시에는 꽤 센 운전규제가 잡혀야 할 걸로 보이고, 이 구간이 아마도 "기관사를 울리는"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적어도 단선 합류지점 인근에 상행선으로 건너갈 수 있는 건넘선이 하나 있어야 하지 않나 싶긴 한데 안보이는 걸로 봐서는 좀 우려는 됩니다.
3. 공주역, 우려된다
공주역에서는 그런대로 약간이나마 승강이 있긴 한 듯 한데, 고속철도가 여럿 정차하는 역에 승강인원이 없을리가 없으니 당연한 귀결이긴 하지만... 문제는 역 주변 풍경을 보면서 정말 한숨이 나올 지경이라는데 있습니다. 보통 정차역은 주변에 개발가능한 용지를 어느정도 끼고 입지를 잡는게 보통입니다. 역 단독이 아니라 민간이나 공공에 의한 역세권 개발효과를 보기 위해서기도 하고, 또 역세권 개발에 더불어 2차적인 개발을 좀 촉진하려는 의도도 있는게 보통입니다. 이게 안되면 하다못해 도로접속과 버스 등의 터미널 기능을 어느정도 수용하는게 보통인데, 공주역은 둘 모두 쉽지 않아보이는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일단, 역 주변은 꽤 가파른 구릉지대로 되어 있는데다 분묘가 잔뜩 있어서 개발이 매우 성가신 구조입니다. 물론, 엄청난 대규모 도시개발, 예를 들어 세종시나 동탄신도시 정도의 규모로 밀어붙인다면야 이정도 구릉을 죄다 파버리고 개발하는 것도 시야에 넣을 수 있긴 하지만 공주시 정도의 규모로는 택도 없는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그렇다고 도로 접속이 양호하냐 하면 구릉이 가로막는 상황에서 간선도로를 당겨오기도 어렵고 해서 이것도 좀 무리수가 넘치는 이야기라, 그야말로 암담한 상황 그 자체입니다.
공주역 입지 결정은 주변 지자체의 정치력 결투의 장이다시피 했고, 결과적으로 최적위치인 공주 시내 인접, 국도접속이 되는 지점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3개 지자체의 중앙으로 잡혀 모두가 불편한 구조가 되어버렸습니다. 덕분에 이도저도 아닌 역이 되어버렸달까. 그나마 철도공사와 지자체가 안되는 역이라도 어떻게든 활성화 해 보려고 관광역장을 배치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아보입니다.
4. 광주송정, 웰메이드 역
다만, 좀 아쉬운건 경전선용 홈 쪽인데, 셔틀 열차를 위한 배려가 전혀 없는 구조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습니다. 광주역은 현재 그야말로 초토화 상태라서 사실상 그 대규모 역이 거의 개점휴업 수준으로 급전직하한 판이고 결국 광역철도로의 활용과 기존선 열차 배분을 통해 그 활로를 찾아야 할 상황인데 복선화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는 못하더라도 단기적으로 셔틀서비스 같은걸 개발하는 노력이 아쉽습니다. 지금 구조로는 셔틀이고 뭐고 거의 안되는 상황인지라 지자체와 고민을 좀 해봐야 할 상황이라 생각됩니다.
현재 부지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는 광역환승센터 같은 투자가 좀 더 적시에 이루어지고, 역과의 연계가 잘 된다면 이 문제는 좀 풀리지 않을까도 싶습니다. 일단 이걸 고려한 건지 모르지만, 위 사진을 촬영한 자유통로 구조가 좀 재미있는 편이었는데 아마도 남측의 컨테이너 야적장 등을 활용한 방향으로 뭘 하려는 걸로 생각이 됩니다. 환승체계까지 갖춰진 이후 어찌 바뀔지가 좀 두고볼 포인트라 생각이 듭니다.
4. 총평
일단은 포항이 의외의 히트를 치고 있는 와중에, 광주송정역도 상당히 호조를 달리는 모양새입니다. 개통 당일 9,893명이라는 보도가 나왔는데, 1주일 전에 비해 3천명이 늘었다는 지역언론의 보도가 있고, 대충 2배 정도의 이용객 증가효과가 나오고 있는 눈치입니다. 광주역이 대신 3.2천명 수준에서 7백명으로 대폭 줄었다고 하지만, 적어도 양 역의 수요보다는 좀 더 늘어난 수요가 나와준다는 점에서는 나쁘지 않다고 보입니다. 광주송정역이 서울로 치면 거의 오류동이나 금천구청 정도의 입지임에도 비교적 호조를 보이는 건 시간경쟁력의 위력일겁니다.
또한 자연스럽게 고속선 비중이 늘어나면서 운임도 올랐고 이런 상승작용이 있어서 철도공사의 수지개선에도 어느정도는 기여할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듣기로는 전라선이나 익산, 정읍, 나주 등지도 꽤 수요증가가 있다고 하니, 일단 당장은 좋은 분위기가 지속될 수 있을거고, 올해는 일단 큰 사고나 불상사가 없다면 좋은 한해가 되지 않을까도 싶은 느낌이 듭니다.
향후 호남고속선의 성패는 연계교통의 확보에 달려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지도상으로 보면 정읍이나 광주송정은 서해안고속도로 연선의 수요를 환승만 잘 된다면 어느정도 당겨올만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입니다. 그 시장이 크다긴 어렵지만, 또 무시할만한 영역은 아니라고 생각이 듭니다. 또 기존 호남선이 고속화 위주로 가면서 연선의 중소역들이 쇠퇴일로를 걷는 상황이지만, 향후 얼마나 정규적인 공급을 해 주냐에 따라서는 방향이 달라질 여지도 있다고 봅니다. 답은 연계교통에 있다고 보이고, 여기서 기존철도의 역할도 아직 제법 남아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기존선 방치정책의 극적인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P.S.:
광주지하철은 정말 썰렁하긴 한데, 보기보다는 승객이 있고 대개 광주송정에서 농성 이서, 아마도 남광주까지 들어가는 수요들이었습니다. 급행운전은 여건상 도저히 무리고 현재의 10분 헤드 다이어에서는 할래야 할 수도 없기는 합니다만서도. 다만, 여기도 볕들날이 온 셈인데, 광주송정에서 광주 중심지까지의 연계는 현재로서는 광주1호선이 가장 강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긴 합니다. 올해 말쯤에는 광주지하철의 실적도 제법 올라가고, 내년엔 볕이 좀 들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