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종의 목적으로 자료조사를 하던 중에, 재미있는 내용을 하나 찾았습니다. 70년대의 단편이기는 하지만 이런 게 있었습니다.
여기서 현대조선중공업은 지금의 현대중공업에 상당하는 회사던가 그런데, 철도차량 부문은 이후 현대정공을 거쳐 지금의 현대로템의 뿌리가 되는 회사입니다. 1979년에 신문에 게시한 광고인데, 여기서 EMD 7500호대야 잘 알다시피 현재의 특대형의 원형이 되는 기관차ㅏ인데, 옆에 큰 사진으로 포함된 전기기관차가 상당히 신경이 쓰입니다.
이 기종은 광고에도 언급되어 있지만 스웨덴 ASEA사의 Rc4 전기기관차입니다. 최고속도 135km/h, Bo-Bo 대차 구조에 사이리스터 위상제어를 기본으로 4800마력(3600kW) 출력을 내는 본선 양용기관차로, 1960년대 개발되어 스웨덴 국철의 주력 전기기관차로 활약했던 명차입니다. 이런 물건을 기술도입으로 생산하겠다는 내용은 그야말로 지금 봐도 충격적이라 하겠고 만약 실현되었다면 8200호대까지 포함해서 프랑스, 독일, 스웨덴, 일본, 미국 차들이 모두 돌아다니는, 속된말로 "지리는" 풍경이 되었을거 같습니다.
Rc4 차량은 Rc 시리즈 중에서 객화양용으로 충당하기 위해 개발한 차량군으로, 지금은 전부 스웨덴의 화물철도회사인 Green Cargo사가 이어받았다고 합니다. Rc 시리즈들 자체가 범용기이고, 이중에서 Rc2의 개조차량인 Rc3나 Rc4 개조차는 160km/h까지, 그리고 Rc시리즈의 방계인 미국 앰트랙의 AEM-7(EMD가 제작) 같은 경우 출력증강을 전제로 하고, 또 북동회랑선 한정이지만 201km/h까지 주행가능한 무지막지한 성능을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협력관계이던 GM-EMD를 통해 기술도입을 하다보니 이 모델이 낙점된 거겠지만 그야말로 명품을 제대로 노렸달까.
하지만 불행히도 도입에 이르지는 못했는데, 일단 산업선 전철화와 수도권전철화 이후 경부선 전철화 사업을 하려고 복안을 가지고 있었지만 오일쇼크의 습격과 경기침체가 몰려오는 상황에서는 도저히 가능한 상황이 아니었던 점이 컸습니다. 실제 수도권전철화 개통 후 경부선도 하겠다고 보도발표가 나가지만 이후 사업이 취소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던 상황이고, 마침 75년에는 일본과 프랑스 주도로 고속철도 건설과 경부선 복복선화가 제안되어서 경부선 전철화와 저울질 되는 상황이 이후 이어졌을걸로 보입니다. 경부선 전철화가 안되는 상황에서 135km/h짜리 전기기관차가 쓰일 수 있는 구간은 없다시피 하니.
덤으로, 당대의 기술력이나 재정여건에서도 쉽지가 않은게, 8000호대의 국산화 과정에서 차가 너무 비싸고 기술적으로 복잡하단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이리스터 제어 등 비슷한 기술기반을 가진 Rc4 기관차 역시 비슷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었을걸로 보이고, 50량 이상의 대량도입이 아닌 이상에는 채산을 맞추기도 상당히 어려울 가망이 높았습니다. 결국 선택과 집중으로 산업선의 8000호대와 간선의 7100호대로 가닥이 잡히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이런 이유가 있다보니 꿈으로 끝날 수 밖에 없지만, 그래도 좀 아쉬운 감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