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이런 커뮤터 수송을 해결하려면 KTX를 거의 3분 배차로 쏘아대도 쉽지가 않을겁니다. 3분배차를 쏘아대면 외려 좌석공급이 늘어나니 더 수요가 꼬여들고 그래서 더 증차압력이 생기는 악순환으로 빠질 가능성도 있을거고. 그정도 배차를 넣으려면 아예 완전히 전구간이 독립계로 건설된 철도여야 가능할거고, 그 시점에서 지금의 서비스 수준을 동일하게 맞춰줄 가능성은 별로 없을겁니다. 서울시내에 완전한 별선으로 건설된 노선을 확보하려면 아마 고속철도 건설비가 50%쯤 추가로 더 들어가 줘야 할거고 그걸 얻어맞고 운임수준을 지금에 맞추는 것은 어림도 없는 이야기일겁니다.
고속철도에서 입석 수송이 문제가 되는 건 외려 안전문제 보다는 다른 기술적 문제 쪽, 중량증가나 승하차 지연 발생일거고, 영업적으로는 수익은 나더라도 다른 좌석이용객이 불편을 겪거나 하는 문제로 번지는 점 쪽일겁니다. 어차피 300km/h에서 사고가 나면 좌석에 앉아있어도 답이 없는건 매한가지이고, 통상 사고가능성이 높은 기존선에서의 건널목사고나 선로장애물, 충돌 같은건 고속열차나 기존선 열차나에 가까울겁니다. 그런식으로 가면 전철이야말로 극히 위험한 교통수단이니 전폐를 해야할겝니다.
외려 이런 문제를 빌미삼아 입석을 금지해 버리면 아마도 오송이나 대전에서 통근하는 사람들이 가장 짜증을 낼거고, 권력형 비리를 저지르는 치들이 잔뜩 나올겁니다. 다른 금지규정이나 이런건 다 쓸데없는 짓거리고, 또 당장에 경영개선 압박을 정부로부터 받고 있는 회사가 차를 대량으로 사서 낮시간대에 기지에서 노는 차를 늘리는 것도 택도 없는 이야기일겁니다. 어차피 차를 늘려도 서울~금천구청간이 병목지경인 판이라 급행이나 일반열차들을 싹 때려죽이고 거기에도 KTX를 채워넣어야 할 건데, 이런 문제를 정치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현실적으로 답이 없으니 경제적 해결인 수요초과를 과금으로 조지는 걸 열어젖혀야 할건데 이쪽은 더 막장이 될겁니다. 그렇게 정부놈들이 좋아하는 영국식으로 애니타임 승차권은 2배쯤 비싸고, 오프 피크들은 정가 이렇게 나간다거나 하는 식으로 조져주면 과밀문제는 많이 진정될겁니다. 대신에 누구 하나는 광화문에 목이 내걸릴 각오를 해야할겁니다만. 그리고, 이런걸 허용해 주면 수익성 면에서 지저분한 주제에 가장 비탄력적인 수요를 자랑할 오송발 광명 도착 이용객에게 가장 센 과금을 때려서 최대한 증수를 꾀하는게 경제적인 사고가 될겁니다. 이런게 이번 정부가 그렇게 좋아하는 시장주의적 정책일거고. 아마 한번 문을 따 주면 제 3 사업자까지 들여도 저 증수장난은 절대 안없어질겁니다.
여담이지만 유럽에서야 입석으로 고속철을 타는 사람은 잘 없기는 합니다. 아니 애시당초 좌석지정이 의무로 되어 있다 보니 입석제도 자체가 없기는 합니다. 그런데 그동네는 고속철로 통근을 하는 경우가 그리 흔한 건 아닐 뿐더러, 대도시라고 해도 인구 300만 정도 수준이고, 직주근접이 많이 이루어져 있는지라 우리나라처럼 입석까지 목을 매고 덤빌 일도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대신 대도시 근교의 통근노선들은 나름 심하다고 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런 팔자좋은 유럽과 달리 동아시아에서는 늘 혼잡은 일상다반사이다시피 합니다. 아래 사진처럼 신칸센은 한국보다 더 심각하게 입석을 세우고 다니는 지경이기도 합니다. 출입구 코앞까지 들어찬 사람이 보이시는지?